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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급 비명헌터-236화 (236/366)

236화

―사와구치 헌터가 이동계 스킬, ‘오니의 발자국’을 드디어 발동합니다!

―스킬 ‘오니의 발자국’은 순간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스킬입니다! 세 걸음마다 불기둥을 한 개씩 소환되기 때문에 보조 공격 스킬로도 사용할 수 있죠!

―이 스킬 덕에 사와구치 헌터가 공격 스킬적 측면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겠네요.

사와구치가 가속할 때마다 일정 간격을 두고 불기둥이 치솟았다.

―챙!

사와구치가 장검을 휘두르며 세빈과 거리를 좁히자 세빈은 영(影)으로 그의 공격을 맞받아치며 그대로 그의 몸을 밀어냈다. 두 사람의 검이 떨어지자마자 세빈은 뭔가를 감지한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걸려들었다.’

―퍼버벙!

그때였다. 사와구치가 발을 떼고 뒤로 물러나자 그가 서 있던 곳에 커다란 불기둥이 소환되었다.

[강세빈 ―1 : 사와구치 미나토 ―1]

세빈이 급히 몸을 돌려 피했지만 이미 스크린이 그의 실점을 알린 후였다.

―아! 사와구치 헌터의 공격이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사와구치는 만족스러운 듯 씩 웃었다.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비치자 일본 관중들이 열광하며 일장기를 크게 흔들었다.

[LIVE 실시간 채팅]

[저 스킬 개사기인 듯 이동계에 공격까지 붙어 있고ㄷㄷㄷㄷ]

[에이 그래도 강세빈이 이기겠지]

[혹시 모름. 정신계 스킬은 스킬이라는 거 알면 금방 풀린다매]

[세빈누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이 스킬을 살리는 게 정답이었어.’

사와구치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활활 타오르는 기둥을 바라보았다. 세빈에게는 이동계 스킬도 없었고, 가장 위협적인 스킬이었던 ‘달그림자’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길 수 있어.’

제 소꿉친구가 매일같이 이야기하는 ‘파트너’의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콜록.”

불이 사라짐과 동시에 세빈이 작게 기침을 토해내며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등으로 두드린 후 살짝 그을린 소매 끝을 털었다.

방어구인 ‘검은 뱀의 허물’의 회피 기능 덕에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피부가 속에서부터 따끔거리는 것을 보니 진우의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았다.

‘세 걸음마다 소환되는 거라고 했지…….’

그는 눈으로 사와구치의 발을 빤히 바라보았다. 스킬 설명지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오니의 발자국’을 두고 실험해 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철컹.

세빈은 그 자리에 서서 검을 든 채 자세만 잡았다. 사와구치가 올 때까지 한 발짝도 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

사와구치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곤 그를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다. 언뜻 보면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쾅!

하지만 곧 오니의 발자국을 시전하며 땅을 박차고 세빈의 머리 위로 검을 높이 들었다.

―쩌엉!!

두 장검이 맞부딪혔다 금방 떨어졌다. 사와구치가 세빈의 앞에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단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고 세빈은 고개만 돌려 그 공격을 피한 후 그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우득.

“으윽!”

[강세빈 ―1 : 사와구치 미나토 ―2]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사와구치가 인상을 찌푸렸고 한쪽 다리를 뒤로 빼 세빈의 갈비뼈를 향해 발을 뻗었다.

―퉁.

칼 등으로 그의 발목을 막은 후 세빈은 그대로 영을 들어 사와구치의 무게 중심을 무너트렸다.

―사와구치 헌터 방금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갔는데요……! 아~ 곧바로 굴러서 바로 일어납니다!

―강세빈 헌터도 굳이 쫓아가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격에서 소극적인 면을 보이네요.

―퍼버벙.

사와구치가 두 발로 착지하자 그와 세빈의 사이에 불기둥이 튀어나왔다.

‘아까 발차기 하느라 한 발, 지금 착지한 걸로 두 발. 연달아서 세 발을 디뎌야지만 불기둥이 나오는군.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소환되는 것 같고.’

세빈은 공격이 이루어졌던 짧은 순간에도 사와구치의 걸음 수를 계산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세웠던 가정들을 하나씩 검증하기 시작했다.

―타다닥.

세빈이 불기둥을 옆으로 피한 후 사와구치와 거리를 좁혔다.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자 사와구치는 검을 가로로 들어 새카만 칼날을 막았다.

―챙, 챙, 챙.

은색과 먹색, 상반된 두 색의 검이 서로 부딪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세빈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정확하고 단순하게 검을 휘둘렀고, 사와구치는 그 공격을 차분히 막아내며 빈틈을 찾기 위해 열심히 눈동자를 굴렸다.

반면 세빈의 눈은 사와구치의 발에 고정되어 있었다. ‘오니의 발자국’의 사용을 알리는 불꽃이 그의 발 주변에서 튀어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그를 필드의 벽을 향해 몰아붙였다.

―강세빈 헌터가 아주 빠른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사와구치 헌터도 집중력을 발휘해 공격을 막고는 있는데……!

―아! 말씀드린 순간 사와구치 헌터가 ‘오니의 발자국’을 시전하며 강세빈 헌터의 위로 도약합니다!

사와구치의 등이 필드의 벽에 닿기 직전 그가 세빈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고, 그로 인해 세빈의 검은 허공을 벴다.

‘하마터면 한 대 더 맞을 뻔했……’

사와구치가 혀를 차며 세빈의 등 뒤로 착지하는 동안 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세빈이 고개를 쳐들어 사와구치를 바라본 채로 공포를 썼기 때문이었다.

―타닥.

온몸이 차갑게 식는 듯한 느낌과 함께 사와구치가 착지했다. 정신계 스킬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겨우 떼고 뒤로 물러나려는 그 순간.

―탱그랑!

“윽?!”

세빈이 그의 발 쪽으로 영을 던졌다. 땅 위로 미끄러지듯 날아간 영이 사와구치의 두 발 사이로 들어가자 그가 뒤로 크게 휘청거렸다.

―탁.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넘어지지 않았다.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틴 후, 발끝에 걸린 세빈의 검을 옆으로 차 버렸다. 그는 허우적댔던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고 고개를 돌려 세빈을 노려보았다.

“…뭐야?”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그가 알고 있는 건조한 얼굴이 아니라 은은한 미소가 띤 얼굴이었다.

[LIVE 실시간 채팅]

[?]

[강세빈 뭐임?]

[저 상황에서 웃는 거? 좀 무서운데ㄷㄷㄷ]

[심쿵]

[개잘생겼다 ㅅㅂ]

세빈을 바라보는 모든 이가 그에게 의문을 품을 때쯤, 세빈은 반대로 의문이 해결되어 후련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간 눈썹은 평소보다 더 평온해 보였고, 반대로 날카롭게 뻗은 눈매는 반쯤 감긴 탓에 그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철컹.

세빈은 다시 영을 제 손안으로 불러들인 후, 사와구치를 응시한 채로 작게 중얼거렸다.

“두 번째 발에서 끊어 버리면 되는구나.”

―쿵, 쿵.

세빈은 입꼬리를 한 번 더 올려 밝게 웃었다. 그러자 사와구치의 심장은 크게 요동쳤다. 당연하게도 기분 좋은 두근거림은 아니었다.

사와구치에게 있어 세빈의 지금 행동은 미지의 공포 그 자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소는커녕 감정 하나 읽을 수 없는 얼굴을, 부상이나 죽음의 공포 따위는 모르는 얼굴을 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미소를 짓고 있으니 말이다.

―쾅!!

“뭐,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거야!”

사와구치의 이성이 공포에 서서히 잠겨가자 결국 그는 세빈을 먼저 공격하는 것을 택했다. 차라리 전투에 집중하는 것이 이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타닥.

그가 두 발자국을 내딛자마자 세빈이 발을 걸어 중심을 무너트렸다. 다음 발을 내디딜 때까지 시간이 걸린 탓에, 사와구치가 다음 발을 땅에 댔음에도 불기둥은 나타나지 않았다.

‘젠장할……!’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세빈은 사와구치의 발을 절묘하게 방해해 그가 오니의 발자국을 쓰는 것을 완전히 차단시켰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사와구치는 결국 스킬을 포기하고 그냥 세빈에게 달려들었다.

―또다시 난전이 벌어집니다! 이번엔 사와구치 헌터가 이도를 이용해 강세빈 헌터를 빠르게 몰아붙입니다!

―강세빈 헌터, 일단 방어 태세로 전환합니다!

―그나저나 아까 강세빈 헌터가 웃은 걸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나중에 꼭 인터뷰를 해 봐야겠네요. 아! 사와구치 헌터의 단검이 결국 강세빈 헌터의 어깨를 찌릅니다! 점수는 동점!

아나운서가 아쉬운 듯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세빈은 침착하게 방어를 이어 갔다.

‘꽤 깊게 찔렀는데 왜 아무렇지 않은 거야!’

사와구치는 공격에 성공했지만 쉽게 기뻐할 수 없었다. 세빈의 어깨에서 피가 울컥거리며 나오고 있지만 그의 얼굴은 아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사와구치는 더 이상 세빈이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세빈은 애초에 그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을 생각이 없었다. 허술한 방어를 뚫고 사와구치의 공격이 몇 번 더 성공했지만, 전투의 흐름은 완전히 세빈 쪽으로 넘어온 후였다.

전전긍긍하는 사와구치를 바라보며, 세빈은 자신이 궁금했던 것만 해결한 후 한 번에 끝내 버릴 타이밍만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끼기기긱!

그때 세빈의 검이 사와구치의 검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치더니 아예 땅에 박았다. 세빈은 검을 든 손에 힘을 주어 사와구치가 검을 들려고 하는 것을 막았다. 그는 인상을 찡그려 가며 검을 들려 애썼지만 무의미했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세빈은 그런 사와구치를 향해 입술을 뗐다. 사와구치의 연갈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왜 절 대전 상대로 뽑은 거죠?”

―탁!

사와구치가 대답 대신 세빈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세빈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만 뒤로 빼서 검을 피한 후 발로 사와구치의 손목을 쳐냈다.

―탱그랑.

손목뼈를 정확히 가격해 사와구치가 단검을 놓쳤다. 억눌린 신음 소리를 내며 그가 인상을 찌푸렸고, 그 틈에 세빈이 사와구치의 오른쪽 발을 밟아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묶었다.

불쑥 들이밀어진 얼굴에 사와구치는 공포에 완전히 물들여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LIVE 실시간 채팅]

[와 ㅅㅂ]

[강세빈 용안 1열 직관 개부럽다]

[♡♡ 무서울 것 같은데]

[누가 입모양 궁예 좀 해줘]

사와구치는 세빈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며 견딜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 자식보다 강한 걸 증명하지 않으면, 네네가 날 봐주지 않을 텐데.’

그는 콱 물었던 아랫입술을 천천히 떼 세빈의 물음에 답했다.

“뭐, 내가 말하면 알아들어?”

“…….”

“딱 보니까 누굴 좋아해 본 적도 없을 것 같은데. 이 괴물 같은 자식아.”

사와구치가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세빈을 향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10년도 더 넘게 좋아한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만 바라보는 기분을 네가 알기나 하겠어?”

―탁.

세빈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사와구치가 인상을 찌푸렸다. 긴장감에 잊고 있던 발등의 통증이 그제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발등뼈에 금이라도 간 듯, 발이 퉁퉁 부어올랐다.

반면 세빈은 검까지 팔찌로 돌려 놓은 채 그의 이야기를 곱씹다가 입을 열었다.

“사와구치 씨가 말한 그 ‘다른 사람’이 저인 것처럼 들리네요. 10년 동안 좋아했다고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은 소꿉친구 정도 될 거고.”

“…….”

“음, 이시카와 씨인가요?”

“그 정도 눈치는 있나 보…….”

―쾅!!

사와구치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대답을 하기 무섭게 세빈이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쥐어 바닥에 내려꽂았다. 사와구치는 순간 기절했다 금방 정신을 차리곤 세빈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저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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