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카는 할말을 찾으려고 애썼다.
사실, 테난과도 무난한 시작이 아니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주변에서 뜯은 게 분명한 들꽃을 들고 무릎을 꿇고 앉아 청혼을 한 것은 아무리 좋게 표현하려 해도 최악의 만남이었다.
“적응이 힘들지?”
“……네, 그렇죠.”
“적응되면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몸 풀기 정도니까.”
“…….”
아아……. 정말 이 사람들은 이 훈련이 진심으로 힘들지 않은 몸 풀기라도 생각하는구나. 될 수 있는 한 빨리 마르케로 돌아가야겠다.
“누나는 아직 안 오셨죠?”
“응. 며칠 뒤에 오신대. 그때 마중 나가려고.”
수줍음이 묻어나는 테난의 대답에 정략결혼이긴 하지만 그래도 새신랑이구나 싶어 싯카는 안심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
“혹시 오늘 밤에 괜찮으면 술이나 한잔…….”
“…….”
“다, 다른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이제 처남과 매형의 사이고, 그러니까……,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절대로 다른 의미가 있는 거 아니야. 절대로.”
“죄송합니다. 오늘은 좀 피곤할 것 같아서…….”
“내일은? 내일 모레도 괜찮고.”
“하하하, 글쎄요.”
그만하고 좀 떨어져나가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싯카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훈련 시작해.”
뒤에서 들려온 라다크의 목소리가 싯카를 곤란함에서 빠져나오게 도와주었다. 테난은 어느새 자상한 미소를 거두고 사람들을 매섭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한 몸에 다른 인격이 들어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변모였다.
싯카는 걸터앉았던 바위에서 일어서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라다크가 어이, 하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
싯카는 고개만 돌려 부름에 응답했다.
“훈련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 안 그러면 손발이 부러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훈련 시에는 존대하도록 해.”
“……네.”
라다크가 손바닥으로 싯카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
“소리가 작다.”
“네!”
싯카는 악에 바쳐 소리쳤다. 라다크는 테난의 곁으로 가서 사람들을 다음 훈련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 챈 이노아즈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두고 봐…….”
“뭐?”
“두고 봐. 저 자식 내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거야.”
“아서라. 싯카. 네가 뭘 한다고 저 남자가 자존심에 상처 입을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아, 이미 한번 하긴 했지.”
“뭘?!”
“너한테 청혼한 거.”
“하지 마……, 제발 그말은 하지 마.”
싯카가 이노아즈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제발 하지 마.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 모르지? 몰라야 해. 절대 모르게 해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는 사촌동생을 보며 이노아즈는 간신히 웃음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입 다물게. 나는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지내도록 해. 넌 너무 민감하니까 신경 쓰다 탈날 수도 있잖아.”
“그래. ……고맙다. 그나저나 여기서 무기 만드는 기술자 중 누가 제일 훌륭한지 얘기 들은 거 있어?”
“글쎄. 그런 얘기는 아직 안 했는데. 나중에 바뜨차에게 한번 물어볼게.”
“바뜨차?”
“저기 보이는 대머리에 힘세 보이는 놈.”
어느새 통성명까지 하고 친해진 모양이었다. 싯카는 속으로 사촌의 친화력에 혀를 내둘렀다.
“자. 그럼 훈련을 받으러 가볼까. 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겠지.”
이노아즈가 싯카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일부러 활기차게 말을 건넸다. 흙빛이 된 싯카는 사촌의 뒤를 따라 걸었다. 싯카는 훈련에 익숙해지기 전에 돌을 찾아서 얼른 돌아가기만을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