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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급 비명헌터-247화 (247/366)

247화

―쾅!!

내 위로 쏟아지는 빛줄기에 재빨리 실드를 뽑아 공격 방향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직격으로 맞은 탓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어 녹두의 등에서 떨어졌다.

“읍……!”

그러자 저주의 영향으로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턱 하고 막혔다.

―타닥!

반강제로 숨을 참은 채 허공에 착지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녹두가 곧바로 내 등에 제 머리를 댔다.

“푸하……!”

‘언니 괜찮아?!’

조금도 들어오지 않던 산소가 이제야 폐에 스미는 듯했다. 고작 몇 초 정도 못 쉰 것일 뿐인데 갑작스럽게 벌어져서인지 숨이 턱 끝까지 찼다.

‘방금 그 스킬은 분명히 센의 광휘였어.’

역사를 이어가는 자에게 정신이 팔려 센을 흉내 내는 다른 몬스터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센을 닮은 것뿐만 아니라, 센의 스킬까지 흉내 내다니. 경계를 절대로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내게 공격을 퍼부었던 녀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최민 헌터의 불꽃을 피하는 동시에 세빈이의 그림자를 전부 끊어놓는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가 있었다.

―탕, 탕, 탕.

녹두의 등에 올라타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던 탄환이 정확히 녀석의 발목을 향했다.

―쿵!

“쳇……!”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가 검으로 땅을 지탱한 채 그대로 몸을 띄웠다. 내 탄환은 애꿎은 바닥만 파고들었을 뿐이었다.

―우우웅.

방아쇠를 길게 당겨 공기부터 진동시켰다. 빠르게 움직이던 두 몬스터의 행동을 묶어두자 여기저기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나이스 타이밍이다, SS급!”

―쾅!

이시카와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소리치곤 역사를 이어가는 자의 다리를 내리쳤다. 녀석이 크게 휘청거리자 뒤에 있던 사와구치가 녀석의 허리를 횡으로 베었다.

‘문제는 이쪽이군.’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파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최민 헌터와 세빈이의 공격을 막았다. 녀석은 역사를 이어가는 자보다 확실히 강했고, 센의 전투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했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는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결과는 같았습니다.]

[정의를 행하는 것입니다.]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 3,174 / 4,000]

―챙!!

녀석의 검과 세빈이의 영이 부딪혔다. 그림자가 녀석의 두 발을 꽉 붙잡기 무섭게 광휘를 소환해 세빈이와 거리를 벌렸다. 그후 검으로 그림자를 끊어내 다시 두 발이 자유로워졌다.

‘녹두야, 조금만 밑으로 가자!’

‘알겠어!’

녹두가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의 머리 위로 빠르게 하강했다. 고막을 때리는 바람 소리에 폭발음과 마찰음이 실려 왔다.

―철컹.

자아를 바주카로 바꿔 포구를 녀석의 머리로 향했다. 그의 머리 너머로 보이는 세빈이와 눈이 마주치자 세빈이는 제 그림자에서 수십 개의 손을 뽑아 녀석의 몸 전체를 옭아맸다.

―퍼버벙!!

커다란 소리 포탄이 녀석의 머리를 관통했다. 새하얀 형체가 노이즈가 낀 것처럼 크게 흔들리고 녀석의 몸에서도 새하얀 가루가 피처럼 흘러나왔다. 검은 손들이 다시 세빈이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자 녀석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가 조금씩 분노합니다.]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삶은 의미가 없습니다.]

―바스락.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어.’

녀석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몸을 맡긴 것처럼 힘없이 흔들리던 고개가 갑자기 나를 향했다.

[정의 구현 대상을 찾았습니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는 오직 그 대상만을 공격합니다.]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 2,563 / 4,000]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의 등 뒤로 새하얀 원이 떠 올랐다. 센을 흉내 내던 녀석은, 기어코 그의 고유 스킬인 ‘아마테라스의 의지’까지 구현해 냈다.

―쾅!!

“이런……!”

―탕, 탕, 탕.

녹두가 빛처럼 달려 녀석과 거리를 벌리는 동시에 나도 자아의 방아쇠를 당겼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는 몸을 돌려 탄환을 피한 후 도장의 지붕 위로 착지해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쾅!!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녀석이 순식간에 내 눈 바로 앞까지 뛰어올라 녹두의 등 위로 착지했다.

‘젠장할. 방법이 없네……!’

“흡!”

―끼기긱!

배트로 녀석의 검을 막아낸 후 숨을 참았다.

‘언니!’

녹두의 외침을 뒤로한 채 녀석의 등 뒤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도 검을 높이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칠 자세를 취했다.

―쾅!

배트로 녀석의 손목을 먼저 가격해 검을 놓치게 만든 후 곧바로 머리를 내리쳤다.

“윽!”

하지만 녀석은 그 와중에도 내 옷자락을 낚아채 나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콰그작!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온몸에 묵직한 고통이 퍼졌다.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려 자아를 확성기로 바꾼 후 녀석의 옆구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눈앞에 새하얀 가루가 퍼져 나가는 걸 보니 제대로 맞긴 했나 보다. 녀석이 바닥에서 몸을 파르르 떠는 사이 난 재빨리 일어나 공중으로 도약했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체력 : 2,017 / 4,000]

상태창이 눈앞에 나타나기 무섭게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한 바퀴 돌았다.

―쾅!!

“커헉……!”

녀석이 내 발목을 움켜쥐어 다시 바닥에 처박은 것이다. 서서히 숨이 모자라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지만, 녀석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게 기회야……!’

―철컥.

구원자의 무기 창고에서 바주카부터 꺼냈다. 바닥을 지지대 삼아 위로 세운 후 녀석의 어깨를 향해 조준하자 녀석이 순간 멈칫하더니 뒤로 물러나려 했다.

―퍼버벙!!

지면 전체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포탄이 녀석의 어깨를 터트린 것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몸의 일부가 날아간 녀석이 멀쩡한 팔로 빈 어깨를 감싸 쥐며 나와 거리를 벌렸다. 어느새 녀석의 뒤에 있던 후광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는 좌절합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뿐입니다.]

[방어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체력 : 947 / 4,000]

방금 공격으로 체력을 많이 깎은 덕에 녀석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됐다. 서서히 이 전투의 끝이 보였다.

―바스락.

“윽……”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앞이 핑 돌았다. 녀석의 공격을 피하느라 급급해 그동안 내가 숨도 못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하늘과 땅이 뒤죽박죽 섞여 중심을 크게 잃는 동시에.

―텁.

“허억……!”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세빈이와 최민 헌터가 양옆에서 나타났다. 갑자기 들어온 산소에 헛구역질이 올라와 몸을 떨자 세빈이가 날 제품으로 더욱 끌어당겼고 최민 헌터는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몬스터!’

겨우 호흡이 돌아오자마자 세빈이의 품에서 벗어나 녀석이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콰드득.

녀석은 제 사지를 묶어놨던 그림자 손을 뜯곤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SS급!”

―탱그랑!

내 쪽으로 날아오던 검이 이시카와의 가위에 맞고 튕겨 나왔다. 곧이어 태풍을 두른 그가 가위를 든 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녀석을 나에게서 멀리 떨어트렸다.

“이시카와! 그쪽은 해결됐어?!”

“그렇다! 네 녀석이 뻗어 있는 걸 보고 곧장 달려왔다!”

내가 한창 전투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몬스터가 소멸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영광으로 알도… 우왁?!”

우쭐거리며 대답하던 이시카와가 몬스터의 검을 피하느라 뒤로 굴렀다.

―쾅!

그런 이시카와를 뛰어넘고 다시 내게 달려드는 녀석의 앞에 이번엔 화염 소용돌이가 치솟았다.

―쾅, 쾅

소용돌이는 개수를 늘리더니 이내 몬스터의 주위를 맴돌며 녀석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시켰다. 불 틈새로 얼핏 보이는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여간 이시카와 녀석, 늘 방심이나 하고…….”

툴툴거리던 사와구치가 나를 흘긋 보곤 이시카와의 옆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5대 1, 몬스터의 체력은 바닥.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제가 보조하러 가겠습니다. 신지의 헌터는 일단 부상부터 살피세요.”

―휘이잉.

최민 헌터가 내 손을 놓고 불 속에 갇힌 녀석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세빈아, 이제…….”

“괜찮다고?”

‘어?’

서늘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뒤에서 끌어안은 세빈이의 팔에 힘이 들어가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몸이 밀착됐다. 물기가 어려 있으면서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98번째의 세빈이의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지의 네가 안 죽었으니까? 애초에 네가 죽을 뻔한 위기에 왜 처해야 하는 거지?”

“세빈아.”

“하나도 괜찮지 않아.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저주의 영향인가?!’

충동 상태에 빠진다는 설명이 어떤 것인지 조금 감이 오기 시작했다. 세빈이는 제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건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얼굴이라도 보면서 진정시키고 싶은데 내 어깨에 이마를 댄 채 중얼거린 탓에 고개를 돌려도 갈색 머리카락밖에 보이지 않았다.

“네가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날까 봐 무서워. 다른 사람한테 네 옆자리를 잃는 것도 무섭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나도 역겨워. 그냥 이대로 널 아무도 못 찾게…….”

“강세빈!”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각성자 ‘강세빈’이 동요한다.]

[발언 결과 : 자각]

세빈이가 몸을 움찔 떨었다.

“…미안. 마지막 말은 잊어줘.”

“너 지금 저주 때문에 제정신 아니라서 그래.”

‘그렇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까지 나온 건 아니겠지만…’

세빈이는 내 말 한마디에 어느 정도 이성이 돌아온 것 같았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감정이 더 요동치기 전에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스윽.

세빈이의 팔만 잡은 채 조심스럽게 품에서 벗어나 뒤를 돌았다. 얼굴이 창백해진 세빈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내가 아까 들어오기 전에 말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해결 방법은 있다고.”

“…응.”

“널 두고 죽지도 않을 거고, 어딘가로 사라지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쾅!!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가 최후의 일격을 가합니다.]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체력 : 312 / 4,000]

경고에 가까운 상태창과 함께 서늘한 기척이 느껴졌다.

―탕.

반사적으로 자아를 들어 녀석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이 녀석의 이마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가자 온몸에 쩍하고 금이 갔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자가 소멸합니다.]

[체력 : 0 / 4,000]

녀석의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세빈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너는 내 옆에 계속 있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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