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6화 (11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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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세계 평화...?」

    린나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어이없음이 담겨져 있었다. 린나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레일을 바라 보고는 말했다.

    「실례되는 말씀일지도 모르겠지만, 살짝 인근 병원에 가보시는게 어떠할까 하고 소녀는..」

    「실례되는 말씀인 걸 안다면 그냥 하지마, 그리고 나는 매우 진지하다.」

    린나는 레일의 말에 고개를 들어서 레일의 표정을 바라 보았다. 정말이었다. 레일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물론 과장은 있지만.」

    「과장을 진지한 얼굴로 하지 말아주세요.」

    「어쨌든, 그렇게 알고 있어.」

    린나는 이야기를 끊으려고 하는 레일에게 말헀다.

    「혹시 당신의 아버지가 무언가 꾸미고 있는 건가요?」

    「...」

    침묵, 정적, 고요. 레일의 반응으로 인해 린나는 방금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린나가 그게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기도 전에 레일이 먼저 린나에게 말해 버렸다.

    「미안하지만, 무엇인지는 말해 줄 수가 없어.」

    「어째서죠?」

    그러자 레일은 살짝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 레일은 자신의 턱을 만지작 거리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모르는 편이 너한테도 훨씬 좋아. 새겨 듣도록 해.」

    「...」

    린나는 잠시 불만스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린나는 결국 수긍하기로 했다. 레일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기, 그럼 아까 묻지 않았던 걸 하나만 더 물어보도록 할게요.」

    「뭐지?」

    「범인이 누군지는 알고 있나요?」

    잠시동안 레일과 린나는 눈을 맞추었다. 레일이 먼저 눈을 감고는 말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걸 말해 주도록 하지.」

    「다른 거라니..」

    「너의 '대타'는 이미 정해졌어. 그리고 예정대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서 사형되서 언론에 공개되겠지.」

    그 말에 린나는 경악해서 소리쳤다.

    「대타라니!! 그럼 진짜 범인이 아닌, 가짜란 말씀이세요?!」

    「뭐,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고한 시민인 건 아니야.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원래 사형이 예정되어 있는 흉악범이다. 」

    레일의 말에 린나는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린나는 지지않고 계속 따졌다.

    「그렇다는 말은, 즉 당신의 아버지인 윌리엄 어드마이스가 이 사건의 흑막이라는 거네요!!」

    린나는 씩씩거렸다. 린나의 눈에는 명백한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레일은 힐끗 린나의 팔찌를 바라 보았다. 팔찌는 진동기능이라도 달려 있는 것 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위험해, Type-B인 만큼 감정을 자극했다가는 제어기마저도 버티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레일은 일단 린나를 안정시켰다.

    「그런 셈이지, 그래서 내가 아버지에게 맞선다고 했잖아. 일단 화 좀 가라앉히지 그래?」

    레일의 말에 린나는 아직까지 화난 표정이기는 했지만, 린나의 호흡은 차츰 가라 앉았다. 마지막에 린나가 심호흡을 하자, 린나의 표정도 원래대로 돌아 왔다.

    「어째서 당신은 아버지에게 맞서는 거죠? 일단 저를 그 곳에서 꺼낸 건 당신 아버지의 뜻이라는 거죠?」

    「그래, 하지만 내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아버지의 뜻이 아닌 내 뜻이었지. 아버지는 너를 아버지에게로 데려오기를 원해.」

    「어째서죠?」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또다시 침묵, 정적, 고요. 레일이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 이해해 달라고. 정말로 널 위해서 이러는 거니까.」

    「당신이 말하는 거니까 믿음이 안가요, 자업 자득이에요.」

    린나의 말에 레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레일은 분명 할 말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린나는 점점 몸도 지쳐가고, 오늘 너무 많은 사실을 알게 된 지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표정으로도 잘 알수가 있었다.

    「... 저는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집에 있어야 하는 거죠?」

    「때가 되면 oraTio로 다시 되돌려 준다.」

    「그럼 약속해요.」

    레일이 하? 라는 얼빠진 소리를 냈지만, 린나는 꿋꿋이 레일에게 다가가면서 손을 내밀었다.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레일은 피하려고 했지만, 린나의 너무나도 단호한 표정에 결국 압도 되어서, 전혀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린나의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걸게 되었다.

    린나는 기어코 도장까지 받아낸 후에 말했다.

    「좋아요, 때가 되었는데도 oraTio로 보내주지 않는다면 정말로 바늘 천개를 입에 집어 넣어 주겠어요.」

    「하, 그것만큼은 사양하도록 하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욱 더 사양이었다.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살짝 마음의 안정을 얻은 린나는 살짝 비틀 거리는 걸음 걸이로 제일 가까운 방에 들어갔다. 살짝 뒤를 돌아 보자, 어느새 레일은 그새 그 수많은 기계들한테 둘러 싸여서는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린나의 생각은 정확했다.

    린나는 방의 문 손잡이를 바라 보았다. 잠금 장치가 없는 것을 보고는 치밀한 사람이라며 속으로 못마땅해했다. 일단 문을 닫고는 린나는 방을 스윽 하고 한번 둘러 보았다. 평범한 침실이었으나, 레일은 분명 이 방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방에서 그다지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다면 좋은 것은 린나였지만. 린나는 피곤한 나머지 앞 뒤 생각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아마 보통의 여자아이라면, 특히 한창 사춘기인 17살 정도의 여자아이라면 아마 낯선, 그것도 옛날에 엄청난 악연이 있었던 남자의 집에서 당당하게 잠을 청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린나는 또래에 비해 성적으로 둔감했지만 레일이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레일도 그 사실은 확신하고 있었다. 일종의 직감이었다. 본능적인 직감.

    그러므로 린나는 아무런 방해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다.

    *

    oraTio 내부에서는 이제서야 마이렌에게 용의자로 검거되었던 린나가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 졌다. 마이렌은 듣고 매우 놀라워 하면서도 기뻐 했지만, 린나가 oraTio에는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식을 전해 준 것은 린나를 끌고 갔던 이들 중 한명이었다. 옆에서 기뻐하던 마리는 마이렌의 반응을 보고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모두들 전부 의기소침해하던 모습은 어디간건지 힘껏 들떠 있었다. 모두가 린나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신뢰와 믿음이 자신들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무엇보다도 기뻐했다. 하지만 역시 린나가 당장 올 수 없다는 사실에는 조금 아쉬운 듯 했다.

    거의 축제 분위기와도 같은 공간에서 마이렌이 조용히 손짓으로 지크를 불렀다.

    「따라와, 조금 말해보고 싶은 게 있어.」

    지크는 마이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리와 함께 다른이들에게 들키기 전에 마이렌의 뒤를 따라 그 공간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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