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50)

불꽃이 일고 술잔이 어지럽게 오고갔다. 

대지와 하늘, 생명과 지혜로 우리를 구원해달라는 기원을 담은 마르케의 축가가 울려 퍼졌다. 쟈뉴아의 답가가 이어졌다. 그들 부족답게 힘차고 용맹한 전사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닮긴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흥이 한참 달아올랐다. 

힘찬 북소리가 둥, 둥 하고 공기 위에 잔상을 남기며 울렸다. 바람이 불었다. 한조각의 구름이 교묘하게 달을 가렸다. 기묘한 공기가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다시 둥, 하는 북소리가 침묵을 일깨웠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고고한 달이 자태를 드러냈다. 

챠랑, 챠랑.

밝고 경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사람들은 처음에 자신들의 눈앞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것은 대지위에 흐르는 물처럼, 숲을 가르는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한참 후에야 알아차렸다. 마르케 족의 전통 악기인 오탄바르의 선율 위에서 붉은 색 신부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우아하게 춤을 췄다. 그녀의 한 손에는 푸른 검이, 다른 한 손에는 붉은 색의 긴 천이 들려 있었다. 여자의 춤은 은근하고 노골적이었다. 하늘의 끝에 걸린 초승달처럼 아슬아슬한 동시에 빠듯하게 들어 찬 보름달과 같이 풍만한 아름다움이었다. 

쭉 뻗은 팔다리가 완벽한 비례를 이루었다. 여자의 손에 들린 검은 신성한 푸른 돌로 만든 보물이었다. 떨어트리면 산산조각이 나고 말 보물을 들고 여자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푸른 검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이 일었다. 빈틈없이 짜여진 완벽한 춤이었다.   

고급스러운 혼례복을 차려입고 맨발로 춤을 추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모두들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북소리가 고조되었다. 붉은 색 옷자락이 빠르게 흩날렸다. 여자의 가느다란 발목에 달린 조각이 서로 부딪히며 경쾌한 울림을 만들었다. 손에 들린 검이 공중에 날카로운 선을 그렸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여자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붉은 천을 높이 치켜들었다. 붉은 그림자가 달을 가렸다. 피처럼 붉게 물든 달이 아름답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아름다움은 찰나와 같이 흩어졌다. 공중에 치솟았던 붉은 천이 낱낱이 조각나 날렸다. 때 이른 꽃이 만개했다.   

북소리가 멈추었다. 달의 검무가 끝이 났다. 붉은 색 옷을 입은 여자는 꽃잎이 모두 지기 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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