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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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혁! 이번 달 TOP10을 들었느뇨!!”

    저 멀리서, 종이 한 장을 팔랑 팔랑 흔들면서 걸어오는 녀석을 보니 갑자기 술맛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 저주의 종이…는 보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당장 뛰어가서 녀석 앞에서 북북 찢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으니 꾹꾹 눌러 참으며 어색하게 손을 들어서 웃었다.

    내 손길이 반가움의 손길인지 알고 그 놈은 내 앞에 달려와 마주편에 앉고는 자신이 전에 먹다 남은 양주가 있다며 그거나 빨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바 안에서는 음악이 커지고, 무대 스테이지의 불이 들어와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일어나 그 스테이지로 향한다.

    시끄러운 게이바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허리를 흔들고, 머리를 흔들며, 어떤 사람을 유혹하기도 하고,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작고, 여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그런 아이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지주혁씨! 내 말 듣고 있어?!”

    …아니 정정…바라보려고 했으나, 앞에 나타난 방해꾼으로 인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 썩을 종이에 시선을 놔두어야만 했다.

    “이건, 신기록이라고 신기록!”

    “관심 없어.”

    어느새 손에 있던 담배가 다 타버렸는지, 빨 것도 없어서 비벼 꺼버리고, 새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잘났다. 잘났어. 이런 경사를 두고~!! 사람들이 너 부러워 해, 그거 알아?!”

    “후…”

    정말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물론 저 종이에 나의 이름이 당당히 적혀 있긴 하지만 말이다.

    TOP 10.

    누가 들으면 가요계에서 노래가 순위권 안에 들었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가수도, 작곡가도, 작사가도 아니며 하다못해 엔터테인의 사장이나 직원도 아니니 연예계랑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냐…

    빌어먹게도 이 BAR 사장이 재미삼아 만든 TOP10인기 순위 인 것이다.

    그러니까.

    10명의 잘 나가는 탑! 들을 골라서 매주 토요일 투표를 하고 일요일에 순위를 발표한다.

    그리고 나는 저 순위가 생기고 난 후 한번도 1위를 놓친 적 없는…남이 보면 엄청나게 부러워하고, 지금부터 내 할 말을 들으면 전부 욕을 하고 돌을 던지겠지만 난 말 할 수 있다.

    나는 저 순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심으로

    “또 다시, 아기 천사들이 너의 뒤에 줄줄줄 붙겠구나.…부럽다. 부러워”

    인생사, 너무 불공평 한 거 아니야?! 라고 투덜거리는 녀석을 보고 어이없어 하다가, 나는 다시 스테이지에 눈을 돌렸다.

    인생사 너무 불공평 한 거 아니냐고?

    그래…그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대한민국에 지충만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지주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인생 28년…

    군대는 그 독하다는 해병대를 다녀왔고, 명문대 졸업에…지금은 대 기업에, 대리라는 직급에 앉아있다.

    키는 187에, 가끔 모델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까지 들어 온 적도 있을 만큼 마스크는 글쎄…남자처럼 멋지고 잘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사내 여직원들이 많이 나에게 대시를 해 오는 것은 사실이나, 나는 게이이다.

    남자가 좋다.

    다행히 이 마스크와, 간간히 운동까지 해서 비만은 아닌 몸매, 그리고 약간의 무뚝뚝함…그래서 인지 게이들에게…특히 바텀들에게 인기가 높고, 밤 상대는 부족하지 않으리만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인은 사귀어 본적이 없다.

    진심인 상대를 만난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현재 연인 모집 중, 

    그래…여기까지 라면 정말 인생 멋지게 살고 있구나. 당신! 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지…

    하지만 하늘은 나에게 실수를 한 것이 하나 있다.

    나는…이 몸을 하고, 이 성격을 하고, 이 얼굴을 가지고…빌어먹게도 성향은 바텀이다.

    처음에는 내가 바텀인지 몰랐다.

    게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처음 남자와 잤을 때도, 나는 탑이었는데 그때도 몰랐다.

    다만 몇 번 섹스라는 것을 하고 보니, 문득 내 아래에 깔려 있는 남자들의 느낌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 이후 몇 번 손가락으로 장난을 쳤고, 그 장난 덕에 나는 내 손가락이 아니라 내 몸에 무언가가…가득 채워주기를 바라는 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내가 섹스를 하면서 만족을 하지 못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세계가 완벽한 바텀도 고갈 상태지만, 완벽한 탑도 고갈 상태였다.

    늘 어중이떠중이들만 있는 상태에서, 내가 나타나 구원을 얻었다고 내 앞에 앉은 빌어먹은 놈은 나를 본 첫날에 그렇게 말했다.

    [완벽한 탑]

    그 때, 나는 진지하게 나의 성향(탑인지 바텀인지)을 고민하고 있던 터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탑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한번쯤 어떤 남자에게 깔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서 왔건만, 오히려 나에게 붙는 것은 바텀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탑들의 질투어린 시선들…

    내가 받고 싶었던 탑들의 사랑스러운 시선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노와 질투의 시선들에 나는 그만 넉 아웃 하고 말았다.

    하긴…내가 생각해도 정말 웃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187이나 되는 남자가 아래에 깔려서 ‘앙…’하면서 신음하는 꼴이라니, 반대로 생각하면 내 밑에 그런 남자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면 섹스 할 맛이 조금 떨어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부탁을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도 했지만, 게이바 인생 1년째 돌입하면서 나는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좀처럼 182가 넘는 남자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187이나 되는 나의 위에 설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한숨을 쉬고 있으면 있을수록, 나의 한숨이 근심거리냐면서 자신이 그 고민 다 들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바텀들을 보며, 나는 사랑스러운 시선이 아닌 부러운 시선을 보내야만 했다.

    내가 여리한 몸매를 가졌으면, 내가 조금은 목소리가 사랑스러웠으면, 내가 키만 작았어도…여자들이 하는 고민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라며 속으로 한탄했다.

    그래도 고민만을 하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도 않고, 나름대로 한 달의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냥 탑으로 살자고, 어차피 게이사회에서 꼭 탑, 바텀 나눠져 있는 것도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글쎄…나의 섹스 욕구는 좀처럼 만족이 되지 않는다.

    아래에 누군가의 몸속에 들어가 몸을 흔들면서 나는 살짝 엉덩이를 든다.

    누군가가 나의 그곳에 박아 주기를…꽉 채워주기를 바라면서…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전에 몰래, 나와 밤을 지낸 남자가 나를 등 뒤에 안은 자세로 잠이 들었을 때, 그의 것이 잠결에 서버려서 나의 엉덩이 골에 묻힌 적이 있었다.

    그 느낌에 나는 잠에서 화들짝 깨, 그 귀여운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살짝…엉덩이를 흔들었다.

    내 구멍 안에 들어오지는 않은 그의 것이었지만, 주름에 느껴지는 그의 물건의 감각이 좋아서 계속 흔들고 흔들어서 그의 것을 내 구멍의 입구에 비볐다.

    어떻게 당장 손이라도 뻗어서 그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당장 넣어 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는 없어서 그 정도 밖에 하지 못했지만, 난 처음으로 그때 만족스러운 사정을 하였다.

    꼭 자위 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었지만 말이다.

    그 날 이후…내 엉덩이 골에 닿은 물건은 없었지만, 나는 내가 바텀이라는 사실을 더 확실히 깨닫고 방황을 했지만, 역시나 나는 완벽한 탑일 뿐, 아무도 나를 바텀으로 봐주지 않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아아…”

    “아까부터, 스테이지에서 저기 보이는 귀여운 애 있지? 그 애가 너 쳐다보던데?”

    난 녀석의 말에도 그 아이를 바라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까 슬쩍 그 아이의 몸매가 부러워서 바라보았을 때, 그 아이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작자가 나를 째려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지지 않고 눈을 째려보았다. 분명 그 남자는 눈빛으로 [어딜 봐?] 라고 말했지만, 나는 눈빛으로 [관심 없거든?] 말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오늘은 어떤 애 잡아서 나갈 거야?”

    “오늘은 별로…”

    “복 터졌다~!! 난 언제 그 말 해보나~!!!”

    축- 테이블에 늘어져서는 나를 보며 연신 복 터진 놈을 외치는 녀석을 째려보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종이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

    유심히…

    그 전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무언가…

    “아, 눈치 챘구나?! 내가 말 안 해줬지?”

    “…?”

    1위의 내 이름 밑에, 2위에 확실한 ↑↑↑(도대체 얼마나 순위가 올랐기에 화살표가 세 개인가.)가 붙은 처음 보는 이름이 있었다.

    “떠오르는 신애 스타가 생긴 거 아니겠냐. 얼마 전에 미국 유학 마치고 돌아온 쌩쌩한 젊은 놈인데, 진짜 완벽이라니까. 본 적 없어?”

    “기억에 없는 거 보니…”

    본적 없겠지.

    애초에 탑이라면…

    난 아니지만, 탑들은 날 싫어 하니까.

    (기존의 2위부터 10위들 중에 나를 안 싫어하는 놈들이 없었다.)

    “바에 걸어 들어오는데 정말 광채가 나는 놈이야. 이놈 2위 한 거보고, 그럴 줄 알았다. 라고 생각이 들던데. 지주혁 긴장해야겠어.?”

    아니…어쩌면 잘 된 일인데 나에게는…

    모든 바텀들이 그 남자에게 신경을 쓰고, 나에게 신경을 꺼주면, 나는 조금 더 느긋하게 무언가를 정하고 생각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진짜 호랑이다 호랑이, 들어왔어. 애들 벌써 난리네”

    갑자기 바안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춤을 추던 사람들이 모두 일제히 행동을 멈추며 딸랑거리는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검은색 양복을 쫙 빼입고 나타난 정말 잘난 남자 삼인방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가운데 선 놈은 정말 기존의 이 바에 있던 다른 잘난 놈들과는 확연히 질이 틀렸다.

    미국물 먹고 와서 그런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진짜, 잘 생겼다.”

    “키…크네.…?”

    “189라더라…농구 했다더라…”

    놈은 벌써 정신이 홀라당 나가버린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난 놈의 말에 담배를 비벼 끄던 행동이 멈추었다.

    189…

    나보다 무려 2센치는 큰…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자기에게 그새 안겨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하긴 저 정도의 외모를 가진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라는 생각을 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잠시 조금이라도 기대(?)따위를 하는 내가 우스워졌다.

    저 남자의 덕인가…나에게 신선이 많이 끊겼다.

    아니, 아예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었다.

    난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누가 없는지 확인하고, 맨 구석의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코트의 속주머니에 들은 무언가를 꺼냈다.

    손수건에 감싸져 있는 것을 풀어서 손에 펼쳤다.

    작은 로터였다.

    최근에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전국에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쪽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지만 그 동질감은 정말 특별했다.

    그리고 그 사이트의 사람들은 갖가지 많은 방법을 올려두었다.

    섹스를 만족 못했을 때의 방법, 손가락으로 노는 방법, 자위를 하는 방법, 구멍 안에 넣는 실제 성기와 비슷한 질감의 바이브의 소개까지…그 중 가장 무난한 것이 로터였다.

    로터를 인터넷으로 하나 사서, 아주 가끔, 섹스를 하지 않는 날은 몸 안에 넣고 있다.

    처음에는 그 이질감과 아파서 넣었다가 5분 만에 뺐지만, 최근에는 꽤 즐기게 되어서, 이런 날은 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자고 그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뺀다.

    조금 있으면 바에서 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미리 해 놓자. 라는 생각을 아까부터 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사람들 시선이 신경이 쓰여서 화장실로 갈 수가 없었다.

    내가 화장실로 가면 따라오는 사람들이 몇 있기 때문에…

    난 조용히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서 로터를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아…”

    몸 안에 작지만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 느낌에, 그 만족감에 난 나도 모르게 나온 탄성에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몸 안에 안전하게 장착(?)이 된 로터를 확인하고 나는 바지를 주워 입었다.

    이번 로터는 10분에 한 번 자동으로 진동을 하기 때문에, 일단 진동은 하지 않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차타면서 진동이 되게 만들어야…그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 칸에서 나와 손을 씻었다.

    손을 씻으면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시선…그리고 질척한 소리…난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바로 내가 있었던 옆 칸에 문이 활짝 열린 채로, 그 잘난 젊은 남자와, 그리고 어제 내 밑에서 흔들리고 있던 예쁜 남자가 그 잘난 남자의 허벅지 사이의 물건을 열심히 빨아주고 있었다.

    그새 낚은 거구나, 능력도 좋네.…라고 생각을 하고 나는 손을 아까 로터를 감싸고 있던 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계속 거울 속으로 그 남자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내가 놀라운지, 아니면 우스운지, 그는 쿡쿡 웃더니, 자신의 허리를 좀 더 앞으로 들이밀면서 자신의 것을 입안에 물고 있는 예쁜 남자를 괴롭혔고, 나는 그 장면만 보고 그냥 열심히 하시라는 식으로 인사를 까닥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밖에서는 이미 그 젊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후끈 후끈 달아올랐고, 탑들은 위기의식을…바텀들은 기대와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간혹 짐을 챙기고 있는 나를 보고 어깨를 두드리면서 ‘힘내라.’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장에게 술값을 지불하고, 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피해서 그 바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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