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하하. 너 하늘을 날아 보이겠다고 선언했다며!”
이노아즈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며 던진 말에 싯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입이 싼 놈이라고 그는 속으로 라다크를 욕했다.
“정말이야? 진짜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어?”
“……했어.”
볼멘 목소리로 싯카가 대답했다. 이노아즈가 꺽꺽대며 웃음을 터트린다.
“만들면 되잖아.”
“으하하하하. 아무리 너라도 그건 아니지.”
그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손을 흔들었다. 왜 싯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는 테난의 질문에 라다크가 평연한 얼굴을 하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이노아즈는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 자신이 들은 미친 소리가 설마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천하의 싯카라 해도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인간이 어떻게 하늘을 날아. 크크크.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날개를 만들 거야. 그러면 되잖아.”
싯카는 자신이 양피지에 그린 그림을 사촌에게 내밀었다. 이노아즈는 그럴듯해 보이는 그림을 보며 놀란 얼굴이 된다.
“정말 하려고?”
“그럼 정말 하지.”
“왜 그런 쓸 데 없는 짓을 하냐. 시간 낭비다. 시간 낭비.”
“안 그러면 여기서…….”
싯카를 말을 하려다 아니다, 하고 고개를 돌렸다.
“나덴의 밤을 더 보내야 한다고?”
“……대체 넌 어디까지 아는 거야.”
“들었어. 여기저기에서.”
이노아즈는 사교성이 좋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 주워들었다. 어디에 가져다 놔도 빙글거리며 사람들과 섞여 들어가는 재주가 있는 인간이었다.
……그런 취향만 아니라면, 참 좋은 사람일 텐데.
자신의 사촌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싯카는 얼른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솔직히 기분 나빠. 여기서 훈련 받는 건 그렇다 쳐도 내가 그놈들 아랫사람도 아니고. 매번 지시받는 것도 싫고. ……다 싫어. 집에 가서 검이나 만들고 싶다고.”
싯카가 돌로 바닥을 벅벅 긁으며 말할 때마다, 그의 어깨에서 미색의 머리카락이 출렁였다. 입술 끝이 뾰로통하게 나와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자신의 처지가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저렇게 보여도 싯카의 자존심이 매우 세다는 것을 이노아즈는 알고 있었다. 마르케 부족 내에서는 뛰어난 인재로 인정받으며 자라온 그가 여기에 와서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으니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여겨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늘을 나는 건, 아니다. 아니지.”
“할 수 있다니까.”
싯카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렇게 나무로 뼈대를 만들 거야. 물소의 가죽으로 날개 부분을 만들 거고. 봐봐. 새의 날개랑 거의 흡사하잖아?”
“흐음.”
겉보기엔 그럴싸했다. 하지만 그게 현실에서 작동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노아즈는 뭔가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사촌이 그간 얼마나 많은 실패작을 걸쳐왔는지 옆에서 지켜본 과거를 떠올리며 쓴 입맛을 다셨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활을 만들어 보든가. 검도 만들어야 하지만 활도 중요하잖아?”
“됐어! 활도 어차피 화살촉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국은 모든 게 돌을 다루는 문제야.”
싯카가 종이를 구겨서 손에 쥐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이노아즈는 한숨을 흘리며 그런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어차피 말로 해도 듣지 않을 성격임을 알기에 그는 구경하기 가장 좋은 자리나 차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