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9화 (12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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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목소리가 들린 순간,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아..」

    잭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채로 고개를 움직여서 문 쪽을 바라 보더니 이내 체념하듯 고개를 숙여 버렸다. 린나는 그런 잭의 반응을 보고, 빛과 먼지가 새어 들어 오고 있는 부서진 문 쪽을 천천히 바라 보았다.

    「괜.. 괜찮아?」

    그리웠다. 만나고 싶었다. 이 사람만큼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힘냈었다.

    「지크씨...」

    린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런 린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달려 오더니 린나를 품에 안았다.

    「oraTio에서 갑자기 사라져서 모두들 걱정해서... 왜 린나가 이 곳에 있는거야?..」

    지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린나의 몸에 나 있는 상처를 살폈다. 당연했다, 지크는 이 린나는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린나는 그저 지크의 품에서 울면서 에헤헤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지크씨.」

    지크는 그런 린나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아무 말 안하고 린나를 그저 다독여주었다. 린나는 지크의 품 속에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잭을 바라 보았다.

    방금 전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이 당하고 있는 잭의 표정에는 이미 체념이 가득했다. 린나는 지크에게 말했다.

    「지크씨, 능력을 취소해 주세요.」

    「하지만...」

    「부탁이에요.」

    지크는 내키지 않는 듯 했지만 린나의 강경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능력을 취소했고, 빛나던 지크의 금색 눈동자는 차분한 빛으로 변해갔다. 린나는 지크의 품에서 벗어나서 잭에게 다가갔다.

    잭은 지크가 능력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린나가 다가가자 잭은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 이제 더는 공격하지 않을게요, 오리지널이 온 이상 저에게 승산은 없어요.」

    린나는 잠시 피가 묻어 있는 입가를 소매로 살짝 닦고는, 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잭은 계속 고개를 돌리며 린나를 피하고 있었지만 린나는 잭의 뒤를 돌아가서 잭의 몸을 안았다.

    「앗.」

    잭이 놀란 소리를 내면서 린나의 품에서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린나는 잭을 꽉 잡고 있는 것이 아닌 살짝 안고 있었고 잭은 몸을 멈칫하며 멈추더니 곧 가만히 있었다.

    「지크씨, 이 아이 좀 보세요!」

    린나는 잭을 안은 채로 웃으면서 지크에게 다가갔다. 지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잭을 바라 보았다. 지크는 잭이 자신의 클론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크에게는 몇년 전 부터 거울속의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지금의 지크에게는 그저 잭도 다른 사람이었다.

    린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굉장히 귀엽지 않은가요?」

    린나가 웃으면서 이야기하자 지크는 아이를 잘 살펴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크가 눈을 찌푸리면서 잭을 바라 보더니 중얼 거렸다.

    「누군가를...」

    「네?」

    「누군가를 닮은 것 같아...」

    지크의 말에 잭이 움찔하며 놀랐고, 린나는 그런 지크에게 대답했다.

    「네, 누군가랑 굉장히 닮았어요.」

    지크는 린나의 말에 린나를 살짝 바라 보고는 잭을 다시 바라 보았다. 두 금빛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잭은 오리지널인 지크가 자신이 클론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 굉장히 의외였는 듯, 당황하며 떨고 있었다.

    린나는 잭이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속으로는 매우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잭을 꼬옥 껴안았다.

    지크가 잭의 뺨에 살짝 손을 올리고는 만지작 거렸다. 잭은 자신의 뺨을 만져지자 당황하는 소리를 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정말로 누군가랑..」

    지크는 그렇게 말하던 중간, 눈을 크게 떴다. 린나는 그런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크는 흠칫 흠칫 놀라면서 잭의 뺨에서 손을 떼더니, 갑자기 머리를 움켜 쥐고는 괴로운 듯한 신음을 흘렸다.

    「읏.. 머리가..」

    지크는 지끈지끈 울려오는 머리를 잡고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잭을 바라 보았다. 잭은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고, 그 순간.

    린나는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럽게 지크에게 안겨진 잭은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하고 있었다. 지크는 잭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지크는 울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크는 잭을 향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아니.」

    지크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너는 나쁘지 않아, 그렇지?」

    잭이 숨을 들이 마쉬는 소리가 났다.

    린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지크가 잭을 껴안은 이유는 분명히 지크의 어린 모습을 하고 있는 잭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탓일 것이다. 그리고 지크는 지금 과거의 자신을 용서했다. 지금까지의 괴로움에서 확실하게 지크는 벗어난 듯 했다.

    그리고 지크의 말은 의미하는 것은 달랐지만, 분명 잭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잭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지크의 옷을 잡았다. 그 모양은 마치, 잭도 안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읏.」

    잭은 지크를 살짝 밀어내서 지크의 품에서 벗어 났다. 잭은 슬픈 듯한 얼굴로 린나와 지크를 번갈아서 쳐다 보더니, 주먹을 한 번 쥐고는 갑자기 입구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앗...!」

    린나는 놀란 소리를 내면서 지크를 바로 바라 보고는 말했다.

    「지크씨, 쫓아가죠! 분명 블레어씨와 레일씨가 있는 곳에 갔을 거에요!」

    「에? 레일...?」

    지크가 레일의 이름을 듣고 놀라는 것을 보면서 린나는 방방 뛰었다.

    「아아 정말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네요! 어쨌든 빨리요 지크씨, 지금 그 곳에는 아린도...!」

    일단 지크는 알았다는 듯 린나를 안아 들고는 잭이 향한 윌리엄의 실험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린나는 이제서야 지금 상황에 대한 것을 지크에게 묻기 시작했다.

    「지크씨, 혼자 온 거에요..?」

    「아니, 나는 그냥... 직감으로 린나가 있는 방에 와 본 거고 아마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곳에는..」

    지크가 커브길에서 미끄러지며 이동하자, 린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지크를 꽉 잡았다.

    「아마 oraTio의 진정한 최강이 있어.」

    「에? 진정한 최강이라니...」

    린나가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이자, 지크는 만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똑같이 부서진 문 앞에 도착하자 린나는 재빨리 바닥으로 뛰어 내렸고, 레일과 블레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린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실험실 안이 온통 여러 철장과 무기들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고 린나는 흠칫 놀랐다.

    「여러분, 무사했군요..!」

    「린나!」

    린나는 그리고 옆에서 달려 나와서 자신의 어깨를 잡고 열심히 상태를 확인하는 새하얀 머리카락에 다른 색깔의 두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외쳤다.

    「사장님! 어, 어째서 지금 안에 이런 것들이..?」

    「아, 그건 내 능력이라서..」

    「에에엑?! oraTio의 진정한 최강자가 사장님이었던 건가요?!」

    사장인 마이렌의 뒤에는 마리도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마리씨!」

    「린나!」

    마리는 린나를 보자마자 곤란한 표정에서 바로 반가움과 다행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린나에게 레일이 달려 왔다. 레일을 보자마자 지크는 잔뜩 경계했으나 린나가 손짓으로 지크를 달랜 후 레일을 바라 보았다.

    「지금...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군.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한데...」

    레일이 우왕좌앙하는 것을 보고 린나는 레일의 가슴팍에 스트레이트로 주먹을 꽂았다. 어수선하던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린나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서는 고통스러워 하는 레일을 향해 린나가 말했다.

    「일단 진정하고 한 마디씩, 천천히!」

    「잭이라는, 그러니까 지크의 클론이 나타나서, 윌리엄과 아린을 데리고 어디론가.」

    「역시나...」

    린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잭은 체념한 듯 했는데, 그건 다 연기였던 걸까? 일단 클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식겁해서 얼어 붙었고 중심에서 린나가 나서서 힘차게 외쳤다.

    「자 모두들! 일단 중요한 이야기는 나중에 oraTio에서 차라도 한잔씩 마시면서 나누도록 하죠! 지금은 일단 잭을 쫓아가야 해요, 안 그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럼 저는 이만!」

    린나는 바로 박차고 달려 나갔고, 일동들은 조용한 채로 있었다. 그 사이에서 마이렌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 어쩐지 린나가 성격이 바뀐 것 같은데?」

    「지금 자기를 '소녀'가 아닌 '저'라고 했죠...?」

    마리와 마이렌이 당황스러워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 레일에게 부축되어 있는 블레어가 조용하게 말했다.

    「정말, 린나는 강하구나.」

    지크는 블레어의 이야기를 듣고 레일을 쳐다 보았다. 레일은 지크와 눈을 맞추더니 말했다.

    「미안했다...는 말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미안했다.」

    지크는 레일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말했다.

    「... 조금은..」

    「응?」

    「53분의 1쯤은.. 용서할게.」

    지크의 말에 레일이 피식 웃음을 흘렸고, 지크는 모두에게 말했다.

    「린나랑 다른 사람들, 찾으러 가자.」

    지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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