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스토커의 말로=)
꿈을 꾸었다.
긴 꿈이었다. 그는 수없이 내게 등을 돌렸고, 나는 수없이 같은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내일이면 나를 좀 돌아봐 주려나 하여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횟수를 헤아리기도 포기할 정도로 그는 나를 버렸다.
홀로 남은 모든 시간이 후회였다. 그의 감정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나의 잘못이었다. 수없이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해 보지만,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비가 내리는 바닷가, 해가 저물어 버린 밤. 억수같이 쏟아지는 차디찬 빗물보다 더 시린 눈빛이 날 경멸했다. 혐오했다. 두려워했다. 그런 시선만 남긴 채 내게서 또 등을 돌려 멀어졌다. 익숙해질 만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매일이 처음처럼 아팠다. 나는 나를 버리는 그에게 익숙해질 수 없었다.
뼈저리는 후회를 담은 미안하다는 말도 염치가 없을 수 있었다. 가슴을 찢고 흐르는 눈물도 가증스러울 수가 있었다. 내가 그에게 행하는 모든 것이 그랬다. 그런데도 나는 기다렸다. 그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 언젠가는 그가 화를 풀 거라는 근본 없는 믿음 하나로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순간 시꺼먼 어둠에 싸인 공간에 나 홀로 남았다.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기다리던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인정해야 했다. 그가 나를 완전히 버렸다는 걸.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건 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내 삶의 목표를 잃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래서 버림받은 걸 인정하지 못한 채 멈추지 않는 비가 내리는 바닷가에 서서 그가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런 꿈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는 기다림만 있는 꿈.
“왜 이래, 아침부터?”
숨도 쉴 수 없는 악몽이었다. 나를 끌어안는 온기가 아니었다면, 정신을 놓아 버렸을지 모를 정도로 잔인하고 무서운 꿈이었다. 나의 것보다 더 익숙한 남도하의 향이 그건 그저 꿈일 뿐이라고 말했다. 등덜미를 감싸는 손길이 이젠 안도해도 된다 다독였다.
“형… 사랑해요.”
“무서운 꿈이라도 꿨나 보네.”
그의 품에 더욱더 파고들며 꿈에서 감히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답을 하지 않았지만, 충분하다. 내 뒷덜미를 감싸 당겨 제 품에 품어 주는 것으로 내겐 충분한 답이 되었다. 이렇게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그는 과분한 마음을 베푼 것이나 다름없다. 사랑이라는 말을 건넬 수도 없던 상황에서 고작 며칠 만에 이 정도까지 발전한 것이니 오히려 기꺼운 마음이다.
“완전 악몽이었어요. 형이 저 버리고 가는 꿈이었어요.”
“도윤범, 진짜 버려 버리는 수가 있어….”
이 목소리는 참으로 익숙한 거다. 남도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읽어 낼 수 있다. 이건 꽤 진심을 담은 거짓말이다. 진심이 한 80% 정도 담긴 말이라고 할까?
“왜 화를 내요…. 너무 무서웠다니까요…?”
조금 더 죽는 소리를 냈다. 탄탄한 남도하의 가슴팍에 코가 짓눌릴 정도로 가깝게 다가갔다.
“손 떼라. 은근슬쩍 왜… 야!”
인정한다. 남도하가 저리 화를 내는 것 역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까 한 번만 해요, 네?”
그의 등을 감싸던 손을 바지를 바지 안쪽으로 찔러 넣었으니까.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쓸어 내리다 기습적으로 바지를 끌어 내렸다. 답을 기다려 줄 생각은 없다. 거지 같았던 꿈도 어서 떨쳐 버리고 싶고… 무엇보다 남도하와 아무리 붙어 있어도 자꾸 뭔가를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차올랐으니까.
그대로 머릴 그의 티셔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지난밤 섹스를 하고 씻을 때 쓴 바디워시 향이 옅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서 풍기는 남도하의 살 냄새가 내 충동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너 그러다 진짜… 하아, 후회한다.”
가만 보면 남도하도 말과 행동이 참 달랐다. 말하는 투는 그만두라는 협박 같았는데, 정작 그의 두 손은 내 머리통을 가만히 쥐고 있을 뿐 떼어 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내가 그의 살을 빨아 당겨 입안에서 혀와 비벼댈 때마다 목소리에 물기가 짙어지는 건 덤이다.
그래서 그냥 못들은 체했다. 가슴에서 복근을 지나 배꼽 근처까지 기다랗게 핥았다. 그럴 리 없는데 마치 달콤한 간식을 먹는 것처럼 입안에 감도는 남도하의 살결이 달기만 했다. 섬에 있는 동안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텐데 여전히 탄탄한 근육이 남아 있었다. 입술이 닿을 때마다 복근에 딱딱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리도 싫다하던 남도하의 성기는 잔뜩 성이 나 있었다. 거의 배꼽 근처에 닿을 것처럼 대가리를 쳐든 물건을 손으로 슬쩍 쥐었다.
“하아, 그만. 윤범아, 어제도… 윽….”
알고 있다, 남도하가 하려던 말을. 어젯밤에도 몇 번이나 쌌는데 아침부터 또 하려는 거냐는 말일 거다. 뭐 솔직히… 지난 밤 조금 무리하기는 했다. 나는 거의 반쯤 기절하듯 잠이 들었을 정도니까. 비단 어제뿐만은 아니다. 최근의 우리 일상이 이랬다.
남도하가 내게 돌아온 이후, 휴식을 핑계로 집안에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스케줄도 잡지 않았고, 나는 출근도 미뤘다. …당연히 연차다. 그냥 출근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도하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당겨썼다.
“우, 우읍…!”
“형이, 그만하라고 했지.”
그의 귀두를 할짝이고 있을 때였다. 매끈하고 탄탄한 대가리가 마치 어떤 과일을 연상시켰다. 한 번에 모두 삼키기 버거운 흉기를 대가리부터 부드럽게 머금고 있을 때, 뒤통수에 커다란 손이 올려지며, 딱딱한 성기가 입을 꿰뚫고 들어왔다. 제대로 벌어지지 않는 턱을 힘으로 한계까지 벌리며 목구멍까지 타고 들어가 버렸다.
“하아,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읏, 왜 그렇게 빨아대.”
“우, 읍…!”
생리 현상이다. 이런 걸 넣어서는 안 되는 곳에, 그것도 무식하게 커다란 게 파고들어 오자 목구멍이 이물질을 쫓아내려는 듯 오므라들었다. 하지만 그 경련 같은 움직임 역시 자극이었는지 허릴 쳐올리는 남도하의 행동이 조금 더 거칠어졌다.
처음엔 이 행위가 힘들기만 했다. 목젖이 짓눌리는 압박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고, 호흡이 달려 그대로 기절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 윤범아.”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입안 점막에도 성감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깨우쳤다. 귀두가 목구멍을 헤집고, 핏줄이 돋은 기둥이 혀와 입천장을 쓸고 왕복운동을 할 때마다 내 성기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스스로 그의 체모가 코에 닿을 정도로 깊게 삼켰다. 턱이 빠듯하게 당겨오고 숨이 가빠 한계가 머지않았지만, 이 숨 막히는 행위도 남도하가 선사하는 거라는 걸 되뇌면 흥분이 될 뿐이었다. 숨길 수 없는 흥분이 차올라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
“흐, 으읍….”
찌걱, 지꺽- 물기 젖은 마찰음이 더욱 요란하게 침대 위를 채워갔다. 점점 더 속도가 빨라지며 그의 허리짓이 내 고갯짓과 맞물리며 이미 한계까지 커졌다 생각한 성기가 목구멍을 더 벌리며 부풀었다.
“…잠깐, 빼! 윤범아…!”
그의 사정감이 몰려온 걸 깨닫고 귀두를 입안까지 빼내어 혓바닥을 비벼 댔다. 귀두를 둥그렇게 핥고 요도 구멍 근처에 혀를 세워 핥아 대자 처음으로 남도하의 두 손이 내 머리통을 감싸 쥐고 성기에서 떼어 놓으려 했다. 그렇지만 그 행동에 따라 줄 수는 없었다. 갈증으로 젖어 버린 것 같은 입안으로 새어 나오는 쿠퍼액이 달게만 느껴져 안쪽에 들어오지 않은 기둥을 손으로 흔들며 더욱 집요하게 핥아 사정을 재촉했다.
“아, 하아…!”
짤막한 신음과 함께 한껏 부풀어 오르던 성기에서 뜨거운 액체가 쏟아졌다. 지난밤 질릴 때까지 물을 뽑아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치 입천장을 뚫을 기세로 몇 번이나 정액을 토해 냈다. 기다랗게 이어지는 사정에 딱딱하게 굳은 남도하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그사이에도 계속해서 나온 정액이 입안을 가득 채울 듯 차올랐다.
“뱉어, 빨리….”
청개구리 심보인가. 남도하가 뱉으라 하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기도 했고. 내 입에 정액을 싸지른 것 때문인지 남도하의 얼굴엔 당황이 차올랐다. 아직 힘이 빠지지 않은 성기를 입에 문 채 그를 올려다보며 꿀꺽- 입안을 채우던 것들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도윤범!”
더럽지 않냐고? 그럴 리가. 남도하의 몸에서 나오는 게, 그럴 수는 없다. 비릿해야 정상인 정액마저 이리 달게 느껴지는 걸 보라. 예쁘기만 한… 아니, 조금은 흉측하다 할 수 있는 성기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춰 주고 입을 떼어 냈다.
“그걸 왜 먹고 있어…!”
“아침밥이에요.”
“차라리 밥을 해 줄게.”
“…아뇨. 그건 제발 참아 주세요….”
남도하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내 몸을 당겨 제 품에 안았다.
“힘들지도 않아?”
“좋아요. 형이랑 이러고 있는 거.”
남도하는 다정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섹스 중 그는 더욱더 다정했다. 지금도 그렇다. 무식하게 성기를 입에 밀어 넣던 기세는 어디를 간 것인지 내 뺨과 입술에 연신 입을 맞추고 있다. 그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심장이 간질거리는 기분에 더해….
“괜찮은지 확인 좀 해 봐야겠네.”
“아, 형… 잠깐, 아니에요. 그만…!”
“그래서 내가 아까 그만하라고 했잖아. 이렇게 잔뜩 세우고서 뭘 그만하라는 건데?”
성기가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마치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남도하와 닿을 때마다 이렇게 돼 버리고는 했다. 그가 내 티셔츠와 바지를 벗겨 버리자 발기한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고작 성기 정도라면 아무래도 좋았지만… 그의 목적은 틀림없이 그쪽이 아닐 거다. 내 몸을 그대로 돌려 버리는 걸 보면… 하아….
“상태가 어떤지만 보려는 거야.”
남도하는 말을 하며 내 아랫배에 팔을 집어넣어 허리를 들어 올렸다. 대가리는 침대에 처박히고, 무릎을 세워 궁둥이만 들리는 이 자세는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더군다나 그런… 곳을 남도하에게 내비쳐야 한다는 부분도.
“괜찮, 다고 했잖아요… 아…! 형, 그거… 윽…!”
또 거짓말을 했다. 제가 밤새 쑤셨던 구멍이 괜찮나 확인만 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뜨겁고 축축한 게 엉덩이골 사이를 쓸고 지나갔다.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와 살을 섞기 전엔 생각도 해 보지 못했던 행위였기에 그러기가 힘들었다.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는 듯한 남도하의 친절이 오히려 더 민망했다.
“흐, 읏….”
그보다 조금 더 싫은 건, 남도하가 행하는 이 짓이 싫지 않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조금씩 더 좋아진다는 거다. 아무리 침대 시트를 부여잡아도 새어 나오는 신음을 완전히 누를 수 없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그는 부러 쪽 소리가 더 크게 나도록 입을 맞췄다.
“너 엉덩이도 되게 예쁜 거 알아?”
…그럴 리가. 그걸 아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형… 그거 싫어요. 아….”
차라리 그냥 건네는 형식적인 말이었으면 어떨까. 왜… 어째서 내 엉덩이에 대고 저런 말을 하는 건데. 내 한쪽 엉덩이를 손으로 부드럽게 쓸며 반대쪽에 연신 입을 맞추는 남도하의 움직임에 죽고 싶은 생각이 조금 더 자라났다.
“이럴 때만 부끄러워하네. 안 어울리게.”
“흐, 으읏…!”
엊그제, 남도하가 말했다. 더는 신음을 참지 말라고. 한 번만 더 입안 살이 헤지면 다시는 잠자리를 갖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연하겠지만 나는 그 말을 잘 따랐다. 하지만 뾰족하게 힘이 들어간 살덩어리가 내 안쪽으로 파고드는 이 순간만큼은 어쩔 수 없다.
“하, 형… 만지지 말아요…!”
민망함 때문인지, 조그마한 혓바닥이 퍼트리는 흥분 때문인지. 머리통이 터질 것처럼 열감이 몰리는 와중에 또 다른 자극이 더해졌다. 내 가랑이 사이를 더 넓게 벌리며 파고든 손이 성기를 뒤로 당겼다. 빳빳하게 기립한 걸 억지로 당기는 힘에 허리가 휘며 상체가 더욱더 낮아졌다.
“아파요, 흐읏… 아프, 아…!”
또다시 불통의 남도하가 나왔다. 뒤로 잡아 뺀 성기를 감싸 쥐고 손바닥에 귀두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더욱더 깊게 혀를 밀어 넣었다. 질척이게 젖어 버린 구멍에서 빚어지는 소리도,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성기에서 나오는 마찰음도 더는 민망하지 않게 들려온다.
“어쩌지. 아직 부어 있는 거 같은데.”
“하아, 혀, 형….”
일부러 그러는 거 같다. 남도하는 내 성기를 더욱더 집요하게 흔들어 대며 엉덩이골 사이로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젖은 구멍 근처를 매만지는 손길마저 이젠 갈증을 부추긴다.
“이대로 넣으면 오늘 윤범이 식탁에 앉지도 못할 거 같은데….”
걱정을 하는 걸까? 아니, 아니다. 목소리와 달리 그의 손길은 뭔가 원하는 바가 따로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멈출 거였으면 처음부터 이리 정성스럽게 아래를 풀어 주지 않았겠지.
“…형.”
휘몰아치는 사정감을 털어 낼 겸, 몸을 일으키며 남도하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자는 거예요, 아님 하지 말자는 거예요?”
그러고서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어느새 티셔츠까지 벗어 던진 그의 가슴을 밀치자 그리 센 힘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별다른 저항 없이 뒤로 밀려났다.
“너 힘들까 봐 그렇지. 안 그래도 살 빠져서 속상한데.”
웃긴다. 목소리엔 틀림없이 걱정이 한가득인데, 내가 깔고 앉은 그의 성기는 엉덩이골 사이에서 무서울 정도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껄떡이며 점점 더 딱딱해지고, 거대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 멈춰도 괜찮아요?”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 대던 남도하의 손을 당겨 고개를 치켜든 내 성기로 이끌었다. 잠시 멈추었던 흥분을 이어가는 것처럼, 그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귀두를 끼운 채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범이가 안 괜찮은 거 같기는 한데….”
타인의 손길이라 이리도 쉽게 흥분하는 걸까. 아니면 나에게 닿아 있는 게 남도하라서 그런 걸까. 고작 손으로 몇 번 흔들어 댄 것만으로 쿠퍼액이 흐르며 찌그덕 대는 소리가 피어났다. 사정감이 몰려오는 건 당연했다.
“후회, 흣, 하지 말아요….”
손을 뒤로 뻗어 엉덩이 골 사이에 자리 잡은 살덩어리를 잡았다. 이미 녹진하게 풀어진 구멍에 귀두를 맞댔다. 그의 말대로 지난밤 꽤 거친 정사의 흔적으로 부풀어 오른 입구 부분은 더욱더 예민해진 것 같다. 유달리 커다란 귀두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하아, 무리하지 마. 진짜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무리…이기는 하다. 처음엔 내게 돌아온 남도하를 온몸에 새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밤낮으로 붙어 있으며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음에도 더욱더 그가 탐났다. 켜켜이 쌓여 가는 욕심과 달리 체력적 한계가 먼저 찾아온 건 사실이다.
“무리 아니에요, 읏…!”
구멍으로 귀두를 삼키는 것만으로 손에 잡힌 성기가 점점 딱딱해져 갔다. …보기와 달리 무식한 남도하의 물건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젠 이 일이 더는 어색한 게 아니라는 거다. 정말 살면서 상상도 해 보지 않았던 짓이지만 상대가 남도하라면 못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으, 아읏…!”
내 몸이 이상해져 버렸다. 죽을 만큼 아프던 일이었으나 이젠 아니다. 풀어진 내벽을 압박하며 들어차는 물건에 내 성기에 힘이 잔뜩 들어갈 정도로, 좋아졌다.
“하아… 이젠 혼자서도 잘하네?”
“그렇게… 흣, 움직이면…!”
내 허리짓에 맞춰 남도하도 느릿하게 엉덩이를 쳐올렸다. 기다란 물건이 쑤욱 빠져나갔다가 깊게 박혀 들 때마다 언제 몸이 힘들었냐는 듯 흥분이 차올랐다. 처음엔 어느 한 부분을 압박할 때만 쌓여 가던 흥분이었지만, 이젠 그의 성기가 닿는 곳 모두가 자극이었다.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하, 아윽… 그래도… 흣, 잠깐만요…!”
내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이 남도하의 움직임이 더욱 커졌다.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힘에 못 이겨 무릎이 절반쯤 세워지자 안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성기도 더욱 거칠어졌다. 마치 위장까지 밀고 들어오려는 듯 단번에 박혀 들었던 게 완전히 빠져나갈 것처럼 한없이 뒤로 밀려났다가 빠르게 밀고 들어왔다.
“처, 천천히…!”
“정말? 근데 왜 이렇게 허리를 흔들어?”
왜 내 입은 거짓을 말하는 걸까. 내벽을 한껏 벌리며 박아대는 그의 움직임이 거칠어질수록 사정감이 빠르게 쌓여 갔다. 조금만 더 하면, 내 성기만 몇 번 흔들어 주어도 절정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인지 그는 양손을 나와 깍지 껴 잡은 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그러니 더욱 애가 타 허리를 흔들어 댈 수밖에.
“하아, 윤범아….”
찰싹찰싹 엉덩이와 그의 아랫도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더 거세졌다. 거칠게 들어오는 성기에 밀려나지 않으려 허리에 잔뜩 힘을 주어야 할 정도로.
“형! 흣, 잠깐…!”
그의 성기가 파고들 때마다 눈앞이 점멸했다. 평소보다 훨씬 거친 속도 때문에 아래엔 힘이 잔뜩 들어가 버렸는데, 그게 또 남도하에겐 흥분이었는지 빠르게 밀고 들어올 때마다 성기가 딱딱해지는 것만 같았다. 거친 동작 때문에 느껴지는 통증과 내벽을 훑고 지나가는 성기가 주는 흥분이 아슬아슬하게 수평을 이루다가 점점 흥분 쪽으로 기울어 갈 때였다. 한순간 남도하의 움직임이 멎었다.
“하아, 하으… 형…?”
“…미안. 윤범이가 위에서 하니까 또 다르네.”
착각이 아니었다, 허리짓이 느려지며 내벽을 때리던 점액질의 느낌이. 안쪽에 깊게 박힌 채 부피를 키웠다 줄어들길 반복하며 기다랗게 사정을 이어갔다. 그는 내 팔뚝을 잡아채며 제 품에 잔뜩 당겨 앉은 채 여운을 즐겼다. 그곳이 망가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겹던 행위가 멈춘 게 다행이어야 하는데, 막상 멈춘 흥분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윤범이도 해 줄게.”
그는 우리 몸 사이 틈새로 손을 넣어 내 성기를 붙잡으려 했다.
“아니요.”
“왜… 삐졌어?”
그런 그의 손을 슬쩍 밀어내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입으로 해 줘…?”
“…됐어요.”
순간 망설였다. 그의 손도, 입도 틀림없이 나를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까. 하지만 홀로 즐기다 싸 버린 벌은 다르게 줄 거다. 여전히 내 안쪽에서 부피를 줄이지 않은 그의 것 위에서 느릿하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안쪽에 정액이 가득 차서 그런지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끈적이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피어났다.
“도윤범… 읏, 하지 마…!”
“하아, 형… 그러니까 왜 혼자 싸고 그래요, 흐읏…!”
그의 흥분은 끝났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아니다. 다급하게 내 허벅지를 움켜쥐며 몸을 빼내려 몸부림치는 남도하의 두 팔목을 붙잡았다. 미안하지만 힘으로 그가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당황에 젖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멈추지 않고 허릴 움직였다. 그가 직접 하던 것에 비하면 느릿하고 어설프기만 한 동작이었지만, 잔뜩 일그러진 채 나를 올려다보는 남도하의 얼굴만으로 내겐 충분한 자극이었다.
“도윤범! 진짜, 이상… 아, 이상해!”
어떤 느낌일지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이미 절정에 다다라 끝났어야 할 흥분이 계속해 이어지는 상황일 테니까. 이를 악물고 어떤 흥분을 누르려 애쓰는 남도하를 보며 더욱 부지런히 허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나도 태연하기는 힘들었다. 힘이 빠지지도 않는 성기는 점점 더 거대해지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흐, 으읏… 또 그럴 거예요?”
누가 누구에게 벌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정액이 넓게 펴 발라지며 매끄럽게 움직이는 성기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내 밑의 남도하가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예민해진 내벽이 수축하며 오므라들었고, 그럴수록 그의 성기가 더욱 생생히 느껴져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기어이 발끝이 말려들며 틀어쥔 남도하의 손목을 강하게 감싸 잡으며 흥분을 눌러야 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내 성기가 빠듯하게 아파 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니까… 아, 윤범아…!”
“하, 아윽…!”
최대한 참으며 흥분을 즐기려 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조금 빠르게 허릴 흔들며 그의 성기에 비벼대자마자 내 성기에서 기다란 정액 줄기가 쏘아졌다. 급하게 그의 손목을 풀어 주며 성기를 붙잡아 봤지만, 어찌 손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손으로 훑으며 사정을 재촉해야 했다.
“으, 잠깐…!”
그런데 남도하의 상태가 이상했다. 내 성기에서 정액이 튀어나올 때마다 그의 몸이 발작하듯 움직이며 나를 떼어 내려 애를 썼다. 다시 그의 두 손목을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아, 혀, 형… 흣…!”
안쪽에 낯선 느낌이 들었다. 뭔가가 쏟아져 나오듯 강하게 내벽을 때렸다.
“하아, 이게… 으읏…!”
내 사정에 맞춰 뒤가 조여들 때마다 안쪽을 가득 채운 남도하의 것이 크게 부풀며 무언가를 토해 냈다. 정액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다. 그 때문에 아랫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안쪽을 채운 정액에다 다른 액체까지 더해진 탓에 구멍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조금만 힘을 빼도 내벽을 때리는 물줄기가 밖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만, 형…!”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다.
“…멈추라고 했잖아.”
한참 만에야 요동치던 남도하의 성기가 잠잠해졌다. 그러고서 나온 그의 목소리엔 짙은 좌절과 민망함 같은 감정이 읽히는 듯했다.
“그렇게 좋았어요?”
“뭐?”
“제 안에다 실례할 정도로요…?”
“야, 야…!”
남도하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하아… 정말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귀여워서 죽겠다. 그는 제게 지금 벌어진 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뭐, 나도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인 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나 때문에 새로운 절정에 다다랐다는 게 기쁘기만 하다.
“뽀뽀해 주세요. 그럼 모른 척해 줄게요.”
여전히 우리의 몸이 이어진 채였다. 조심스럽게 상체를 숙여 그의 입술 가까이로 다가갔다. 아직 닿지도 않은 남도하의 얼굴에서부터 뜨뜻한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내 시선도 피한 채 좌절하던 그는 내가 하는 말에 슬쩍 시선을 맞췄다.
“…미안해. 네가 그렇게 움직이니까 참을 수가 없었어서.”
“괜찮아요, 형. 전 형이 더한 걸 해도…읍…!”
여전히 이상한 부분에서 부끄러워하는 남도하가 예쁘기만 하다. 급하게 입술을 포개며 혀를 밀어 넣는 걸 보니, 정말 이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나 보다. 아무래도, 그가 싸지른 건 오줌이 아니라 분수였다는 건 나중에 이야기해 줘야겠다. 조금만… 더 놀려 먹다가.
* * *
“대답해.”
“…맞아요, 시계. 근데 왜 지금 와서 그 얘길 또 꺼내는데요….”
차라리 침대에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무리하던 시간이 좋았다. 그 뜨겁던 시간을 보내고 찾아온 계절이 참… 춥다. 문제는 남도하가 외출 준비를 하다 찾아든 시계였다. 내가 그에게 처음으로 선물했던 것.
“내 위치 확인한 건 이거 하나야?”
“…….”
“도윤범. 이제 거짓말 안 한다고 했잖아.”
“하아… 잠깐만 기다려요.”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단다. 토끼 가면을 쓴 내가 어떻게 그렇게 모든 곳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지. 가라오케며 촬영 현장과 심지어 부산까지 쫓아갔으니까.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기는 했다. 무언가를 달아 놓지 않았다면 위치를 그렇게 실시간으로 알 수는 없는 게 맞으니까.
어쨌든 더는 남도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에게 붙여 놓은 물건들을 모두 꺼내기로 했다. 아쉽지만 뭐… 남도하가 내 곁에 있는데 더는 무슨 필요가 있겠나. 그때와는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방에서 몇 가지를 챙겨 거실로 다시 나왔다.
“…그게 전부, 그런 거라고…?”
“형이 뭘 입고 신을지 모르니까요.”
신발과 휴대폰, 모자, 지갑 그리고 옷가지 몇 개에도 달아 두었다.
“하아… 재주도 좋다, 참.”
“재주가 아니라 기술이 좋아요. 요즘은 이만한 거로 위치 추적이나 도청도 되거든요.”
얇디얇은 스티커 한 장이나 손톱보다 작은 칩 하나면 충분했다.
“진짜 한 번만 더 나한테 이런 거 달아 놓으면… 나도 똑같이 할 줄 알아.”
“…전처럼요…?”
“그래.”
남도하가 엄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아직 날 잘 모르는 것 같다.
“해요.”
“뭐?”
“제 몸에 위치 추적기도 달아 놓고 카메라도 달아서 감시해 줘요.”
남도하가 나를 훔쳐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짜릿할 거 같은데? 저걸 위해서라도 그에게 다시 추적기를 달아야 하는 건 아니려나 모르겠다.
“…말 잘 들으면 달아 준다니까.”
“정말요?”
“어.”
취소다. 그의 말을 잘 들어서 내게 추적기를 달게 하는 쪽이 좋을 거 같다.
“그만 갈까요?”
“그건 왜 가지고 나가?”
“…버려야죠…?”
“버리긴. 좀 그렇기는 하지만 나름 추억인데, 그래도.”
그렇게 싫다고 할 땐 언제고. 남도하는 뭔가 아련한 표정으로 내가 버리려 챙겼던 물건들을 도로 들고 들어갔다. 정말… 추억인가…? 결론적으로 나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마음을 먹을 정도로 치를 떨던 일이었는데…? 그의 표정만 봐서는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형 엄청 바쁜 거 알죠?”
“엄청은 무슨.”
며칠 만에 집을 나서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남도하를 집에 눌러 앉히고 싶지만, 그의 마음을 얻은 내가 찾아낸 타협점이다. 남도하의 몸과 마음을 오롯이 갖게 된 내가 그에게 줄 것은 믿음이다. 지난 실수를 만회할 뿐만 아니라, 그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남도하가 도윤범을 사랑하는데 아무런 의문도 남지 않도록.
“사실 살인자의 밤 끝나고 형 찾는 연락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휴가라고 둘러대는 것도 나름 한계였어요.”
“미안… 회사 옮기자마자 그래서 곤란했겠다.”
“곤란했죠. 처음부터 형을 위해서 만든 회사인데, 정작 주인공이 없어서 하마터면 직원들 다 실직자 될 뻔했다고요.”
절반은 거짓말이다. 그를 위해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린 건 사실, 직원들이 잘릴 뻔했다는 건 거짓말.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게끔 하려는 것뿐이다. 뭐… 표정을 보니 이 마음 약한 남자에게는 너무 효과가 좋은 것 같지만.
“뭐부터 해야 하는데?”
“우선은 인터뷰부터 하면 되는데… 그 전에 미용실 먼저 가요.”
“…또…?”
“당연하죠. 앞으로는 형 있는 데로 헤어 디자이너를 데려올 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미용실에 간다 할 때마다 동공이 흔들리는 남도하를 보면 자꾸 더 데려가고 싶어진다.
* * *
“지난 드라마에서 꽤 흥미로웠어요. 왜 여태 남도하라는 배우를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살인자의 밤 드라마 어떠셨어요?”
“음… 앞으로 기억에 많이 남을 작품인 거 같아요. 유달리 좋은 인연도 많았고요.”
어느새 저렇게 자연스러워졌을까. 드라마가 시작할 즈음만 하더라도 혼자서 인터뷰에 응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던 남자였는데, 이젠 제법 여유가 묻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한쪽 다리를 꼬며 살짝 비틀어 앉는 몸짓이 더해지자 그의 얼굴이 더 잘나 보인다.
“아, 그랬죠. 감독님이나 작가님도 다들 일해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셨고, 도하 씨는 회사도 좋은 곳으로 옮겼잖아요?”
“네, 감독님이나 작가님한테 많이 배웠어요. 회사는… 좋은 기회를 주셨어요. 저기 저분이 저희 본부장님이요.”
남도하의 지목에 기자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 남도하를 마주 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걸렸다.
“와, 엄청 미남이시네요. 거기에 어려 보이는데 본부장님이요?”
“일도 잘하세요. 이렇게 배우 인터뷰 현장까지 신경 쓰시는 거 보면 아시겠지만.”
“그런데… 전에 어디서… 아! 혹시 도하 씨 매니저 하시던 분… 아니에요…? 왜, 전에 인터넷에서 난리 났었던!”
“기억하시네요? 맞아요.”
“같이 인터뷰 한번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미쳤나, 내가 왜. 짧게 고개를 저어 거절을 표했지만, 끝까지 그럴 순 없었다.
“잠깐 같이해요, 본부장님.”
“…네….”
남도하의 부름이니까.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우고 그의 옆에 가 앉았다. 대부분의 질문은 함께 출연했던 예능에 대한 거였다. 그 당시 수많은 인터뷰를 거절했어서 그런지 기자는 다소 흥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았다.
“서주언 씨랑은 여전히 사이가 좋으신가요?”
“뭐… 그렇죠. 가끔 연락하니까요.”
내 답변에 남도하의 시선이 닿았다. 아마 내 입에서 서주언과 사이가 좋다는 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거 같다. 여태 연락을 한다는 말도. 하지만 사실이다. 뭐… 그렇게 썩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 사이인 것도, 가끔 연락을 한다는 말도 거짓은 아니다. 기자는 K&M에서 남도하를 콕 찍어 영입한 것부터 서주언과의 관계까지 궁금한 게 많았는지 꽤 많은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으니 최대한 숨김 없이 답을 해 줬다.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 투샷만 올려도 오늘 인터뷰 대박이겠네요.”
“기자님, 오늘 기사는 최대한 회사가 부각되게 써 주세요. 우리 본부장님이랑요.”
“어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굳이 안 그래도 충분히 부각될 것 같으니까.”
무슨 소리냐, 당연히 배우가 더 관심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봤지만, 이번만큼은 남도하와 기자의 마음이 일치했다. 할 말이 많았지만 기자 앞에서 의견 충돌을 보일 수도 없어서 우선은 남도하와 둘이 남는 순간을 기다렸다.
“형, 배우 인터뷰인데 회사 홍보를 왜 해요.”
“우리 윤범이 훙보하는 건데.”
“그러니까, 왜요.”
“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배우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서? 그게 이 일 아니야?”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남도하의 곁에 서서 그를 지켜 주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언제까지 내 매니저를 할 수도 없잖아. 배우라고는 나 하나뿐인데, 우리 안 망하려면 윤범이랑 회사도 빨리 자리 잡아야지.”
…그럴 리가. 망하고 싶어도 절대 망할 수 없는 회사였지만 우선은 그의 장단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나에 대한 일로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주언이 형이랑 연락하고 지낸다고…?”
“네.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왜…?”
순간 고민이 들기는 했다. 서주언에 대해서 모두다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 더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애매한 투로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형은 서주언 보면서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남도하는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느끼긴 했지…. 이상하게 친절하다고…? 특별히 그럴 이유가 없는데.”
“사실은 서주언이랑 강태운이랑 사귀는 사이거든요. 뭐, 사이가 썩 좋은 건 아니고… 애증 관계라고 할까요.”
내가 한마디 한마디 꺼낼 때마다 남도하의 얼굴엔 경악이 차올랐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그가 내 정체를 알아채게 된 것과 서로의 비밀을 공유했던 일도 모두 털어놓았다.
“…근데… 좀 이상하잖아? 복수를 하려고 곁을 맴돈 게 아니면 뭔데…?”
서주언의 동기를 듣고는 나도 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놈도 확실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보고 싶었대요. 우리가 과연 어떤 말로를 맞이하는지.”
좀 더 정확히는 이런 사랑이 있는지 궁금했다고 했다. 내가 하는 미친 사랑이. 또 그 마음을 과연 남도하가 받아 주게 될지 보고 싶었다고. 어쩌면 만신창이가 된 제 연애도 사랑이 전제였다는 확신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더 말도 안 되는 타인의 연애를 보며 제가 하는 사랑은 비교적 정상적이었다는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리고 적어도 그는 우리의 연애를 진심으로 응원하기는 했다. 남도하가 돌아왔다는 말에 꽤 즐거워하던 서주언을 보면 틀림없다.
“확실히… 그 형도 제정신은 아니구나….”
맞다, 미친놈.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 * *
“형? 듣고 있어요?”
“어…? 미안, 잠깐 졸았어.”
“…피곤해요?”
아무래도 내가 너무 과하기는 했나 보다. 의욕이 앞섰다고 해야 할까. 남도하는 언제나 일에 있어서만큼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 그의 스케줄을 잡았다. 그렇다고 아무 일정이나 잡았던 건 아니다.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가 실력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만 정했다. 예를 들자면 CF라든지 영화 쪽이다.
특히 요즘 시리즈로 방영되는 K&M 계열사 브랜드 광고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도 추가 촬영을 하고 막 집에 들어온 길인데, 남도하의 체력이 바닥난 것 같다.
“괜찮아. 네가 더 피곤하겠다. 회사 일도 보면서 내 일정까지 따라다니니까.”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던 남도하가 내 어깨를 잡아 등이 제 쪽으로 향하게 돌려 앉혔다. 뭘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큼직한 손이 승모근을 꾹꾹 쥐었다 풀길 반복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말도 맞기는 했다. 이젠 회사 일에서 정말 손을 떼려는 건지 K&M 엔터를 맞고 있던 작은 아빠는 모든 일을 내게 미루고 있었기에 회사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다소 벅찼다.
“저도 괜찮은데요. 제가 이 일을 하고 싶은 건 형이랑 붙어 있고 싶어서니까요.”
“그래도. 이제 다른 매니저 붙여서 다니는 게 나을 거 같아. 요즘 윤범이 살도 안 찌는 거 같아서 좀 속상하려고 해.”
어깨를 주물러 대던 손길이 가슴팍과 배로 향했다. 이 바보 같은 남자는 내가 어떤 기분인지도 모르고 양손으로 배와 가슴을 살포시 쥐었다. 그의 품에 반쯤 기대어 고개를 뒤로 슬쩍 돌렸다.
“그건 일 때문이 아니지 않을까요…?”
나를 보며 무슨 말인가 하려 벌어진 입술에 입을 맞췄다. 처음엔 주춤 뒤로 물러서려던 그는 내 몸을 감싸 안으며 조금 더 편하게 혀가 섞일 수 있게 얼굴을 가져다 댔다. 언제 피곤했었냐는 듯 남도하의 혀가 입안에 파고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쪽으로 들어온 말캉거리는 살덩어리를 이가 닿지 않게 물었다. 마치 다른 무언가처럼 입을 가득 채우며 깊숙하게 밀고 들어오는 힘에 머리가 밀려날 것만 같았다.
“으읍….”
삽시간에 입안에 타액이 차올랐다. 내 몸을 감싸는 그의 손에 흥분의 크기만큼 힘이 더해졌다.
“하아… 오늘은 진짜 안 돼.”
이다음을 기약하는 행동을 하다가, 그가 빠르게 혀를 빼며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
“…이렇게 멈추면 어떻게 해요…?”
막 시작하려던 흥분을 멈추기 힘들었다. 이 뒤에 있을 달콤함을 알고 있으니까. 몸을 돌려 그를 향해 슬쩍 손을 뻗어 보았지만, 단호한 손길이 막아서며 손가락을 사이사이에 끼워 깍지 껴 잡아 버렸다.
“진짜 안 돼….”
남도하의 표정만 보면 미련이 뚝뚝 떨어진다. 아무리 봐도 말하는 내용과 표정이 불일치한다.
“…왜요?”
“내일, 시상식이잖아. 다 죽어가는 꼴로 갈 수도 없고.”
“아….”
잊고 있었다. 내일이 바로, 연기 대상 시상식이 있는 날이라는 걸. 거기에다 그냥 참석도 아니었다.
“하긴, 남우 조연상에 베스트 커플상까지 노미네이트 됐으니까….”
살인자의 밤이 당연히 잘 되리란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 까닭에 연말 시상식도 참석하게 됐다. 하지만 저 망할 놈의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 걸 그랬다. 해외 스케줄이든 영화 촬영이든 일정을 잔뜩 잡아 버릴걸….
“에이, 그냥 장난처럼 올라간 건데 뭘.”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예요. 하필 왜 서주언이냐고요. 여자 주인공도 따로 있었는데 왜, 하필 형이랑 베스트 커플상을….”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인터넷 투표로 베스트 커플상을 시상한다고 하는데, 남도하와 서주언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투표 결과는 비공개였지만 서주언의 팬덤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쉽게 답이 나왔다. 접속 폭주 때문에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으니 보나 마나다.
“어차피 서로 따로 커플 있잖아. 그쪽도 그렇고 나는… 윤범이 있는데 뭐가 문제야.”
“그걸 우리만 아니까 문제죠. 확! 진짜 문신이라도 새겨 버릴까 봐요. 도윤범 거, 이렇게.”
“…이미 옷 안쪽은 충분히 문신처럼 남아 있거든…? 어디 가서 웃통도 못 벗어, 나.”
알고 있다. 남도하의 옷 안쪽은 내가 남긴 울긋불긋한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 지워지는 속도보다 새로 남기는 게 더 많다. 그런데도 만족이 안 된다. 아무리 가깝게 갖고 있어도 더욱 탐나는 신기한 남자다.
“서주언한테 너무 웃어 주지 말아요. 자리도 저 멀리 떨어져서 앉고.”
“별걱정을 다 해. 그냥 참석만 하는 건데, 뭘. 그래도 좋기는 하다. 여태 한 번도 못 가 봤었는데, 이번엔 후보로 가게 됐잖아?”
“이제야 형 자리 찾은 거죠, 뭘.”
남도하는 아직도 자신이 얼떨결에 벼락 스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가끔,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충분한 재주와 재능이 있음에도 공정하지 못한 기회로 인해 그 본 모습을 모두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남도하가 그랬다.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연기하였지만, 유달리 운이 따라 주지 않은 케이스였다. 난 그저 그런 그가 동등한 기회를 가져 볼 수 있도록 자리만 만들어 주었을 뿐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단번에 제힘으로 인정받았다.
“내일도 형이 주인공일 거예요.”
점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그를 보는 일이 썩 달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저 높이 올라가는 그의 옆자리는 여전히 나의 것이니까.
“왜 이렇게 예쁜 말만 하지, 윤범이가.”
“읏… 형…!”
“이럼 나도 더는 못 참잖아.”
남도하의 손이 옷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내일도 피곤이 조금 더 더해지는 하루가 될 것 같다.
* * *
“후우… 떨린다. 저기 카메라 많은 거 봐.”
시상식 장소 앞엔 기다란 레드카펫이 깔렸다. 그리고 그 중간에 기자들을 위한 포토존이 있었다. 배우들이 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 차에서 대기하다가 한 팀씩 차례대로 입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쪽이랑 같이 들어가요?”
“너랑 들어갈 것도 아닌데 신경 끄지?”
하필 서주언이랑 함께 입장하게 됐다. 드라마에 출연진이 몇 명인데, 하필 또 이 새끼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정말 악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이, 둘이 친하다면서 왜 싸우고 그래요.”
“미쳤어? 도하야, 너도 다시 생각해 봐. 이 새끼 완전 또라이니까.”
서주언이 남도하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아, 다행이다. 나와 서주언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 같다. 저 미친 새끼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중에 입을 찢어 버릴까 보다. 아니다, 그보다 더 좋은 수가 있구나.
“강태운 다음에 들어가는 드라마 투자사에 K&M 있는 거 못 보셨나 봐요?”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오지.”
“글쎄요. 한마디만 더 하시면 강태운 다음 작품이 저예산 미니시리즈가 돼 버릴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서주언이 아무리 대단한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관심 없다. 그에게 특별히 잘 보여야 할 위치도 아니고. 다만 걱정이라면 남도하가 내 모난 성격을 알아챌까 하는 것뿐이다.
“이거 너무 갑질 아닌가. 요즘 세상이 어떤데. 그치, 도하야?”
“…확실히 둘이 사이가 좋구나…. 뭔가 질투 날 거 같네요…?”
…뭐, 그의 눈엔 지금 상황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지만.
“두 분, 같이 입장하실게요.”
나와 서주언 사이에 공방이 오가던 사이 순서를 기다리던 차량이 천천히 전진해 레드카펫 앞에 멈춰 서고,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남도하와 서주언이 차에서 내렸다. 나도 몇 발짝 떨어져 그들을 따랐다. 공식적으로는 방송국 관계사 VIP, 비공식적으로는 남도하의 매니저다.
“이쪽도 봐주세요! 여기요!”
그렇게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남도하가 서주언을 에스코트해 주는 듯한 그림이 나왔다. 과도한 스킨십은 아니었지만 슬쩍 팔뚝을 잡은 채 포토존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터지며 셔터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이젠 익숙하게 카메라를 마주 보는 남도하와 서주언의 그림이 좋기는 했다. 더군다나 두 사람 다 격식을 갖춘 슈트를 입고 있어서 마치 화보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못마땅함이 반, 기쁨이 반이다. 서주언이 옆에 있는 건 못마땅함, 남도하가 저리 빛나는 건 기쁨.
“윤범아!”
기자들의 요구에 꽤 긴 시간 포즈를 취하고야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도하가 살인자의 밤 주조연들과 함께 자리 잡는 걸 확인하고 내 자리로 향하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너 인마,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얼굴, 이원호다.
“무슨 일이세요, 여긴? 양우준은 못 왔을 텐데.”
“…우준이야 뭐, 연락도 안 되니까. 우리 회사 애들이 축하 공연해서 데리고 왔지.”
양우준은 여전히 제 스토커 연인과 함께 벌을 받는 중이다. 감히 남도하를 죽이려 했던 벌. 내 화가 풀어지는 순간까지이지만, 아마 이번 생에는 끝나지 않을 거 같다.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감정이 마구 샘솟고 있으니까.
“그럼 잘 보고 가세요.”
“혹시, 너희는 매니저 안 구하냐…?”
이원호를 지나쳐 가려 할 때,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저기까지도 소문이 퍼졌겠구나. 내가 몰랐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 어떤 연예인이라도 이원호에게 맡길 생각은 없다. 특히 남도하라면 절대.
“네. 저희는 아직 추가로 확장할 생각이 없네요.”
“그래도 내가 도하랑….”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러게, 남도하가 옆에 있을 때 잘했어야지. 남도하의 부탁이라면 데려오지 못할 것도 없을 거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이원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줄을 잘못 선 대가이니 어쩌겠나.
* * *
“다음은 남우 조연상입니다. 후보 먼저 만나 보시죠!”
길고 긴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런 자리가 별로 즐겁지는 않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일절 없으니까. 그저 남도하를 보기 위해 참석한 것뿐이었는데, 드디어 다시 그가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네 명의 후보 중 단연 돋보이는 얼굴이었다.
“조금 전에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남도하 씨도 포함돼 있네요.”
앞서 진행된 베스트 커플상도 남도하와 서주언의 차지였다. 뭐… 놀랍지는 않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이었고, 그건 그저 팬 서비스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이라 어디에 내세울 것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조연상은 다르다. 주연상만큼 관심을 받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베테랑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어 수상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이번에도 후보들 모두 연기 경력 10년 이상이었다. 아역부터 시작한 남도하도 포함이다.
“그럼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수상자는… 살인자의 밤 남도하 님!”
솔직히 이변은 아니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상이었다. 객관적으로 연기력도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남도하만큼 짙은 여운을 남긴 배우는 없었다. 커다란 박수 소리가 시상식장을 가득 채웠다. 남도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른 배우들의 축하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갔다. 그렇게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 했는데, 남 일처럼 여기며 준비하지 않더니 당황한 게 멀리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생각도 못 한 상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래도 배우는 배우인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기특하다고 할까, 뭉클하다고 해야 하려나. 마치 내가 키운 아이가 드디어 세상에 홀로서기를 하는 것 같은 마음이다. 아이라는 표현도 홀로서기라는 표현도 틀리지만, 어쨌든.
무대 위에 선 남도하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거리가 멀었음에도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는 저리 웃는 얼굴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 모습을 보자니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내 곁에서 웃는 남도하만큼 빛나는 건 없다. 저 미소를 지켜 줄 거다, 어떻게든.
남도하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거다.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준비된 곳으로.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