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5/15)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양복을 빼입고, 서류를 들고 회사에 일찍 출근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이사 실에 들어가 서류를 내려놓고 나왔다.

    그리고 부장님과 함께 진시우 배웅하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그 길에 밖을 바라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 와중에 2틀 만에 한태성의 문자가 왔다.

    '어디야?‘

    라는 한마디 뿐이었지만, 왠지 태성이는 이 한 단어를 보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아주 정성스럽게 진심을 담아서 보내기 힘든 문자를 보냈다.

    ‘공항에…’

    ‘너 결국 가는 거야?’

    ‘어디를?’

    ‘미국…그 놈 곁에…’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럼 뭐 하러 가?’

    ‘인사하러’

    ‘바이바이?’

    문자를 계속 주고받고 하다 보니, 부장님이 차라리 통화를 하지 그래? 라는 말에 아무래도 부장님 옆에서 실례인 것 같아서 태성이에게 나중에 연락한다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공항에 도착하여 들어가 보니, 이미 진시우 비행기는 티케팅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천천히 걸었다.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부장님이 손을 잡아끌었지만…

    줄 서 있는 많이 보던 직원들 틈새로 큰 키의 사내가 보였다.

    부장님은 일일이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나는 그 앞에 섰다.

    내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영 믿기지 않는 듯 그는 눈을 몇 번 비비더니,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얄미운 웃음을 보이며 그가 말했다.

    “따라가는 거야?”

    여전히 자기 잘났지…모든 것이 네 마음대로 될 거라는 착각

    하지만, 그런 네가 정말로 잘나 보이니 내가 맛이 간 거겠지

    “설마”

    나 역시 여유만만하게 웃었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단다. 진시우

    내 말에 그가 웃던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좀 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한 발짝씩 말이다.

    “작별인사는 받고 싶지 않은데?”

    “모든 것은 네가 하기에 달렸지”

    “무슨 소리야?”

    “다음 달에 나는 중국으로 가”

    “뭐?!”

    “원치 않게 발령나버렸는데,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니고 오히려 기회라서 가겠다고 이사님께 오늘 아침에 관련 서류 놔두고 왔어.”

    “…너…”

    “나는 중국 1년이야. 그리고 그 이후는 미국. 어때? 1년 참을 수 있겠어?”

    “하…지주혁, 당신 정말”

    그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짓더니, 결국은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는지 큭큭 웃기 시작한다.

    “참을 수 있겠냐고”

    “뭘?”

    “…섹스, 그리고 사랑”

    “…참으면?”

    뒤에서는 빨리 티케팅 해야 한다고 난리였다.

    정말 이제 시간이 없다.

    “낚시터에서 못했던 거 나머지 하는 거지 뭐”

    난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내 뱉고 진시우를 스쳐 지나가, 다른 직원들과 인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악수를 청하는 진시우의 손을 잡았고, 그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으쓱 거리며 약속 잊지 말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물론 그가 그냥 떠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날 밤에, 숙소에 도착했다며 전화한 녀석은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나에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나에게도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 중에 하나가 절대로 바이브와 로터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나서 전화를 꺼버렸다.

    정말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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