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1화 (12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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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명을 바꾸는 방법

「... 그건..」

「대답해주세요.」

레일이 대답을 꺼려하자 린나는 재촉했다.

「...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다.」

「그건 대체 누구죠?」

「... 염동력자에, 너와 유전정보가 똑같아.」

레일의 말에 린나의 눈이 커졌다. 린나는 장난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그 말은.. 소녀라는 말씀이시잖아요. 장난치시는 건가요?」

「아니, 너가 아니지만 거의 너는 맞아. 그러니까.. 내 말은.」

레일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린나는 이해하지 못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레일은 결국 말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클론이다. 유린나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만든, 복제인간이야.」

그 순간, 블레어의 눈이 크게 떠지고 린나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레일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 클론 실험은 Type-B를 대상으로 진행한, 내 아버지인 윌리엄 어드마이스가 비밀리에 혼자서 연구해온 프로젝트야. 그래서 처음에는 레비어스의 데이터를 가지고 실험을 했지만, 뭔가 문제가 생긴 듯 해서 나와 아버지는 다른 Type-B를 찾았고.. 그게..」

레일은 린나를 바라 보았다. 그러고나서 레일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인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에.. 그러니까...」

린나는 충격받은 얼굴로, 멍하게 중얼 거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클론.. 이란건, 소녀랑.. 똑같은 사람 인가요..?」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돼. 너의 데이터로 만든 사람이니까...」

「그럼 지크씨는...」

린나가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말문이 막힌 듯 했다. 블레어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레일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린나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윽고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린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하게, 들려 왔다.

「...최악이야..」

린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이윽고 비명과도 같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린나는 정말로 오랫동안 울었다. 하지만 블레어도 레일도 린나에게 차마 아무런 말도 걸지 못했다. 특히 레일로서는 그 실험을 주도하지 않았지만 전적도 있었고, 그 실험을 도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린나의 클론과 얼굴을 맞댄 적도 있었다.

그런 이유였다. 자신이 돕고 있는 실험의 목적을 알게 되자 갑자기 신물이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에 의해서 그 클론이 저지른 살인의 진실을 알게 되자 더욱 더 절망감이 들었다. 지금껏 자신이 해 온 연구가 모두 결국 이런 것들 뿐이라는 걸 알게 되자, 레일은 비로서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레일은 중얼거렸다.

「...정말 최악이다, 나는..」

블레어가 놀란 표정으로 레일을 바라 보았다. 평생동안 레일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말이었다. 레일은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팔을 꽉 쥐고 있었다. 레일은 계속해서 말했다. 린나는 아직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고개를 들어서 레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질렸을 때, 나는 이 사실을 oraTio에 알릴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하지 못했어.」

레일의 표정은 슬퍼보이기까지 했다.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생각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어. 그래서 그 벌로 연구원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또... 벌을 받았다.」

「벌이라니..」

블레어의 질문에 레일은 눈을 감았다. 레일은 대답했다.

「벌을 받고 나서야 그제서야 지금까지 내가 해온 짓이 얼마나 끔찍했던 것인지 알게 되었지. 정말로... 내 자신에게 그런 혐오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어.」

「잠시만, 설마.」

무언가 깨달은 것인지 블레어가 당황한 표정으로 레일을 붙잡았다. 레일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나는 실험을 받았다.」

「...!」

「하지만, 실패했어.」

레일의 말에 린나도 울음을 그칠 정도로 놀라서는 레일을 바라 보았다. 레일은 너무도 태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은 또 좋은건지 용케도 살아남긴 살아남았다. 대신 온갖 약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지. 하지만...」

레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듯 했다.

「...확실히 그 때 나는 죽었어야 하는게 맞을지도 몰라.」

그 순간, 린나는 브라이엇을 떠올렸다. 브라이엇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죽는게 옳았을지도 모른다, 라는 말은. 이 말은

그저 도망치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괴로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인데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린나는 깨달았다. 그리고 린나는 울음을 완전히 그쳤다. 린나는 몸을 일으켰다. 린나가 일어서려고 하는 것을 눈치챈 블레어가 린나를 살짝 지탱해 주었다. 린나는 일어서서는 블레어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린나는 레일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도, 살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레일이 그런 린나의 말을 듣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하지만 나는 결국 두려워서 oraTio에 알리지 못했어. 그래서 결국 레비어스는...」

레일의 말을 듣고는 린나는 미소를 지었다. 레일은 린나의 미소를 보고 움찔하고 놀랐다. 린나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 레일씨는 '희생이 없는 방법'을 찾는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소녀는 이제 레일씨가 블레어씨를 이 곳으로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블레어도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듯, 린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상냥해졌네요, 어울리지 않게. 레일씨는 계속 악역일 줄 알았어요.」

린나의 장난스러운 말을 듣고는 레일은 뒤로 돌았다. 살짝 훌쩍하는 소리가 들린 뒤, 레일이 다시 뒤를 돌아서는 말했다.

「나도 내가 계속 악역일 줄 알았다만, 아무래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린나는 살짝 레일이 미소를 지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기도 전에 레일은 순식간에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 블레어와 린나에게 말했다.

「블레어, 지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사용한다면 언제까지 갈 수 있지? 지금을 기준으로.」

「최대 한 달이야. 지금으로 따지자면... 첫번째 살인의 3일전일까.」

블레어의 말을 듣고 눈에 띄게 레일의 표정이 밝아 졌다. 레일은 말했다.

「그 정도면.. 그 정도면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지도 몰라.」

「모든 사람이라니, 연쇄 살인 사건의 희생자들 말고도 다른 희생자들이 있는 것인가요?」

「아아.. 원래 아버지의 연구소. 그러니까.. 지크가 갔던 곳에는 나 의외에도 연구원이 한명 더 있었는데, 그 녀석도 희생당해버렸지.」

그렇게 말하고는 레일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마, 레일과 특별한 친분이 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린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소녀의 클론이란 어떻길래...」

린나는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능력이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걸까 생각하며 린나는 흘끔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팔찌를 바라 보았다.

「그 녀석은.. 나쁘지는 않아. 아니 오히려 너무 착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할까. 세뇌당했다고 하는 표현이 제일 적절할거다.」

「세뇌라니?」

블레어의 물음에, 레일은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일단 그 녀석의 이름은 '아린'이야.」

「아린...」

린나는 자신의 클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아마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린나는 추측했다. 레일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일단 외형은 유린나의 14살때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일단 체세포 핵이식으로 태아를 만들어낸 다음, 성장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 아마 이런 이유때문에 수명은 굉장히 짧을 거라고 생각해. 능력은 아까도 말했듯이 염동력이고 아마 오리지널의 80%정도를 발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실험 결과 감정에 의한 능력치의 변동은 같은 걸로 파악되었고.」

레일의 자세한 설명에 린나는 마른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클론이란것이 무엇일까. 정말로 자신과 똑같이 생겼을까. 린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아까 블레어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아린은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어. 그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 빼고, 지식적인 면에서는 무지하다고 봐야겠지. 그 결과 아린은... '죽음'에 대한 것을 몰라.」

그러자 블레어와 린나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확실히, 죽음에 대한 것을 모른다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도 나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니까.. 라고 생각하니 린나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실례하지만, 역시 윌리엄 어드마이스라는 사람은 최악이네요.」

레일은 린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아, 최악이지.」

어쨌든 린나는 죽지 않았으면 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빼앗기는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것이 설사 악역이라고 해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리고, 지크라고 해도.

린나는 말했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 계획을 짜야겠네요.」

블레어와 레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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