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6화 (12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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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그리고 곧 이어서, 낯익은 얼굴의 소녀가 보였다. 낯익은 정도가 아니었다. 블레어에게는 매일 매일 oraTio에서 자신과 마주하던 소녀였고, 린나에게 있어서는 매일 매일, 거울 속에서 마주하던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 소녀는 린나의 클론인, 아린이었다.

    아린은 지금 17살이여서 성숙한 숙녀 느낌인 린나와는 다르게, 아직 높게 쳐봐야 14살쯤 되어 보였다. 레일의 말로는 급속 성장이란 것을 사용한다고 했다. 어쩌면 아린이 오리지널인 린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은 이것 또한 어떠한 실험일지도 몰랐고, 아니면 실험 중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 수도 있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점은, 린나는 분명히 레일의 말로 아린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윌리엄을 만나러 이 건물에 들어올 때도 확실하게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들어왔었다. 하지만 린나는, 아린의 얼굴을 보자마자 패닉에 빠졌다.

    「...너무나도.. 소녀를...」

    린나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힘겹게 신음하며 말했다.

    「소녀를 닮았어요...」

    아린은 문이 날아간 것을 흠칫 흠칫 바라 보면서, 입구 쪽에 서서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린나와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린은 린나를 바라 보며 외쳤다.

    「앗-!!」

    린나는 아린의 외침에 흠칫 하고 몸을 떨며 놀랐다. 아린의 목소리는 변성기를 그다지 겪지 않은 린나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어디선가 본 언니같아-!」

    아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방긋 웃었다.

    블레어도, 일순간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클론이란 것을 알고 있어도 충격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말투로만 구분할 수 있는 목소리, 똑같은 외형. 클론이라는, 복제의 존재가 눈 앞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어려웠다.

    「어디서 본거지? 음? 으으음..?」

    아린은 고개를 크게 갸웃갸웃 거리면서, 궁금한 듯 말했다. 아린의 말에 레일이 말을 꺼내려던 그 때, 윌리엄이 말했다.

    「아린, 아빠를 구해주렴.」

    린나와 블레어는 충격을 받고 윌리엄을 쳐다 보았다. 지금 이 사람은 틀림없이 자신을 아빠라고 지칭했다. 그것도, 방금까지 레일에게 말하던 말투와는 완전히 딴판아있다.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아린은 그런 윌리엄의 말투가 익숙한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윌리엄을 쳐다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앗, 아빠가 공중에 떠 있어! 어떡하지? 아린은 어떡하면 좋아요?」

    「눈이 빛나고 있는 사람을...'잠재우렴'.」

    「아하! 응, 알았어요!」

    아린은 윌리엄의 말에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아린은 린나를 바라 보더니, 린나가 아린의 공격에 대비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손을 뻗었다.

    「앗...!」

    늦었다.

    린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주변이 회색빛깔로 변하였다. 윌리엄도, 아린도. 린나는 블레어가 능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재빨리 눈치채었다. 린나는 소리쳤다.

    「레일씨, 끝났나요?!」

    「앞으로 10초면 될거야!」

    레일의 대답이 들려오자, 린나는 무언가 각오를 다지고는 공중에 멈춰 있는 윌리엄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능력은 사용하자마자 멈춰졌고, 블레어가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면 능력은 그대로 윌리엄에게 향할 터였다.

    그리고 린나는 아린을 바라 보았다. 아린의 눈을 빛난 채로 멈춰져 있었고, 염동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이었지만 린나는 아린의 능력이 어떤 형태고 무슨 방향으로 오고 있는지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의 능력이니 파악할 수 있다고 린나는 판단하고, 바로 능력을 사용해서 자신의 앞에 블레어와 레일을 전부 감쌀만큼 큰 원반 모양의 방어막을 생성했다. 그리고 린나는 외쳤다.

    「블레어씨, 지금이에요!!」

    린나의 신호와 동시에 블레어는 능력을 해제시켰고, 먼저 윌리엄이 린나과 꽉 조여 놓은 능력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기절을 하며 바닥으로 풀썩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뒤, 아린의 능력이 린나의 방어막에 맞아서 튕겨져 나갔다.

    「엣, 어라?」

    아린이 놀라는 소리가 들려 왔다. 곧 이어서 아린은 윌리엄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빠, 잠들었어?」

    린나는 일단 아린을 어딘가로 유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으면 아린이 레일과 블레어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몰랐다. 린나는 일단 생각은 뒤로 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이쪽이에요!!」

    그 말과 함께, 린나는 순식간에 달려 나가서 아린의 옆을 스쳐 지나가서 복도로 향했다.

    「앗, 앗 언니 기다려!」

    예상대로, 아린은 깜짝 놀라더니 곧 순진하게 린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린나는 윌리엄의 일은 블레어와 레일이 잘 처리해줄 것이라고 믿었고, 슬쩍 뒤를 돌아 보았다. 아린은 린나를 쫓아오고 있었지만, 마치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이 즐겁게 웃고 있었다.

    「아핫, 아하하핫. 언니 빨라! 천천히 가!」

    아린이 꺄르르 웃으면서 린나에게 소리쳤다. 물론 린나는 멈출리가 없었다. 린나는 계속해서 복도를 뛰어 가면서 아린에게 물었다.

    「왜 저를 공격하는 거죠!!」

    「공격? 공격이 뭔데?」

    아린은 진심으로 모른다는 듯이 대답했고, 린나는 그때 아린은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냈다. 아린의 염동파가 한 번 날아 왔고, 린나는 똑같은 능력을 사용해서 아린의 공격을 상쇄시켰다. 그리고 린나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윌리엄의 말을 듣는 거죠?」

    린나의 말에 아린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한걸! 아빠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나쁜 아이잖아?」

    「아빠 말을 듣지 않는다면, 벌이라도 받는 것인가요?」

    「응!」

    아린의 대답으로, 린나는 아린이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윌리엄을 통해서 안 좋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 좋은 것 안에는 살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잇!」

    그 순간 방대한 힘이 린나를 가격해왔다. 린나는 자신의 옆에 방어막을 펼쳤으나, 마치 거대한 망치를 휘둘러 오는 듯한 강력한 힘은 그대로 방어막을 깨 부수고는 그대로 린나에게 적중해서 린나는 그대로 바로 옆에 있던 방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고, 그 벽이 부서지면서 또 린나는 그대로 구르게 되었다.

    「아으윽...」

    린나는 격한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일어설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아린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린나는 자신의 안에서 아린에 대한 공포심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강했다. 아린이라는 존재는. 어째서지? 분명 아린은 클론이므로, 오리지널인 린나에 비해서 힘이 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금의 일격은....

    그리고 그 순간 린나는 중요하고도 간단한 사실을 한 가지 깨달았다.

    「소녀도, 참... 당연한 것을...」

    린나는 그것을 깨닫고는 허탈한 웃음을 내 뱉었다. 그렇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야 린나는 아린을 죽이지 못하지만, 아린은 린나를 죽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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