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45)

"아...음"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상원은 꽉 잠긴 목을 풀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 보았다. 생각대로 이상한 목소리만 방안에 울렸다. 

"일어났어요?"

샤워를 하고 온 것인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조석희가 침대에 다가와 앉았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어깨에 떨어지는 물기가 이상하게 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상원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주무세요"

"아... 괜찮아"

아직도 이상한 목소리가 나와 부끄러웠다. 상원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목이 완전히 갔네. 선배는 너무 소리를 질러서 그래"

"미안.. 다음부터 안 지를게"

상원의 말을 들은 조석희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내 상대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는 웃어버렸다. 

"소리 질러요. 그 소리 듣자고 박아주는 거니까"

".....!"

대수롭지 않게 던져진 말에 상원의 뺨이 뜨근하게 데워졌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황망하기 그지없는 이 상황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오늘 자고 가실 거에요?"

"어? 응"

"전화 하셔야죠"

외박을 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상원이 부모님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을 조석희는 알고 있었다. 밖에서 무얼 하든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 그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그걸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헉 맞다."

상원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여기저기 남아있는 을긋불긋한 자국이 조석희의 시선을 끌었다. 

상원은 가끔 이런 식으로 조석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것은 또 한번 해달라는 신호로 봐도 좋은 것인가. 

물론 나는 좋지만, 저쪽은 아래가 발긋하게 부어오를 정도로 무리를 한 상태인데.

"부모님한테 합격했다는 말씀도 안드렸어. 내 전화기!"

상원이 허둥거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찾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조석희는 쓴 웃음을 지으며 침대 옆에 있는 협탁을 가리켰다. 

"거기 두었어요"

핸드폰을 손에 쥔 상원은 그제야 자신이 속옷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이번에는 속옷을 찾아 허둥거렸다. 

조석희가 침대 시트를 들어올려 상원의 몸 위에 감아주었다. 

"It`s ok?"

상원이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조석희를 보더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 통화 좀...."

"알겠어요"

방을 나서며 조석희는 잔뜩 들뜬 얼굴로 핸드폰 폴더를 여는 상원의 모습을 흘끗 바라봤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상원이 저런 얼굴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부모님이니 어쩔 도리가 없지.

"네 합격했어요. 진짜요. 최종합격이래요"

방문 너머로 들리는 상원의 흥분한 목소리에 조석희는 웃으며 생각했다.

그나마 가족이 부모뿐이라서 다행이라고. 저 거슬리는 꼴을 한번만 참아 주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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