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10/15)

회사에서 해외지사를 세운다는 말이 공식적으로 회사에 공표가 되고, 회사는 시끌벅적해졌다.

그다지 큰 회사는 아니라서 흐지부지 될까 걱정했는데, 젊은 이사가 추진력이 있어서 회사를 잘 이끌고 있었다.

그에, 조금 있음 해외지사로 갈 사원들을 선별할 모양새였다.

저마다 사정 있어서 가고 싶은 하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한국이 좋으니, 아무래도 가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짓고 있었다.

“죽을 것 같아.”

테이블에 늘어져서 흐느적거리니, 태성이 녀석이 마시던 맥주를 내 머리위에 올려두고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 있을 것 갔냐고 말하면서 장난을 쳤다.

“일 많이 바쁜 가보지?”

“정말 작살이야. 신입사원도 이제 뽑을 거라는데…”

“규모가 커지나 보네”

“LE랑 거래망이 뚫려서 그런가.…뭔가 갑자기 쑥쑥 자라는 기분이야. 그나저나 맥주 좀 치워주렴 내가 좀 힘들단다.”

1분 20초 견뎠다고 말하는 태성이를 한번 째려봐주고 진시우가 가져다주는 시원한 맥주 캔을 받아서 마셨다.

“오늘은 가볍게 마시고 가죠. 내일 일도 산더미인데”

“으으…한 한 달만 휴가 냈음…”

“넌 원래 그거 다 몰아서 연초에 정동진 가는데 쓰잖아.”

“내년에 안가는 한이 있더라도 좀 쉬고 싶다.”

“그래그래…그나저나, 태산이 입대 날짜 잡혔다. 다음 주 화요일이야.”

“진짜야?”

“그래,”

“뭐 그렇게 일찍 가…그 녀석은…”

“오늘 머리 자르고 나타났더라. 정말 성미도 급하지”

“하아…”

“네가 가라,”

“응?”

“네가 태산이 좀 보내주고 오라고”

“태성아…내가 가면…”

“그 녀석 좋아 할 거야. 네가 가…”

“…알았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맥주 원샷을 하였다.

내가 가면 또 상처를 더 벌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지만, 가기 전에 얼굴은 보고 싶기도 하다.

나도 참…녀석이 전쟁터 나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걱정이 되다니

그래, 태산이니까 이렇게 걱정이 되는 거지…

다른 녀석 같으면 걱정도 안 할 건데

“그리고…”

태성이가 캔을 일그러트리고 휴지통 안으로 집어 던졌다.

세이프-소리를 내듯 캔은 안전하게 휴지통 안에 착지했지만, 태성 이는 이야기 꺼낸 것을 다 잇지 못하고 계속 우물쭈물 거렸다.

“말 해…”

“나 선본다.”

“…안 본다더니?”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완전, 새엄마라는 인간이 난리 났어. 그 여자 좀 시끄럽거든.”

그 여자가 좀 시끄러워서 싫다고 태산이가 몇 번이고 말했었지

더불어 그 아들도 재수 없다고

“완전 도장에 찾아와서 대 놓고 나보고 너 게이지? 게이 아니면 왜 선 안 봐?! 그런 여자, 니 주제에 고를 수 있을 줄 알아?! 이따위 말 하는데, 정말이지 그 자리에서 발차기로 우주 저편으로 날려 버리고 싶더라.”

“나보단 양반이네, 내가 그런 소리 들었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해줬을 텐데

“그래서…볼 거야?”

“그 영감 살려놓고 봐야지. 그 영감 휘청하면 나도 곤란해지니까.”

“……”

있지 태성아

나, 전부터 느낀 건데

계속 엇나가는 느낌이 들어

너랑 나

나랑 너

그리고 태산이도

그냥 그런 느낌이 드네.…

그런 말 하면, 너는 웃을까?

진시우는 비웃겠지 무슨 개 헛소리를 하는 거냐고.

“부디 남자 같은 여자 나와서 홀라당 가버리길 바랍니다.”

진시우가 태성이를 보고 싱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음에 열 받았는지 태성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지고 진시우는 또 대꾸하고 그러다가 서로 비판이 되고 욕질이 되어 또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

그 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두 사람에게 그 말을 하면 무슨 소리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겠지만,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금의 난 태성이와 가깝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

저런 장난도 함부로 칠 수가 없고, 장난스럽게 대화를 하거나, 그리고 마음 탁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것이 안타깝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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