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50)

태양이 가까워지고 밝은 달이 춤을 출 때, 땅은 빙글빙글 돌아 세상은 다시, 만나게 되리라.

재로 뒤덮인 하늘에서 회색 비가 몇 년간 내리고, 땅에 새카만 강줄기가 사악한 뱀의 몸뚱이처럼 기어 다녔다. 한낮에도 햇빛 한점을 찾기 어려웠다. 검은 얼음이 세계를 뒤덮었다. 새는 공중에서 얼어 죽었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얼음에 갇히게 되었다. 땅 위의 동물들은 점차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몇 천 년, 혹은 몇 만 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상이 시간과 죽음 사이에 머물렀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암흑의 시대가 물러가고 새로운 태양이 하늘에 걸렸다. 

침묵을 지키던 땅에서 생명이 움트고 돋아나기까지 또 수만 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번 돋아난 생명은 질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어지는 무질서한 생명들 사이에서 진화가 시작되었고, 인간이 태어나기까지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에 던져진 인간들은 약한 존재였다. 그들의 주변에는 그간 매서운 환경에 적응해온 강한 약탈자들로 가득했다.  

인간은 날카로운 발톱도 두꺼운 가죽을 찢을 이빨도, 뼈를 통째로 부셔버릴 턱도 갖고 있지 못했다. 무능력한 존재로서 인간은 세상에 맞서 싸워야 했다.     

약한 자는 도태되어 가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시대였다. 

이것은 그러한 시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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