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급 비명헌터-326화 (326/366)
  • 326화

    [파괴자의 역린]

    [현재 체력 : 400,000]

    [*파괴자의 역린 파괴 시 파괴의 충동을 제거할 수 있다*]

    [*파괴의 충동 제거 시 파괴자 김강희를 각성자로 돌려놓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파괴자의 역린은 징그러운 생김새를 갖고 있었지만 아직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콰과광!!

    오직 김강희만이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역할을 나누자! 최민 헌터, 레일리 두 사람은 김강희를 막아줘. 저건 우리가 공격할 테니까.”

    “내게 맡겨라.”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대답한 후 김강희를 향해 달려갔다.

    ―퍼버벙!

    방공호를 닮은 불의 벽이 우리와 파괴의 충동을 덮었고 덕분에 김강희의 공격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졌다.

    “흡!”

    ―콰앙!

    조슈아가 숨을 들이마시며 파괴의 충동 정중앙에 검을 찔러넣었다. 그가 자신을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며 오히려 그 위로 용암을 들이부었다.

    [현재 체력 : 331,592]

    ‘방어력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야.’

    방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과 달리 이 녀석은 단단하지 못했다.

    ―콰과광!!

    하지만 파괴력만큼은 위협적이었다. 파괴자의 역린의 몸을 뒤덮은 손이 갑자기 길어지더니 우리를 집요하게 쫓았고 그 과정에서 땅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윽!”

    조슈아가 중심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자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나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탕!

    내 탄환과 센의 광휘가 동시에 그것을 꿰뚫었다. 조슈아는 용암을 터트리며 거리를 벌린 후 나와 센을 향해 고맙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조슈아도 비스에 비해 괜찮을 뿐이지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몸은 아니다.

    남아 있는 두 번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 모두의 부상을 최소화한 상태로 페이즈에 임해야 한다.

    “칼리!”

    “왜 그러느냐, 빛의 아이야!”

    “비스 좀 데리고 와 줘!”

    칼리가 낫을 휘두르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의문을 품은 얼굴 수십 개가 일제히 나를 향하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곧 칼리가 고개를 끄덕인 덕분에 긴장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탁.

    비스를 안아 든 칼리가 곧 내 옆으로 와 그를 내려주었다. 비스는 어느새 혼자서 서 있을 정도로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조슈아, 이쪽으로 와! 센 씨, 공격력 강화할 테니까 계속해서 공격 부탁할게요!”

    “알겠어요!”

    “세빈아, 특성 활성화할게!”

    “응!”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모든 생명체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수긍]

    내 지시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조슈아가 용암을 흩뿌리며 내 쪽으로 달려오는 동안 나는 ‘구원자의 가호 아래’ 창을 열어 세빈이와 센의 능력치를 조정했다.

    ―쾅!!

    [현재 체력 : 244,472]

    강화가 제대로 들어간 걸 보여주듯 세빈이의 그림자가 요동칠 때마다 커다란 폭발이 일었고 녀석의 체력이 무섭게 닳기 시작했다.

    “신지의 헌터, 무슨 일이세요?”

    “둘 다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아서.”

    ―키이잉.

    녹두를 바로 소환하자 이 영리한 털 뭉치는 내 뜻을 바로 알아채고 배리어를 만들었다. 새하얀 빛무리가 두 사람의 주위로 날아들었고, 조금 당황한 눈치의 조슈아가 입을 열었다.

    “비스 씨는 치료가 더 필요하지만 전 나가서 싸울 수…….”

    “이다음 몬스터가 어떤 녀석이 나올지 몰라서 그래.”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각성자 ‘조슈아 체스터’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불안]

    ―파아앗.

    조슈아의 목 부근에서 새하얀 빛이 점멸했다. 곧이어 팔과 복부, 그리고 허벅지 뒤쪽까지. 조슈아의 몸엔 빛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멀쩡한 사람의 몸에 저렇게 많이 붙어 있을 리가 없지. 너나 나나 피차 마찬가지다.”

    “…….”

    비스가 내 말을 거들었다. 그의 몸도 이미 빛무리를 뒤집어쓴 지 오래였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덧붙였다.

    “너희 둘 다 없어선 안 될 전력이고, 또 내게 있어 소중한 동료들이야.”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모든 생명체가 동요한다.]

    “너희들이 나중에 다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는 거니까, 적어도 이번 페이즈만큼은 여기서 치료에 집중해 줘.”

    [발언 결과 : 수긍]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서야 두 사람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조슈아는 배리어의 가장자리로 몸을 옮겨 배리어 너머의 파괴자의 역린에게 용암을 들이부었다. 거리가 있던 탓에 평소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현재 체력 : 199,992]

    ―쿵, 쿵.

    “욱…….”

    “너야말로 컨디션 조절 좀 해야겠군.”

    “지금만 잠깐 그런, 흡, 거야…….”

    세빈이와 센이 더욱 큰 힘을 낼수록 내장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도 함께 강해져 똑바로 서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저 입을 틀어막은 채 호흡을 가다듬으며 배리어 밖의 동료들이 싸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쾅!

    기어코 김강희의 공격이 최민 헌터의 벽을 뚫었다. 하늘에서 무거운 철제 의자가 떨어져 센과 세빈이를 파괴자의 역린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의자는 땅에 닿자마자 폭발하듯 부서지더니 곧 파편들이 사방으로 넓게 흩뿌려졌다.

    파편은 거의 총알에 가까웠다. 파편의 일부가 배리어에 박히자 자잘한 실금이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진짜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때 무너진 불의 벽 사이로 김강희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파괴자 ‘김강희’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분노]

    하지만 김강희의 감정이 끓어 넘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난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김강희는 내 대답에 조용히 분노하며 허공으로 손을 휘둘렀다.

    ―쿵.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뻔한 폭발은 아더의 방패에 막혀 그대로 김강희를 향했다. 자신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어서일까, 무적 상태를 유지하던 그의 몸에 작은 노이즈가 생겼다.

    ―쿠구궁.

    파괴자의 역린이 팔을 안으로 집어넣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맹렬한 속도로 정원을 헤집던 녀석은 다시 공중으로 튀어 올라 센 쪽으로 떨어졌다.

    ―퍼버벙!!

    하지만 세빈이의 그림자가 녀석의 몸을 먼저 관통했고 달그림자가 한 번 더 시전되자마자 녀석의 몸이 폭발해 팔 서너 개가 후두둑 떨어졌다.

    [현재 체력 : 98,587]

    어느새 체력이 10만 밑으로 떨어지면서 파괴자의 역린과의 전투도 서서히 끝이 보였고, 조슈아와 비스 역시 전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치유되었다.

    그들은 배리어 너머로 스킬을 사용하며 역린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 했다.

    “칼리 님!”

    “알겠다!”

    ―콰과광!

    칼리의 손에 들려 있던 수십 개의 무기가 하나의 거대한 창으로 합쳐졌다. 모든 손이 창을 단단히 쥔 채, 칼리는 파괴자의 역린 쪽으로 몸을 날렸다.

    ―쿵!

    땅이 진동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무시무시한 창 날이 파괴자의 역린을 꿰뚫자 녀석은 몸을 파르르 떨며, 제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십 개의 팔로 창을 겨우 뽑아냈다.

    [현재 체력 : 25,281]

    “아악!”

    불의 벽 너머로 김강희의 비명이 들렸다. 파괴자의 역린이 소멸 직전의 상태임을 직감했다. 센과 세빈이가 시선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검을 꽉 쥐고 역린을 향했다.

    ―서걱!

    흑과 백의 궤적을 남기며 두 검이 파괴자의 역린의 허리를 벴다. 견고하게 붙어 있던 팔들이 힘없이 밑으로 떨어지고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검붉은 액체가 녀석의 몸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현재 체력 : 0]

    ―퍽.

    녀석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팔이 잔디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더니 끈적하게 녹아내렸다. 그렇게 녀석은 질척거리는 액체만 남기고 완전히 사라졌다.

    “금방 해치웠군. 다들 무사한가?”

    “덕분에요. 두 분도 괜찮으신 것 같군요.”

    불의 벽이 걷히고 최민 헌터와 레일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센이 그들을 맞아주며 나와도 시선을 한 번 교환했다.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니 심장의 떨림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치지직.

    [파■자]

    [■상의 적, 신세계의 ■인]

    얼마 안 있어 김강희를 나타내던 설명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먹힌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늘이 가깝게 있는 거지……?’

    ―툭.

    “헉……!”

    분명 정신은 또렷했는데 눈이 한 번 더 떠졌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니 조슈아와 비스가 내 양팔을 잡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비스의 미간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빨리 그 이상한 강화 능력 그만두지 그래?”

    “…나 방금 기절했었어?”

    “직전이었죠~ 갑자기 몸이 뒤로 넘어가시던데요?”

    난 급하게 구원자의 가호 아래를 비활성화했다. 두 사람에게 의지했던 상체를 일으키고 나서야 컨디션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듯했다.

    “하하, 하하하……!”

    녹두의 배리어를 해제하고 모두 합류하자 김강희가 크게 웃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부식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떨어지고 있었다.

    “전부 허세다, 신경 쓸 가치도 없지.”

    칼리가 비스의 곁으로 돌아오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김강희는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승기는 우리 쪽으로 천천히, 그리고 매우 확실하게 넘어오고 있었다.

    “지의야, 다음 건 어디 있어?”

    “지금 한번 볼…….”

    “이미 들킨 마당에 자네들을 번거롭게 할 순 없지.”

    김강희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콰과광!

    “윽!”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커다란 석상 하나가 우리가 서 있던 땅 바로 밑에서 치솟았다. 급하게 몸을 돌려 피하긴 했지만 발목이 욱신거리는 걸 보니 근육이 놀란 것 같았다.

    ‘이건 창조자의 파편들이잖아…….’

    몸 하나에 창조자의 파편들의 머리 다섯 개가 붙어 있었다. 미식가, 소설가, 연기자, 화가, 그리고 음악가까지. 방금 창조자를 먹어 치우고 형체가 사라진 녀석들이었다.

    [예술가의 역린]

    구원자의 왼쪽 눈동자로 보니 곧바로 이름이 나타났다. 김강희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는 눈을 크게 뜬 채 우리의 다음 전투를 기다리는 듯했다.

    “…다들 준비됐지?”

    “응.”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찝찝한 기분과 함께 석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쿠구구궁.

    [예술가의 역린]

    [현재 체력 : 3,250,000]

    [*예술가의 역린 파괴 시 예술가를 제거할 수 있다*]

    [*예술가 제거 시 파■자 김강희를 각성자로 돌려놓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징그러운 체력을 보고 나서야, 김강희가 묘하게 자신감 있는 태도였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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