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7화 (12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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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린나는 비틀 거리면서 일어났다. 이미 자신의 몸에는 한 번 구른 것으로, 조그마한 상처가 가득했다. 그리고 아까의 충격은 아직도 몸에 남아있어 린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엣, 우엣.」

    아린이 린나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 오더니 갑자기 흠칫하고 놀라는 것이었다. 왜 저러는 거지? 린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아린을 바라 보았지만, 아린은 왠지 모르게 딴청을 피웠다.

    마치 이 방에 무언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 보아도 평범한 실험 도구들 밖에 없는 실험실 같았고, 무언가 있는 듯 했지는 않았다. 그 때 린나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문이었다. 이 방 밖으로 향하는 이미 아린에 의해 부서진 문이 아닌, 이 방 안에 있는 또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듯한 문이 있었다. 린나가 그 문을 바라보고 있자 아린이 눈에 띄게 놀라며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 안에 무언가 있는 거구나, 린나는 직감했다. 린나가 문을 향해 달려가자 아린이 놀라면서 능력을 사용했다.

    아린의 감정이 반영된 것인지 불안정한 염동파 한 덩어리였다. 린나는 가뿐하게 몸을 옆으로 움직여서 회피한 뒤 아린을 향해 능력을 사용했다.

    「이렇게에요!」

    선생님 같은 말투로 외친 뒤, 린나의 손에서 세 덩어리의 회전하는 염동파가 아린을 향했다.

    「꺄악?!」

    아린은 피할 생각 자체를 안한 것인지 꽤나 당황했고, 그 덕에 린나의 염동파 세 덩어리를 전부 다 직격으로 맞고 말았다. 린나는 아린을 해칠 생각은 없었으므로 그리 큰 위력은 아니였지만, 아린은 다른 것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어째서...」

    아린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그러더니 아린은 의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면서 외쳤다.

    「어째서 언니가 아린이랑 똑같은 걸 쓰는거야?!」

    아마도 아린은 지금까지는 린나가 아린과 똑같은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린나의 대응으로 인해 확실하게 깨달은 것 같았다. 아린은 지금 꽤나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하긴, 윌리엄이 아린에게 능력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고 린나는 납득했다. 아린의 세계에서 염동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린밖에 없었던 것이다.

    린나는 충격을 받은 아린이 빈틈을 보이자, 그 때를 노려서 재빠르게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앗, 안돼! 그 문 너머는 안돼!」

    아린이 급하게 외치면서 바로 일어서서는 린나를 향해 달려 들었다.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 그저 맨 몸으로 달려든 것이었다. 린나는 갑작스러운 아린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곧 아린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게 되었다.

    단검. 린나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바로 방어막을 펼쳐서는 아린의 작은 몸을 튕겨냈다. 아린은 튕겨져서는 그대로 바닥에서 굴렀고, 아린이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린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마저 이 곳에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절대로 살아서, 모두를 구하기로 마음먹은 린나였으니까.

    린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방 안을 살폈다. 도대체 아린이 숨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방 안은 깜깜한 암흑이었고, 오로지 빛나는 것은 무언가 기계장치의 스위치에서 나오는 붉은 빛 밖에 없었다. 방의 불을 키는 장치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아린이 일어나는 바람에 린나는 포기하고 아린을 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방에 뭐가 있길래 그러죠?」

    린나의 물음에, 아린은 우물쭈물댔다. 아마 윌리엄이 아린에게 거짓말 같은 것은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린나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거기에는...」

    아린은 린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 하지만 언니는 할 수 없어! 왜냐하면 오빠는 잠들지 않는걸! 그러니까 오빠는...」

    아린의 외침에 린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오빠는 대체 누구인거지? 린나는 다시 한번 재빠르게 방 안을 살펴 보았으나, 역시 짧은 시간에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인기척은 커녕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는 걸요?」

    그러자 오히려 아린이 놀란 소리를 냈다. 아린은 대답했다.

    「엣? 그럴리가 없어. 오빠는 항상 거기에 있는걸.」

    그 순간, 차박차박하는 발 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 왔다. 린나는 놀라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으나 여전히 방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들은건가? 하지만 분명히 소리가 났었다. 린나는 경계하면서 아린과 방 안을 동시에 주시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 아차. 잊으면 안돼, 잊으면 안돼- 아린은 언니를 잠재워야 해! 잘 시간에도 잠자지 않는 것은 나쁜 사람인걸! 그러니까 아린이, 코~ 자라고 잠재워 주는거야!」

    아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까지의 아픔도 잊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린나는 슬슬 아린이 윌리엄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깨닫게 되어서, 불안한 마음으로 아린에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잠이라는 건 뭔가요?」

    「엣? 언니,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언니도 혹시 잠 안자는거야? 아니아니, 그럴리가 없지. 아빠가 확실히 언니를 잠 재우라고 했는 걸! 그래도 언니는 모르는 것 같으니까 아린이 가르쳐줄게! 있잖아, 잠이라는 건 말이야?」

    아린은 귀엽게 손을 흔들어 대면서 열심히 린나에게 설명했다.

    「움직이지 않는거야!」

    「움직이지... 않는 것?」

    린나가 의아한 소리를 내자 아린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지금 아린처럼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할까나, 말도 하지 않고, 후- 하 하고 숨도 쉬지 않고 그러니까... 언니, 아직도 모르겠어?」

    아린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는 불만스러운 듯이 물었다. 린나는 더욱 더 불안해져서는 성급한 목소리로 아린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그, 그럼 아린은 잠을 자지 않나요?」

    「엣? 응! 아린은 잠을 자지 않는걸. 그리고, 아빠는 잠을 잘 시간이 아니라고 했어. 오빠는 잠을 자지 않구.」

    아린은 손가락을 세 개 피더니 차례차례 접으면서 린나에게 물었다.

    「그럼 그건 어떻게 된 거에요? 밤에 눈을 감고 자는 건요!」

    「에? 그건 '잠'이 아니라 다른 거잖아?」

    린나는 끙 하는 신음을 냈다. 하지만 린나는 확실하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린은 생명의 죽음을 '잠'이라는 개념으로 배웠던 것이었다. 아마도 밤에 진짜로 하는 잠은 다른 개념으로 배운 듯 했다. 이미 이것만으로 충분히 위험한데, 문제는 아린은 이 행동을 정말로 선한 행동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잠재운... 적은 있었나요?」

    「응? 아니, 사람은 언니가 처음인걸! 하지만 동물들은 많이 잠재워줬는걸! 그러므로 언니도 똑같이 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긴 이야기를 늘어 놓고는, 아린은 방긋하고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린나는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소녀는 아직도 잠을 자지 않았어요! 그리고 절대로, 아린에게 재워지지 않을 것이구요!」

    「엣, 거짓말! 하지만 아빠가 언니를 잠 재우라고 그랬는걸! 아빠 말은 전부 다 사실인걸!」

    「미안하지만, 사실이에요!」

    린나는 어떻게든 아린을 쓰러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기절시키거나 어딘가에 묶어 두거나 해서, 다시 레일에게 찾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린나의 눈이 빛나기 시작하자, 아린의 눈이 똑같이 빛나기 시작했다.

    「정말, 언니는 나쁜 사람!」

    아린이 삐진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린나는 대꾸없이 손을 뻗어서 염력으로 아린의 여린 몸을 움켜 쥐었다. 아린은 방어막으로 방어하려고 했지만, 린나가 힘을 주니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며 부서지고 말았다.

    아마도 아린은 방어막이라는 것을 린나를 보고 지금 처음 사용해 본 듯 했다. 한마디로 린나에게서 배운 셈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어막은 사라져 버린 채, 아린은 린나의 능력에 잡혀져서 공중에 뜨게 되었다. 린나의 예상대로, 아린은 잔뜩 당황한채 몸을 바둥바둥거리는 것 밖에 하지 않았다.

    그럼 린나는 마치 다른 한 손 같은 염동력을 사용해서, 인간이 순식간에 기절하게 되는 부위를 꾹 누르거나 해서 아린을 기절시키려고 손을 뻗었다. 아린의 몸이 꽉 조여지게 되자 아린은 비명을 질렀고, 아린을 기절시키기 전에 린나는 말했다.

    「한순간이니까...!」

    그리고 린나의 눈이 한층 더 빛나는 순간, 갑작스럽게 위에서 무언가가 짓눌리는 느낌에 린나의 능력은 반 자동적으로 풀리게 되었다.

    「윽?!」

    린나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서는 괴로워했다. 마치 거대한 탱크 하나가 자신의 몸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점점 숨쉬기도 괴로워져서, 린나는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아윽, 무슨...!」

    린나가 고통스러움 속에서 눈을 떴다. 아린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아린은 누군가를 바라 보며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

    거짓말, 뒤 쪽에는 아무도 없었을텐데. 하고 생각한 순간 방금 전에 들린 발소리가 생각났다. 그 암흑 속에, 정말로 누군가가 있었던 거야? 린나는 아린의 시선의 방향으로 일단 대충 어느 위치에 그 오빠라는 사람이 서 있는지 파악했다.

    린나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는, 염동력으로 자신의 뒤쪽을 넓게 쓸어 버렸다. 누군가가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가 났고 위에서 짓누르던 힘이 사라지자 린나는 재빠르게 일어서서는 아린과 뒤에 있는 누군가와 거리를 벌렸다.

    린나가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면서, 고개를 들어 아린이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린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거짓말, 믿을 수 없어...」

    린나의 동공이 처참히도 흔들렸다. 그제서야 린나는 레일이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고는 했던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하나.

    『처음에는 레비어스의 데이터를 가지고 실험을 했지만...』

    물에 젖어있는 듯한, 아린과 비슷할 정도의 간단한 실험복을 입고 있는 작은 몸.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고 있는 금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의 머리카락. 그리고,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금색의 날카로운 눈빛.

    「... 지크씨...」

    린나는 중얼거렸다가, 깨달았다.

    아니, 이 아이는 지크씨가 아니다. 이 아이는, 아린과 마찬가지로 지크의 클론이었다.

    「잭 오빠! 아린을 구해준거네!」

    아린이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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