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50)

“살아있는 생명체는 지금 그곳으로 갈 수 없어. 절대로.”

라다크가 자신의 소맷자락에 매달려 있는 싯카를 떨어뜨려내며 말을 이었다.

“그곳으로 가려면 붉은 호수를 건너야 해. 그곳의 물은 독성이 너무 강해서 큰 비로 정화되기 이전에는 어떻게든 건널 수 없어.”

나덴의 밤은 우기가 지난 시점을 뜻한다는 것을 싯카는 알아차렸다. 

“너에겐 나블이 있잖아.”

“붉은 호수에서 올라오는 증기는 로아히에게 독이나 마찬가지야. 근방까지는 가능해도 호수를 건너는 것은 무리다. 내 귀여운 로아히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어.”

“…….”

싯카는 라다크가 자신의 나블을 매우 아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블에게 귀엽다는 말을 하는 것만큼은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날 수 있는 다른 동물을 탄다든가.”

날개가 있는 동물을 길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족속들은 하나같이 성질이 예민하고 더러웠으니까. 아니면 나블처럼 난폭하든가. 

“너에게 나는 능력이 생기거든 말해. 길을 안내해 줄 테니.”

비아냥거림이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나대지 말라는 경고가 섞인. 

“……내가 날게 되면 안내해 준다고 분명히 말했다.”

“――?”

“두고 봐! 날아버릴 거다!”

뜬금없는 싯카의 선언에 라다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만치 걸어가던 싯카가 다시 몸을 돌려 라다크의 앞으로 다가왔다. 

“저는 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위해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싯카는 현재 라다크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라다크는 이놈 봐라, 하는 심정으로 그를 내려다 봤다. 하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봐선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긴, 이놈이 자신에게 농담을 걸만큼 둘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저는 오늘부터 훈련에 불참합니다.”

“어이.”

라다크가 싯카를 불러 세웠다. 

“삼일 준다.”

“네?”

“삼일 안에 못 날면 닥치고 훈련 받아.”

“알겠습니다.”

싯카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돌아오면 네 훈련을 특별히 내가 시킬 거다. 지금까지 얼마나 편하게 훈련한 것인지 알려주지.”

“…….”

두 사람의 눈빛이 공중에서 엉켰다. 라다크가 가보라고 턱짓을 해보이고 언덕 위로 사라졌다. 싯카는 잠시 괜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 후회했지만 물러서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덴의 밤을 이곳에서 보낼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날아 보이겠다고 다짐하며 싯카는 자신의 천막으로 달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