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20화 (12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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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

    우당탕, 요란스러운 소리가 레일 쪽에서 들려 왔다. 린나는 부엌에서 이것저것 집어 먹고 있던 중에 당황하면서 거실로 달려 갔다. 아니나 다를까,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져 있는 레일이 보였다. 린나는 코웃음을 치면서 레일을 비웃으려고 하다가, 레일의 표정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레일의 표정은 마치 뭔가 끔찍한 것이라도 본 사람의 얼굴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그걸 깨닫자, 린나는 레일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괜찮아요?」

    린나는 멀찍이 서서 레일에게 물었다. 레일은 린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까보다 얼굴이 더 굳어서는 깜짝 놀라면서 일어나려다가 한번 더 넘어졌다. 린나는 그런 레일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일은 가까스로 일어서서는 의자를 다시 바로 세웠다. 레일의 몸짓 하나하나가 기운이 없었다.

    레일이 혼잣말 하듯 중얼 거렸다.

    「...나란 인간은 마지막까지..」

    린나는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그저 가만히 서서 레일을 지켜볼 뿐이었다. 레일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우우웅하는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음뿐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레일은 심호흡을 끝내고, 조용히 감았던 눈을 떴다. 아까보다 진정된 것이 보였다. 레일은 말했다.

    「..여기서는 가능성에 거는 수 밖에 없나.」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고서는, 레일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손가락으로 조작했다. 그리고 나서 레일은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 아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레일은 침묵을 유지했다. 린나도 레일의 조금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나 조용한지 전화기에서 나오는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되는 음악만이 들리고 있었다.

    조금 뒤, 레일이 입을 열었다. 아마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것 같았다.

    「블레어.」

    린나는 레일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 놀라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레일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블레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만 지금 너는 능력을 쓸 수 있는 상태야?」

    블레어는 전 Diara의 능력자였다. 그리고 레일도 전 Diara의 연구원이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서로 연락처를 알고 있다는 건 별로 놀랄 사실이 아니였다. 하지만 린나는 어째서 레일이 블레어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냐'는 말이다.」

    「...?」

    레일이 휴대폰에 대고 외치는 말에 린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왜 어째서 전화를 걸자마자 저런 일 부터 물어 보는 것인지 린나는 참으로 궁금했다. 혹시 과거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나, 생각했지만 그게 무엇인지도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레일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예상컨데 아무래도 블레어의 대답이 긍정의 대답이었던 것 같았다. 레일은 계속해서 말했다.

    「... 그건 정말로 다행이군, 다행이야. 그러므로 지금 당장 이 곳으로 와줘. 어, 당장.」

    그러고 나서 레일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레일이 전화를 끊자마자 린나는 레일에게 물었다.

    「블레어씨는 이 곳을 알고 있는 건가요?」

    「아, 어어. 처음 네가 이 곳에 왔을 때 전화로 알려 줬다.」

    이로서 레일이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구인지 밝혀졌다.

    「그런데 지금 당장 블레어씨를 왜 이곳에 부르는 건가요? 블레어씨,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이 아니면 내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서.」

    「네?」

    레일은 린나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자세한 것은 블레어가 오면 얘기해 줄게.」

    레일은 말을 덧붙였다.

    「모든 것을, 알려 줄게.」

    레일의 진지한 태도에 린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마른 침을 삼켰다.

    블레어가 도착하기 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블레어가 올 때까지 레일은 소파에 앉아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리를 떨고 있었다. 지금 레일은 굉장히 서두르고 있는 듯 했다. 무슨 일이길래 이 정도까지 레일이 반응하는 걸까, 린나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궁금해졌다. 그래서인지 린나도 자신이 꽤나 초조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초인종 소리가 들려 왔을 때, 레일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리 튀어나가더니 얼른 문을 열고는 손님을 맞이했다. 그리고 물론 그 손님은, 블레어였다.

    「블레어씨..!」

    린나는 oraTio의 사람을 보게 되자 굉장히 반가워 했다. 하긴, 린나는 용의자로 잡혀가서 지금까지 만난 사람이 레일밖에 없었다. oraTio의 사람이 그리울 만 했다. 블레어도 린나를 만나서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과 표정변화가 별로 없는 블레어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감동의 재회는 그 쯤하고.」

    린나와 블레어의 사이에 레일이 끼어 들었다. 린나는 불만을 말하려고 했지만 레일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레일은 어느때보다 진심으로 말하는 듯 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까 두 사람 다 같이 들어라.」

    레일의 말에 블레어와 린나는 레일에게 시선을 고정 시켰다. 레일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으면서, 눈에 띄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레일은 안경을 3번씩 고쳐쓰고 심호흡을 4번이나 하고서야 드디어 말을 꺼낼 수가 있었다.

    「레비어스... 그러니까, 지크 레비어스가...」

    린나는 레일의 입에서 지크의 이름이 나오자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레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린나는 순간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레일이 다음 문장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 불안감을 결국 현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 죽었다고 한다.」

    정적, 침묵, 고요.

    블레어는 충격에 휩싸였다. 레일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능력의 사용여부에 대해서 물었을 때도 블레어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것은 느꼈었다. 하지만 레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블레어는 린나를 바라 보았다.

    린나의 눈동자가 살짝 커지는 듯 하다가 곧 정상적으로 돌아 왔다. 그 변화에 블레어가 놀라고 있는데, 린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아무리 그래도, 사람 목숨을 가지고 하는 농담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린나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웃어 보였으나, 레일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린나의 표정은 다시 한번 굳었다.

    다시 한번, 정적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린나였다.

    「저기... 어디에서...?」

    린나가 묻자, 그제서야 레일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방금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아버지쪽 연구소에 레비어스는 향한 것 같아. 그 때 상황은 나로서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곳에서...」

    「언제...?」

    「정확한 시간대는 어제 밤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 린나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레일이 걸어준 능력을 제어하는 팔찌가 요란스럽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진동은 눈에 띌 정도로 커서, 레일은 그것을 눈치채고는 블레어에게 린나를 붙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블레어가 머뭇거렸지만 곧 린나를 붙잡았고, 레일은 린나의 팔찌에 무언가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린나는 중얼 거렸다.

    「... 괜찮아요.」

    레일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정말로 팔찌의 떨림은 멈춰져 있었다. 린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물었다.

    「누구에게?」

    린나의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싸늘해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매일매일 연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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