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3화 (11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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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명을 바꾸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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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나의 눈꺼풀이 파르르, 하고 떨리더니 조용하게 떠졌다. 흐릿하게 보이는 세상은 어두웠다. 린나는 무겁게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점점 흐릿해진 시야가 맑게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몸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힘이 없었다.  어두움 속에서 유일하게 빛이 있는 한 곳이 있었다. 린나는 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야가 점점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니, 빛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값싸 보이는 전기 램프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린나는 깨달았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도 린나는 보았다. 그 사람은 린나가 깨어난 것을 느꼈는지 린나 쪽을 바라 보았다.

린나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떠졌다. 린나의 떨리는 입술 사이에서 이름이 새어 나왔다.

「레일.. 코르버..!」

잊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린나와 지크에게 있어서 거의 유일하게 악으로 분류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린나는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리고는 레일에게 불편한 기색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런 린나를 보고 레일은 피식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제대로 일어난 것 같구먼.」

몇 년이 흐른 탓일까, 레일의 인상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완벽주의자 같았던 깔끔한 모습과는 달리 후줄근한 와이셔츠에 눈썹을 가리는 회색의 머리. 말투 자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린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도대체 왜 당신이 이 곳에 있는 거죠? 애초에 소녀는 정부 쪽에 사람들에게 붙잡혀 와서...」

린나는 갑자기 말을 끊더니, 곧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혹시 당신이 꾸민 일인가요!!」

「흐음, 꽤나 미움 받는군.」

레일이 태연한 목소리로 느긋하게 말하자 린나는 더 열이 받쳤는지 수갑이 채워진 손목에 꽈악 힘을 주면서 계속 소리쳤다.

「당연하죠! 당신은 지크씨에게 그렇게 몹쓸 짓을 하시고는 지금 소녀의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니, 정말로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에요!」

「뭐, 그 건에 대해서는 사과하도록 하지.」

「당연하.. 엣?」

린나는 레일의 의외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그저 레일을 멍하게 쳐다 보았다. 린나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 레일이 설마 '사과'라는 말을 하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지금의 레일은 일부로 비아냥 거리는 태도도 아니었다. 레일의 표정은 어느때보다도 진지했다.

「.. 당신.. 갱생이라도 된건가요?」

「뭐,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 딱히 이야기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

그렇다면 딱히 캐물어도 이야기 해 주지 않겠지. 린나는 그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레일을 살펴볼 뿐이었다. 레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밀려나면서 바닥을 긁는 소리를 냈다.

「그 수갑은 능력자의 능력을 봉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아마 지금쯤 너는 몸에 힘이 없어서 시들시들한 상태겠지.」

린나는 부루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니에요.」

「거짓말 하지마라.」

레일은 린나가 갇혀 있는 철장으로 다가 오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는 철장의 자물쇠에 꼽고 돌렸다. 덜컥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며 철장이 열렸다. 열리는 순간도 끼기긱하는 소음은 빠지지 않았다.

「당신..」

린나가 놀란 표정으로 레일을 바라 보았다. 레일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린나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바라 보았다. 린나가 레일에게 물었다.

「수갑은 풀어주지 않으실 건가요?」

레일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지금 수갑을 풀어주면 바로 네 능력으로 날 때려눕힐 거잖아. 미안하지만 나는 초능력에 죽는 것 만큼은 질색이라 말이지.」

린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사실이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일은 그런 린나의 생각을 눈치라도 챈건지 '정곡이라도 찔렀나 보군'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본래 질문으로 돌아가겠어요.」

「본래 질문같은게 있었나?」

「이 연쇄 살인 사건도, 강력한 용의자로 소녀가 검거된 것도 다 당신이 꾸민 짓인가요?」

레일은 린나가 손이 묶여 있어서 힘들게 바닥에서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는 내가 흑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지만, 답은 '아니다'야.」

「그럼 어째서.」

「나는 그저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조금 귀찮은 일을 맡은 심부름꾼.」

린나는 그 심부름이라는 것이 자신을 풀어주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잠시 동안 혹시 oraTio의 간부분들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지만, oraTio의 사람들이 레일을 심부름꾼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깨달았다. 그럼 Diara의 사람인 걸까? 하지만 레일은 Diara에서도 상당한 자리에 있는 연구원인 것 같았다. 도대체 누가 레일을 심부름꾼으로 쓸 수 있는 것인지, 린나는 골똘히 생각하면서 레일을 바라 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당신이 어떻게 그 정부쪽의 사람들을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속이지 않았어.」

린나는 또다시 충격 받은 눈동자로 레일을 바라 보았다. 린나는 계속 놀라기만 하는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꼈으나, 굳이 그것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지금 자신은 무능함이 틀림 없으니. 린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레일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속이지 않았다면 협상이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음? 예상외로 추리에 소질이 있는건지도 모르겠군. 정답이야.」

「네!? 말도 안돼, 그런 흉악한 범죄에.. 거기다가 능력자인 소녀를..!」

린나가 당황해서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면서 열심히 항변하자 레일은 린나의 팔을 잡고는 어딘가로 이끌었다. 린나는 레일에게 어쩔 수 없이 이끌려 가면서도 레일에게 자신의 말에 대답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정부쪽은 통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 몇몇 이들의 경우 '돈'이라는 것이 통할 지도 모르지. 너를 끌고 온 몇몇 사람들도 그렇고 말이야.」

「...」

린나는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쪽'은 너를 사형따위 시켜버려서는 안될 중요한 이유가 있어. 그걸 위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거지.」

린나는 조용히 '사형'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반복했다. 역시 자기는 사형 될 운명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야 당연한 일이였다. 살인은 용서되서는 안될 짓이니까. 하지만 린나는 결백했다. 그러므로 린나는 지금의 상황에 별 다른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다.

린나는 레일과 함께 이리저리 긴 통로들을 지나갔다. 린나가 말했다.

「.. 여긴 도대체 어디죠?」

「일부 능력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지. 아마 너희 사장님도 모르는 곳일거야. 이 곳에 있는 것은 정부의 능력자들이다.」

린나가 화들짝 놀랐다.

「정부 소속 능력자 들이라고요?」

「애초에 능력이라는 것이 개발되었는데 정부쪽에서 실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린나는 레일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럼 당신이 지금 저를 이렇게 끌고 나간다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라는 것이네요.」

「아마도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끌고 나간다는 것 보다는 데리고 나간다는 것으로 바꿔주지 그래? 나는 꽤나 지금 상냥하게 대하고 있다고.」

레일의 말에 린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 반응에 레일은 조금 비위가 상한 것 같았다.

「지금 관계적으로 우위는 나라는 걸 잊지 말도록.」

린나는 당당히 대꾸했다.

「그럼 지금 당장 죽이시지 그래요?」

「...」

레일의 침묵을 느끼면서 린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레일은 말로 이기다니,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린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레일을 따라서 드디어 지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레일의 재등장. 선추코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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