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급 비명헌터-234화 (234/366)
  • 234화

    [제목 : 오늘 시범 경기 3줄 요약해준다 (1912)]

    하사노바 VS ㅋr렌

    1. 하사노바가 피지컬로 밀고감

    2. 근데 스킬 상성 때문에 ㅋr렌이 역전할 뻔함

    3. 하사노바가 현금 박치기 해서 ㅋr렌 기절시키고 이김

    차도남 VS 중2병

    1. 차도남 가랑비 딜로 점수 차 많이 벌림

    2. 중간에 카운터 한 번 더 먹이고 10점 넘게 차이 냄

    3. 갑자기 흑염룡 깨어난 중2병이 경기 종료 1분 전에 차도남 갈비뼈 부수고 역전함

    └하사노바 자본 대첩 ㄹㅈㄷ

    └악마 같은 스타성…

    └근데 도남이 ㅈㄴ 아깝다 근접 맞다이로 원딜이랑 근딜 붙으면 어쩔 수 없나?

    └아무래도 그런 듯

    └키 작던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거임ㄷㄷㄷ

    └중2병 경기 끝나고 손으로 관중석 가리킨 거 본 사람?

    └222222

    └333333

    └근데 그거 왜 한 거임? 승리 어필?

    └그거 누가 궁예해 놓은 거 있음 (링크)

    └ㄱㅅㄱㅅ

    [제목 : 중2병 경기 끝나고 삿대질한 거 존잘빈한테 한 거임 (5791)]

    (사진)

    사진은 내가 경기 보러 가서 직접 찍은 거ㅇㅇ

    중2병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헌터석이고 세주, 잘빈, 안퓨처랑 남매, 일본 헌터들 있었음

    다른 사람 가리킨 거라고 하는 애들 있을까 봐 추가 증거 첨부함

    (사진) (사진)

    교류전 발표되자마자 했던 중2병 개인 라이브 방송 캡처본임

    내가 자막까지 붙여놨으니까 읽어 보셈

    익명의 네네 폭도1: 네네쨩 한국 가면 뭐 할 거야?

    네네: 당연히 이 몸의 파트너가 될 녀석을 골라와야지.

    익명의 네네 폭도2: 엣 미―군(미나토 별명인 듯?)은 파트너가 아니었구나.

    네네: 사와구치가 이몸의 파트너? 그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이 몸의 권속이었지 파트너는 아니다. 마왕인 이 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너무 물러서 말이야.

    익명의 네네 폭도3: 우왓 역시 마왕 네네 겁나 멋지네―www 파트너 후보는 골라놨어?

    네네: 우문이군. 당연히 그림자 군주(강세빈) 아니겠어?

    네네: 그림자 군주 외에는 관심 없어. 귀국할 때 같이 들어올 테니 그렇게 알도록.

    그러하다ㅇㅇ……

    중2병 원래 겜이랑 애니만 파는 투디 오타쿠인데

    한 달 전에 일본 토크쇼에서 전 세계 헌터 특집 이후로 중2병 잘빈이한테 꽂힘

    그래서 내 궁예로는 중2병이 포X몬처럼 잘빈이한테 넌 내꺼야 한 거임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 * *

    ‘방송 때문에 그랬던 거구나.’

    ―탁.

    이시카와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교류전 전용 이벤트 게시판에서 나와 핸드폰 화면을 껐다. 핸드폰 불빛이 사라진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살짝 열어놓은 창문 새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귀를 간지럽혔다.

    “후우…….”

    긴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 전날이 되니 가슴이 두근거려 잠이 오지 않았다.

    30분, 아니 어쩌면 더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이 종료될 수 있다. 센을 이기지 못하면 창조자의 파편과 업은 그가 평생 안고 가게 될 것이고, 그건 센과 일본의 붕괴를 뜻한다.

    헌터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지옥도 속에서 나라 하나가 그대로 궤멸하는 건 엄청난 손실이자, 마음의 빚으로 남겠지.

    ―텁.

    그때 누군가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덮었다. 굳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아도 그 손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고마워.’

    ‘별말씀을.’

    자아는 내 손을 더욱 꽉 잡으며 말을 덧붙였다.

    ‘준비 열심히 했잖아. 파괴력 면에선 널 이길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 두라고.’

    ‘응. 혹시라도 힘 조절 못 하면 네가 알아서 잘 해줘.’

    ‘걱정하지 마.’

    고개를 돌리니 자아의 새하얀 형체가 내 쪽으로 완전히 돌아누운 채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니 문득 가벼운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근데 무기랑 대화하는 거, 우리만 가능한 거야?’

    ‘…어?’

    자아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나 보다. 자아는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켜 나를 내려다보다 이내 다시 매트리스에 얼굴을 묻었다.

    자아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화가 통했다.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탓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우리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미준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지 않을까? 물어보기 민망하면 눈동자로 슬쩍 보든가.’

    ‘그래야겠네.’

    ‘근데 갑자기 왜 궁금해진 거야?’

    ‘뭐, 새삼스럽게 궁금해진 것도 있고, 센 때문에 생각난 것도 있고.’

    ―바스락.

    침대에서 일어나 헤드에 등을 기대자 끼익, 하고 이음새가 울었다.

    ‘하긴 센의 무기 비문도 좀 의미심장하긴 했지. 뭐였더라? 자기 힘으로 세상을 구하라고 했었나?’

    ‘응. 대충 비슷한 내용이었어.’

    그의 사명과 무기 비문은 왠지 모르게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었다. 기억을 잃었던 내가 창조자의 사도가 될 뻔한 걸 자아가 막은 것처럼, 어쩌면 센의 무기도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바로잡고 싶어 한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일단 내일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뉘며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렸다. 자아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는지 희미하게 느껴지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피부에 닿는 걸 느끼며 천천히 잠에 빠졌다.

    * * *

    경기의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인 12월 28일 일요일.

    고척 스카이돔엔 전일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좌석은 전석 매진이었으며 암표를 사고파는 사람들과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헌터들이라도 보려는 팬들로 북적거렸다.

    ―타다닥.

    반면 세빈의 대기실 안은 그가 태블릿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직원은 그의 옆에 서서 그가 스킬 설명을 전부 적기를 기다렸고 얼마 안 있어 세빈이 내민 태블릿을 받았다.

    “어?”

    태블릿을 살핀 직원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세빈 쪽으로 눈을 돌리자 그는 예상했다는 듯 생긋 웃고 있었다.

    “저, 정말 이렇게 하시게요?”

    “네. 저한테 너무 불리할 것 같나요?”

    “아, 강세빈 헌터가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S급 공격계니까 조금 염려되는 부분은 있죠.”

    직원은 태블릿을 옆구리에 끼우며 머쓱한 듯 웃었다.

    “괜찮다고 하시니 일단 이걸로 일본 측에 전달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끼익.

    직원이 대기실을 나서려는 순간 누군가와 눈이 마주쳐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세빈은 그 주인공을 확인하자마자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아, 혹시 쉬고 있었어?”

    “아니야. 마침 심심했는데 여기 있어 줘.”

    대기실 안쪽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던 지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예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완전 여유로워 보이네.’

    지의는 세빈을 보며 생각했다. 검은 목티와 셔츠, 그리고 트렌치코트 형태로 바꿔 놓은 '검은 뱀의 허물'까지 걸친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아직 사와구치 쪽 스킬 설명지는 안 온 거야?”

    “응. 나도 방금 제출했거든. 아직 경기 시작하려면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곧 줄 것 같아.”

    “어떤 스킬을 쓰는 사람일지 좀 궁금하네.”

    ―똑똑.

    지의가 세빈에게 대답하자마자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실의 문을 두드렸다. 엄청난 타이밍에 세빈과 지의가 서로를 보며 눈을 크게 뜬 후, 곧 세빈이 문을 향해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강세빈 헌터. 스킬 설명지 전달드리겠습니다.”

    “네.”

    “설명지는 사와구치 헌터와 동시에 전달되며, 전달 이후 제출한 스킬을 빼는 것은 가능하지만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이 귀에 꽂은 무전기로 소통을 한 후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세빈에게 종이를 건넸다.

    ―팔랑.

    [사와구치 미나토]

    *속성 : 불

    *사용 스킬

    1. S급 공격계 스킬 '염풍’

    ― 지정된 공간에 불꽃 폭풍을 소환한다.

    ― 소환된 염풍은 시전자가 지정한 대상을 추격한다.

    ― 염풍은 일정 시간 후 자연 소멸한다.

    1―1. 연계 패시브 스킬 ‘오니―화(火)’

    ― 염풍 시전 시 불의 오니가 소환된다.

    ― 오니 세 마리가 모이면 시전자가 지정한 대상에게 큰 피해를 준다.

    2. A급 이동계 스킬 ‘오니의 발자국’

    ― 불의 추진력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 세 발자국 당 하나의 불기둥이 소환된다.

    3. A급 방어계 스킬 ‘화완포’

    ― 공격을 반사시키는 화완포를 장착한다.

    ― 지속시간은 1시간, 재사용 대기 시간은 3시간

    “무난하게 좋은 스킬들이네. 넌 어떤 거 써서 냈어?”

    “나? 어…―.”

    “앗, 네?”

    설명지를 보던 지의가 세빈에게 질문을 던진 순간 직원이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며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은 모두 그에게 꽂혔다.

    “네, 네. 아… 그럼 그것들은 삭제하고 이동계만 남기면 되나요?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재킷 안쪽에서 도장을 꺼내 세빈이 들고 있던 설명지를 다시 가져왔다.

    ―푹.

    이동계 스킬인 ‘오니의 발자국’을 제외한 모든 스킬에 ‘배제’라고 쓰인 도장이 찍혔다. 지의가 고개를 퍼뜩 들고 직원을 보았지만, 그는 출전자인 세빈을 향해 차분히 말을 덧붙였다.

    “사와구치 헌터의 요청으로 해당 스킬들은 이번 경기에서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공격계 스킬을 뺐다고요?”

    지의가 화들짝 놀라며 되묻자 직원은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지의는 믿기지 않는 눈치로 종이 위에 찍힌 '배제'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이 스킬을 다 써도 세빈이한테는 이길까 말까일 텐데.’

    지의는 세빈이 모든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가 사와구치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사와구치의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정작 대전 상대인 세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었다.

    ‘이렇게 미끼를 덥썩 물 줄이야.’

    세빈은 속으로 사와구치를 비웃었다. 지금까지 보아 온 그의 성격을 보고 승부수를 띄워 봤는데, 보기 좋게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표정을 가다듬은 세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양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뭔가 엄청난 작전일까 봐 걱정되네.”

    “네가 걱정할 게 뭐가 있어. 하던 대로 잘할 거면서.”

    지의가 어이없다는 듯 웃곤 세빈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 열심히 해. 아, 다치지 말고!”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각성자 ‘강세빈’이 동요한다.]

    지의의 눈앞에 상태창이 떴다. 상태창 너머로 제 소꿉친구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자, 그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먹을 가볍게 부딪혔다.

    [발언 결과 : 기쁨]

    “응. 꼭 이겨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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