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4/15)
  • 출근하니 회사에는 이미 내일 출국하는 직원들에게 인사나 환송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진시우는 면도를 하고, 아주 말끔한 모습으로 양복까지 쫙 빼입고 사장님과 그 외의 인사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 분위기라 많은 여사원들도 아쉬워하고 있었고, 부장님도 아쉬워하고 있었다.

    좋은 인재가 다 가네 말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고 부서에서 밤에 송별회 회식을 하기로 하였다.

    아예 횟집 하나를 빌려서 하는 회식장소에서 주인공인 진시우는 약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나서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샀지만, 또 사람들은 반가워했다.

    그리고 아쉬워도 했다.

    진시우와 나는 저 멀리에 서로 떨어져 앉아서, 나는 진시우에게 잘 가라는 인사도 못하게 생겼다.

    그때 진시우가 모든 직원들에게 술 한 잔씩 돌린다고 한 바퀴를 쭉 돌더니, 느닷없이 내 옆에 앉아있는 남직원 한명을 밀어내고 앉았다.

    “제일 신세 많이 진 지대리님 두잔 받으세요.”

    얼떨결에 술잔을 내밀고, 녀석은 술을 따라주고, 그 술을 원샷하고 다시 술잔을 내밀고 한잔 더 받았다.

    이제 가겠거니 했는데, 쭉 앉아있던 녀석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웃고 있었다.

    “…?”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지금 실수로 나를 건들이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니, 진시우의 손이 바닥을 짚고 있는 내 손에 다가와 깍지를 끼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해도, 이 녀석이 뭐 그런 거에 신경 쓰는 녀석이던가.…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찔렀는데

    그렇게 회식이 끝날 때까지 녀석은 내 옆자리에서 뜨지 않았고, 땀이 차도 손을 그렇게 꼭 잡고 있었다.

    나도 그걸 모른척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셨고, 우리는 회식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회식이 끝나고 모두 진시우에게 바이바이를 외치고, 진시우도 그들에게 바이바이하고, 섭섭한 듯 담배 하나 꼬나물던 녀석이 가만히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당신은…어쩔 거야?”

    어쩔 거라니…뻔뻔한 녀석

    “손 놔, 그럼 갈 테니까.”

    손 아프지도 않나.

    몇 시간째 잡은 손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것 만해도 정말 대단하다.

    아니, 어차피 사람들은 취해있었으니 몰랐을 수도 있겠지…

    “내일이면 바이바이네.”

    “……”

    “귀찮게 해서 미안”

    “……”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심술 좀 부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빠져 버렸네, 그래서 못 된 짓 하고…미안해. 처음부터 솔직하지 못했던 거, 진심으로 대하지 못한 거 후회하고 있지만 너무 늦었네.…”

    “갑자기 철들어 가는 모양이네”

    “까칠하기는…그런 면도 좋아하지만”

    “…놔줘. 갈란다. 가서 목욕 하고….”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 거지?”

    “내가 왜 너랑 가? 애초에 그건 회사에서 정화는 일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렇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잘 해, 회사가 네 손안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4년 뒤에 와서 그때도 당신에게 고백하면 받아 줄 거야?”

    “허허…그럼 나보고 4년간 혼자 있으라는 거냐? 싫다. 그 안에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어라?

    뭔가 울컥 한다.

    얼른 진시우의 손을 쳐내고 택시를 잡아 세웠다.

    택시를 타고 차 안에 앉아서 한참을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지금까지 진시우를 만나서 생각한 것의 배로 빠른 속도로 빠른 생각으로, 더 많은 것을…

    “…젠장…”

    결론은 하나구나…

    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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