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급 비명헌터-245화 (245/366)

245화

―쾅, 쾅, 쾅.

내가 음파로 제압하면 이시카와가 가위로 내려치는 공격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협동’은 학습 능력이 없는지 계속해서 벽을 타고 올라와 우리를 향해 몸을 날렸고, 녀석이 그 행동을 할 때마다 우리는 빠르게 피해 공격을 이어갔다.

[함께 싸우는 일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 3,763 / 6,000]

“지금보다 더 상승한다니, 지긋지긋하군.”

이시카와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야 체력을 3천 대로 떨어트리나 싶었는데 여기서 녀석의 방어력이 또 한 번 상승했다. 질 싸움은 절대 아니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우리가 검을 갖고 나오기 전에 희생하는 화가의 그림이 먼저 완성될 것이다.

녀석의 방어를 부숴버릴 강력한 한 방, 박격포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시카와.”

“왜 부르지?”

“혹시 쟤 좀 붙잡아 줄 수 있어?”

그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뭘 어떻게 할 셈이지?”

“체력을 많이 깎아 놓을 수 있는 공격이 있는데 발사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려.”

“그때까지 내가 저 녀석의 발을 묶어 놓으란 말인가 보군.”

“맞아.”

“하, 못 할 건 없지.”

이시카와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곤 가위를 양손으로 잡았다. 날카로운 날의 끝은 ‘협동’을 향하고 있었다.

“약간 도박이 필요한 공격이다. 운이 조금은 따라줘야 하지.”

이시카와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내가 녀석을 제압하고 4초 안에 공격을 성공시켜라.”

“알겠어.”

‘뭘 할 생각인 거지.’

이시카와의 생각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가 몬스터를 묶어두는 동시에 박격포를 발포해야 한다. 내가 먼저 밑으로 내려가면 녀석이 내 쪽으로 먼저 달려올 테니 이시카와랑 동시에 움직이는 게 좋겠네.

“가자, 아포칼립스!!”

이시카와가 바람을 타고 밑으로 빠르게 하강했다. ‘협동’이 수십 개의 손을 뻗어 이시카와를 움켜쥐려 했으나, 그의 가위가 팔을 먼저 찍어눌렀다.

―콰광!

가위에 몸이 꿰뚫린 녀석은 파르르 떨다 곧 손들로 가위를 쥐고 뽑아내려 애썼다.

“SS급, 준비해라!”

“알겠어!”

다시 뛰어오른 이시카와의 신호에 맞춰 나도 자아를 박격포 형태로 바꾸며 땅 위로 착지했다.

[협동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합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 3,257 / 6,000]

녀석의 방어력이 상승했다는 걸 보여주듯 체력이 닳는 정도가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묶어놨던 가위도 서서히 뽑혀 나가고 있었다.

―탱그랑!

박격포의 조립이 끝나는 동시에 이시카와의 가위도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녀석이 팔로 바닥을 지탱하고 일어서 내 쪽으로 다가올 준비를 했다.

“이시카와! 빨리……!”

―쾅!!

이시카와가 떠 있던 곳으로 고개를 들기 무섭게 땅이 진동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먼지바람을 뚫고 눈에 들어온 풍경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화물차가 된 이시카와가 ‘협동’을 짓누르고 있었다. 세로로 꽂힌 화물차는 협동의 몸을 완전히 눌렀지만,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괴롭습니다괴롭습니다괴롭습니다괴롭습니다]

[체력 : 3,012 / 6,000]

이시카와가 만들어준 최고의 공격 찬스를 놓쳐선 안 된다.

―퍼버벙!!

박격포에서 커다란 포탄이 빠져나왔다. 대리석 바닥을 전부 깨트려 놓으며 날아가던 포탄은 화물차 밑에 깔려 있던 협동을 정확히 맞혔다. 먼지바람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구원자의 무기 창고.’

―철컥.

바주카 형태의 자아를 양손으로 들고 자세를 잡았다.

―펑, 펑.

온몸을 진동시킬 정도로 강한 포탄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자 포성과 함께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협동을 해도 이겨내지 못하는 힘이란 존재했습니다.]

[좌절합니다.]

[방어력이 하락합니다.]

[체력 : 103 / 6,000]

―탕!

절망한 협동의 상태창을 보며 자아를 확성기로 바꿔 방아쇠를 당겼다.

[협동이 소멸합니다.]

[체력 : 0 / 6,000]

제대로 맞았는지 그토록 기다린 소멸 안내를 보며 자아를 집어넣었다.

―휘잉.

‘끝났군.’

얼마 지나지 않아 먼지가 걷히고 바닥 속으로 파고든 녀석의 잔해가 보였다.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얽혀 있던 팔은 산산조각이 났고, 한때는 녀석의 일부였을 돌 조각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호오…….”

―또각.

화물차로 변신한 이후 모습을 잠시 감췄던 이시카와가 내 옆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그는 나와 협동의 시체를 번갈아 보더니 손으로 턱을 쓸며 씩 웃었다.

“파괴력에 자신이 있어 보이더니, 사실이었구나.”

“아까 도와줘서 고마워. 화물차로 변신하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어.”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각성자 ‘이시카와 네네’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수줍음]

‘응?’

틱틱대던 이시카와의 입꼬리가 순간 파르르 떨렸다. 그는 한쪽 손을 기묘하게 꺾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이 몸이 갖고 있는 수많은 능력 중 하나일 뿐인데 전율한 것이냐?”

“응. 놀랐어. 변신 스킬 멋있더라.”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각성자 ‘이시카와 네네’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기쁨]

“아직 놀라긴 이르다! 이 몸은 마왕, 마물들과 인간계를 지배하는 이 세계의 진짜 제왕이지! 이 몸이 가진 힘만 말하면…….”

그렇게 날을 세우던 이시카와가 칭찬 몇 마디에 완전히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그는 나를 앞에 둔 채 자신이 심취한 마왕 설정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난 대충 적절한 타이밍에 반응을 보여 주었다.

‘단순해서 좋네.’

좋게 지내서 나쁠 일은 없다. 누구든 내게 우호적으로 대해주면 그만큼 고마운 일은 또 없을 테니까.

“이시카와, 일단 검부터 갖고 나가자. 센 씨를 빨리 구해야지.”

“아, 그래야지.”

―휘잉.

이시카와가 먼저 검이 꽂힌 샹들리에 쪽으로 날아갔다.

“아, 이시카와!”

“왜 부르지?”

“잡는 건 내가 할게.”

“뭐어?”

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타닥.

낮말을 듣는 새로 도약해 어리둥절한 그 옆에 착지했다. 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다행히 흠집 하나 없이 말끔했다.

“네 녀석, 이미 저주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 몸은 아직 받지 않았으니 내가 가져가는 게 더 공평할 것 같다만.”

“혹시라도 부상을 입는 저주일까 봐. 치유계 헌터가 없는 상황이라 심하게 다치면 큰일이야.”

“너는 다쳐도 괜찮은 것이냐?”

―바스락.

아이테르의 로브를 두드리며 말을 덧붙였다.

“믿는 구석이 있거든. 걱정하지 마.”

“…뭐, 아까처럼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되겠지. 그럼 이 검은 네게 맡긴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이시카와를 두고 다시 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금 상황에선 이게 정답이지.’

첫 번째 액자에서 스틱스 강을 사용하지 않은 덕분에 아직 최후의 보루는 남은 상황이다. 만에 하나 엄청난 치명상이 생긴다 하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로브가 날 치료해 줄 것이다.

―두근, 두근.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떨리는 손을 한 번 쥐었다 편 후 검을 향해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탱그랑.

생각보다 꽤 묵직한 무게가 팔을 통해 전해졌다. 샹들리에의 불빛에 온도가 조금 올라갔는지 검 손잡이와 맞닿은 손바닥이 살짝 뜨거웠다.

[협동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저주 형태 : 접촉]

[1시간 동안 생명체와 접촉하지 않으면 호흡이 불가합니다.]

“컥!”

눈앞에 뜬 상태창을 전부 읽기도 전에 누군가 목을 움켜쥔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공기가 폐부로 들어오긴커녕 내뱉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텁.

“SS급!”

“허억……!”

나와 같은 상태창을 본 이시카와가 급하게 내 손을 잡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이시카와를 바라보자, 그도 덩달아 놀라 눈을 크게 뜨다 이내 혀를 찼다.

“정말… 별 이상한 저주가 다 있군.”

“하아, 그러게…….”

‘1시간씩이나 이 상태라면 전투할 때 너무 힘들어지는데…….’

아예 녹두의 등에 탄 채로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피부를 맞대고 있어야 한다. 뭐가 됐든 이동과 전투에 제약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동해도 되겠느냐?”

“아, 응. 얼른 나가자.”

잠깐 얼이 나간 사이에 이시카와가 내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액자 밖으로 나오자 녹두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밝게 웃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이시카와! 다친 데…는?”

“지의야, 괜찮…….”

녹두의 뒤에 있던 사와구치와 세빈이가 급하게 달려오다 덜컥 멈췄다.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리자 나와 이시카와의 손에 다다랐다. 사와구치는 입을 쩍 벌린 채로 경악을 금치 못했고, 반면 세빈이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리 색이 비슷한 두 사람이 아무래도 같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입을 뗐다.

“저주입니까?”

하지만 내가 말하기도 전에 최민 헌터가 물었다.

“네. 접촉 저주라고 하더라고요.”

“이 녀석은 앞으로 한 시간 동안 누군가와 접촉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다.”

“하아아…….”

사와구치가 지나칠 정도로 길게 한숨을 뱉었다. 한껏 부드러워진 얼굴을 보니 무언가에 안도하는 듯했다.

“그런 거였구나.”

그리고 그건 세빈이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두 사람이 머릿속으로 어디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 건진 모르겠지만, 빠르게 해결된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받아줘.”

“사와구치, 네 녀석 쪽은 어떻게 해결됐느냐?”

“방어력이 낮고 이동 속도와 공격력이 높은 녀석이었는데. 뭐, 잘 잡았어.”

세빈이가 검을 들고 인형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사와구치가 이야기했다.

‘점점 완성되어 가네.’

세 번째 액자에서 가져온 눈과 우리가 가져온 검까지 합치니 진짜로 센의 모습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옷을 입히고 머리를 하나로 틀어 올리면 더욱 완벽해질 것 같다.

“그럼 저주는 누가 받았느냐? 다들 멀쩡해 보이는군.”

“그건…….”

“제가 받았습니다.”

“어?”

대답은 예상치 못한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새자 대답의 주인공, 세빈이가 나를 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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