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라니까. 젠장. 됐다, 말을 말자.
싯카는 입술을 꾸욱 깨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네가 내 머리에 돌을 던진 것은 용서해주지.”
“…….”
……하이고. 너무 감사하고 황공스러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오는 건 어때?”
“――?!?”
베일 안에서 싯카의 턱이 떠억 벌어졌다.
“이거 혹시 혼례복인가? 설마 네가 오늘 신부는 아니겠지. 아직 결혼식이 끝나지 않았으니 내가 해버리면 내 것이잖아. 그렇지?”
“――! ――?!!”
“그러니까 얼른 해버리자고. 기정사실을 만들어야지. 사내새끼한테 반해 청혼했던 멍청한 형보다 내 쪽이 나으니까.”
남자가 싯카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 자신의 바지춤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싯카는 기겁을 하며 손을 뿌리쳤다.
자신을 보자마자 들꽃을 꺾어다 주며 한눈에 반했으니 염소 한 마리 없이 자신에게 시집오라던 쟈뉴아의 첫째 아들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몇 배는 더 지독했다.
처음 본 여자에게, 그것도 자신의 형과 결혼할 수도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 얼른 해버려서 기정사실을 만들자고? 그럼 돌 던진 것은 용서해주겠다고?!
뭐 이런 개또라이가 다 있어!
남자는 그러나 끈질기게 싯카의 손을 잡았다.
“하지.”
그가 어두운 수풀 부근을 턱짓하며 말했다. 싯카는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뿌리치려고 할수록 손목을 낚아 챈 남자의 손아귀 힘은 점점 강해졌다.
싯카는 찬찬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여기서 자신이 남자라고 밝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때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드는 날카로운 소리가 쉭, 하고 울렸다.
남자의 동공에 놀라움이 번졌다. 싯카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랐다. 남자 역시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다는 눈치였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뒤통수 부근에 가져다 대었다. 다시 손을 얼굴 앞에 가져왔다.
피였다. 그의 손바닥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남자의 표정이 기이하게 구겨졌다. 마치 자신의 손에 묻어 있는 피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얼굴이었다.
“피……!”
싯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뱉어내자 그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열었다.
“상관없어. 이 정도로는…….”
그러나 말을 끝내 마치기 전에 아까 들었던 그 바람소리가 다시 한번 남자의 뒤로 재빠르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퍽, 하고 무엇인가를 둔탁하게 꿰뚫는 소리까지 함께였다.
뜨끈한 둔통이 남자의 배를 관통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검붉은 피가 그의 옷을 적시고 줄줄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다시 한번 퍽,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어깨였다. 괜찮냐고, 대체 이게 뭐냐고 물을 새도 없었다.
남자가 싯카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무엇인가 말하려던 그의 등에 또 하나의 죽창이 꽂힌 것을 마지막으로, 싯카의 시야는 어두워졌다.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자신의 뒤통수에 전해지는 둔탁한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