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45)

배부근에 부드럽고 따스한 것이 와 닿는 느낌에 눈이 떠졌다.  따끈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상원의 몸을 닦아주고 있던 조석희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할게"

설득력없는 목소리였다. 상원은 목에 손을 대고 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괜찮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

그렇게 말하고 조석희는 상원의 배는 물론이고 다리사이 그리고 아래까지 꼼꼼이 닦아주었다. 누워서 고스란히 몸을 닦이는 처지에 놓인 상원은 민망함에 베게에 고개를 묻었다. 

차라리 다 닦이고 난 다음에 눈을 뜰걸. 

"아....!"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손가락에 놀란 상원이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제가 안에 잔뜩 싸 놓아서.,... 나오네요"

안에서 손가락이 돌아가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몸안에 있던 정액이 조석희의 손가락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렸다. 방울져 나오는 정액이 시트를 적셨다. 

"시트...더러워져"

"어차피 세탁할 건데 뭐"

"...."

이 시트를 세탁해주실 분과 가끔 얼굴을 마주치게 될텐데....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지 상원은 벌써부터 머리가 핑 돌았다. 

"..그만 빼"

아직도 안에서 휘저어지고 있는 손가락 때문에 상원은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남으면 선배 고생하잖아요, 아, 다 나왔다"

조석희가 수건으로 정액이 흘러나온 상원의 아래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됐다고 몇 번을 뜯어 말렸지만 다시 새수건에 물을 적셔와 다시 말끔하게 마무리해주었다. 

"오늘 주무시고 가실거죠?"

"....응"

이 몸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몇 번을 한것인지 세번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얼마간 떨어져 있었다가 보게 되는 날이면 조석희는 이렇게 지쳐 혼절을 할때까지 자신을 

안았다. 상원은 그래서 일부러 오늘 집에서 나올 때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말을 하고 나왔다. 

조석희가 상원의 옆에 몸을 모로 세워 누웠다.

"잘 됐군요, 오늘 잠은 푹 잘수 있겠네"

거의 며칠간 두 시간도 채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수면욕이 먼저였겠지만 조석희는 소파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상원을 본 순간 성욕이 한계치까지 치솟아 버리고 만 것이다.

땀에 젖은 상원의 몸에서 그가 좋아하는 체향이 났다. 

조석희는 상원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이거 없이 지내온 과거의 시간들은 이젠 기억의 어떤 곳에도 자리 잡지 못할 것 같았다. 

"석희야 있잖아...."

말랑말랑한 수면의 부근에서 조석희가 응 하고 대답했다. 

"나 허락 받았어"

"....응"

"....그러니까 언제부터 들어와야 하는지 알려줘"

"응... ...... 잠깐, 뭐라고요?"

조석희가 눈을 떴다. 혼곤하게 흐려지던 의식이 명확한 사고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 언제부터 들어와도 되는지...입학 전날에 들어오는게 나으려나?"

어렵게 받은 허락이었다. 처음에 부모님께 나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을때 두분 다 펄쩍 뛰셨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너의 특별한 사정도 있기 때문에 절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 두분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상원은 차분하게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못난 자식을 믿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앞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여기까지는 거짓이 아니었다.- 자신이 합격한 학교는 전국에서 내노라는 수재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다, 후배의 집이 학교 근처에 있는데 

물론 이 후배도 서울대 경영대에 합격한 학생이다. 통학하는 시간도 줄여 공부에 몰두하고 부모님께 폐 끼치는 것도 줄일겸-- 여기서는 양심의 가책을 마구 느꼈다-- 나가서 살겠다. 

그리고 혹시 그 변태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으니 --양심의 가책이 절정에 이르렀다.--- 집에서 당분간이라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싶다. 

상원의 설명을 들은 그의 부모님은 의논을 해보겠다는 대답을 한 후 그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다음날 아버지가 그럼 한 학기 동안은 밖에서 생활해 보라는 허락을 해주신 것이다. 

"일단 한 학기동안만 허락받은 건데 그 후의 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상원의 말을 듣고 있던 조석희가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상원은 불안해졌다. 혹시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가 싶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그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저기...불편하면 말해, 나 안들어와도 돼. 너희 집에서 학교가 더 가깝긴 하지만, 우리 집에서도 그리 먼 것은 아니고 ... 나 생각보다 방 어지럽히니까...아무튼 불편하면 지금이라도 ...."

상원은 으스러질 듯 강하게 껴안는 힘에 숨을 들이켰다. 

"선배...내일 아니 오늘 들어와"

"뭐? 안돼. 나 짐도 아직..... 너도 빈방 정리 안 해놨잖아"

"해놨어요"

"뭐?"

"선배 방 두개 비워놨어요. 마음에 드는 걸로, 아니 두개다 쓰셔도 돼요"

"...석희야"

상원의 눈에 상대에 대한 연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자신을 위해 빈 방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발언이 그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든 것이다. 

조석희가 상원의 정수리에 키스를 해주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상원은 눈물이......

"선배"

"응"

"집에서 쫓겨나신 거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아니"

아, 그래요? 하고 되묻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어쩐지 아쉬워 하는 눈치였다. 

"....내가 쫓겨났으면 좋겠어?"

"네"

"...."

이제는 그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귀찮은 거구나.

"저는 선배가 기댈 곳이 저밖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조석희가 솔직하게 자신의 독점욕을 드러냈다. 

"선배가 제 집이 아니면 갈 곳이 없고, 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나 한테만 웃고 나하고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가족이고 뭐고 나만 봤으면 좋겠다고 선배.

그러니까 다른 연놈한테 한눈 팔지마. 누구든 선배한테 손대면 그 손을 잘라버릴거야. 이건 내거니까"

섬뜩하게 이어지는 집착어린 고백에 상원은 술김에 저지른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받아야 겠다고 아주 잠시라도 생각했던 자신의 멱살을 짤짤 흔들어 주고 싶었다. 

"그 손을 잘라서 박제로 만든 다음 선배 방에 걸어줄거야. 매일매일 그 밑에서 섹스할 거라고 알겠지?"

"...."

김이경의 손 밑에서 섹스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오싹한 생각에 상원은 굳게 다짐했다. 

이 비밀은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끝내주게 잘 생긴 조석희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리고 달콤 쌉싸래한 키스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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