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26화 (22/45)

"선배"

"으악!"

손에 들려있던 책들이 우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김이경이 웃으며 떨어진 책을 주워졌다. 

"내가할게 괜찮아"

"아니요 저 때문에 떨어졌는데요"

반은 맞는말이었다. 하지만 반은 아니었다. 

어제 샤워를 하며 너무 격하게 섹스를 한 덕분에 상원은 지금 누군가 어깨를 툭 치기만 해도 허리가 찌릿하게 울릴 정도로 아팠다. 소리없이 등 뒤로 다가온 김이경이 갑자기

자신을 부른 것에도 놀라긴 했지만 책을 놓친 데에는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였다. 

책을 가지런히 주운 상원은 허리를세웠다. 다시금 올라오는 고통에 자연스레 얼굴이 찡그려졌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 괜찮아"

"밥 사주실 거죠?"

김이경이 넉살 좋게 묻는다. 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식당에서 먹는 밥이야 아무리 비싼 것을 고른다 해도 두 사람 몫이면 만원을 넘기지 않으니 부담이없었다. 

김이경이 앞장 서 걸었다. 그가 지나가는 길옆으로 여자들의 시선과  수근거림이 퍼져나갔다. 작은 속삭임에도 의대 수석 훈남이라는 세 단어는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 정도였따. 

상원은 앞장서 걸어가고 있는 김이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한 관심과 찬사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얼굴이었다. 아니 당연한 것을 왜 굳이 입 아프게 말하고 있을까 하는 오만함이 살짝 내비쳐지기도 했다.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서자 또 다시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학교에서도 괴물들이 모인다는 의대 거기에 가장 꼭대기에 있는 괴물이 얼굴마저 

잘생겼으니 소문이 파다하게 날 만도 했다. 

식권을 사서 음식을 받아온 다음 상원은일부러 구석진 테이블에 앉았다. 김이경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같은 과 동기나 선배들의 눈에 띄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왜 이렇게 구석에 앉았어요"

자신의 음식을 받아온 이경이 앞에 앉으며 물었다.상원은 그냥, 하고 대답하고 숟가락을 들어 맨밥을 퍼먹었다. 

"학교생활은 어떠세요"

"좋아. 당연히 좋지"

"불편하신 점은 없어요?"

"다 좋을 수는 없지만 불편하다고 여길만한 것도 없지"

젓가락을 입에 물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상원의 얼굴을 김이경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원은 그런 이경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고....음 아직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애들 다들 착하고 좋아"

고등학교에서 만난 녀석들은 평생 친우로 남을 만한 아이들이었다. 지금 대학에서 만난 과 동기들도 모두 좋은 애들이긴 했지만 상원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정을 붙이진 못했다.

"선배한테 다 반말해요? 형이라고 부르나?"

"아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 여자애들은 오빠라고 부르긴하지만"

일년 재수하는 정도로는 현역으로 들어온 아이들과 굳이 구별을 두지 않았다. 동기 중에서 남자애들은 대다수가 상원을 이름으로 부르며 반말을 썼고 여자애들은 그나마 오빠라고 

불러주긴 했지만 반말과 존댓말을 지들 멋대로 사용했다. 재수한 것이 무슨 대단한 벼슬도 아니라고 생각해 상원들은 동기들이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써도 괜찮다고 여겼다. 

"아 그래요?"

숟가락으로 쌀밥을 뜨던 김이경이 설핏 인상을 쓰며 조곤조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런 싸가지 없는 것들이 있단 말이에요?"

상원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싸가지 라니....."

"한살 많은것도 엄연히 많은 건데 반말을 한다고? 하하하 어이가 없네"

"어이없을 것 까지는...."

"지들이 뭔데 상원선배한테 반말을 하고 이름을 불러요?"

"괜찮아 원래 재수한건...."

상원이 자신의 동기들이 특별히 버릇없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려 했지만 김이경의 음산한 표정을 본 순간 소용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너도 나한테 반말하고 싶으면 해 그냥"

"저요? 제가 왜요?"

"결과적으론 같은 학번이잖아"

김이경이 피식 웃었다. 입술 끝이 보기 좋게 올라가 얼핏 보면 달콤해 보이는 미소였다. 하지만 상원은 그 겉보기 등급에 절대로 속으면 안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같은 학번이라도 아니 설사 삼수를 하셔서 제 후배로 들어온다고 하셔도 선배는 선배예요"

"아...그래"

고맙다고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찰나, 옆자리에 누군가 식판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당혹스런 무례한 행위의 주인공이 누군인지 확인도 하기 전에 의자를 빼는 소리가 이어졌다. 

"오랜만이다 반갑다"

김이경이 던지는 인사가 상원의 귓가에 맴돌았다.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않아도 옆에 누가 앉아있는 것인지 상원은 알 수 있었다. 익숙한 옷과 특유의 분위기 게다가......

"집어 치워"

어딘가 어눌한 발음과 차가운 어조.

"...석희야"

상원은 차마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오늘 약속 있다고 하더니 왜 이 새끼랑 밥을 먹고 있어요 선배"

문장의 형태는 의문형이었지만 어조는 명령형이었따.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후배랑 식사한번 할 수 있지"

김이경이 정말 좋은 후배인양,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겉모습에 속을 사람은 그 테이블에는 없었다. 센스 좋은 옷차림과 해사한 외모 지적으로 보이는 은테안경에 

시선을 던지는 것은 주변에 있는 여학생뿐이었다. 

"선배는 너같은 후배 둔적 없어"

"너한테도 선배인데 나한테도 선배지"

"닥쳐"

조석희가 이죽거리며 살벌하게 영어로 된 욕설을 내뱉었다. 백 미터 밖에서도 치명적인 페로몬을 폴폴 풍기는 외모를 가진 이 모델같은 남자가 얼마나 성격이 좋지 않은지

알고있는 사람은 모두 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는 여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조석희를 혼미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둘이 왜 밥을 먹어"

조석희가 다시 매섭게 다그쳤다. 김이경이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웃을 뿐이었다. 자기가 할말은 다 했다는 듯이. 김이경은 나중에 죽여야지 하고 마음먹고 조석희는 상원을

향해 삭막한 시선을 던졌다. 

"선배가 한번 설명해보시지"

"아 그게....."

상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막막해졌다. 말을 하고 나면 상대가 자신에게 뭐라고 말을 할지 어떤 시선을 던질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발밑이 

아찔할 정도로 두려웠다. 숟가락을 쥐고 있던 손이 덜덜 떨렸다.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보라고 선배"

보기 딱할 정도로 상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조석희의 한마디에 사색이 되어 손가락까지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김이경은 배알이 꼴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만 혼자 아직까지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 그의 더러운 성격을 자극한 것이다. 

내가 먹지 못하는 감을 남이 달게 먹는 꼴은 보기도 싫었다. 

"선배 밥 먹을 사람 없어서 그래"

"뭐?"

김이경이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하며 대답했다. 

"선배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다고 몰랐어? 그래서 나랑 먹는거야"

"아무리 친한 놈이 없다고 해도 왜 너 같은 새끼랑 상원선배가 밥을 먹어"

"친한 놈이 아예하나도 없으니까그렇지 선배 왕따잖아"

"뭐?!!"

놀라 소리친쪽은 상원이었다. 조석희는 아무말없이 눈썹을 살짝 치떴을 뿐이다.

"선배랑 어울리는 동기 없어 몰랐어?"

"....."

조석희가 상원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원은 그가 김이경의 말도 안되는 말을 믿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야 석희야 진짜 아니야"

"왜"

조석희가 입을 열었다

"뭐가 왜야"

그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 상원이 눈을 끔뻑거렸다.

"왜 선배가 그런 취급을 받아"

"소문이 좀 돌았나보지 특이체질에 대해서"

김이경이 웃으며 손가락을 쥐었다펼치며 무언가 터져나가는 시늉을 했다. 조석희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특이 체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운이 좋지 않은 상원을 

동정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기분나빠하며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선배 그래서 혼자 밥먹어요?"

조석희의 직접적인 물음에 상원이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 제가 지금 헛소리하는 거야"

"선배 성격에 너한테 그런 얘길 할것 같아?"

김이경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무덤덤한 그의 말투가 화제의 신빙성을 더했다. 조석희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팔짱을 꼈다. 

상원은 이 말도 안되는 오해를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김이경 너 대체 무슨 말을..... 아니야 석희야 나 정말 아니라니까. 나 친구많아"

아직 동기를 친구라 부를 만한 단계는 아니었지만 오해를 푸는 것이 먼저라고 상원은 생각했다. 하지만 조석희 눈에 깃든 노여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김이경 똑바로 말하라니까."

상원이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후배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선배가 저랑 밥 먹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요?"

"그래"

상원은 차라리  솔직히 털어놓고 상대에게 힐책을 당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이경이 어깨를 으쓱 해보이고는 빠르게 진실을 쏟아냈다. 

"선배가 나랑 술 취한 채 집앞에서 키스를 했다고 생각한 그 사실을 너한테 숨기고 싶다고 하셔서 그럼 내가 나랑 밥 먹자고 한거야 입막음 대가로"

"....."

상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식은땀으로 촉촉히 젖은 손바닥이 점점 차가워졌다. 누군가와 트러블에 휘말리는 자체를 싫어하는 평화적인 성격이기도 했지만 특히나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이 상원의 숨통을 비틀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몸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두려웠다. 자신에게 그가 당장이라도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 지를 것 같았다.

"선배"

침묵이 깨어졌다. 

"....응"

상원은 고개를 들고 옆에 앉아있는 조석희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를 듣건, 무슨 짓을 당하건 감내하리라 마음먹으며,

 조석희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푸른 기가 돌만큼 창백하게 얼어붙은 그의 시선이 상원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었다. 날카로운 금속의 물질이 살갗을 낮게 찌르고 

훑어 내리는 느끼에 상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

"그러니까....."

불에 그슬린 가죽처럼 글겅거리는 음성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선배가 왕따당하고 있다는 얘기인 거죠?"

".....!"

국어도 잘하는 녀석이 왜 화제를 파악 못하는 것이냐! 석희야!

그게 아니잖아!

상원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선배 일은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이제 너같은 놈이랑 선배가 밥 먹을 일 없을 거다"

조석희가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김이경을 향해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상원의 손목을 잡아 일어섰다. 

"가요, 선배"

너르고 든든한 등을 앞에두고 상원은 코끝이 찡해졌다. 비록 그가 자신을 왕따라고 믿고 있을지언정 이렇게 신경을 써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집으로 가요 선배"

".....응"

그 한마디에 상원의 머릿속에 있던 오후 수업 일정은 깡그리 사라지고 말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조석희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주잡은 손을 통해 느껴지는 손의 온기가 아니었다면 상원은 무서워 진즉에 도망가 버렸을 것이다. 

"너 수업 괜찮아?"

"안 괜찮으면요?"

돌아보지 않고 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조석희가 툭 내뱉는다. 

"안 괜찮다고 하면 선배가 책임져주실 건가요?"

새 울음같은 경쾌한 알림음이 울리면서 문이 열렸다. 신발을 벗으면서도 조석희는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럼 지금이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보는 조석희의 표정이 험악했다. 상원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 운동화 끈을 한손으로 풀렀다. 신발을 벗을때까지 조석희는 그 자리에 서서 얌전히 상원을 기다려 주었다. 

"침실로 가요"

"어? 침실?"

조용히 얘기나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침실이란 단어에 상원은 놀라 눈을 부릅 떴다. 조석희가 침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갑작스럽게 들어닥친 두 사람을 보고 청소기 전원 버튼을 눌러 껐다. 

"수업 있으신 거 아니었어요?"

"일이있어서요. 다른 방부터 청소해주세요"

"예"

아주머니가 청소기를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상원은 어버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석희가 먼저 입고 있던 재킷과 윗옷을 벗어 던졌다. 

"석희야 ....계신데"

상원이 등 뒤에 문을 가리켰다. 문 너머에서는 아주머니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청소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다른 사람이 있는 집에서 그것도 앞으로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할 사람을 두고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애당초 어째서 분위기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게 된 것이냐!

"설마 제가 선배랑 오붓하게 얘기나 나누자고 수업을 제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신건 아니죠?"

"아니.그래도....."

조석희가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오자 상원은 뒤로 두발자국 물러섰다. 

"얌전히 벗어요. 그 새끼랑 밥 먹고 있는 식당에서 그대로 박아버리고 싶은거 참아준 거니까"

조석희가 긴 팔을 뻗어 상원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팔 위로 들어"

짧게 내려진 명령에 상원은 반사적으로 손을 위로 들었다. 조석희가 니트의 끝자락을 붙들고 위로 올려 쑤욱 벗겨냈다. 

"우악"

상원이 다시 옷을 움켜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미 니트는 저멀리로 던져지고 난 후였다. 

"석희야 나중에....... 아주머니 계시잖아"

"어때요 이미 다 아는데"

두 사람이 남긴 격렬한 정사의 흔적- 얼룩진 시트와 정액으로 가득 찬 콘돔- 들을 처리하는 것은 일하는 아주머니의 몫이었다. 

상원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사람을 문 너머에 두고 이런 짓을 벌이는건 부적절하게 여겨졌다. 

"그래도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흐익"

커다란 손이 바지안으로 성큼 들어오자 상원은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선배 엉덩이가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워요"

조석희가 허리를 숙이며 속삭였다. 이렇게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면 상원은 어쩔 줄 몰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상대의 그런 수법을 알면서도 상원은 매번 거기에 휘말리고 말았다.

"김이경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알아, 그런데....."

"아무리 밥먹을 사람이 없다고 해도 김이경 새끼를 만나요?"

엉덩이를 움켜쥔 손바닥에 힘이 들어갔다. 상원은 움찔하고 허리를 퉁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니까 왕따 같은거....."

"됐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요 이제 나한테 말해요"

기분이 묘했다. 따돌림 당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석희의 발언에 든든한 아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시간표 바꿔요"

귓바퀴를 혀로 핥으며 조석희가 말했다. 

"....정정기간 지났어"

솜털까지 아찔하게 서는 느낌에 상원은 바지자락을 움켜쥐었다. 조석희의 치아가 귓볼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앞으로 학교에서 점심은 나하고만 먹어"

"시간 맞으면...."

"맞춰. 나도 억지로 맞출테니까"

눈물이 나올 만큼 다정한 맨트에 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이경과 식사를 한 이유는 자신이 따돌림을 당해서가 아니라 술김에 저지른 실수 때문이라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입술이 맞물려지는 동시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만다. 

문 너머에서 청소기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데도 조석희는 망설임 없이 상원의 바지와 속옷을 끌어내리고 침대에 눕혔다. 

"선배 엉덩이가 부드러워요"

조석희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주무를 때마다 상원은 발끝을 움츠렸다. 그의 애무는 끈질겼다. 상대방을 고통과 쾌락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엎드려 봐요 선배 엉덩이에 대고 비비고 싶어요"

문 너머 청소기 소리가 여전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상원은 천천히 몸을 뒤집어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 바지의 버클을 끄르는 소리 뒤에 퍼스너를 내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조석희가 상원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 엉덩이 사이에 닿는 단단한 살덩이의 감촉에 상원은 몸이 떨렸다. 

"닿기만 해도 좋아하시네요"

상원의 엉덩이 사이에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져다댄 조석희는 위아래로 슬근슬근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음부를 가로질러 고환에 닿는 단단한 살덩이의 감각이 상원을 흥분시켰다. 

"....아"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상원은 시트를 물었다.  조석희는 허리를 깊숙이 찔러 흔들며 특유의 외설스런 말들을 지껄였다. 

선배 불알에 제 자지가 닿는 느낌이 어때요?

선배는 털도 부드럽네요 아직 만지지도 않았는데 앞이 뿌옇게 젖었어요.

그런 말들이 귓가에 쌓일수록 상원은 소리를 참는 것이 어려워졌다. 

조석희는 습한 숨소리를 내며 상원의 목덜미를 입술로 애무했다. 그가 혀로 뺨을 핥았을 때, 상원은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신음을 내뱉었다. 

"못 참겠어요? 선배 지금 시트에 사타구니를 대고 비비고 있잖아"

"....응 빨리"

"빨리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 확실히 말씀하세요"

"만져줘"

상원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촉촉하게 젖은 눈이 선정적으로 보였다. 조석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허리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손을 뻗어 상원의 성기를 쥐었다. 

기대감에 고조된 상원의 몸이 움찔거리며 움직였다. 

조석희가 손가락 끝으로 뿌옇게 젖은 끝을 문지르자 시트를 쥐고 있떤 상원의 손끝이 떨렸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정도로는 달아오른 욕망이 만족되지 못했다. 

"만져주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갖다대고 비비네요"

"석희야...."

"만져주는 정도로는 안되는 건가?"

삽입섹스에 관해서 처음에 상원은 고지식 할정도로 무서워하고 꺼려했다. 조석희는 그런 상원을 달래고 어르느라 얼마나 그 더러운 성격을 억눌렀는지 모른다. 

지금은 쾌감에 익숙해져 조를 줄도 아는 상원의 변화가 그에겐 반갑기 그지없었다. 상원의 입에서 나오는 음란한 말들과 야한 행동들이 조석희를 만족시켰다. 

그가 손가락으로 말랑말랑하게 부어오른 상원의 구멍을 만지작거렸다. 

"아침에 해서.... 아직 부어있어"

손가락이 점차 안으로 더듬어 들어왔다. 온몸을 잠직해오는 쾌감에 상원은 몸을 덜덜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방문 너머에서는 아직도 청소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선배 넣어도 돼요?"

하루에 두번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같이 살게 된 날 상원은 횟수에 대한 제안을 해왔다. 삽입이나 사정 횟수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단순한 섹스 횟수에 대한 것이라면 

상관없다고 조석희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횟수가 엄격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넣어서 못 넣잖아"

"....."

조석희가 검지와 중지를 번갈아 구멍안으로 집어 넣으며 말했다. 

"하루에 두번은 안되는 거죠?"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물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번번이 철회하는 것이 얼마나 민망한지 알면서도 조석희는 일부러 상원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하루에 두번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해"

"뭐라고요?"

"해도 돼. .... 석희야 해줘"

무너지듯 나온 상원의 응답에 조석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갔다. 

"사람 있는데 그래도 돼요?"

일부러 몇 번이고 그는 상원이 스스로의 말들을 올바른 신념을 건전한 모럴을 엉망으로 휘젖게 만들었다. 자신을 위해 상대가 스스로 더러운 것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사람 있는데도 지금 넣어달라고 하는 건가요? 설마"

"....석희야"

울먹이는 목소리.

사랑스런 애틋함에 조석희는 온몸이 훅 하고 달아올랐다. 

그는 그대로 상원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삽입해버렸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작된 삽입에 두사람 모두 쾌감보다는 고통이 앞섰다. 

"선배 긴장 풀어요"

"아, 아파...."

"괜찮아 질거예요 응 그렇게.."

그가 애액으로 미끈해진 상원의 성기를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아래위로 흔들어 주었다. 달뜬 신음소리가 상원의 입사이에서 새어나왔다. 동시에 아래의 긴장이 조금씩 풀어졌다. 조석희는 

천천히 남아있는 부분을 안쪽에 박아 넣었다. 

"----!!"

"...읏 죽이...게 조이는데"

완전히 밀어 넣은 채로 조석희는 한참을 그대로 숨을 골랐다. 그는 상원의 몸에 들어간 그 직후의 순간을 좋아했다. 맞닿은 아래를 통해 전해져 오는 열기와 내부의 미묘한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그 순간을.

그는 손바닥으로 상원의 곧게 뻗은 등을 쓸어내렸다. 남자의 등이었다. 여자처럼 안겨오는 맛이 나지 않는 허리와 단단한 등은 아무리 호리호리 하더라도 남자라는 사실을 몇 번이나

자각하게 만들었다. 

여자의 살갗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닿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애초의 남자의 것을 받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여자의 성기에 삽입을 하는 행위도 그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흥분시킨 상대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자신의 아래에 깔려 흐느끼는 남자를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잔뜩 부풀어올라 채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원의 페니스를 손에 쥔 감촉도 끝내줬다. 

"선배 , 이제 움직일게"

조석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선전포고를 하듯 자신의 행위에 대한 예고를 던졌다. 상원이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느다란 목덜미를 쥐고 숨이 막힐 때까지 조르고 싶다는 

잔인한 욕망이 조석희를 뒤흔들었다. 그는 허리를 난폭하게 추어 올렸다. 

"악.... 아, 아파"

아직은 움직이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석희는 못들은 척 다시한번  허리를 흔들었다. 뻑뻑한 내부의 살갗이 그의 페니스를 감싸쥐듯 함께 움직였다. 

츠읍, 하는 질척한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아파 서, 석희야 ...아 ..천천히"

"선배"

조석희가 상원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나랑하면.... 아파도 좋죠?"

"...."

"아파도 좋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아래를 세우고 좇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거잖아"

푸른빛이 도는 실크 시트에 이미 얼룩이 진 상태였다. 이미 청소기 소리는 집의 끝에서 울리고 있었다. 자신의 체액으로 젖은 시트와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뒤섞여 상원의 

수치심은 평소보다 배는 고조되었다.그리고 고조된 수치심은 솔직한 욕망을 배가 시켰다. 

"...좋아 석희야 ....너무 좋아"

울음섞인 상원의 대답에 조석희는 만족스런 얼굴을 했다. 뒤로는 어떠한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짐승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상원의 허리를 위에 자신의 체중을 실어 

허리를 놀려댔다. 

상원도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침대가 찌걱거렸다. 이러다 침대가 무너져버리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 무렵에 조석희는 상원의 안에 뜨근한 정액을 사출시켰다. 

그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위에 무너지듯 엎드린 후에야 상원은 자신이 이미 사정을 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낮의 섹스가 얼마나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것인지

상원은 까무룩하게 찾아드는 잠을 통해 알아차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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