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4화 (12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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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명을 바꾸는 방법

블레어의 능력 덕분에,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쉬웠다. 레일을 따라서 블레어와 린나는 빠른 속도로 저택 안으로 진입했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블레어의 손이 움찔하고 떨려왔다. 린나는 직감적으로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됐어, 저택 안의 감시카메라는 내 생각이 맞다면 오늘은 점검중이라서 작동하지 않을 테니까.」

「정말 다행이네요..」

린나가 힘들어하는 블레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레일은 주위를 슥 둘러 보았다. 린나도 레일을 따라서 주위를 한번 둘러 보았다. 저택처럼 생긴 겉과 같이 안 쪽도 별 거 없어 보였다. 빨간 바탕에 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는 카펫, 베이지색의 벽지. 이런 곳에서 그런 황당한 실험이 진행중인걸까 하고 린나는 생각했다.

「가자.」

레일의 말에 린나는 블레어의 손을 잡고 레일의 뒤를 따랐다. 린나는 살짝 뒤를 돌아 보았다. 블레어의 표정은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창백해지고 있었다. 분명 이렇게 많은 시간을 돌리고 아까 시간까지 멈추게 되었으니 블레어의 능력 소모는 상상도 안될 정도일 것이었다. 린나는 마음이 초조해 지는 것을 느꼈다. 빨리 상황을 해결하고, oraTio로 블레어를 되돌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레일을 따라서 복도를 걸어가는 중, 레일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왔다.

「괜찮아, 이 연구소에는 나랑 아버지, 그리고 리처드밖에 없으니까.」

리처드는 린나의 클론인 아린에게 제일 먼저 희생당한 연구원의 이름일것이라고 린나는 생각했다. 레일은 그렇지만 일단 조용히 이동하자고 말했고, 린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더 꾸욱 다물었다.

그리고 레일은 어느 방 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레일이 블레어와 린나에게 눈짓으로 좀 떨어져 있어라는 신호를 보냈다. 린나는 블레어와 함께 레일에게서 떨어져 섰다.

그리고, 레일은 한 손으로 방문을 잡더니 조용히 자신의 겉옷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권총이었다.

레일은 린나가 놀란 소리를 내기도 전에 방문을 열더니, 그대로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하는 두 번의 소리가 복도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레일은 총을 그대로 든 채로 방에 들어가더니 문을 닫아 버리고 말았다. 린나는 패닉에 빠져서는 블레어를 바라보며 우왕좌왕하며 말했다.

「블레어씨, 방금, 방금 레일씨가 총을...」

「...괜찮아.」

「에...?」

「괜찮아, 저건 괜찮아...다른 사람이 아니야.」

린나는 블레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그러던 그 순간, 복도 건너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린나와 블레어가 당황한 가운데, 린나는 레일이 들어간 방 반대편에 있는 방문의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됐다, 열렸다! 린나는 블레어와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가서, 문틈을 아주 살짝 연 채로 누가 오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곧 이어 큰 키의 하얀 연구원 가운을 입은 흑인이 종종걸음으로 걸어와서는 레일이 들어간 방의 방문을 노크했다.

똑 똑,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일이 들어갔던 방 문이 살짝 열리는 가 싶더니 어느새 레일이 빠져 나왔다. 방 안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움직임이었다. 아마, 이 사람이 리처드인거겠지. 린나와 블레어는 레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일, 방금 총성 소리가 들려와서.. 이 부근에서 들려온 것 같아서 와 봤는데, 무슨 일 있었어?」

리처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레일에게 말하더니, 이윽고 레일을 위 아래로 흝어보고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옷 갈아 입었어? 헉, 레일 너 꽤나 수척한데 괜찮은거야?」

「아아... 괜찮아. 그리고 총성이라니?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레일이 시치미를 떼며 말하자, 리처드는 끄응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가... 아아, 요즘 일이 너무 힘들어서 환청이 들리는 걸지도 모르겠네... 아린 말이야, 역시 최소한의 교육같은건 시켜줘야 할 것 같은데... 어째서 어드마이스씨는 허락해 주지 않는 걸까.」

린나는 들려오는 아린의 이름에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그렇네, 리처드. 오늘은 아린에게 가지 않아도 돼.」

「어째서?」

「오늘은 내가 대신 갈게.」

레일은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리처드, 부탁이 있는데.」

「어라? 너, 너 지금 부탁이라고 말한 거야? 웃긴다. 네 입에서 부탁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리처드는 경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레일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손으로 눈가를 살짝 만지작거리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연구 재료가 떨어졌어, 좀 사와 줄 수 있을까?」

「어? 사온지 일주일밖에 안됐잖아. 벌써 떨어졌어? 뭐, 떨어 졌다면 어쩔 수 없지. 평소와 똑같은 종류들로 사다주면 되는거지?」

「... 아아, 부탁하지. 그리고 사는 김에 자유시간도 갖도록 해.」

레일의 말에, 리처드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스트레스 받아 죽을 지경이니까. 그럼, 갔다온다.」

리처드는 바로 몸을 돌려서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일과 리처드의 대화를 전부 지켜보고 있던 린나는 중얼 거렸다.

「리처드씨.. 좋은 사람이네요.」

「으응.」

블레어도 린나의 말에 공감하는지 소리를 냈다. 린나는 리처드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레일의 표정이 약간 기쁜듯한 표정인 것을 눈치챘다. 아마, 리처드는 레일에게 있어서 유일한 친구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하고 린나는 생각했다.

리처드의 뒷모습이 멀어지더니 곧 보이지 않게 되자 린나와 블레어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걸로 한 명의 목숨은 구하게 되었네요.」

린나가 그렇게 말하니, 레일은 아무말 없이 있더니, 곧 대답했다.

「곧 한 명이 아니게 될거야.」

레일은 곧장 몸을 돌리더니, 리처드가 걸어온 복도의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자, 이 곳에 온 이유를 잊지마.」

「네에...」

린나는 잠시 레일이 나왔던 방을 바라 보았다. 도대체 저 방 안의 누구에게 레일은 총을 쏘았던 걸까. 린나는 저 방 문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린나의 손이 움찔거릴 때, 블레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린나, 가자.」

그제서야 린나는 블레어와 레일이 앞에서 린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나는 미안해하면서 말했다.

「죄, 죄송해요.」

린나는 바로 레일과 블레어에게 따라 붙으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살짝 살짝 뒤돌아보았다.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린나는 일단 방에 대한 것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저택의 구조를 잘 살펴보지도 못하고 레일의 등만 바라보며 쫓아오다보니, 어느새 린나는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귀찮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다행히도 지하에 내려가는 데 무언가 장애물은 없어. 하지만...」

「하지만?」

레일이 말 끝을 흐리자, 린나가 레일의 말을 재촉하듯 물었다.

「나도 지하에는 내려가 본 적이 몇번 없어. 그리고 아버지의 데이터를 노리고 내려간 적은 한번도 없지. 그래서 앞으로 뭐가 있을 지 전혀 모르겠어.」

레일의 목소리는 살짝 불안한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린나는 긴장해서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레일과 린나가 계단만 바라보며 조금 망설이고 있을 때, 블레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럼 언제든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린나의 끈으로 세 사람의 손가락을 묶어두자.」

「하지만 블레어씨...」

「괜찮아, 만약에 대비하는 건 좋은 일이잖아.」

린나는 블레어의 말이 틀렸다고는 하지 못해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블레어는 그런 린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레일을 바라 보았다.

결국 레일도 블레어의 눈빛에는 이기질 못해서, 세 사람은 새끼 손가락을 묶어서 연결시키게 되었다.

「끊어지지는 않겠지?」

「네, 꽤나 질겨서 평소에도 애용하는 것이고...」

린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레일과 블레어 대신 린나가 말했다.

「그럼 갈까요.」

레일과 블레어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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