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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3. 캔디 맨, 캔디 보이를 만나다. Candy Man Meet Candy Boy (8/8)
  • 외전 3. 캔디 맨, 캔디 보이를 만나다. Candy Man Meet Candy Boy

     "고만 좀 인상 펴라. 이왕 온 거."

     "내가 오고 싶어서 왔어?"

     물론 그건 아니지만,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수빈은 그 말을 애써 안으로 삼켰다. 안그래도 성격 더러운 자기 사촌 오빠-나이는 동갑이지만 촌수 상- 이연우가 이 소리를 들으면 또 얼마나 그 칼같은 말빨로 내리찍을지 예상하고도 남은이고, 예상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만에 모교도 오고 좋잖아."

     "하나도 안 좋아."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를...이라고 말하듯 냉랭하게 찬바람 휙 일으키며 잘라 말한 연우는 금세 잔뜩 구겨진 얼굴로 수빈을 한번 노려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버렸다.

     사실 수빈도 이 무뚝뚝한 인간하고 같이 모교 축제에 오고 싶었떤 건 아니다. 다만 운명의 장난인지,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리 되었을 뿐.

     "그래도 야, 나는 이렇게 푸릇푸릇한 애들을 봐야 인생의 생기가 돈다고, 넌 안 그래?"

     시끌벅적하니 여기저기 붙여진 종이나, 알림판, 천막에 장기자랑들을 보며 수빈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연우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픽 내쉴 뿐이었다.

     물론 보통 사람같은 반응을 수빈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가끔은 사촌이지만서도 너무 무뚝뚝한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는거다. 사교성이 없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라고 말하기에도 차암 모자란...

     "자자, 봐라, 저렇게 팔팔한 애들. 어때 너도 막 소싯적으로 돌아가는 거 같지? 저 야들야들한 애들 좀 봐."

     "변태냐?"

     "야!"

     그래도 분위기 한번 띄운다고 한 말인데, 무참하게 눌리자, 수빈도 꽤나 약이 올랐다. 더해서 자기처럼 이쁘고 미인에 성격도 끝내주는 여자가 같이 오기까지 했는데-비록 사촌이지만- 뭐가, 문제냐 불만이냐 싶기도 한게... 그만 건드려서는 안되는 지뢰를 밟은 게...

     "왜? 옛날 미스 보명 시절이 떠올라서 심기가 불편하셔?"

     말해놓고 후회할 짓을 왜 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마구 들었지만, 누가 그렇지 않았던가!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쏘아둔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고.

     "강수빈...."

     바닥을 긁는 낮은 음성. 거기에 흠칫해서! 방어 태세를 갖추는데...

     "한다, 해!! 누가 안 한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한 무리. 낄낄거리는 사내자식이 두엇. 그리고 그 가운데 스커트 자락을 움켜쥐고 있으나 얼굴은 앳된 소년도 한 명.

     "캬캬, 권지인. 겸허하게 받아들여. 인상 쓰지 마라. 어헛, 숙녀가 조신해야지."

     "파하하하, 안됐다야~"

     아마도, 보명고 축제 최대의 이슈인 '미스 보명' 참가자인 듯 싶은 행렬에, 가뜩이나, 자신의 과거가 들춰져 심기가 불편한 이연우의 얼굴에 살짝 살심이 스쳤다.

     그와 동시에 이 왁자지껄한 무리가 지나치며 투욱 성질 대마왕 이연우의 팔을 건드렸으니.. 강수빈은 제발 조용히 넘어가길, 이라고 빌었다. 모교까지 와서 대학생씩이나 된 사람들이 고교생이랑 싸운다는거 자체가 웃긴 일 아닌가!

     그런데...

     "앗... 죄송합니다."

     .....라는 음성 뒤에 당연히 뒤따라야 할....

     '너 뭐야?'

     에서부터...

     '눈은 어디다 달고 다녀?'

     혹은...

     '죄송하다고 하면 일이 다 해결됩니까?'

     등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 의아함에 수빈이 눈을 들어 자신의 사촌을 쳐다보자, 어딘지 나사가 살짝 나간 듯 얼굴을 그대로 굳히고 서 있는게...

     "너 어디 아파?"

     저도 모르게.. 괜한 소리 했다, 살기등등한 시선을 받아버린 수빈이었다.

     "어라, 아까 걔... 너랑 부딪쳤....어라? 야?"

     축제의 하이라이트, 미스. 미스터 보명을 뽑은 콘테스트를 보며 수빈은 낯익은 얼굴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중얼거렸다. 물론, 이연우가 기억할리 만무하고 관심 가질리는 없다고 예상했지만...

     그런데... 분명히, 무심하게 딴 곳이나 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수빈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무섭도록 무대의 한가운데를 쏘아보는 연우의 모습에 수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오늘 하루 종일 둘이 뭘 먹었더라? 하는 생각을 되짚었다.

     "3학년 12반. 권지인 입니다."

     마이크를 통해 울리는 꽤나 듣기 좋은 음성. 그다지 여성스러움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과장되지도 않은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꽤 괜찮네."

     감상을 하듯 중얼거리고 수빈이 다시 연우를 돌아보자 연우는 말끄러미 수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어엇?? 뭐가?"

     불쑥 나온 이해하기 어려운 말에 멍하니 되물었건만, 이연우가 두 번 말할 리 없고, 다시금 시선을 돌려버린 연우와 함께 수빈도 무대 앞으로 쳐다보았다. 무대 앞에서는 방금 자기 소개를 맞춘 소년이 '장기는 무엇으로?' 라고 하는 사회자를 쳐다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앞 발차기."

     그리고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스커트 자락을 펄럭이며 힘차게 다리를 위로 들어올리는 모습에, 관중석이 술렁였다.

     그리고 그 순간 강수빈의 귓가를 때린 목소리는.....

     "귀엽군."

     ..........샤샤샤샥. 머리 한쪾이 비어져가는 느낌과 함께, 강수빈은 아까 자신이 받았던 말을 그대로 이연우에게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

     "변태냐?"

     이것이 후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팔을 북북 긁고 그걸로도 모자라 닭이 되어 날아가게 해버린 캔디맨과 캔디보이의 첫만남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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