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1/15)
  • “지주혁!!! 이것이 보이냐!!! 보이냐고!!!”

    오랜만에 보는 진구 녀석은 내가 3주 안 왔다는 증거물인, 그 탑10을 들고 나타나서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3주간 안보였어, 장장 3주간!!!!”

    “알아,”

    “그런데 뭐야 이 순위는 이 순위는!!!!!”

    녀석이 흔들어대던 종이를 뺏어서 보니, 순위는 꽤 많이 떨어져있었다.

    3위 안에 들더니 지금은 7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그새 여기 물 좋아졌나 보네

    “뭐야!!! 그 여유로운 웃음은!!!”

    “진구야, 넌 언제쯤 여기에 들거니”

    “약 올리나?!”

    오랜만에 혼자서 게이바를 설렁 설렁 왔다.

    그냥 이리저리 마음이 복잡해져서 걷다보니 개가 자기 집 찾아온 마냥 와버렸다.

    자리에 앉아 마시고 있으니, 진구 녀석이 왔다갔다. 그리고 사장님도 왔다 갔다 했고, 예전 파트너들도 왔다 갔다 하며 나에게 말을 걸고 웃고 그리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오늘 웬일로 혼자야? 만날 데리고 다니더니?”

    “누구?”

    “태성씨랑 시우씨”

    “하하…”

    승진씨가 말한 레인저가 생각나버렸다.

    그러고 보니 태산이가 이제 빠졌으니, 레인저가 될 수 없는 걸까.

    “참 너 안 오는 사이에, 여기에 이상한 녀석 한명 왔는데”

    “응”

    “저기에 저 무리 중 검은 녀석 보이지? 체인 감고 있는 놈”

    “…어”

    펑크족인가, 덩치는 커서 온몸에 번쩍 번쩍 한 것을 두르고 있으니, 빛을 받아 반짝 반짝 난리도 아니다.

    “저 놈 취향이 희한하더라고”

    “?”

    “덩치 큰 놈을 좋아하더라. 참고로 저 놈은 탑, 여기에 데뷔한지 2주 만에 상위권에 든 놈이지”

    헤에…

    정말 취향 특이하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남자를 바라보다가, 그 남자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쳐 버렸다.

    그 남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며 자기 일행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찰랑 찰랑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 보네?”

    “……”

    “이름이 뭐야?”

    “지주혁”

    “지주혁-아, 당신이 그 유명한 사람이군. 탑이긴 한 대, 바텀이라지?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 오늘 만나게 되었으니 운이 좋은 건지…”

    “……”

    그가 자신의 팔을 내 목덜미에 감싼다.

    그리고 내 귓불에 키스하며 이야기 한다.

    “…오늘 내 고양이가 안 될래? 귀여워 해줄게”

    아 느끼하다.

    순간 아까 점심에 먹었던, 김치가 역행하려고 하고 있었고, 옆에서 진구 녀석도 느끼한지 계속 웩웩 거렸지만, 정작 체인남은 괜찮은 건지 계속 내 귓불을 살살 만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다른 사람들은 다 민감하다던 귓불은 나에게 민감한 곳이 아니라 그다지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냥…한번 자볼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번 자보고 나서 이거 별거 아니다 싶어질 수도 있고…그럼 이 복잡한 마음 조금 정리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상큼하게 다음날 진시우나 태성이 앞에서 난 탑이 더 잘 맞더라고 아하하하‘ 하면서 웃을 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정작 아무것도 아닌 일가지고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끈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건 내 잘못이지…

    “좋아.”

    내가 옷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진구녀석이 내 옷자락을 잡고 눈빛으로 여러 가지 말을 묻는다. 진짜? 진짜? 하는 표정, 그럼 진짜지 가짜겠냐…난 진구녀석의 손을 떼고, 그 남자의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조화가 이상한지 bar안에 사람들도 웅성거렸고, bar에서 나오는 내내 이상한 시선을 왕창 받았지만, 뭐 어떠리.

    오늘밤 저 남자와 자고 나면 정말 바뀔까

    무언가가…

    “이 근처 호텔로 갈까?”

    나는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 내가 자주 갔던 호텔로 그를 데리고 갔다.

    조금 앞서 걸으니 그가 쪼로로 옆에 와서 서서는 팔짱을 낀다.

    양복 입은 남자와 체인감은 펑크족 같은 남자가 팔짱을 하고 가니 일반인 시선도 그렇게 좋진 않다.

    하지만 이 남자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뭐…

    “아, 참고로 말하는데 나 취향이 좀 독특해”

    어차피 떡대를 좋아한다는 것부터가 취향이 독특한 것 같지만…

    “어떻게?”

    “나 S거든”

    아아,…체인을 봤을 때부터 조금 생각은 했지만, 막상 듣고 나니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그다지 SM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주혁씨는 뭐야? S야? M이야?”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는 걸…”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것이 있을 거 아니야”

    “모르겠어.”

    “후후, 그럼 내가 조련해줄게”

    그가 혀로 내 목덜미를 날름 핥아 올린다.

    멀쩡히 걸어가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았는지 모두 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여자들은 꺅꺅 거리고, 이 남자 정말 곤란하네.…

    “당신 정말 마음에 든다. 무뚝뚝하고, 자기 페이스인 것도 마음에 들고”

    “고마워”

    내가 생각해도 난 오늘 좀 쌀쌀 맞구나.

    아니면 오랜만에 섹스인데다가, 바텀으로 첫 데뷔라 긴장해서 그런가.…

    횡단보도를 건너 야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가 계속 양복 안으로 손을 넣어 파고 들어온다.

    교차로라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그의 노골적인 행동에 깜짝 놀라서 좀 떨어지라고 말을 해도 그는 이제 흥분해서 미치겠다고 하악 거리며 귓가에 숨을 불어 넣는다.

    이거 완전…

    “야!! 너 뭐하는 거야!!!”

    “지주혁!!!”

    뭐라고 할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왠지 어디선가 레인저가 나타날 것 같아 라는 생각도 하기 전에,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어디든 붙어 다닌다니까. 아니면 어떻게 저렇게 둘이서 잘 나타나는 건지, 따로 약속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둘이 사귀라고 했다가는 정말 맞겠지.

    거의 살인적인 오로라를 내뿜으며 나타난 두 남자는 다짜고짜 그 체인남의 멱살을 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좀 더 모이기 시작한다.

    이래서야 완전 호모치정싸움

    아니, 그게 맞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단체로 커밍아웃 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얼른 진시우와 한태성, 그리고 그 체인남의 사이에 껴서 싸움이 되려는 것을 막았다.

    내 행동에 아무래도 진시우와 태성이는 이해가 안 되었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이번에는 나를 무시무시하게 바라본다.

    “왜 말려?!”

    “너 정말 이 놈이랑 나간 거냐?! 자려고?!”

    “진시우, 조용히 좀처럼!! 사람들이 듣겠다!!”

    “들으라고 해!! 나 지금 머리꼭지가 돌아 버릴 지경이라고!!”

    “정말 목소리 커서 쪽팔린다. 진시우 진정하고- 지주혁”

    태성이가 진시우의 머리를 한 대치며 다가와 나의 어깨를 잡는다.

    아주 아프게…

    “네 의지야?”

    “그래”

    “…그럼 나와 저 녀석은…차라리 우리 둘 중 한 놈이랑 자”

    “태성아, 그건 안 돼”

    “왜?”

    “저 남자는 나를 몰라, 나를 좋아하지도 않아. 하지만 너희들은 그게 아니잖아.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잘 수가 없어. 미안하다.”

    “이게 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줄 모르냐? 씨발 좋아하는 놈이 다른 놈이랑 자러 들어간다는데, 그리고 너, 깔러 가는 게 아니라 깔리러 가는 거잖아!”

    이젠 태성이 마저 화가 났는지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 녀석의 이런 모습 처음 본다.

    “갈게. 무슨 큰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소란 피워서 되겠냐.”

    “야!!”

    “지주혁!!”

    몇 번째 신호등의 색깔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곧 파란색으로 신호등이 바뀔 것 같아, 아직 어리벙벙한 체인남의 팔을 잡아끌었다.

    심술이 난다.

    아니 화가 난다.

    이상한 녀석들

    정말 잘난 놈들이 왜 이렇게 나에게 목메는 건지…

    “지주혁!”

    “시끄러!! 이건 내 일이야!!”

    결국 울컥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명백한 선 긋기

    더 이상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는 선 긋기를 나는 해버리고 말았다.

    내 말에 상처 받은 두 남자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그 모습이 보기가 싫어서 그냥 뛰어서 신호등을 건넜다.

    호텔에 들어가서 방을 잡고, 체인남은 신나게 룰루랄라 하면서 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고, 나는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체인남이 나오고 가운을 들고 욕실에 들어가려고 하니 체인남이 다짜고짜 나를 끌어안고 입술을 부딪쳤다.

    키는 나랑 같아서 서로 정통으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키스를 하는데…정말 오랜만에 키스인데도 하나도 기분이 좋지 않고, 오히려 찝찝한 기분…

    “그만, 나 샤워해야-”

    “그런 거 필요 없고, 그냥 하자구”

    정말 이 남자는 막무가내다.

    당신은 싫어도 내가 해야겠는데, 계속 찜찜하단 말이다.

    꽤나 힘을 써서 나를 침대위에 눕히고 옷을 벗기고 온몸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아, 정말 불편하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다.

    체인남의 유두가 내 유두를 씹어도 내 허리를 만지면서 내가 민감하게 느끼는 옆구리를 핥아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설마 섹스 하는 내내 이런 기분인 것은 아니겠지

    그럼 내 바텀 데뷔 신고식이 정말 기분이 더러웠어. 라고 두고두고 말하게 될 텐데…

    참…그냥 한번 자면 되지

    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그래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웃으면서 하고 싶었던 거겠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를 주면서 나 책임지라고 그런 닭살스러운 말을 하면서 애교 부리고 싶은 거겠지

    이 덩치에 안 어울리는 애교를 부리지만 그래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쯤 예쁘게 봐주지 않을까하는…

    “허억 허억”

    급기야 자기혼자 흥분해서 목욕가운에서 살짝 나온 자기 거시기를 나의 허벅지에 부비작 거리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는 체인남을 보고 혀를 찼다.

    BAR가 물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안 좋아진 거다.

    이런 놈이 상위권이라니, 앞으로 파트너들이 불쌍하구먼.

    “야, 비켜”

    “헉헉…무슨 소리야 한참 좋은데…”

    정말이지, 적어도 내가 그럴 기분이 들게 만들면 그냥 에이 모르겠다. 하겠는데, 이건 뭐…

    “후우…셋 셀 동안 비켜”

    “허억 허억- 왜? 좀 더 세게 해줄까? 기다려봐 내가 지금 곧 - 으악!!”

    그대로 무릎을 들어서 그 체인남의 배를 찍어 버렸다.

    어디에 손가락을 넣어 어디에

    남자는 찔끔찔끔 울면서 나를 보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뭐…뭐얏!!!”

    “정말 미안한대. 내가 오늘 실 수 한 것 같다. 돌아갈게 호텔 비는 내가 낼 테니 걱정 말고”

    “야!!!”

    “아, 그리고 혼자서 좋다고 헉헉 거리지마라. 상대방 배려부터 하란 말이다.”

    체인남이 황당해하며 나를 쫒아 오려는 것을 얼른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옆에 엘리베이터가 다행인지 바로 그 층에 서서 타고 1층 버튼을 눌렀다.

    하하…그렇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이건 뭐 바보 삽질도 아니고, 지주혁 게이인생에서 가장 오명으로 남을 일이다. 진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양복 재킷을 한손에 걸치고 호텔 비를 계산하고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하나…생각하다가, 아까 그 바보 같은 두 인간이 생각나서, BAR로 향했다.

    사과…해야겠지

    BAR로 뻘쭘하게 들어갔더니, 역시나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보기 시작한다.

    아까 웬 놈이랑 나갔는데 멀쩡하게 걸어 들어오니 이상한 모양이다.

    이곳에 없나…이곳 말고 그 둘이 갈 만한 곳은 없는 것 같은데…두리번거리며 찾다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아서 돌아가려는 찰나에 저 멀리 인파들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두 사람이 어둠침침한 오로라를 풍기고 앉아있었다.

    전화하려고 했던 폰의 폴더를 닫고, 두 녀석에게 다가가니, 정말 안주하나 없이 술을 들이 붓고 있었다.

    “뭐해?”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두 사람은 크게 움찔 거리더니, 맥주를 소리 높여 탕 놓더니 나를 째려보았다.

    아무래도 불만이 많이 쌓인 모양

    “뭐해? 뭐해에~? 뭐해?라고 했어 지금?!”

    진시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소리쳤고, 그의 입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는 것 보니, 많이 마신듯했다.

    개다가 혀도 꼬였고…

    “후우…진시우 진정하고…”

    태성이가 진시우의 팔을 끌어 당겨 억지로 앉혔다.

    그리고 진시우의 빈 잔에 맥주를 콸콸 부어주며, 진정해 진정해를 중얼 거렸다.

    “근데, 너 왜 여기 있냐? 지금 그 놈이랑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벌써 끝냈나보지. 첫 상대자가 조루였다니 안됐다 지주혁, 젠장. 나쁜 놈, 지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진시우! 옳은 말 하네, 도대체 네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이 두 남자, 아니 우리 태산이까지 하면 셋이네 셋, 셋 가슴에 이렇게 상처를 주냐. 오늘은 정말 밉다.”

    “그래, 밉다. 너 없이도 우리 잘 산다.”

    “그래, 우리 잘 산다!! 넌 그 변태놈에게 가봐”

    어이…

    두 녀석은 서로 뜻이 통했다고 생각하고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씨익 웃는다.

    “한태성 이렇게 마음이 잘 맞을 줄이야.”

    “진시우 나도 널 다시 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둘 사귈까?”

    “그럴까?”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두 남자

    이걸 말려야 하나…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귄다.”

    “그럼 1일이네, 100일 날 은 여행갈까?”

    에구,…머리야…

    “저기, 말이야. 두 사람이 사귀던지 말든지 할 말이 있어.”

    “방해자는 필요 없다. 지주혁”

    “그래, 절루 가”

    “그래그래, 알았어. 그래도 사과는 하게 해줘, 미안하다. 아까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 하아…요새 계속 너희들에게 사과만 하는 것 같은데, 미안해…내 생각이 짧았어. 그냥 요즘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왠지 한태성 너와도 가깝게 있긴 하지만 어색한 것 같아서 싫고, 진시우 너와는 계속 날이 서있어서 서로 부딪히는 것 같고 싫고, 태산이 일도 그렇고…그냥…한번 자고 나면 무언가 바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현실도피 한 거야, 그게 너희들에게 상처 준 결과가 되어버렸지만…미안하다.”

    “바보 같은 놈”

    “바보만 아니지, 등신이지 천치지”

    “누가 너보고 고민하라고 고백한 줄 알아?! 너에게 고민거리 안겨 주려고 너 좋아한 줄 아냐고”

    “아무도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아. 아마 그건 한태산도 마찬가질 거라고”

    “지주혁- 서둘지 마…서둘어서 선택하려고 하지 마, 오히려 그럼 우리와 멀어질 뿐이라고”

    “그래, 우리 때문에 고민하지 마, 당신이 마음가는대로 가면 되는 거야. 그 누구를 선택해도 당신 마음이 선택한 사람이니 불평 안 해, …아니 조금 하겠지만, 그래도 이왕 선택하는 거 내가 좋겠지?”

    “진시우, 웃기지마 너 따위에게 내가 주혁이 줄 성 싶으냐?!”

    “이 놈이!!”

    “어이…너희 둘…선택하라고 해도…오늘부터 사귄다며…그럼 애초에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자시고 건더기도 없는 거 아니야? 개다가 사귀자마자 싸움이냐?”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기겁한다.

    아마 이제 슬슬 술이 깨는 모양이다.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한 줄 알겠지

    “미안, 난 너희둘이 꽤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라…”

    “우엑- 우엑!! 무효야!!! 내가 왜 저따위 자식과!!”

    “나도 싫어 이 자식아!!!”

    “그냥 계속 사귀어-”

    “지주혁 복수냐!!! 아까 내가 심한 말 했다고?!”

    “그럴 리가…미안해서 그러지, 마음 통한 사람들끼리 사귀면 좋잖아”

    내 말에 두 사람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대꾸를 해야겠는데 한 말은 있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하지만 꽤나 억울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너희들 자면 누가 바텀이고 누가 탑이야?”

    마지막 타격

    두 녀석은 결국 상상을 하고 만 것인지, 누구 할 것이 없이 먼저 입을 막고 화장실로 튀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한바탕 신나게 웃고 말았다.

    깨끗하게 속을 비운 두 녀석을 잡고 또 한참을 마셨다.

    두 녀석이 집요하게 어디까지 했니, 그 체인남이 어디를 만졌고 빨았니. 등등부터 시작해서 묻기에 솔직하게 대답해주고 있는 찰나에 체인남이 들어와, 다짜고짜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열 받아 있는 두 놈은 완전 잘 맛났네 하고 그 체인남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말린다고 정말 고생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그 체인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결국 해결된 것은 없지만, 머릿속은 말끔해졌다.

    그거면 된 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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