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4화 (11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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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명을 바꾸는 방법

「읏..」

린나는 눈을 찡그렸다. 갑작스러운 햇빛이 익숙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린나는 자연스럽게 레일의 뒤에 서서, 레일의 키로 햇빛을 가렸다. 그래도 밖에 나오니 좋긴 했다. 일단 공기 자체가 상쾌했다. 지하의 공기와는 달랐다.

바로 앞에 검은 승용차가 있었다. 린나가 이건 레일의 자동차인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레일이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냈다. 린나는 레일이 문을 열어 주자마자 자연스럽게 안에 탑승했다. 레일이 운전석에 타서는 린나를 보고 조금 퉁명스럽게 말했다.

「꽤나 자연스럽네. 그 당당한 표정은 뭐야.」

린나는 눈을 감으면서 태평하게 말했다.

「어머? 그렇지만 아까 전 당신이 직접 말했잖아요. 소녀는 지금 이 수갑 때문에 능력도 못쓰니까 그저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요.」

「꽤나 말에 가시가 돋쳐 있구만.」

「당연하죠, 당신은 역시 능력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능력을 갑자기 못쓰게 되는 상황이 오면 역시 불안해지기 마련이에요. 한마디로, 소녀는 지금 무척이나 예민한 상태에요.」

「아, 그러셔.」

레일이 차의 시동을 걸었다. 부릉,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린나는 레일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시는' 건가요?」

「...」

레일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런 레일의 반응이 불만스러운 린나는 지지않고 계속해서 레일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레일은 그런 린나의 시선이 꺼려지는 듯, 조금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중가서는 부들부들하고 몸을 떠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레일은 결국 졌다는 듯 성질을 잔뜩 내면서 말했다.

「아, 정말 짜증나는 녀석이네!!」

린나는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뜬 것만 같았다. 레일을 놀리는 것이 이렇게나 재밌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만큼 레일에 대한 감정이 린나의 안에서는 부정적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가 있었던 것 분명한 것 같았다. 레일의 성격은 예전이랑 비교하면 놀랄 정도로 유순해졌다. 그 사이코적인 모습은 어디가고, 이런 아저씨가 있는 걸까. 린나는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레일은 툴툴거리면서 말했다.

「내 집이다.」

「네?」

「부탁이니까 이상한 의미로는 받아들이지 말하줬으면 하는데. 나는 너를 oraTio에 다시 데려다 줄 수는 없어.」

린나는 항의했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얌전히 끌려가는 것은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뭐죠?」

「이유는 oraTio에 너를 데려다 주면 필시 oraTio놈들이 필사적으로 너를 둥가둥가 보호하면서 몇겹씩 철벽을 쌓아 놓겠지. 라고 해야할까 애초에 나에게 심부름을 시킨 사람은 oraTio의 사람이 아니야. 그 정도로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린나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충분하지 않은걸요. 소녀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레일은 그 말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계속 요구해도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린나는 그냥 포기했다. 애초에 지금 몸이 굉장히 노곤해서, 레일에게 이렇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도 피곤했다. 하지만 레일의 차 안에서는 절대로 잠들 수 없었으므로, 린나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린나는 계속해서 질문했다.

「당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꽤나 질문이 많은데, 더 이상은 유료야.」

린나의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설마 당신이 농담이라는 걸 쓰다니..」

그러자 레일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레일의 짜증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린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 도저히 그 최종보스같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네요. 혹시 다른 사람이세요?」

「잘도 그런 소리를 늘어 놓는 군... 어이, 지금 너보다 위에 있는 건 나라니까.」

레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 한숨을 푹 내쉬었다. 레일은 말을 이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만. 그렇게 원한다면야 마음껏 듣고 비웃도록 해.」

그렇게 말하고 나서 레일은 꽤나 뜸을 들였다. 린나는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레일이 빨리 다음 말을 하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레일은 말했다.

「더이상 나는 Diara의 일원이 아니야. 그러므로 연구원도 아니지. 부속기관에서 일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야.」

「...!」

린나는 오늘 놀란 횟수를 세어보기도 귀찮아졌다. 아니, 이제는 너무 놀라운 말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놀라웠으니까.

「그, 그럼 당신은 지금 뭘 하고 있는데요..? 설마 심부름꾼이 진짜 직업같은 건 아니죠?」

린나의 말에 레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말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린나는 앉은 자세를 바로 한 뒤 중얼거렸다.

「..만약 그게 진짜 직업이라고 해도 아니라고 해도 당신은 계속 능력자들이랑 연관있게 됬네요.」

「설사 내가 연구원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능력'이라는 것에 연관은 있어. 그게 운명이야.」

린나는 그 말에 레일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확실히 레일은 일반인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연구원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고 해도-라고 말하는 것인지 린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린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레일은 혼자서 골똘하게 생각하는 린나를 곁눈질로 흘끗 바라보고는 계속해서 운전에 집중했다.

린나는 기억을 되감고 있었다. 몇년 전의 기억을 마치 책장을 거꾸로 넘기듯이. 린나의 기억력은 꽤나 좋은 편이라서, 꽤나 세세한 곳마저 기억은 남아 있었다. 린나는 몇년 전 Diara에 강제로 납치당했을 때의 기억을 찾아 냈다. 그 기억을 샅샅이 살펴 보았다. 그 때, 린나는 발견했다. Diara의 사장인 소피아가 플로라의 과거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었다. 린나는 마치 영상을 되돌렸다가 틀 듯이, 기억의 장면을 멈추었다가 재생했다. 소피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맞아.. 레일과 나와 플로라는 법적으로는 남매관계야. 하지만 레일은 항상 연구기관에 있었고 밤에 돌아와서 집에서는 먹고 자기만 했으니까.』

아주 살짝 기억을 뒤로 되감았다. 그리고 다시 재생시켰다.

『엄마에게 있어서 양아빠는 무척이나 필요한 존재였을거야.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야.. 그래서 이혼같은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양아빠와 양오빠는 다른곳에서 살게 되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실험을 만들어낸 중요 연구원 중 하나랑 엄마는 사귀기 시작했거든. 그리고 곧 둘은 결혼했어.』

린나는 번쩍 눈을 떴다. 그런 린나의 행동에 레일은 살짝 놀란 듯 했다. 린나는 레일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레일 코르버씨.」

「갑작스럽게 풀 네임으로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만, 설명 부탁해도 될까.」

린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가명인가요?」

레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레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되려 린나에게 질문했다.

「지금 그건 추측이냐?」

「추리에요.」

「흐음.」

레일이 흥미롭다는 소리를 냈다. 레일이 자신의 턱을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꽤나 흥미로운 추리를 하네.」

============================ 작품 후기 ============================

소피아의 대사들은 47화에 나왔던 대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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