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급 비명헌터-85화 (85/366)
  • 85화

    ―여러분은 지금 그리스 S급 던전 타임 어택 3일 차, 보스전을 시청하고 계십니다.

    ―현재 세 시간째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저도 그렇고 김수진 아나운서도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서 중계 중인데요.

    ―24시간 중계는 제가 아나운서가 된 이후로 처음인데, 끝까지 이 텐션 유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말씀드린 순간, 신지의 헌터가 강세빈 헌터와 작전을 논의합니다.

    카메라가 지의와 세빈의 얼굴을 비추었다. 지의의 눈동자가 분주히 키클롭스들의 움직임을 좇는 동안, 세빈의 시선은 오롯이 지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LIVE 실시간 채팅]

    [멜로눈깔 작렬]

    [아 화장실 가고 싶은데]

    [내년 헌터패치 1면 장식 확정 ㅇㅇ]

    [미준누나ㅠㅠㅠㅠㅠㅠㅠ 다치지마요퓨ㅠㅠㅠㅠㅠ]

    [이거 라이브인가요?]

    ―강세빈 헌터! 드디어 천장에서 발을 떼고 키클롭스들을 향해 달려듭니다!

    ―아! 그림자가 키클롭스들의 사지를 움켜쥐었습니다! 강세빈 헌터, 몬스터의 어깨 위에 정확히 착지!

    영상 속 세빈은 높게 도약한 후 ‘영’의 날을 아래로 세워 빠르게 낙하했다.

    ―강세빈 헌터의 검이 키클롭스의 어깨를 찔렀습니다!

    ―키클롭스 두 마리, 사지가 묶여 옴짝달싹 못 합니다!

    땅 위로 착지하면서 발밑에 생긴 그림자로 검은 손 수십 개를 뽑아낸 세빈이 키클롭스들의 머리를 한 번에 옭아맸다.

    쾅!!

    그러곤 영으로 그림자를 찔러 닻처럼 단단히 고정했다.

    ―강세빈 헌터가 몬스터를 포박, 신지의 헌터가 공격하는 게 아무래도 작전인 것 같은데요!

    ―아까처럼 또 던져서 맞힐 생각일까요?

    ―그 공격을 또 성공시키는 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화면이 지의의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자아가 작살 총 모양으로 바뀌었고, 동시에 지의가 키클롭스 쪽으로 자아를 들었다.

    ―키클롭스 뒤의 기둥에 무기를 고정시킵니다!

    ―그리고 빠르게 키클롭스와 거리를 좁힙니다!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요!

    [LIVE 실시간 채팅]

    [ㄱㅈㅇㄱㅈㅇㄱㅈㅇ]

    [갓지의는 무기가 몇개임?]

    [하나가지고 계속 변형해서 쓰는듯]

    [무기도 사기급 ㄷㄷㄷㄷㄷㄷ]

    [저걸 만든 하미준도 ♡♡ 골때림]

    지의가 두 키클롭스의 어깨 사이를 통과하기 직전, 자아를 박격포 형태로 바꾸었다. 반동 때문에 지의의 몸은 여전히 앞으로 날아갔지만 그가 던진 소리 박격포는 정확히 두 키클롭스들의 머리로 향했다.

    콰과과과광!!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었다. 소리 포탄이 키클롭스들의 머리를 한 번에 꿰뚫었다. 녀석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키클롭스들의 육중한 몸이 가루가 되어 크로노스의 신전을 날아다녔다.

    ―신지의!!

    ―신지의!!

    [LIVE 실시간 채팅]

    [ㅁㅊ]

    [ㅅㅂ 돌앗다]

    [아니 저거 목소리라매 저렇게 강해도 됨???]

    [ㄱㅈㅇ]

    [ㄱㅈㅇ]

    [갓지의갓지의갓지의갓지의]

    [♡♡ 에바야]

    [※부적절한 단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아! 1페이즈, 키클롭스전을 이렇게 끝냅니다!!

    ―대단합니다! 신지의 헌터!

    ―강세빈 헌터의 ‘달그림자’로 키클롭스를 무력화시킨 후 이어진 핵폭탄급 공격! 예술입니다!

    해설진은 흥분해서 쓰고 있던 헤드셋까지 벗어 던졌고, 한껏 상기된 얼굴로 중계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기둥에 부딪힐 뻔한 지의가 공중에서 한 바퀴 굴러 중심을 잡았고 자아를 확성기 모양으로 돌려 손에 쥐었다. 계단을 내려가듯 지면에 착지한 그가 치료 중인 미준을 향해 서둘러 달려가는 모습이 잡혔다.

    [LIVE 실시간 채팅]

    [구세주가 어린 양을 굽어살피는 모습이다]

    [하미준 많이 다침?]

    [차도윤 치유 스킬 있던 거 나만 몰랏음?]

    [스급중에 차도윤이 제일 존재감 없었는데 좀 다르게 보이네]

    ―하미준 헌터가… 아~ 다리를 다친 거였군요.

    ―다행히 큰 부상으로는 안 보이는데 공략이 끝나면 병원에 가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말씀드린 순간! 진(眞) 크로노스가 타르타로스의 문을 다시 꺼냈습니다.

    ―사실상 1페이즈와 2페이즈는 하나로 묶여 있다고 봐도 무관하죠.

    ―2페이즈의 몬스터는 헤카톤케이레스. 수백 개의 팔과 머리가 달린 괴물입니다.

    거대한 문에서 ‘헤카톤케이레스’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키클롭스 삼형제와 마찬가지로 세 마리였다.

    몬스터가 전부 소환되자 ‘타르타로스의 문’은 재가 되어 무너져 내렸고, ‘진(眞) 크로노스’는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 * *

    “괜찮아요?”

    “응. 차도윤 헌터 덕분에 피도 멎었어. 보스전까지는 괜찮을 거야.”

    다행이다. 하미준 헌터의 안색이 아까보다 훨씬 좋았다.

    “키클롭스들을 전부 해치우다니, 인간 주제에 제법이군.”

    그때 진(眞) 크로노스가 중얼거렸다. 녀석은 타르타로스의 문을 다시 꺼내더니 그 안에서 2페이즈의 몬스터, 헤카톤케이레스를 꺼냈다.

    쿵, 쿵.

    수백 개의 팔과 머리가 달린 괴물 셋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이마에도 낫 문양이 박혀 있었다.

    “헤카톤케이레스! 저들을 산산조각 내라!”

    헤카톤케이레스는 아무런 말 없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더니 마구잡이로 팔을 휘둘렀다. 팔이 짧아 우리에게 닿진 않았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는 팔이 선풍기 날개처럼 주변에 바람을 일으켰다.

    “큿!”

    실드를 뽑아 바람을 막았지만 어디에 있든 녀석의 공격 범위 안이라 몸이 자꾸 뒤로 밀렸다. 상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세빈이의 그림자가 헤카톤케이레스의 숨통을 끊으러 갔지만 수백 개의 손이 그림자를 움켜쥐어서 찢어버렸다.

    콰지지직.

    땅속에서 굵은 나무줄기가 솟구쳤다. 나무줄기는 자기들끼리 얽히고설켜 단단한 방어벽을 구축했고 헤카톤케이레스의 바람 공격을 막아냈다.

    “신지의 헌터!”

    “알겠어요!”

    탕!!

    나무 방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너무 쉽게 나무줄기를 뚫어버리곤 헤카톤케이레스를 향해 날아갔다.

    “우어어!!”

    탄환이 세 녀석 중 하나의 몸에 박혔다. 녀석은 팔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수백 개의 팔로 뚫린 부분을 매만졌다.

    콰과과광!!

    곧바로 번개가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혼비백산한 헤카톤케이레스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우아아악!!”

    쾅!

    녀석이 팔을 흔들다 기둥 하나를 부쉈고, 신전의 지붕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크게 금이 갔다.

    “대형 맞춰서 다시 협공으로 갈게요!”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범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수용]

    차도윤 헌터의 ‘천재지변’ 덕분에 바람이 멎었다. 난 다시 ‘낮말을 듣는 새’로 도약해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차도윤 헌터는 가장 후방에서 활시위를 한껏 당겨 주변의 모든 바람을 끌어모았다.

    서걱.

    모습을 숨겼다 갑자기 나타난 세빈이가 헤카톤케이레스의 발목을 단숨에 끊어놓았다. 육중한 몸을 받치고 있는 데 비해 너무나 가늘었던 발목에서 피가 흘러나와 순식간에 시뻘건 웅덩이를 만들었다.

    “비키세요!”

    콰과과광!!

    세빈이가 기둥을 타고 천장에 발을 딛자마자 커다란 바람 화살이 아까 몸이 뚫린 헤카톤케이레스의 머리들에 명중했다. 바람 화살은 그에 그치지 않고 사방으로 소용돌이치며 주변의 머리들까지 한꺼번에 공격했다.

    “크아아어어!!”

    쿵!

    녀석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고, 결국 끈적하게 녹아내려 신전의 바닥에 눌어붙었다.

    “이야~ 우리 왕자님 역시 한다면 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세요.”

    “튕기긴.”

    하미준 헌터가 키득대며 신전 바닥을 발로 차올렸다. 전방을 향해 뻗어 나간 커다란 나무줄기가 순식간에 헤카톤케이레스의 팔 수십 개를 날려버렸다.

    철컥.

    박격포 형태를 많이 써서 남아있는 소리 탄환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 번 쏠 때, 제대로 쏴야 해.

    팔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녀석들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팔이 없으면 사실상 공격을 못 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탕!!

    ‘코앞에서 쏴도 전혀 위험하지 않지.’

    나와 헤카톤케이레스 사이의 공기가 크게 진동했다. 이마에 소리 탄환을 직격으로 맞은 녀석의 몸이 거의 반쯤 터져 나갔다.

    촤아악.

    남은 몸뚱어리마저도 세빈이의 ‘영’에 의해 토막 났다. 세빈이는 곧바로 몸을 돌려 하나 남은 헤카톤케이레스를 향해 쏜살같이 튀어갔다. 연갈색의 코트 자락이 망토처럼 펄럭거렸다.

    헤카톤케이레스의 커다란 그림자에서 손 수십 개가 뿜어져 나왔다. 그중 몇 개는 녀석에 의해 찢겨 나갔지만 세빈이의 공격 찬스를 벌어주기엔 충분했다.

    우우우웅―

    “우어어어!!”

    공격은 세빈이에게 맡기고 자아의 방아쇠를 길게 당겨 공기를 진동시켰다. 전신을 울리는 강한 진동에 헤카톤케이레스가 몸에서 힘을 푸는 틈을 놓치지 않은 세빈이가 녀석의 가장 높은 머리 부분을 영으로 찍었다.

    우드드드득.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잘라내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신전에 울려 퍼졌다. 세빈이는 영을 그대로 둔 후 지면 위로 사뿐히 착지했다. 헤카톤케이레스의 그림자에서 뽑아낸 수십 개의 손이 대신 영을 잡아 누르고 있었다.

    쿵!

    영이 신전 바닥에 꽂히는 동시에 마지막 헤카톤케이레스마저 산산조각 났다.

    “하아…….”

    세빈이가 숨을 깊게 내쉰 후 자신의 그림자를 한 번 밟았다. 바닥에 꽂힌 영이 모습을 감추더니 갑자기 세빈이의 그림자에서 스르륵 튀어나왔다.

    ‘역시 세빈이는 다르구나.’

    스킬의 파괴력 자체는 나보다 낮을지 몰라도 전투 센스는 충격적으로 월등했다. 고유 스킬의 활용력과 무기를 쓰는 방식, 그리고 겁을 상실한 것 같은 대범함이 전투에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얘를 적으로 돌린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

    “지의야?!”

    양손으로 내 뺨을 내리치자 세빈이가 기겁하며 내 옆으로 달려왔다.

    ‘지난번과 이번은 달라.’

    불안해하지 말자. 세빈이의 배신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핀은 걸어놨잖아.

    시선을 옮겨 세빈이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빛을 내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열두 살에 처음 만났던 어린 강세빈의 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슬슬 다음 페이즈 준비하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니까.”

    하미준 헌터와 차도윤 헌터가 기력 회복제를 입에 털어 넣으며 나와 세빈이 쪽으로 다가왔다.

    “이런, 이런. 결국 내가 나서야만 했나.”

    그리고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리듯, 진(眞) 크로노스가 낫을 쥔 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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