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 2. 사랑을 깨닫다 편 (4/6)

Part 2. 사랑을 깨닫다 편 

쏴아아아-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귓속을 가득 메웠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상태 그대로 굳은 채 굳게 감져진 녀석의 두 눈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다, 다렁아…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라는 의문이 막 들기 시작한 찰나였을 것이다. 

맞닿아있던 입술 틈 사이로, 축축한 혀가 비집고 들어왔다.

"!!!"

다현아…?!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소리내어 녀석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 하지만 완전히 틀어막힌 입술 사이에서는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저 흡, 하고 뭔가에 막힌 소리만이 터져나왔을 뿐이다. 입안을 침투한 혀는 몇번 더듬거리며 움직이더니 무방비하게 놓여있던 내 혀를 찾아 거칠게 감아올렸다. 

"읍…!"

사고가 정지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녀석을 밀어내며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녀석의 손이 양 어깨를 꽉 틀어쥐어와 내 몸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

엄청난 힘이었다…….

나는 다시 눈을 크게 떴다. 틀어잡힌 어깨를 빼보려고 미약하게나마 발버둥을 쳐봤지만 헛수고였다. 온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한 와중에도 녀석의 입 안 침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녀석은 마치 갈증을 느끼는 사람처럼 내 혀를 탐했다. 얽혀있는 혀를 몇번이나 반복해서 감아올리며 타액을 빨아들인다. 내 입 안에 있는 침이란 침은 모조리 다 마셔치울 것 같은 기세였다. 

쏴아아-

빗소리에 섞여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게 진정 내 입에서 나는 소리란 말인가…….

음란하기 짝이 없는 그 소리에 나는 무릎 끝이 덜덜 떨려왔다.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뛰었다.

수, 숨막혀, 다현아…! 날 죽일 셈이냐!

다시 한번 발버둥을 쳐보려고 하는 순간, 감겨있던 녀석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끈적하게 젖어있던 혀가 서서히 떨어져나간다. 희미하고 투명한 줄이 녀석과 내 입을 연결하고 있다가 금방 끊어졌다. 나는 녀석의 눈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눈이, 마주친다. 그와 동시에 어깨를 꽉 틀어쥐고 있던 녀석의 손이 스르륵 풀렸다. 

쿵-

녀석에게 거의 붙들린 상태였던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하아… 허억─ 헉… "

그리고 간신히 해방된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손등으로 젖어있던 입술을 거칠게 닦아내며 나는 녀석을 올려보았다. 녀석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대체 조금 전의 그 박력은 어디로 간 건지…….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나는 의문과 원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보았다. 녀석은 어정쩡하게 선 채로 뭔가 말하려는 듯 몇번이나 입을 달싹거리더니, 한참만에 간신히 소리내어 말했다.

"……씻으러 갈게."

뭐…? 뭐라고?? 잠깐만…! 정다현…?!!

황당함에 부를 사이도 없이 녀석은 그대로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탁,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뭐, 뭐였지, 방금…….

나는 완전히 얼이 빠져, 

한동안 바닥에 앉은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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