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5화 (1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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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레일의 반응에, 린나는 거의 확신했다. 레일은 린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지?」

    「그야 일단, 당신은 플로라씨와 소피아씨와 성이 다르고.」

    「플로라와 소피아.. 인가.」

    레일은 그 두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알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체로 무덤덤한 표정에 가까웠다. 살짝 미간을 찌푸린 것도 같았다. 하지만 린나는 레일의 표정변화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소녀의 기억으로는 예전에 사장님께 들었던 '능력을 만든 사람들'의 성에 코르버는 없었던 걸로 기억해서요.」

    「흠.」

    「그래서 일단의 가능성으로 물어본 것 뿐이에요.」

    「기억에 관한 능력이라도 있는건지 의심스러워 지는군.」

    린나는 레일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혹시 레일이 지금 자신을 돌려 말해서 칭찬한건가 의심스러워 하면서.

    「뭐 거기까지 안다면 더이상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린나가 레일을 바라 보았다. 레일은 그저 차 앞의 풍경에만 집중하는 듯 하면서 말했다.

    「내 진짜 성은 어드마이스다. 이름까지는 밝히지 않겠어.」

    「어드마이스...」

    린나는 몇번이고 레일의 진짜 성인 어드마이스를 반복해서 조용히 말해 보았다. 그러다가 린나는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레일을 바라 보았다.

    「역시 너라고 해도 이름은 들어본 정도라는 거네.」

    레일이 허탈한 웃음소리를 냈다. 레일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맞아, 능력의 창조자인 윌리엄 어드마이스의 친아들이 바로 나야.」

    「...」

    「꽤나 충격적인 표정을 하는군.」

    태연하게 말하는 레일의 옆에서 린나는 굳어서는 중얼거렸다.

    「그야 충격적이니까 당연히..」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는 나눈 모양이었다. 어느새 레일은 차를 주차시키고 있었다. 차를 능숙한 솜씨로 주차시킨 후, 레일은 내려서 차를 빙 돌아 오더니 린나쪽의 문을 열면서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린나에게 말했다.

    「어이, 도착이다. 내려.」

    린나는 레일은 한번 쓱 바라 보고는 별 저항 없이 내렸다. 린나는 앞에 있는 전체적으로 하얀 느낌의, 조립식 주택을 바라 보았다. 린나는 레일에게 물었다.

    「이 곳이 당신의 집인가요?」

    「집이라기 보다는 은신처 같은 느낌이긴 하다만, 일단은.」

    레일은 린나의 등을 살짝 밀었다. 린나는 밀지 않아도 자신의 발로 직접 들어갈 거라면서 고집을 부리며 재빨리 뛰어서 현관 앞에 도착했다.

    「별로 저항 같은 걸 하지 않네.」

    「저항해도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흠, 키가 자란 만큼 정신도 성숙해졌다는 건가.」

    그 말에 린나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화가 왜 나는 거지? 화가 나는 이유를 몰라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린나는 결국 문을 여는 레일의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린나는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는 레일한테 아니요! 라면서 큰 소리로 톡 쏘아주는 것으로 기분을 가라 앉혔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왠지 모를 톡 쏘는 냄새가 났다. 하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므로 린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레일은 불부터 켰다. 불이 켜지자 마자 보이는 연구실과도 같은 광경에 린나는 레일에게 물었다.

    「이제 연구원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어딘가에 소속된 연구원이 아니라고 했다. 이건 취미 활동이야.」

    취미로 연구같은 걸 한다니, 이상한 사람. 이라고 린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생각했다. 레일은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전선 코드를 용케 밟지 않고 자연스럽게 걸어가더니 서랍을 뒤졌다. 이윽고 레일은 무언가를 꺼내서 린나에게로 다가왔다. 레일은 주머니에서 아까 철창을 열었던 열쇠와 비슷하게 생긴 열쇠를 꺼내더니, 린나의 수갑을 풀어 주었다.

    하지만 린나가 수갑에서 풀려나서 기뻐한 순간은 한 순간, 레일은 린나의 오른쪽 손목에 무언가 팔찌 같은 것을 장착 시켰다.

    「...이건.」

    레일이 손을 떼고 나서 린나가 한번 팔찌를 잡아당겨 보았으나 꼼짝도 안했다. 그리고 안 좋게도, 몸에 힘이 없는 건 똑같았다. 린나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레일을 바라보자 레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설명했다.

    「너한테는 안타까운 일이다만 너가 도망가거나, 능력을 써서 나를 찌부러트린다거나 그러면 둘 다 굉장히 곤란해진다는 것만 알아 둬. 지금 이것이 최선이다.」

    「.. 즉 이 알 수 없는 팔찌도 아까의 수갑처럼 능력을 쓰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는 말이지.」

    린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뭐, 양 손을 쓸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했다.

    「참고로 위치추적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감사하기는 개뿔. 린나는 레일을 흘겨 보았다. 레일은 별 상관 안한채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현관으로 나갔다. 린나에게 들리지 않고 통화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누구에게 전화하는 건지 린나는 신경쓰였지만 쫓아가서 엿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린나는 그저 이 집을 좀 더 둘러 보기로 결정했다.

    거실에는 보란 듯이 oraTio와 Diara에서 자주 보던 연구에 필요한 기계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아마 밤이여도 이 기계들은 가동하면서 우우웅하는 소음과 더불어서 번쩍번쩍 빛나겠지. 앉아서 골똘하게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는 레일이 눈에 선했다.

    이 집을 둘러 보기로 마음을 정했건만, 예상외로 레일이 빨리 들어 왔다. 린나는 놓칠세라 레일에게 물었다.

    「누구랑 통화했나요?」

    「알려줄 것 같나?」

    린나는 침묵했다. 레일은 린나를 신경쓰지 않으면서 린나에게 말했다.

    「뭐, 자는 것은 아무 방에서나 자면 돼.」

    「그럼 당신은요?」

    「난 안자니까.」

    린나가 비아냥거렸다.

    「틀림없이 또 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만 죽어라 들여다 보고 있겠죠.」

    「어쩔 수 없어.」

    레일의 의외의 반응에 린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난다. 지금 상황은 너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심각하거든.」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그 소녀가 잘 모르는 부분을 설명하면서 말해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러자 레일은 살짝 고민하는 듯 하다가 말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말해주지. 나는 지금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반항 중이다.」

    린나는 누군가가 떠오르지만,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왜냐면 레일의 다음 말이 너무나도 의미심장했기 때문이었다. 레일은 린나를 바라 보면서 말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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