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비상(飛翔)】
10분 전, ‘시체 모빌’의 꿈 세상 안.
―언니!
지유 목소리다. 평생을 그리워하던 그 목소리가 오르골의 노랫소리의 틈새에 끼어 있었다.
“지유…니? 지유야, 지금 거기 있어?!”
―여기서도 같이 찍자!
―아까도 찍지 않았어?
―아까 언니 눈 감았어!
‘내 목소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갈수록 대화는 더욱 선명히 들렸다.
―나 친구들이랑도 찍고 올게~
―점심에 중국집 예약해 뒀으니까 빨리 찍고 와!
―하하, 졸업식이라고 신났네.
턱.
“아… 그렇구나.”
이곳은 꿈 세상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저 내 소망이 반영된 꿈.
―나 교복은 언제 사러 가? 언니 거 물려 입으면 되나?
―새로 사야지. 내 건 다 낡았잖아.
―언니도 학교에 누가 기부해 놓은 거 입은 거라며. 나도 그냥 언니 거 입을래.
―됐어, 네 건 새로 사.
이 꿈은 지유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이다. 지유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순간이자, 어쩌면 지유만큼이나 나도 간절히 바라왔던 순간.
―지유야! 예비소집일 날 같이 가자!
―그래!
망할 오르골에서 나오는 지유의 음성은 분하게도 달콤했다. 내 가슴에 묻어둔 지유는 여덟 살 이후로 나이를 먹지 않는데, 오르골 속 지유는 어느새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있었다.
덜그럭.
“찾았다.”
소리가 난 쪽으로 한참을 걷자 발끝에 작은 오르골 박스가 차였다.
―언니, 얼른 와~
―금방 갈게.
―아, 빨리 오래두~
뭐가 그리 급해서 먼저 갔을까.
오르골 박스 앞에 쪼그려 앉아 지유의 음성을 가만히 들었다. 웃음을 잔뜩 머금은 지유의 목소리 때문에 자꾸만 눈이 시큰거렸다. 지유는 내게 어서 오라며 보채고, 나는 내심 좋으면서 틱틱댄다.
달콤한 꿈이다. 평생 듣고 싶은 달콤한…….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하고 안 왔잖아.
“허억!”
콰그작.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오르골을 내리쳤다. 오르골 박스의 뚜껑 부분이 약간 찌그러졌다.
―내가 죽는 그날도, 언니는 나 보러 안 왔잖아.
“그건……!”
이건 지유의 진심이 아니다. 이 역겨운 꿈 세상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지유의 목소리는 내가 평생 후회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죄책감이 목을 조르고 사지를 짓눌렀다.
―언니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할 거야.
쿵, 쿵, 쿵.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내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할 거라고……?’
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르골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 부정할 수 없던 가짜 지유의 말 중 내가 유일하게 고개를 저을 수 있는 말이었다.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 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맙습니다. 이제야 정말로 정신을 차렸어요.”
“고마워, 언니.”
내가 도와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짜의 목소리를 밀어냈다.
누군가를 희생시켰던 업을 청산해 왔고, 희생시키지 않을 힘이 지금 내겐 있다.
“아냐. 지킬 수 있어.”
고작 가짜의 말에 흔들릴 수는 없다.
콰그작!!
발로 오르골을 밟아 뭉갰다. 오르골은 볼품없이 산산조각 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핑크빛 바닥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갔다.
<사명>
[세상을 구원하는 자]
[달성도 상승]
[달성도 : 10%]
사랑스러운 동생의 마지막을 지키진 못했지만, 내 동생이 사랑한 세상을 지킬 사명을 갖고 있다.
[편집 괴수 ‘시체 모빌’이 당신을 잠에서 깨웁니다.]
[편집 괴수 ‘시체 모빌’은 할 일을 마치고 자가 소멸을 택합니다.]
[편집 괴수 ‘시체 모빌’이 모빌 끈에 목을 매답니다.]
‘이 사명만큼은 반드시 완수해서 지유를 살려내겠어.’
우웅, 우웅.
이 미쳐버린 분홍색 공간이 크게 진동하면서 내 몸도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커헉!”
[편집 괴수 ‘시체 모빌’이 ‘신지의’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갑자기 폐부에 공기가 확 들어찼다. 잘못 들어간 공기 한 줌이 거친 숨을 토해 내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몸 전체가 징징 울렸다. 목매달았다고만 떠서 진짜로 소멸이 된 건지 의심스러웠는데, 다행히 상태창이 눈앞에서 깜박거리고 있었다.
“지의 양!”
“시, 시, 신지의 헌터, 정신이 좀 드세요?!”
아우! 아―우!
녹두가 높은 울음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마구잡이로 핥았고, 한진우 헌터와 하미준 헌터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나저나 여긴…….’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불이었다. 아무래도 ‘방공호’ 안에 들어온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소리야. 지의 양이야말로 도대체 뭐에 당한 거야?”
“아, 시체 모빌이요. 정신계 스킬에 당한 것 같더라고요.”
하미준 헌터는 눈을 감은 채 잠시 이마를 짚다 이내 평소의 나른한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하아… 뭔 일 나는 줄 알았네.”
“아무튼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아직 몬스터 한 마리 더 남았잖아요.”
“아, 그 몬스터가 신지의 헌터를 공격하려고 해서 최민 헌터가 방공호를 열었어요.”
그랬던 거였군. 빨리 나가서 몬스터 상태창부터 확인해야겠네.
바스락.
“어……?”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눈에 익은 트렌치코트가 내 밑에 깔린 채 바스락거렸다.
‘이거, 세빈이 건데?’
트렌치코트를 들고 벌떡 일어나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세빈이가 나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세빈아.”
세빈이의 검은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살짝 벌어진 입술은 할 말을 고르는 건지 한참을 달싹였다.
‘또 걱정시켰네.’
각성 직후 병원에서 나를 보던 그 눈빛이다. 얼굴에 진 그림자도 부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아.”
세빈이를 안심시키며 바로 앞까지 걸어가자 그가 고개를 숙여 나와 눈을 맞췄다.
“미안.”
“…지의 네 잘못 아니야.”
“그래도 미안.”
툭.
세빈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비누향의 틈에 어렴풋이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난 세빈이를 와락 끌어안았고 등을 토닥였다. 세빈이의 심장은 내 몸을 타고 느껴질 정도로 크게 뛰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그의 등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제 슬슬 나가도 될까?”
“아, 네.”
하미준 헌터의 말에 대답하며 세빈이를 떨어트려놓았다. 방공호 벽 쪽으로 걸어간 우리는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대로 통과했다.
터벅.
[체력 : 0/5]
[오늘의 날씨는 맑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맑은 날만 이어지면 좋겠네요.]
<사명>
[카르마를 밟는 자]
[달성도 상승]
[달성도 : 47%]
“어……!”
방공호 밖으로 나오자마자 상태창이 떴고, 뒤이어 사명이 반응했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과거의 지식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이 녀석은 경계에 입장한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몬스터다.’
모두의 마음이 차분해지면 공격을 멈추고 자가 소멸하지만, 혼란스러워하면 타깃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몬스터. 그래서 시체 모빌과의 상호 작용이 좋았다. 누구 하나가 시체 모빌의 꿈 세상으로 끌려가면 마음이 안정될 리가 없으니까.
파스락.
폭삭 주저앉은 ‘오늘의 날씨는 맑음입니다’가 그대로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신지의 헌터, 지금 저 몬스터 왜 저러는 건지 알아?”
“아. 그, 저희의 마음이 안정돼서 소멸한대요.”
“하하, 마음의 안정이라.”
하미준 헌터가 세빈이 쪽으로 슬쩍 시선을 건넨 후 키득거렸다.
‘뭔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나 보네.’
[편집 괴수 ‘오늘의 날씨는 맑음입니다’가 ‘신지의’, ‘최민’, ‘강세빈’, ‘하미준’, ‘한진우’, ‘김민숙’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완전히 소멸되었다는 상태창이 떴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상태창이 우다다 올라오기 시작했다.
[뒤틀린 존재들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평온해집니다.]
[무너졌던 질서가 올바르게 돌아갑니다.]
[경계가 닫힙니다.]
[감지된 생명체의 수 : 6]
쿠구궁.
무너져서 산산조각 났던 태양이 다시 뭉쳐서 하늘 위에 떠올랐고, 새까만 하늘은 푸르게 물들어 갔다.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났던 기와집의 벽도 아까의 모습을 되찾았다. 정말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명>
[세상을 구원하는 자]
[달성도 상승]
[달성도 : 16%]
“하아아…….”
진이 다 빠져서 그 자리에 냅다 주저앉은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전투 중 제일 아찔한 순간이 많은 전투였지.’
옷을 살짝 들어 종이학에게 뚫렸던 배를 다시 살폈다. 한진우 헌터의 ‘약손’ 덕에 말끔하게 낫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옅은 흉터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업을 청산한 덕분에 지난 기억들도 많이 되찾았고 자아의 새로운 형태까지 해금되었다.
배 뚫리고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은 거래지.
아우우―
“녹두도 수고 많았어.”
녹두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내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김민숙 헌터가 허리를 숙여 녹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그런가 봐요. 녹두야 졸리면 들어가도 돼.”
꺄아아우.
키잉!
녹두의 몸이 연둣빛을 띠다 이내 팔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피곤하면 들어가 있지,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강세빈 헌터, 연락 온 거 없어?”
“네. 예상보다 좀 늦네요. 보통 경계 클리어가 제일 늦게 끝나는데.”
브리핑에서 잠깐 듣기론 내부 팀 위치에서 발생한 몬스터들을 전부 해치우고 경계까지 모두 클리어했을 때 던전 소멸 조건이 완성된다고 했다. 생명체가 모두 나온 후에 게이트를 닫으면 던전과 함께 소멸하는 형태인데, 아직 내부 팀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두 명만 내부 팀으로 이동하죠. 보스 몬스터의 방어력이 올라가서 아마 애 먹고 있을 겁니…….”
쿵!
그때 무언가가 묵직하게 지면을 울렸다. 세빈이의 말은 그 소리에 잡아먹혔고, 우리는 모두 소리가 난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 이게 왜 여기 있어?”
태극 문양이 가운데 박힌, 낡은 나무로 된 문. 그리고 원래대로였으면 던전 초입이 아닌, 내부 팀 앞에 있어야 할 것.
경포대 A급 던전의 게이트였다.
보면 안 될 것을 봐버린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가슴은 불쾌하게 두근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혼란스러운 얼굴로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를 노려보았고 눈앞의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듯 인상을 찌푸리거나 머리를 짚었다.
“게이트 폭발 중에… 새로운 파견 팀이 들어올 수 있나요?”
“아니. 폭발하는 게이트는 오직 안에서 밖으로만 열려.”
김민숙 헌터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미간에 진 주름이 그가 얼마나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삐리리.
그때 세빈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벨소리가 한 번 채 끝나기도 전에 세빈이가 재빨리 화면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치지직―
전화기 밖으로도 엄청난 노이즈 소리가 들렸다. 세빈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귀에서 핸드폰을 뗐고 곧바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차도윤입니다. 보스 몬스터까지 전부 처리했습니다. 근데…….
차도윤 헌터가 잠시 말을 흐리다 다시 입을 뗐다.
―히든 몬스터가 나타났어요.
“히든 몬스터?”
―선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간형 몬스터입니다. 이름은 ‘사람을 찾는 나그네’고, 무적 스킬이 있는지 공격이 전혀 안 통해요. 속성은…….
쿠구궁―
엄청난 굉음이 핸드폰을 통해 들렸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다급한 목소리가 이리저리 섞여 나왔다.
―자세한 건 경계 몬스터처럼 상태창에 뜰 거예요! 지금 경계 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간을 살짝 구긴 세빈이가 고개를 들어 다른 헌터 쪽으로 시선을 건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히든 몬스터가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몬스터는 지금까지 등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게이트는 그대로 있나요?”
―히든 몬스터가 소환되면서 사라졌어요. 혹시 그쪽으로……?
“네. 경계 팀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하아… 어디 갔나 했더니.
차도윤 헌터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저희도 전투 가능한 인원을 경계 팀으로 보내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겼고 주위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갑자기 위치가 바뀐 게이트,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 엄청난 혼란이 우리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사명>
[카르마를 밟는 자]
[기억을 되찾으며 지난 시간선의 업을 청산하라.]
[청산할 수 있는 업이 감지되었습니다.]
[해당 위치에 도착하였습니다.]
두근, 두근, 두근.
모두가 내부 팀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과 히든 몬스터, 무겁게 가라앉은 이 분위기까지 전부 익숙했다.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는 심장과 배배 꼬인 내장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려 하고 있었다.
뭐였지? 무슨 일이 벌어졌더라?
업이 감지됐다는 건 이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걸 말한다. 그건 주로 누군가의 희생이었고.
‘아주 작은 사실이라도 좋으니 뭐라도 기억해 내봐!’
쓰러질 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오직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상황. 지금은 그것이 꼭 필요하다.
그 누구의 죽음도 그냥 둘 수 없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머릿속에 흘러들어 오는 기억에 집중했다.
“‘곧, 곧 치료계 헌터 올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실 필요… 없, 습니다.”
최민 헌터 목소리다. 그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힘겹게 말을 뱉고 있었다.
“애초에 살아선 안 될 몸이었, 컥, 으니까요…….”
“그만. 그만 말해요.”
“그래도 당신과 함께하는 동안은…….”
삐이이이이―
끔찍한 이명이 최민 헌터의 마지막 말을 집어삼켰다.
“…다음번엔 실패하지 않겠어.”
과거의 기억은 나의 건조한 말과 함께 끝이 났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격렬하게 반응한 사명, 자아는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사실들, 그리고 과거의 내가 중얼거린 말. 그 모든 정보를 합치면 결정적인 사실이 나온다.
‘내 이번 회귀가 처음이…….’
[■■째 ■■■의 ■■, ■의 ■이 해당 ■억을 삭■합니■.]
“웁.”
순간적으로 토기가 올라왔다. 내 기억을 삭제하는 자식이 이번에도 설쳤다. 누가 들었을까 싶어 눈치를 살살 보며 입을 틀어막았을 때쯤 세빈이의 어깨 너머로 검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최민 헌터…….’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던전 안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 던전에서 쌓고 만 업, 그건 아마 최민 헌터의 죽음이겠지.
쿵, 쿵, 쿵.
내 정신을 환기하듯 짐승의 발걸음 같은 소리가 던전 안을 울렸다. 끝없이 뻗은 흙길의 저편, 거대한 모래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검은 인영이 보였다.
턱.
모래바람을 뚫고 녀석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갓, 푸른빛을 띠는 두루마기, 낡은 짚신. 사극 속에서나 볼 법한 차림의 몬스터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녀석이 우리의 시야에 완전히 들어왔을 때 글자가 녀석의 주변 위로 차분히 떠올랐다.
[히든 몬스터 사람을 찾는 나그네]
[불 속성]
[특이 사항 :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한다.]
[목적지에 도달하여 ■■할 때까지 절대 무적 상태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