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급 비명헌터-132화 (132/366)

132화

[Current Ranking]

1. Le jardin de Monet(117) : 76(▲2)

2. Eintracht(98) : 23(▲3)

3. NOBLESS(172) : 0(▼2)

이미 왕관을 탈취한 길드들이 있어 순위가 바뀌고 있었다. 나는 현재 랭킹에서 시선을 돌려 리애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당당한 눈빛으로 레일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 둘의 대치 상황이 끝나기 전에 오른쪽 눈을 감았다.

[각성자 리애나 마르틴]

[대지 속성]

[고유 스킬 S등급]

[S급 공격계 스킬 ‘개화(Floraison)’ : 대지에서 꽃을 개화시킨다. 개화시킨 꽃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꽃은 대지의 영양 상태에 따라 다르게 개화한다.]

[연계 패시브 스킬 ‘정원사의 정신(L'esprit d'un jardinier)’ : 대지에 직접 접촉할 시 개화 속도가 대폭 상승한다.]

[B급 방어계 스킬 ‘담쟁이 덩굴(Patch Work)’ : 질긴 담쟁이 덩굴을 소환해 시전자를 보호한다.]

[귀속 무기 : S급 삽 ‘풍요(Fertilité)’]

[무기 비문 : 닿는 것마다 전부 피워내니, 너는 천재적인 정원사임에 틀림없구나!]

[업 해당 사항 없음]

[사명 해당 사항 없음]

[*구원 해당 사항 없음*]

‘대지에 직접 접촉 시 개화 속도 대폭 상승이라.’

리애나와의 전투에서 알렌과 레일리 둘 다 속도를 강조했다. 아무래도 고유 스킬과 연계 패시브 스킬의 상성이 매우 좋은 탓인 거 같은데.

“그새 길드 두 개를 박살 냈나 보군.”

“요즘 ‘황혼의 항구’ 길드가 갑자기 성장해서 말이야. 혼쭐 좀 내줬지.”

바스락―

리애나가 레일리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자 땅에서 형형색색의 꽃이 천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레일리… 나도 모르는 새에 공격계 스킬이라도 얻은 거야?”

“어쭙잖은 심리전을 하는군.”

“아하하! 들켰네! 그래도 너가 왕이겠지, 뭐.”

끼기긱―

그때 리애나의 꽃이 필과 휴톤을 향해 날아갔다.

간발의 차로 아더의 방패가 그들의 앞을 막은 덕에 꽃은 다시 리애나의 바로 앞으로 날아왔다.

그가 삽으로 꽃들을 튕겨내자 꽃은 칼처럼 바닥에 박혔다.

“어차피 난 심리전은 못하니까 일단 널 때려눕히는 걸 목표로 할래!”

쾅!!

‘빠르다……!’

리애나의 손이 지면에 닿자마자 사방에서 꽃이 피어났다. 그냥 피워낼 땐 그래도 개화하는 과정이 보였던 반면, 지금은 꽃이 어디서 피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었다.

퍼버버벙!

개화한 꽃은 순식간에 날아올라 레일리를 덮쳤다. 아더의 방패로 튕겨내긴 했지만 꽃이 워낙 빠르게 날아온 탓에 몇 송이는 결국 그의 몸에 박혔다.

“애송이! 이 자식은 내가 맡을 테니 옥상에 있는 잔챙이들부터 정리해라!”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레일리!”

끼기기긱―

레일리가 말을 마치자마자 리애나가 수십 송이의 꽃과 함께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삽과 칼날 같은 꽃이 아더의 방패를 조금씩 깎아내기 시작했다.

“알렌!”

“알겠어요!”

탕, 탕, 탕!

내 외침에 알렌이 옥상을 향해 총구를 겨눴고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나도 그 타이밍에 맞춰 소리 탄환을 발포한 후 곁눈질로 레일리 쪽을 살폈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근육질의 남자도 어느새 몸이 회복됐는지 제 길드장 옆에서 서포트하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쓰면 안 되는데…….’

레일리와 리애나의 무기가 맞닿는 동안에도 모네의 정원 영지는 꿈틀대고 있었다. 리애나가 공격 찬스를 잡고 맨손으로 땅을 짚으면 꽃들이 순식간에 개화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쾅!

“큭……!”

그때 레일리의 메이스가 리애나의 어깨를 정확히 가격했다. 레일리의 일격에 그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자 곧바로 길드원이 그를 안고 거리를 벌렸다.

“필!”

“알겠습니다아악!”

레일리가 명령하자 필의 손이 불로 휩싸였고 그대로 영지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영지가 불지옥이 되었다. 공중에 있는데도 열기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새로운 꽃이 피어나긴커녕 있던 꽃까지 전부 태워버릴 듯한 불길이었다.

불 속에 있던 레일리는 입꼬리를 올려 씩 웃은 반면, 리애나는 이를 악문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푸흐흐…….”

그러더니 갑자기 리애나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학!”

그는 정원이 떠나가라 웃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팔짱을 낀 채 레일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걸 예상 못했을까 봐?”

퍼버버버벙!!

“길드장님!!”

바로 옆에 있던 알렌의 목소리마저 묻힐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었다.

시커먼 연기가 일어 지면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웅―

자아로 공기를 진동시키자 연기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러고 나서야 레일리와 리애나의 모습이 보였다.

“레일리……!”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더의 방패로 폭발 공격은 막았지만 혼란스러운 틈을 파고든 꽃잎이 레일리의 옆구리를 찢어 놓았다. 그가 박힌 꽃잎을 뽑을 때마다 선홍빛 핏줄기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분명히 니가 땅이란 땅은 전부 헤집어 놓을 것 같아서 일부러 화약을 좀 설치해 봤어. 어때?”

“기분이 더럽군.”

“헤헤. 그럼 성공한 거네.”

폭발 때문에 땅이 이리저리 섞여 있었다. 잔디밖에 안 보이던 모네의 정원 영지가 누가 봐도 비옥한 땅으로 바뀐 것이다.

‘개화 공격이 들어가기 딱 좋아.’

리애나가 작정하고 땅에 손을 대면 수백 개의 꽃들이 레일리를 덮칠 것이다.

즉,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건 리애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다.

개화를 막는 것이다.

“지이 씨!”

“윽!”

쾅―!!

알렌의 외침에 나는 반사적으로 실드를 뽑아 날아오는 돌덩이를 막았다. 돌은 실드에 닿자마자 부서져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알렌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 후 돌이 날아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슬슬 공중에 있는 애도 치우고 싶은데~”

리애나였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알렌을 바라보다 무언가를 느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쿵―

그와 동시에 레일리의 메이스가 리애나를 향해 무섭게 내리꽂혔다.

“한눈팔면 죽는 걸 알 텐데.”

“너야말로 지금 내가 봐주고 있는 거 알지?”

레일리가 시선을 돌려준 덕분에 은신을 들키진 않았다. 하지만 길어지는 전투에 레일리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지고 있었다.

‘저 흙에서 꽃이 피지 못하게 할 방법…….’

“…알렌.”

“네?”

“제가 지금 저기로 내려갈 거거든요.”

“네에?!”

알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리애나나 다른 길드원이 눈치챈 거 같다 싶으면 절 데리고 휴톤 씨 옆으로 이동시켜 주세요.”

“해드릴 순 있는데……. 도대체 뭘 하시려고요?”

“아무튼 부탁할게요.”

“저, 지이 씨?!”

그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 난 빠르게 지면을 향해 내려와 바닥을 향해 자아를 겨눴다.

‘이렇게 넓게 뽑아본 적은 없지만……!’

투웅―

자아가 공기를 넓게 진동시키더니 커다랗고 투명한 실드를 만들어 냈다.

툭.

나는 실드를 약하게 내리쳐 영지 바닥을 지긋이 눌러버렸다.

“너……!”

그 순간, 레일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슬로 모션처럼 보이는 동시에 리애나의 고개도 내 쪽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치지직―

곧바로 웜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덕에 리애나가 날 인식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퉁, 퉁, 퉁.

난 다시 땅 쪽으로 달려가 자아의 방아쇠를 당겼다. 사람이 서있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땅을 실드로 꾹 누르자 당장이라도 솟구칠 것 같던 땅이 서서히 평평해졌다.

“이제 시간 끌 필요도 없겠어.”

깡!

그때 리애나가 삽으로 레일리의 메이스를 쳐낸 후 뒤로 한 바퀴 굴러 지면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이번엔 내 승리인 것 같네, 레일리.”

그의 양손이 맨 땅을 짚었다.

쿵!

“……응?”

그리고 예상대로 리애나의 꽃은 내 실드에 막혔다.

실드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듯 땅이 들썩였지만 실드에는 금이 조금 갔을 뿐이었다. 꽃들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들기에 리애나의 힘은 역부족이었다.

툭―

나는 레일리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린 후 리애나의 뒤편으로 도약했다. 고개만 살짝 돌려 레일리와 눈을 마주치자 그가 내 뜻을 이해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려 웃었다.

“아쉽게 됐네!”

쾅!!

“커헉……!”

레일리의 메이스가 리애나를 몸을 쳐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이내 옷 안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밀려나왔다.

‘왕관이다!’

그의 목걸이엔 왕관이 달려 있었다. 직격으로 맞은 공격에 반쯤 정신을 잃은 그는 자신의 목걸이가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철컥―

나는 곧장 목걸이를 향해 자아를 겨눴다.

타앙!

새하얀 탄환이 반짝거리는 궤적을 남기며 왕관을 정확히 맞혔다.

“리애나 님!!”

“안 돼애애!”

금가루가 공기 중에 흩날리고, 모네의 정원 길드원들의 절규가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리애나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광경 너머로 레일리와 시선이 맞닿았다.

‘아, 엄청 좋아하네.’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황금색 눈동자는 평소보다 훨씬 반짝거렸고, 항상 불만을 말하던 입도 지금은 이까지 훤히 보이며 웃고 있었다.

치지직―

[Current Ranking]

1. NOBLESS(172) : 117(▲2)

2. Le jardin de Monet(117) : 76(▼1) [END]

3. Eintracht(98) : 40(-)

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랭킹은 이 승부의 승패를 알렸다.

“하… 역시 너한텐 안 되나?”

바닥에 엎어진 리애나가 힘겹게 말을 뱉었다. 그도 랭킹을 살짝 올려다보더니 작게 욕을 읊조렸다. 그러곤 다시 레일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 놈을 새로 데려온 건진 모르겠지만, 머리 잘 굴렸네.”

“난 이만 가지. 패자에게 할애할 시간 따윈 없어서 말이야.”

“역시 넌 재수가 없어, 레일리.”

리애나가 픽 웃었다.

모네의 정원 궁에서 치유계 헌터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난 빠르게 달려 레일리 무리에 합류했다

상황이 마무리되는 듯한 그 순간이었다.

“레~일리!”

“거, 쫑알쫑알 말 되게 많……!”

“아우레올라의 왕, 궁금하지?”

리애나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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