“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어? 안 그래? 누이.”
싯카가 눈물을 후드득 흘리며 말하자 사란토야가 얼른 손수건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싯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싯카의 뺨을 타고 굵은 눈물방울이 주룩주룩 떨어질 때마다, 이슬을 머금은 처연한 한 떨기 고운 꽃이 연상되었다.
같은 천막에서 사란토야의 일을 돕고 있던 쟈뉴아의 여자들이 그 아름다운 모습에 한숨을 쉬며 싯카를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그만 좀 울어라.”
“내가 안 울게 생겼어?”
“…….”
“라다크 녀석 내가 진짜 언젠가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싯카는 주변을 의식했다. 마치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젠가 라다크를 손봐줄 수도 있는 실력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란토야의 한숨이 깊어졌다.
“……그래서 이 수로는 어떻게 지나간다고?”
“잠깐만.”
싯카가 손수건으로 퐁퐁 솟아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지도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여기 있는 바위 때문에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란토야의 설명이 끝나기 전에 싯카는 한손으로 목탄을 집어 거침없이 선을 긋기 시작했다.
“여기 이렇게 우회하고, 여기에 지지대를 설치한 다음, ……지나가는 물의 양을 잘 계산해서 각도랑 이런 거 다, 뭐, 이정도면 되려나.”
질질 울고 있으면서 싯카는 며칠동안 사란토야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문제를 그 자리에서 풀어냈다. 사람들은 그 놀라운 광경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
“대충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
사란토야가 지도에 그려진 수로의 계획도를 보고나서, 코가 빨개져 울고 있는 동생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왜? 안 될 것 같아서?”
“아니.”
“너무 대충이야? 자세히 그려줄까?”
싯카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물었다. 사란토야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을까 싶어 동생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것 좀 마시고 하세요.”
다갈색 피부의 미인이 싯카에게 차를 내밀며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쟈뉴아 부족 여자 중에 가장 미인으로 손꼽히는 키릴이었다.
“감사합니다.”
싯카가 인사를 하고 차를 후루룩 마시며, 곁눈질로 키릴의 얼굴을 살폈다.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봐요.”
“……예.”
덕분에 훈련은 일찍 마쳤지만 싯카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 나쁜 라다크 놈이 절 거꾸로 나무에 매달았다고요.”
“……싯카.”
사란토야가 말릴 새도 없었다. 이러니 여적 장가를 가지 못했지 하는 말이 그녀의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마음씨 착한 키릴은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으로 싯카의 말을 들어주었다.
“어머, 힘드셨겠어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훈련이 너무 고돼요.”
싯카가 차를 후룩후룩 마시며 말을 이었다.
“대체 그런 비인간적인 훈련을 왜 한답니까.”
그의 투덜거림은 계속되었다.
“게다가 말입니다.”
싯카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을 이었다.
“엉덩이를 때리는 겁니다. 이렇게 야만적이고 거칠기 짝이 없는 훈련방법을 말씀드려서 놀라시는 건 아니신가 모르겠습니다.”
“아……하하. 예.”
어색하게 웃는 키릴의 얼굴로 식은땀이 삐질 흘렀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훈육을 시키는 방법은 쟈뉴아 남자들이 다섯 살 때쯤 사용하는 것이었다.
“진짜, 거칠고 난폭하다고요.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싯카가 으스대며 차를 마셨다. 한손으로는 지도에 빼곡히 수로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키릴이 웃으면서 자리를 뜨자 사란토야가 싯카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때?”
“뭐가?”
“방금 여자 말이야. 이름은 키릴이야.”
“으흠.”
싯카는 건성으로 들으며 종이에 설계도를 고치고 있었다.
“어떤 거 같아. 키릴?”
키릴은 쟈뉴아에서 가장 예쁜 얼굴이니 싯카 옆에 서도 뒤지지 않을 테고, 상냥하고, 옷감도 잘 짜고, 똑똑한 처녀였다. 사란토야는 내심 키릴을 싯카의 신붓감으로 찍어두었다.
“키릴? 평범한데?”
“뭐?”
“외모가 평범하다고. 착하긴 착하더라. 좀 예쁜 여자는 없나?”
“……저게 평범하다고?”
“응.”
싯카는 저 멀리 서 있는 키릴의 얼굴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란토야는 이마를 손으로 감쌌다. 이놈은 자신의 얼굴을 그간 매일 봐와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것이다. 그 쓸데없을 만큼 예쁜 얼굴에 익숙해져서 웬만한 여자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게 분명했다.
“넌 텄다. 텄어…….”
어떻게든 이 부족 처녀랑 이어주려던 사란토야가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또 무슨 얘기야.”
“넌 그 얼굴 때문에 텄어.”
“왜 갑자기 사람 앞에서 험담을 하고 그래.”
예쁜 외모에 관한 이야기는 싯카에겐 험담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다. 사란토야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됐어, 하고 말을 끊었다.
“그런데 누이.”
한참 설계도를 그리던 싯카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뭐가 이렇게 부산스러운 거야? 무슨 일 있어?”
“아, 나흘 뒤에 있을 사냥의 날 준비 때문에.”
“사냥의 날?”
생각해보니 오늘 훈련을 하면서 하밧이 사냥의 날이 어쩌구 하는 얘기를 얼핏 들은 것도 같았다. 싯카는 단체로 사냥을 하러 가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묻지도 않고 그냥 넘겨버렸다.
“그게 뭔데?”
“일년에 한번 있는 쟈뉴아 족의 축제래. 달이 가장 크고 높은 곳에 오르고 난, 엿새 뒤에 열리는 건데 가장 많은, 혹은 가장 큰 사냥감을 잡아온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거지. 우승자가 되면 그 해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는 거고.”
“헤에…….”
말만 들어도 진짜 재미없을 것 같은 축제였다. 싯카는 왜 귀찮게 그런 짓을 할까, 생각했다. 춤이야 혼자 춰도 되고, 사냥이야 하고 싶을 때 하면 그만이건만.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축제를 해도 돼?”
싯카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지금 야트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왔다. 파오반은 다른 부족과의 동맹을 위해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워로드도 동쪽으로 동맹 사절을 파견했다. 원로들은 매일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하며 대책을 마련하기에 바빴다.
“일년에 한번이에요.”
키릴이었다.
“네?”
싯카가 놀라서 돌아보자,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화도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해요. 축제 얘기가 들려서요.”
“예.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일년에 한번이라니.”
싯카의 질문에 키릴이 대답했다.
“저희 쟈뉴아 사람들은 매우 검소하고 성실하거든요. 일년에 하루만 그걸 풀어줘요. 팽팽하게 당겨놓았던 끈을 놓아주는 거죠.”
“우리 마르케는 일년 내내 풀려있는 거 같……, 왜 때려.”
싯카가 탁자 밑에서 자신을 걷어찬 사란토야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희 쟈뉴아 사람들은 사냥의 날을 일년 내내 기다린답니다. 우리 쟈뉴아가 이 땅에 있은 날부터 한번도 사냥의 날을 거른 적이 없어요.”
“사냥의 날은 정말 중요한 날이에요.”
“그날을 위해 일년간 일했으니까요.”
“올해에도 꼭 무사히 치루고 나면, 다 잘 될 거예요. 사냥의 신인 아치트님께서 보살펴 주실 거니까.”
주변에 있던 여자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마다 손을 모으고 말했다. 이들에게 축제를 빼앗는다는 것은 삶의 희망을 앗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겠다고 사란토야는 생각했다.
“그러면 올해 춤을 추는 아가씨는 누구예요?”
싯카가 물었다.
그러자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키릴에게 향했다.
“다들 키릴하고 춤을 추고 싶어서 난리라고요.”
“맞아요. 테르덴도 바타르도 키릴과 춤을 추고 싶어서 이번 사냥의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키릴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친구들을 만류했다. 그러나 한번 터진 입담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분명히 라다크님이 우승하겠지.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라다크의 이름이 나오자 싯카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럼 라다크님이랑 키릴이 춤을 추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라다크님은 아무하고도 춤을 추지 않잖아.”
키릴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보기 좋게 변했다. 사란토야는 싯카에게 키릴과 이어질 기회가 더더욱 멀어졌음을 알았다.
“라다크요? 하, 그런 놈은 자기 나블하고나 추겠지.”
싯카의 뒤틀린 심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발언은 여자들의 꺅꺅대는 비명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라다크님은 대체 왜 아무하고도 춤을 추지 않으시는 걸까?”
“못 추는 거겠죠.”
싯카가 끼어들어 대답했다.
“라다크님은 못하시는 게 없으세요.”
“에이, 많을 거 같은데.”
싯카가 웃으며 라다크를 깠다.
“라다크님은 뭐든 잘하세요. 정말이에요.”
“맞아요, 맞아요.”
여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라다크를 비호했다. 그럴수록 싯카의 심기는 점점 더 비틀렸다.
“잘하면 뭐해요. 성격이 그 모양이고 이건데.”
싯카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글빙글 돌려 보이는 시늉을 했다. 그의 기준에서 라다크는 또라이였다.
“아니에요! 라다크님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얼마나 멋진 분이신데요. 쟈뉴아를 진심으로 아끼는 분이세요.”
“……나블을 아끼는 게 아니고요?”
“로아히도 아끼긴 하시죠.”
“……그렇긴 하죠.”
다들 착잡하게 싯카의 말에 동조했다. 싯카는 옳다구나 싶어 분위기를 몰아가고자 마음먹었다.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 줄 아세요? 세상에, 밤마다 로아히를 타고 숲을 누비면서 갖가지 훈련을 다 시킨다니까요.”
싯카는 신이 나서 어린아이처럼 떠들어댔다.
“수중 훈련, 비행 훈련, 착지 훈련, 심지어는 사냥까지 가르친다고요.”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세요?”
“몇 번 우연히 로아히를 얻어 타서요.”
“네? 로아히를요?”
“정말요? 말도 안 돼.”
다들 싯카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싯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요, 그녀들에게 물었다.
“라다크님은 로아히 등에 아무도 안 태워요. 로아히를 얼마나 아끼시는데요.”
“태워주던데?”
싯카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물론 처음에 염소 열 마리, 거기에 말까지 얹어준다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태워줬다. ……이리케를 넘기는 조건으로.
“와아, 좋겠다. 저도 한번 타보고 싶어요.”
“저도. 저도.”
여자들이 저마다 싯카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로아히가 순순히 태워주든가요? 어떤 사람은 몰래 한번 타보려다가 로아히에게 다리를 물려서 절름발이 불구가 되었는데.”
“아……하하.”
싯카는 절대로 라다크가 타라는 말을 하기 전에 로아히를 타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라다크님이 그래도 싯카님에게는 친절하신가 봐요. 가족이 되어서 그런가.”
키릴이 사란토야와 싯카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가족이요?”
“네. 사돈이잖아요. 그러니까 가족이죠.”
“……가족인가. 하하하.”
싯카는 한번도 라다크를 자신의 가족 범주에 넣어본 적이 없었다. 그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싯카는 장담할 수 있었다. 사실, 가족이라고 자신에게 친절을, 그것도 받는 당사자가 부담스러울 만큼 과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사란토야와 싯카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두 사람은 침묵으로 서로의 심중을 알아차렸다. ……망할 테난.
“싯카님도 사냥의 날에 참가하실 거죠? 춤 추실거죠?”
“글쎄요.
싯카는 자신이 만든 화살이나 검을 시험할 때가 아니면 사냥을 따로 나가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 무기도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사냥을 나가고 싶은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다.
“그러지 말고 나가세요. 춤추는 게 부끄러우셔서 그러세요?”
“호호호호. 저희가 가르쳐드릴게요.”
싯카의 글쎄요,의 대상을 오해한 그녀들이 까르르 웃으며 싯카의 손을 잡아끌었다. 싯카가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남자들은 춤을 잘 못 추니까, 저희가 많이 알려드려요.”
“잘 보고 따라하세요.”
“예, 그럼…….”
싯카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여섯 명의 여자가 원형으로 서서 쟈뉴아 부족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명은 바닥에 앉아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북을 두드렸다. 복잡한 듯 보이는 동작은 그 순서와 발의 움직임만 익히면 별 문제 없어 보였다. 싯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박자를 속으로 세고, 여자들의 춤동작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북소리가 빨라질수록 치맛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마르케의 춤과 닮은 듯 달라 보이는 춤이었다.
북소리가 멈추자 여자들의 춤도 그대로 멈추었다.
“어떠세요? 추실 수 있겠어요?”
그 중 한명이 싯카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싯카가 음, 하고 인상을 쓰며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색한 그의 동작에 여자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사란토야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앉아 남동생이 움직이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손이 이렇게…….”
싯카가 아까 보았던 손동작을 떠올리며 발과 함께 움직였다. 그럴듯한 그의 흉내에 여자들이 웃으며 계속해보라고 그를 부추겼다.
“그럼 북을.”
싯카가 북을 치고 있던 여자에게 북소리를 부탁했다. 아무래도 머릿속으로만 박자를 맞추며 춤을 추는 것을 힘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북이 손끝의 리듬을 타고 둥둥둥, 울렸다. 여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것은 그와 동시였다.
싯카가 자신들이 췄던 춤을 한번만 보고 정확히, 아니 자신들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답게 추기 시작한 것이다. 발끝과 손끝의 움직임이 우아하게 일치했다. 그가 몸을 빙글빙글 돌릴 때마다, 미색의 머리카락이 물결치듯 움직였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 박수를 쳤다. 싯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마르케 내에서는 늘 재능 넘치는 젊은이로 인정받으며 살아왔는데 이곳에서는 패배한 낙오자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싯카가 북을 치는 여자에게 눈짓을 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한 여자가 더 빠르게 북을 두드렸다.
북소리가 장대비처럼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싯카의 춤이 한층 빨라지고 경쾌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박수를 치고 발을 굴렀다.
싯카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 이거였어. 바로 이거야. 나의 존재감!
싯카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가장 고난이도의 움직임이었다. 쟈뉴아 사람들은 한번도 본적 없는 춤동작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란토야는 저 놈이 어지간히 신이 났구나 싶어, 미소 띤 눈으로 남동생을 바라보았다.
싯카는 빠르게 돌았다. 빠르게, 힘차게, 더 빠르게, 더 힘차게, 더 빠르게, 더! 더! 더!
“에취!”
싯카는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에 그만 그 자리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그의 춤에 유일한 흠이었다. 넘어진 것을 빼고 그의 춤은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완벽 그 자체였다.
“……아야야……내 다리.”
자신의 몸 아래에서 키릴이 발목을 잡은 채 깔려있는 모습을 본 싯카의 머릿속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것은 다른 커다란 흠이 싯카의 뒷덜미를 덥석, 잡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