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9/15)
  • 음…

    목이 탄다.

    목이타고 덥고…

    불편해…

    그래, 그 불편함에 몸을 뒤적이면서 눈을 뜨니, 눈앞에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남자가 누워있었다.

    나 설마 사고 친 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고 내 옆에 누워있는 남자를 보았다.

    다행히 진시우였다.

    아니, 다행인가…다시 천천히 시선을 내 몸으로 옮기니 역시나 다행히 옷은 다 입혀진 상태였다.

    그래서 잠자리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넥타이는 좀 풀어주지…요령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풀린 넥타이로 조금 답답한 마음을 없앨 수가 있었다.

    자리에 일어나 주위를 보니 아무래도 호텔 같았다.

    고급 호텔이 아닌 B급 정도 되는…내가 좀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니 급한 대로 여기로 나를 데려와서 자기도 뻗고 나도 뻗은 모양이다.

    “일어났습니까?”

    그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자신의 머리부터 헤집는다.

    그리고 나와 같이 넥타이부터 풀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미안, 폐 끼쳤네.

    “후우…당신 다시는 그렇게 마시지 마십시오.”

    “어디 가서 술버릇 고약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취한 모습 본 사람이 없어서 이겠지요.”

    “나 설마 구토하거나…?”

    “그건 아니지만…정말 서럽게 울었단 말입니다. 누가 알면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신 줄 알겠습니다.”

    “아, 그래서-”

    눈이 이렇게 퉁퉁 부어있었던 거군

    “…괜찮습니까?”

    “뭐가?”

    “이제 좀 마음이 편해졌냐는 말입니다.”

    “…글쎄”

    “…오늘 출근 하실 수 있겠습니까?”

    “해야지, 큰일 난 것도 아닌데…”

    그래, 내가 힘들고 내가 아픈 것은 태산이가 아픈 것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

    그런 내가 조금 속이 아프고 조금 마음이 아프다고 회사까지 나가지 않으면 오버 아닐까.

    진시우는 내가 아마 오늘 속이 좀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계속 출근을 말렸지만, 난 결국 출근하고 자리에 앉았다.

    약간 두통 끼가 있어, 나오는 길에 산 두통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시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얼른 입에 머금은 약을 넘기고 전화의 통화버튼을 누르고 사무실을 나와 창가에 섰다.

    [나다.]

    “어, 알아”

    […후우…할 말이 없다.]

    “그래…근데, 태산이는 어때?”

    [오늘 새벽에 들어왔다. 완전 술이 떡이 되어서…어찌나 울던지…정말 태어났을 때로 돌아 간 줄 알았어. 그 녀석 어릴 적에 완전 울보였거든]

    “후우…미안하다.”

    [지주혁, 네가 미안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너는 분명 태산이에게 이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거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냥 네가 빨리 결정 내려줘서 고마울 뿐이다.]

    “…넌 어딘데?”

    [도장 가는 길]

    “태산이 옆에 있어주지”

    [더 이상 어린애도 아닌데 뭘- 아, 이건 농담반 진담반이고 아침에 걱정되어 방에 들어갔더니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고 당장 나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왔지 뭐. 혼자 있고 싶은가 보더라.]

    “그래…”

    [태산이가 말하더라. 지주혁 너랑 내가 되면 저주 할 거라고]

    “하하”

    [태산이에게 미안하지만, 저주 받고 싶은데 어쩌지?]

    “장난하지 말고, 어서 가서 애들 잘 가르쳐요~”

    [네, 알았습니다. 마누라. 여하튼 너무 걱정하지 마라. 태산이는 이제 애가 아니니까. 자기 마음정도는 추스를 수 있을 거다.]

    전화를 끊으면서

    한태성이 나를 좋아하기 전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가 아직 친구가 되기 전에 태산이에 대한 브라 콤을 발산하고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칼 들고 벌써 날 죽이러 오지 않았을까…?

    “한태성입니까?”

    어찌 이리 저 남자는 타이밍을 잘 맞추는 건지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피식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는 약봉지를 내 밀었다.

    “이걸 전해주러 갔더니 자리에 없어서요.”

    “고마워”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

    “나는, 한태성은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만, 한태산은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내가 봐도 너무나 절박했거든요. 당신을 너무너무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네, 여기까지는 저도 한태성도 해당되겠죠. 하지만 한태산은 당신이 탑이었을 때의 모습도 그리고 바텀이었을때의 모습도 알고 두 모습 다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태성을 당신이 선택하면 반박 할 수 있겠지만, 한태산이었다면, 아마 그 어떤 반박도 못해보고 포기했을 겁니다. 그래서…당신이 한태산을 놓았다는 것이 어제 너무 놀랐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 그 녀석은 너랑 태성이랑은 틀리게, 나의 양면을 다 본 녀석이지, 그 두 모습 다 사랑을 해주었고, 아마 사랑할 준비도 된 녀석일 거야. 하지만 그 아이가 나에게 하는 사랑과 내가 그 아이에게 하는 사랑은 틀려…그 아이는 정말 소중해, 가족처럼-내 동생처럼”

    “…약 시간에 맞춰서 드세요. 점심을 될 수 있는 대로 자극 되는 것은 드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뚜벅 뚜벅 걸어가는 진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내 손에 들린 약봉지를 바라보았다.

    딴에는 걱정되어 챙겨주는 것 같다.

    또 의외로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네.…

    잠시 약봉지는 창틀에 올려두고, 폰을 잡고 문자를 눌렀다.

    분명 답변은 없겠지만,

    [태산아, 밥 꼭 챙겨 먹어]

    건강해라.

    “지대리님!! 회의 시작합니다!!”

    “아, 네…!”

    문자 보내고 나서 괜히 보냈나. 걱정했지만, 후에 태산이 말을 들어보면 그 문자로 조금 나를 용서 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는 녀석은, 이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좀 더 후에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