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5화 (12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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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지하는, 지상의 복도와 방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한 벽과 복도, 그리고 문에 린나는 확실하게 이 곳이 연구소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따라와.」

    레일의 말에, 린나와 블레어는 최대한 소리내지 않고 레일의 뒤를 뒤따라갔다. 어차피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윌리엄과 아린이긴 했지만, 레일의 설명으로는 아린은 지하에는 윌리엄의 부름이 있을 때만 내려오는 듯 했다.

    복도의 제일 왼쪽 끝에 있는 방은, 유난히도 문이 컸다. 그리고 문의 오른 쪽 옆에는 암호를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 안에 윌리엄이 있는 것이죠?」

    린나가 속삭이며 레일에게 물었다.

    「어.」

    「한 사람 뿐이니까, 그냥 무턱대고 들어가면 안되는 것일까요?」

    린나의 말에 레일은 놀란 표정으로 린나를 바라 보았다.

    「그래, 무턱대고 들어간다 치면 그 다음에는 어쩔 건데? 설마 아버지를 죽이기라도 할 셈이야?」

    「그런 말은 안 했어요! 그냥... 소녀라면, 소녀의 능력으로 잡아두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서요.」

    린나의 진회색 눈이 살짝 반짝였다. 레일은 린나를 바라 보더니, 끄응하고 고심하는 소리를 냈다.

    곧 레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작업이 끝날 때 까지 잡아둘 수 있어?」

    「아직까지 소녀는 사람에게 능력을 쓴 적은 별로 존재하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린나의 말을, 블레어가 거들었다.

    「그런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킨 클론의 오리지널이야. 린나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가능하고도 남을 걸, 린나라면 아마 내가 oraTio의 인원을 부르고 그 인원이 도착할때까지도 충분히 잡고 있을 수 있을거야.」

    블레어의 말에 레일은 충분하게 납득한 것 같았다. 그리고 린나도 동시에 자신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힘. 그것이 초능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Type-A. 린나였다.

    「맡..맡겨주세요.」

    린나는 긴장한 목소리로 레일에게 말했다. 레일은 한참 생각했지만, 결국 별 수가 없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부탁하지.」

    레일의 허락에 린나는 미소를 짓고는, 둘에게 부탁해서 문에서 조금 떨어져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린나의 말에 순순히 따랐고, 린나는 문의 앞에 섰다. 그리고 린나는 한 손을 뻗더니, 눈을 빛내며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단단해 보이던 하얀 문이 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힘에 부딪힌 자국이 나더니, 이윽고 방의 안으로 뜯겨져 날아가는 것이었다.

    안에서 놀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나는 문이 뜯겨지는 소리에 놀라서 움찔해있는 두 사람을 이끌었다. 연결되어있는 실 때문에 린나 혼자서는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얼른 제정신을 차리고 린나와 함께 재빠르게 연구실 안으로 진입했다.

    린나는 하얀 연구 가운을 입고 있는, 안경을 쓴 백발의 중년 남자를 포착하자마자 능력을 사용했다.

    「거기 가만히 계세요!!」

    린나의 외침과 동시에, 윌리엄의 몸이 들리더니 곧 공중에서 잡힌 듯한 형상으로 떠 있게 되었다.

    「무슨...」

    일단 윌리엄이 린나의 능력으로 잡혀있게 되자, 슬슬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린나는 막상 능력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을 대면하였으나, 그 외모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나 평범해서 놀란 기색이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윌리엄은 나쁜 인상도 사나운 인상도 아니었으며, 외모로만 따지자면 정말로 평범한 중년 남자일 뿐이었다. 이런 사람이 능력의 발명을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린나는 뼈 저리게 느낀 느낌이었다.

    레일은 자신의 아버지를 한 번 쳐다 보더니, 망설이지 않고 방금까지 윌리엄이 서 있던, 온갖 기계들과 컴퓨터들 그리고 문서들이 놓여져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그런 레일의 행동을 보고 윌리엄은 아니꼬운 듯 표정을 찡그렸다. 화난 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짜증난다는 표정이었다.

    「가소롭구나 레일, 정부에 나를 고발하기라도 할 생각이냐? 아니면 데이터를 지운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레일 대신, 린나가 대답했다.

    「그게 왜 안된다는 거죠!」

    윌리엄은 린나의 외침에, 레일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린나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윌리엄의 눈이 린나를 지긋이 바라보자 린나는 살짝 움찔하고 놀랐다.

    「오리지널인가.」

    유린나라는 이름이 아닌, 오리지널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자 린나는 순간적으로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 명칭으로 부르지 마시죠! 소녀에게는 제대로 이름이 있어요!」

    윌리엄은 그런거 상관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자신이 잡혀 있다는 것도 무시하는 듯한, 태연한 대처였다.

    「애초에 어째서 레일과 너는 같이 있는 거지? 그 뒤에 검은 머리의 남자는 아무래도 다른 능력자 같군.」

    블레어는 자신이 지목되자 한쪽 눈썹만 치켜 올렸다. 불만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블레어도 상당히 윌리엄이 싫은 듯 했다.

    「정말로, 바보같은 녀석들이다.」

    윌리엄의 말투는 정말로 비웃는 말투도 아닌, 안타까워 하는 말투와 가까웠다. 린나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윌리엄의 몸을 더욱 세게 쥐었다. 이제 나이가 있는 윌리엄에도 불구하고, 린나가 꽤나 힘을 주고 있는데도 아픈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아버지.」

    레일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윌리엄의 눈이 레일을 향했고, 레일은 고개를 돌려서 윌리엄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면서 소리쳤다.

    「데이터를 oraTio에 보낼거거든!」

    레일의 말에, 윌리엄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윌리엄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대체... 이유를 모르겠군, 뜬금없이 oraTio라니. oraTio와 너는 아무런...」

    그 순간, 윌리엄이 린나를 휙 쳐다 보았다. 린나는 계속해서 윌리엄을 쏘아보고 있었다.

    「... 무엇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군.」

    윌리엄은 린나와 레일 사이에서 무언가 일어났다고 짐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윌리엄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했다.

    아무리 천재 과학자라고 해도, '미래'의 일은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oraTio의 사장은 알고 있지.」

    윌리엄은 상체를 잡히고 있어서, 손을 움찔하고 움직이더니 주머니에 찔러 넣어서 무언가를 꺼냈다.

    「앗...!」

    린나가 그럼 윌리엄의 행동을 능력으로 저지하려고 능력을 윌리엄의 손 쪽으로 살짝 옮겼지만, 바닥에 떨어진 스위치같은 것은 이미 빨간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레일씨, 저건...」

    린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레일을 부르자, 레일은 스위치를 바라 보더니 난감한 목소리로 외쳤다.

    「큰일이다, 저건 아린의 호출 스위치야!」

    「네?!」

    린나의 놀란 목소리도 잠시, 위에서부터 사람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째서 달리기가 이렇게나 빠른 걸까, 린나가 몸을 이미 날아가버려서 비어있는 문 쪽으로 돌린 순간.

    검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아팠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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