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36화 (27/45)

"상원아 일어나봐 . 이상원!!"

상원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간신히 떴다. 언제 잠이 든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술을 마시다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놓은 것이다. 

"어. 왜그래"

술때문에 부운 눈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상원이 물었다. 

"...저거 말려라"

동석이 가리킨 곳에는 승완과 조석희가 살벌한 기세로 대치 중이었다. 

"으악!"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상원이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석희가 오기 전에 친구들을 돌려보낸다는 것이 술에 취해 그대로 잠이 들어 이지경이 

된 것이다. 

"이새끼 니가 여길 왜 나타나냐고"

한승완이 지금이라도 당장 짓이겨 죽여 버릴 것 같은 기세로 말했다. 조석희가 한승완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대답했다. 

"제가 여기 나타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여기가 상원이 자취집이지 왜 너네 집이냐고! 이 개 씨부랄 바퀴벌레 같은 놈아!"

조석희의 잘생긴 눈썹이 꿈틀거렸다. 상원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 바퀴벌레 같은 인간의 집에서 참 오래도 계시는 군요"

동석은 역시, 하고 혀를 찼다. 

"어? 뭐라고?"

하지만 이해력이 한참이나 떨어지는 승완은 방금 전 말이 어떠한 사실을 나타내고 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동석이 그런 승완의 어깨를 툭툭 치고 

귀엣말을 속닥거렸다. 

"뭐! 무, 무슨 소리야. 됐어! 말도 안돼!"

승완이 애써 사실을 부정하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상원과 눈이 마주쳤다. 하얗게 질린 상원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니야! 그럴리 없어!!!!"

승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조석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이새끼 어떻게 우리 천사같은 상원이를 꼬여낸 거야 대체 무슨 협박을 해서 그런거냐고"

"승완아 그런거 없어. 협박같은거 안했어"

상원이 깜짝놀라 외쳤다. 옆에 서 있던 눈치 없는 대진은 동석을 흔들며 아까 귀엣말 한게 뭐냐고 끈질기게 물었다. 

"제가 무슨 협박을 했다는거죠"

"시발 무슨 비디오라도 찍어서 협박하는거 아니냐고! 그러지 않고서 저 착하고 순진한 애가 왜 너랑 같이 살겠어!"

"어! 상원이랑 조석희가 같이 사는거야? 진짜?"

시조새 파킹하는 수준으로 대진이 뒷북을 울렸다. 

"협박은 하지 않았지만 비디오는 하나 찍어두긴 했죠"

"뭐?"

"뭐라고?"

"진짜?!!"

이번엔 상원도 같이 놀랐다. 조석희가 상원을 보고 말했다. 

"왜요? 보고 싶으세요?"

"아니 보고 싶은게 아니라....."

"농담이에요 선배"

조석희가 삐뚤어진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는 얼굴 한번에 심장이 화끈 달아오른 상원은 한손으로 가슴 부근을 꾹 누르고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노,농담이라도 그런 농담은 하지마"

"맞아 씨발 하지마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으니까. 이 개새끼야"

비디오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 승완이 다시 분노를 불태우며 외쳤다.

"감히 어디 순진하고 착한 우리 상원이 한테 그따위로 더러운 농담을 지껄이고 지랄이야. 시궁창 같이 더러운 새끼가! 시발"

"순진하고 착하다라"

조석희가 하얗게 질려 있는 자신의 애인을 힐긋 바라보았다. 

"쓸데없이 착한 것은 맞는데 선배님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지는 않을 겁니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거야"

승완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이상원이라는 인간은 순진무구함 그 자체였다. 딸내미의 타락을 믿는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듯이 그는 

상원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믿음을 조석희는 천잡한 단어를 사용해 박살내기 시작했다. 

"선배가 제 좆을 얼마나 맛있다는 듯이 빠는줄 아세요?"

"...!"

"...!"

"석희야!"

거실에 있던 세 사람 모두 기겁을 했다. 윤대진만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좆이 무슨 맛이냐고 질문을 던졌다가 정신을 차린 동석에게 호되게 얻어맞았다. 

"뒤로 박아주면 엄청 느끼면서 음란한 소리를 낸다고요 몇 번이나 박아달라고 조르면서...."

"닥쳐 ! 이새끼야!"

한승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뒤엉켜 싸웠다. 상원이 기겁을 하며 떼어놓으려 했지만 조석희도 한승완도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김동석!"

상원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동석은 싸늘한 표정으로 팔짱만 끼고 서 있을뿐이었다.  엔간해선 상원이 곤란한 상황을 지켜볼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번 만큼은 조석희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상원은 얻어 맞을 것을 각오하고 승완의 팔에 매달렸다. 

"참아 한승완"

그나마 승완이 말이 통할 거라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상원의 바람을 말끔하게 배신했다. 

"왜 나를 말려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자신에게 화를 낸 적이 없는 승완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자 상원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누구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매달리는 겁니까?"

이번엔 조석희도 세모눈을 치켜뜨자 상원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승완과 조석희 모두 발끈하게 만든 것이다

"이거 놔"

매몰차게 말하며 승완이 무섭게 손을 뿌리쳤지만 상원은 놓지 못했다.  상원의 그런 행동은 승완뿐만 아니라 조석희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선배 그 손 놓으시죠"

"안돼 그럼 둘이 또 싸울거잖아"

"냅둬. 그럼 내가 싸우면 되니까"

그때까지 가만히 서 있던 김동석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돌발상황이었다. 두사람을 막아낼 능력이 없는 상원은 이번엔 조석희 앞을 가로 막았다. 

"하지마 진짜 왜 그러냐 니들"

"왜그런지 몰라서 이래? 이 멍청한 자식아!"

김동석이 사납게 인상을 쓰며 소리 질렀다. 

"상원선배 비켜"

"너도 참아 도대체 왜그래"

어쩌면 이쪽이 말이 통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조석희를 말려보았다. 

"저 새끼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런거죠. 아시면서 왜 묻습니까"

"뭐? 저 새끼? 이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동석아 제발 승완이 좀 말려줘"

....그럼 이쪽이려나.

"싫다니까 시발"

동석도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는 상황이었다. 

"나가 너희들 나랑 나가서 이야기하자"

도저히 안되겠다 생각해 내린 결론이었다. 

"너랑 얘기할게 뭐있어. 난 저 씨발놈하고 볼일이 있는건데"

"나가라니까! 일단 나가!"

상원이 자신들에게 목청을 높히자 한승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쁘다. 예쁘다. 우쭈쭈쭈 키운 딸내미에게 아빠는 상관하지 마세요, 라는 

한방을 맞은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야 가자"

동석이 승완의 팔을 끌었다. 그러나 승완은 두눈 부릅 뜨고 상원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는 오늘 두번 연거푸 자신의 믿음에 대한 배신을 당한 것이다. 

"나가자고 상원이가 꺼지라잖아"

"동석아 그게 아니라...."

"됐어 나는 갈거다. 한승완 병신처럼 계속 거기 서 있던지 마음대로해"

동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으로 나갔다. 눈치를 살피던 대진은 자신이 가져온 씨디를 챙겨서 동석의 뒤를 따라 나섰다. 

"이상원"

승완이 친구의 이름을 차분한 목소리로 불렀다. 

"나 지금 나가는데...너 계속 여기 있을거면 나 너 안본다"

"뭐?"

"간다"

한승완이 소파에 걸쳐두었던 재킷을 집어 들고 나갔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상원은 친구들 뒤를 쫒아가려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조석희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어딜가요"

"잠깐 나가서 얘기를 좀...."

"무슨 얘기? 나랑 헤어질 테니까  그 꼴같잖은 우정 지속하자는 얘기 하시려고?"

"아니야 그런얘기를 왜 해"

"그럼 나갈 필요 없어 어차피 저 녀석들이 바라는 얘기는 그거고 선배는 그런 얘기 안할 거니까"

"잠깐...나갔다 올게"

상원이 신발을 신었다. 등 뒤에서 조석희가 다급하게 그를 불러 세웠다. 

"선배 지금 날 두고 가겠다고요?"

"...같이 나갈수도 없잖아"

그렇게 대답하는 상원의 목소리에 손톱옆에 돋은 거스러미 같은 까칠함이 묻어났다. 조석희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정확한 뜻은 몰라도 

저것이 욕설이라는 것쯤은 상원은 짐작할 수 있었다. 

"화났어?"

"...응"

짧은 물음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조석희는 입을 다물었다. 상원은 다녀온다고 말을 남기고 현관 밖으로 튀어 나갔다. 문이 닫히는 동시에 조석희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봉투를 던져버렸다. 상원에게 주려고 사온 샌드위치가 바닥에 흩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상원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친구들이 화가났을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그들은 몇 배나 싸늘했다. 

특히 김동석은 말도 못 붙일 정도였다.  그새끼랑 헤어지기 전에는 우리한테 다시 연락하지 말라고. 그딴 취급받으면서 사귀는 너라는 놈도 다시보게 

되었다고. 

승완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술만 마셨다. 대진은 눈치를 살피며 술을 따랐다. 

상원은 입을 다문 채 죄인처럼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에게도 자존심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 앞에서 그런 취급을 받았으니 당연히 화가 나고 

속도 상했다 아무리 반이 달라다고 해도 직속 선배인데 후배인 조석희가 욕설까지 퍼부은 것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고 상원도 동감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로 조석희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이냐? 그건 또 아니었다. 

어떻게 사귀게 된 석희인데. 내 평생 한번 온 행운인데.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랑인데..... 도저히 헤어질 수 없었다. 

네사람은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에야 술집에서 나와 헤어졌다. 멀어져가는 길에 동석은 몇번이나 좆석퀴 새끼랑 헤어지라고 소리 질렀다. 

상원은 힘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왔다. 현관에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그는 드라마에서 봤던 부모나 집안이 반대를 하는 연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친구들의 반대에도 이렇게 골머리가 아픈데 실제 부모님 문제까지 뒤엉키면 정말 장난이 아닐텐데.... 아니 거기까지 생각했다간 머리가 터질테니까 일단 보류

석희와의 교제후 처음으로 현실문제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그는 거실에 널브러진 유리조각을 보고 뒷덜미가 싸늘해졌다. 

이 난장판을 벌여놓은 인간과 오늘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하는 입장이었다. 

"휴....."

늦은 시간에 청소기를 돌릴 수도 없어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찾다가 상원은 포기했다. 자신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아무런 낌새도 보이지 않는 집주인 

얼굴을 보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나 왔어"

상원은 조석희가 사용하는 방문을 열었다. 거실을 진창으로 만들어 놓고도 조석희는 침대에 느긋하게 누워 책을 읽고 잇었다. 

"늦으셨네요"

"응 조금

"무슨 얘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셨어요"

"...즐거울 리가 없잖아"

대답해 놓고 상원은 괜한 말을 한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저 성격 더러운 남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워진 것이다. 

"그래요 그럼 가서 주무세요"

돌아온 산뜻한 대답에 상원은 눈을 치뜨며 방금전 들은 소리가 맞는지 뺨을 긁적였다. 조석희가 왜 나가지 않는냐는 듯이 고개를 들어 상원을 바라보았다. 

"너는 안자?"

두 사람이 동거 후에도 조석희의 불면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상원을 끌어안아야지만 잠이 들었다. 상원의 방에 침대가 놓여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거의 석희가 사용하는 침대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것은 암묵적인 룰이었다. 

"이것저것 할게 좀 있네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조석희가 대답했다. 

"그럼 가서 잘게 잘자"

"잘 자요"

느릿한 발음이 달콤한 굿나잇 인사를 날렸다. 문밖을 나가면서 거실의 참상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면 아까전에 벌어졌던 일을 믿지 못할 것이다. 

작은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나서 그는 옷을 갈아입었다. 정신적 피로 때문인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방문 열리는 소리가 

상원의 귓가에 새어 들어왔다. 

침대의 한쪽이 기울어지는게 느껴졌다. 눈을 떠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잠을 떨치는게 어려웠다. 상원은 비몽사몽 몸을 뒤척였다.

시트 안으로 손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는건가 생각했다. 

조석희는 잠이 올때까지 상원을 끌어안고 있는게 보통이었다. 

상원은 습관적으로 자리를 내주었다. 화가 난 것은 화가 난 것이고 끌어안겨 자는 것은 자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상원은 조석희가 하는대로 몸을 두었다. 

하지만 뒤이어진 남자의 행동은 상원을 단박에 정신차리게 하기 충분했다. 

"...!!"

놀란 상원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뒤에서 조석희가 그대로 어깨를 눌렀다. 

"가만히 있어요"

"...잠깐만"

시트 안으로 손을 넣어 속옷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단단한 양물감이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도된 삽입에 상원의 몸은 반사적으로 경직되었다. 뒤에서 상원의 어깨에 손을 얹고 허리를 움직이던 조석희가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힘, 빼요 너무 조이잖아"

마치 이 모든 것이 상원의 탓이라는 어투였다. 숨을 내쉬어 긴장을 풀려하는 상원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조석희가 다시 허리를 추어올리며  살덩이를 밀어넣었다.  뻑뻑하게 벌어지는 감각에 두 사람 모두 호흡이 거칠어졌다.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는 상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삽입을 그만 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늘 참아냈다. 참아내는 것은

자신의 본분이라도 되는 양, 무리를 해서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 했다. 

"아...으"

삽입이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거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굵직한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었다. 

쾌락보다 고통이 앞서는 일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조석희는 남아있던 살덩이를 끝까지 밀어넣었다. 

조금의 틈도 없이 맞물린 아래에서 피가 혈관을 타고 팔닥팔닥 뛰었다. 삽입만으로도 상원의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천천히..."

천천히 움직여 달라는 최소한의 예의를 상대에게 요구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조석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퍽 허리를 쳐올렸다. 그 바람에 힘이 빠진 채 

늘어져 있던 상원은 침대에 고개를 박고 엎드린 자세로 쓰러지고 말았다. 무자비한 추삽질이 이어졌다. 팽팽하게 힘줄이 돋은 성기가 상원의 하얀 엉덩이를 

출입할 때마다 조석희는 목구멍안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새어져 나왔다. 그래도 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으....아..!"

남자 하나가 눕기에 알맞은 크기의 싱글 침대가 덜컹거리며 움직였다. 평소라면 귓가에 음란한 말들을 지껄이며 수치심을 느끼게 했을 조석희가 이상할 정도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게다가 그 침묵을 보충할 요량인지 그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흉포한 기세로 허리를 놀렸다. 

아래로 찍어 내리듯 조석희가 추삽질을 거듭하는 덕분에 상원은 베개에 턱을 묻은 채 호흡도 간신히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호흡곤란으로 발끝이 무너져 내리고 머리가 핑 도는 감각에 두려워진 상원은 침대 헤드를 움켜 쥐었다. 

"ㅡ시발"

뒤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욕설과 함께 내벽 안으로 뜨거운 액체가  울컥 쏟아져 들어왔다. 

영어로 욕을 해도 멋있고 한국어로 욕을 해도 끝내주게 섹시하게 들리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다시 침대가 끼걱거리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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