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2화 (11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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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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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나의 말이 끝나자, 마이렌은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마리가 초조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마리도 아마, 마이렌이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일 것이다. 마이렌은 마리에게 짧게 사과했다.

    「미안해, 보이고 싶지 않은 걸 보여 버렸네.」

    「아니에요, 사장님..」

    마리는 상당히 마이렌을 걱정하는 듯 했다. 마이렌은 괜찮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로 미소를 지으면서 마리에게 물었다.

    「그 사람도 오고 있지?」

    「네, 되도록 빨리 오겠다고 했으니 금방 올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가자.」

    마이렌은 마리의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마리는 순순히 마이렌의 뒤를 따라 왔고, 둘이 지상의 눈을 피해서 지하에 있는 능력자들의 식당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소식을 들은 사람과 듣지 못한 사람의 반응 자체가 달랐다. 소식은 들은 사람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서있거나, 앉아 있을 뿐이었고.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성이면서 여러 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마이렌은 조용히 앉아 있는 지크에게 눈길을 주면서 크게 말했다.

    「이 중에서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간단하게 상황을 이야기해줄게.」

    마이렌의 등장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마이렌과 마리에게로 쏠렸다. 마이렌의 표정이 굉장히 진지했기 때문에, 듣지 못한 것 처럼 보이는 이들의 표정은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최근 이 주변에서 일어났던, 5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의 용의자로 린나가 검거됬어. 그것도 바로 방금 전에 말이야.」

    그 순간, 마치 스위치가 켜진 것 처럼 모두가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그 목소리는 불안한 목소리, 슬픈 목소리, 무서워하는 목소리,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 마리가 마이렌의 눈치를 살피면서 모두를 조용히 시키려고 했지만, 마이렌은 고갯짓으로 마리의 그런 행동을 막았다.

    「보다시피,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마이렌의 얼굴에 자학적인 웃음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고 모두들 조용해 졌다. 모두의 눈은 충격에 물들어 있었다. 마이렌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 지금까지 능력에 의한 범죄는 몇가지 있었지만, 이 처럼 살인과도 같은 건 처음이야. 그러므로 아마 정부는, 범인이 린나로 밝혀진다면 틀림없이 사형을 내리겠지. 눈에 띄지 않게,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그 때, 사람의 속을 헤집고 제이슨이 달려 나왔다. 제이슨은 격노한 표정으로 마이렌의 멱살을 잡았다. 레인도 그런 제이슨의 옆에 서서는, 주먹을 꽉 쥐고는 바르르 떨고 있었다. 모두들 놀랐다. 지금까지 레인이라면 모를까 제이슨은 화나거나 슬픈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이슨은 마이렌에게 외쳤다.

    「뭐야 그 말투!! 마치 린나가 진짜 범인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잖아!!」

    제이슨의 소리침에 분위기가 술렁였다.

    레인도 제이슨을 거들어서 말했다.

    「정말로 린나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모두들, 말해봐!! 정말로 린나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레인과 제이슨은 씩씩댔다. 마이렌은 제이슨의 손을 잡았다. 마이렌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해, 나는 최악의 경우를 말한 거야. '범인이 린나로 밝혀진다면'이라고 말했지 범인이 린나라고는 말한 적이 없어. 그리고, 나도 절대로 린나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마이렌의 말에 제이슨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결국 손에 준 힘을 풀었다. 제이슨이 마이렌에게서 떨어지자, 몇몇 사람들은 제이슨과 레인을 위로해주려고 주변에 모여 들었다. 몇몇 사람이 슬슬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호빈이 말했다.

    「나도 절대로 린나가 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어.」

    호빈의 말을 듣고 메이가 말했다.

    「물론 나도 린나가 범인이라고 믿지 않아. 하지만 그 증거들은 어떻게 된 거지? 목격자는 머리가 긴 흑발 여자애를 보았다고 했어. 그리고 현장에 떨어져 있던 머리카락은 한개가 아니야. 여러개라고 했어. 하지만 다 린나의 머리카락이라고 판결이 났다며. 그건 어떻게 된 일이지?」

    메이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조용하던 분위기 속에서 유난히 띄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거.」

    목소리의 주인인, 지크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조용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크의 고개가 들려지면서 지크의 금빛 눈동자가 드러났다. 지크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런거 진짜 범인을 잡아 버리면 다 해결 되는 거잖아.」

    「물론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떻게.」

    지크는 프레지아의 말을 듣고는 조용하게 마이렌을 바라보았다. 마이렌은 지크와 눈을 맞추더니 모두에게로 눈을 돌리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번일에 관해서 한 사람. 의심 되는 사람이 있어.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몇년동안 조사해 온 사람이야.」

    마이렌의 말에 모두가 마이렌이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기를 기다렸다.

    「윌리엄 어드마이스, 능력의 창조자.」

    마이렌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이 이번일에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직감이 강력하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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