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3화 (12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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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명을 바꾸는 방법

「내 손이든 어디든, 내 몸에 닿여있어야 해.」

레일씨와 린나는 블레어씨의 말을 듣고는, 블레어씨의 양 손을 각각 잡았다.

「남자손을 잡는 건 기쁘지 않네.」

블레어씨의 농담에 린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레일은 농담같은 거 할 분위기가 아니라며 블레어를 혼냈다. 물론, 블레어는 듣지 않았지만.

「그럼, 간다.」

레일과 린나는 각오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곧 블레어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을 때 몸이 살짝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두 사람은 느꼈다. 그리고 곧, 주변의 광경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린나가 숨을 들이마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린나는 긴장해서는 블레어의 손을 좀 더 꽉 쥐었다. 블레어는 집중하는 건지 눈을 감고 있었다. 세 사람이 서 있는 레일의 방 안이, 밝아졌다가 물건이 옮겨 졌다가 하면서 변해가고 있었다.

「아.」

린나의 눈에 과거의 레일이 보였다. 린나가 알고 있던, 예전의 깔끔한 모습의 레일이 보일때까지는 별로 걸리지 않았다. 레일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일은 굉장히 오묘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 레일의 모습이 사라지고, 블레어의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주위가 바뀌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린나는 블레어를 바라보았다. 블레어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괴로운 것인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린나와 레일은 잡고있는 블레어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린나는 레일과 시선을 교환했다. 레일도 굉장히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블레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로지 블레어에게 맡기는 것.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블레어가 휘청하며 뒤로 넘어가려는 순간 레일이 블레어를 재빨리 잡아 지탱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 여행은 끝이 났다.

린나는 블레어를 레일과 함께 부축하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분명히 레일의 방은 맞았지만, 확실히 달랐다. 불은 꺼져 있었지만 낮인지 밝았고 거실의 한켠에는 박스가 몇개 정도 쌓여 있었다.

「저건...」

린나가 왔을 때는 없었던 박스를 보며 린나가 말하자, 레일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레일은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날짜를 확인했다.

「레일씨, 지금 날짜는...」

린나가 긴장한 목소리로 레일에게 물었다. 화면을 바라보는 레일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이윽고 레일은 고개를 돌려서 블레어를 바라 보았다. 블레어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지친 눈동자로 레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정확히 한달이야.」

「그 말은...」

「2시간 쯤 뒤에, 연구소에서 첫 번째 희생자가 살해 당한다는 이야기야...!」

린나는 레일의 말을 듣고 매우 기쁜 표정을 지었다. 레일의 말은, 지금 연구소로 향해서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보내고, 말소하기만 한다면... 희생자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이 순간, 지크가 살아있다는 것을 생각한 린나는 가슴이 벅차 올라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고는 블레어에게 외쳤다.

「블레어씨, 해냈어요..!」

블레어는 린나의 말을 듣고는 식은 땀을 닦으면서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없어. 자, 가자! 마음만 같아서는 블레어는 쉬고 있으라고 하고 싶지만...」

「알고 있어, 내 능력이 아직 필요하다는 건...」

블레어는 그렇게 말하더니, 곧 손짓으로 레일을 보며 가까이오라고 말했다. 레일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블레어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블레어는 린나를 흘끗 바라보면서 레일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였다.

「... 알았다.」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레일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블레어는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 궁금해하는 린나를 바라보며

「미안, 린나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서.」

라는 말로 대신 설명했다. 궁금함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린나는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면 필시 들어도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레일의 말에 따라서 집을 나섰다. 레일은 타이밍 좋게 앞의 도로를 달려오고 있는 택시를 잡았고, 세 사람은 택시에 올라탔다.

「레일, 지금의 당신은 뭘 하고 있었는지 떠올릴 수 있겠어?」

「지금의 나라면 분명 연구소에 찌그러져서는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겠지.」

레일의 대답에 블레어는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 기사는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고, 린나가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얼버무리려고 했다.

레일은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했고, 최대한 빨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차가 달리기 시작하고 레일은 말했다.

「참고로 데이터, 즉 아버지가 연구하는 곳은 지하에 있어.」

「비밀 연구실.. 이라는 느낌이네요. 정말, 사람들은 어째서 그렇게 지하를 좋아하는 걸까요!」

옆에서 블레어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그거야 뭐가 잘못되었을 때 처리하기 쉬워서 아니야?」

「그렇구나.. 무언가가 일어나도 지상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말이죠?」

린나는 Diara와 oraTio의 능력자들이 지하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린나는 차 창문 너머로 큰 저택이 보이자 직감적으로 저 곳이 윌리엄의 연구소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연구소처럼 보이지가 않아서 살짝 놀라긴 했지만.

「기다려.」

레일의 말에, 저택의 정문 앞에서 린나와 블레어는 멈춰 섰다.

「정문 감시카메라가 있어. 아마 안에 있는 내가 또 다른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기겁할거라고 생각한다만.」

「그럼... 어떻게 지나가야 할까요?」

「잠깐 따라와.」

레일이 말만 남기고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린나는 블레어와 함께 레일의 뒤를 따라갔다. 레일은 저택을 돌아서 저택의 옆 쪽으로 향했고, 그 곳에서 무언가 발견했는지 뜷어져라 보고 있었다. 린나도 레일의 옆에 오자마자 레일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을 바라 보았다.

「이건...」

「개구멍...?」

린나와 블레어가 차례대로 중얼거리자 레일이 말했다.

「꽤나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연구실이다, 아린이 이 구멍으로 밤중에 나가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어. 혹시나 해서 와봤건만 예전부터 있던 구멍이로군.」

「어쨌든 저희들로서는 꽤나 좋은 일이네요.」

린나의 말에 레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먼저 구멍으로 몸을 숙여서 기어서 들어갔다. 레일의 그런 모습을 보고 린나가 웃음을 터뜨리자 레일은 빨리 따라오기나 하라며 짜증을 냈다.

린나에 이윽고 블레어까지 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성공했다.

「여기는 감시카메라에 안 보여.」

레일의 말에 린나는 옷을 털면서 흥미롭다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레일은 곧 끙하며 고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택에 다가가면 틀림없이 감시카메라에 잡히게 될텐데...」

레일이 고민하고 있자, 블레어는 조용히 레일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블레어, 너...」

레일의 말은 듣지도 않고 블레어는 린나와 레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블레어의 눈이 빛나면서 능력이 사용되며 주변은 완전히 멈춰 버렸다.

시간이 멈췄다는 것을, 린나는 앞에 바람으로 인해 날아가던 잎사귀 하나가 완전히 멈춰버린 것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몸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그대로 멈춰버리게 되고 말거야.」

「앗, 그런 거라면...」

린나는 나머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 장식에 달려 있는 리본을 풀었다. 린나가 그것을 들고 블레어에게 보였다.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쓸만해 보이네... 손가락에 묶을 수 있을까?」

「아마요...」

「그럼 일단, 저택 안에 들어가서 잠시 능력을 푼 다음 묶도록 해 보자...」

린나는 그렇게 말을 하는 블레어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블레어의 태도가 너무나도 강경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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