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1화 (11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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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저기, 그러니까...」

    린나의 큰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린나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왜 자신에게 총구를 향하고 있는 건지, 밀라나씨는 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인지.

    린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말도 안돼요. 저는 살인같은 거 저지르지 않았어요. 무슨 착오가 있으셨던 게 분명할 거에요.」

    되도록이면 침착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음정은 불안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침착해지려고 노력해도, 범죄자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을 사람인 린나가 연쇄 살인범으로 지목된 것이니. 린나도 그 사실을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 착오가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린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차갑고 쌀쌀맞은 목소리였다.

    「발뺌해도 소용 없습니다. 목격자의 증언에도 당신의 모습이 언급 되었고, 또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주인은 당신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합니다. 손을 들고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 나오세요. 능력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범죄자에 대한 혐오감 마저 깃들어 있었다. 린나의 몸이 움찔거렸다. 남자의 검지손가락은 총구에 걸려 있었다. 남자가 살짝 손가락에 힘을 주자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린나는 능력을 사용해서 탈출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린나는 곧 마음을 접었다. 이 남자들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린나를 검거하려고 한다는 것은 사장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밀라나도 아무 얘기도 하고 있지 않았다. 밀라나는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린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린나는 밀라나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밀라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린나는 깨달았다. 밀라나의 눈에 비치는 감정은 린나에 대한 걱정스러움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너머에는 '의심'이 있었다.

    밀라나는 긴가민가 하고 있었다. 린나를 의심하지만 린나를 믿고 싶어했다. 그리고 린나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저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진실이라는 것. 현장에서 자신을 의미하는 증거가 나온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그걸 알게 되었을 때, 린나의 마음속에는 저항심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자신이 도망쳐도 oraTio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린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남자들 쪽으로 조용히 두 손을 들고 다가갔다. 권총을 든 남자 뒤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나오더니, 린나의 가느다란 손목에 수갑을 거칠게 채웠다. 그런 거친 태도에 아픈 린나가 몸부림을 칠 새도 없이, 권총을 든 남자는 다른 한 손으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대로 린나의 등에 그것을 거칠게 갖다 대었다. 파직, 하는 소리가 나오더니 린나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윽..!」

    그리고 바로 린나는 돌같이 뻣뻣이 굳어 버리더니 바닥에 털썩 하고 쓰러져 버렸다. 남자들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린나를 잡고 들어 올려서는 밀라나의 방에서 나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밀라나는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밀라나는 도저히 린나가 범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장님이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정부 소속 사람들이 린나를 검거하려고 찾아온다고 전화했을 때, 밀라나는 정말로 믿지 않았다. 그래서 린나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밀라나는 남자들이 찾아 왔을 때, 순간적으로 린나를 의심해버렸다.

    혹시 정말로 이 아이가 범인인 것은 아닐까? 린나같이 타인에게 신뢰받는 아이는 타인을 잠깐 속이는 것 쯤은 가능할 거라고, 린나의 능력은 사람을 찢어 죽이기에는 충분하다고.

    하지만 린나가 걸어 나가기 전에 밀라나를 바라 보았을 때, 밀라나는 비로소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깨닫게 되었다. 밀라나는 린나가 끌려 나가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책상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수화기를 귀에다 대고, 사장실로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도 손이 떨려서 번호가 잘 눌리지 않았다.

    「망할..!」

    밀라나는 다시 한번 욕을 내뱉었다. 밀라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겨우겨우 번호를 눌렀다. 상대방에서 전화를 받기를 기다리는 순간이 이렇게나 긴 적이 없었다. 밀라나는 불안스러움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사장님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끝끝내, 달칵하는 소리와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밀라나..!」

    「사장님! 끌고 갔어요! 제기랄, 놈들이 린나를 끌고 갔다고요!」

    밀라나가 죄책감에 울면서 수화기에 대고는 소리쳤다. 한동안 사장님은 아무말도 없었다. 밀라나의 훌쩍거리는 소리밖에 없었다. 한참 뒤, 밀라나의 울음이 가라앉을 즈음에 사장님이 드디어 말했다.

    「.. 모두 식당에서 집합하도록 하자. 밀라나, 당신도 와. 그리고 지금 임무중인 애들도 다 강제로 취소시키도록 해.」

    「..집합이라니, 사장님.. 뭔가 생각이 있는 건가요..!?」

    밀라나의 놀란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없어.」

    밀라나는 사장님의 말에 적잖이 놀라서는 멍하게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수화기를 들고 있으면서. 좌표를 조정하고 있던 한 손을 멈추면서.

    「사장님.. 그게 무슨..」

    「없다고 그런거..!! 나도 뭔가 생각이 있으면 좋겠어!! 지금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사장님의 저런 약한 말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밀라나는 린나가 끌려간 것에 더해서, 두배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의 한숨소리가 들려 왔다. 지금 사장님은 '지상'일도 있을 텐데..밀라나는 그제서야 지금까지 자기들이 사장에게 매우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oraTio의 지도자로서가 아닌, 사장님이라면 뭐든 해결해 줄 것이다. 사장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런 믿음이 어느샌가 마음속에서 자라 있던 것이었다. 특히, 사장님이 2년 전부터 봉지를 쓰게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런 믿음은 더욱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장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그것에 스스로 자책을 하고 있었다. 밀라나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 시켰다. 심호흡을 힘껏 했다. 밀라나는 말했다.

    「.. 죄송해요 사장님, 의지하기만 해서. 지금 다 긴급복귀를 했어요. 적어도 1분이면 임무를 나간 사람들은 다 oraTio에 돌아올 거에요.」

    「..나야말로 미안해, 괜한 소리를 해버렸네.」

    「아니에요 사장님, 사장님의 판단은 정확해요. 지금같은 상황일수록 모두 모여서 의논해야죠.」

    밀라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슈슉,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밀라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그럼 사장님, 식당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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