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10화 (110/133)
  • 0110 / 0133 ----------------------------------------------

    9. 운명을 바꾸는 방법

    린나는 호빈과 리리비안의 응원속에서 간신히 밥을 다 넘겼다. 빈 그릇을 다시 베스테엑 돌려주면서 미소를 짔던 린나의 표정은 마리에게 향하는 길에서는 상당히 침울하게 변했다.

    역시 그런 뉴스를 아침부터 맞이하게 되면(그것도 밥 먹는 중에)기분이 찝찝해지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그건 아무리 린나같은 소녀라고 해도 변함이 없었으므로, 린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어째서 그런 일을 벌이는 걸까 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부터, 누가 그런 짓을 벌인 것일까 하는 궁금증까지. 린나는 아나운서가 정확한 발음으로 전해 주었던, 시체의 상태에 대해서 생각했다.

    시체의 상태는 지금까지 발견되었던 5구 모두 마치 강한 힘으로 '찢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린나는 조용히 그 모습을 상상하다가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바로 그만두었다. 하지만 린나의 머릿속에서는 한가지 생각이 명확해지고 있었다.

    5명이나 죽었는데도 잡히지 않는 범인, 상상을 할 수 없는 살인 방법. 이건...

    린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자신의 상상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하에 위치해 있는 마리의 사무실 앞에서, 린나는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두 세번 치듯 때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아.. 임무 전에 복잡한 생각은 금지!」

    「뭐가 금지라는 거에요?」

    갑자기 들려온 마리의 목소리에 린나는 눈을 번쩍 떴다가 바로 앞에 마리의 얼굴이 보여서,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마, 마리씨..!」

    마리는 린나의 놀란 반응이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린나가 부끄러워하면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마리는 여전히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으로 린나에게 물었다.

    「무슨 복잡한 생각 말이에요?」

    린나는 마리의 질문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린나는 놀리지 말라는 듯 대답했다.

    「정말.. 마리씨, 다 읽으시면서 그런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그러자 마리의 빛나던 눈동자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마리는 린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걱정 마세요, 범인은 곧 잡힐 거니까요. 그리고 우리 oraTio의 모두들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역시 마리는 혹시 능력자의 소행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던 린나의 마음을 읽었다. 린나는 마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죠. Diara의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 거에요.」

    「에헤헤, 마리씨의 말씀이 정답이네요. 네, 소녀 임무 열심히 갔다오겠습니다!」

    마리는 좋은 마음가짐이라며 린나를 칭찬해 주었고, 바로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린나에게 임무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린나는 마리의 말을 전부 머릿속에 담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래도 혹시나 잊어버릴까 해서 마리의 말을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리는 물었다.

    「린나는 아직도 휴대폰을 못 쓰겠어요?」

    「네에, 기계 종류는 소녀가 가지고 있기만 해도 금방 고장이 나버리는 지라..」

    린나가 부끄러운 듯 그리 대답하자 마리는 그럼 어쩔수 없죠 하고 중얼거리면서 린나가 쓴 메모를 들고 보았다.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한 마리는 다시 린나에게 메모를 돌려 주었다.

    그 때, 따르릉 하고 마리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전화기가 울렸고 더 이상 마리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린나는 조용히 빠른 걸음으로 마리의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여보세요... 네, 사장님.」

    문 너머에서 마리가 사장님의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 하고 린나는 생각했지만. 일단 임무를 빨리 해결해버리자고 생각한 린나는 마리의 사무실을 뒤로 하고 밀라나에게로 향했다.

    「밀라나씨!」

    「앗- 린나, 어서와요~」

    밀라나가 매우 반갑다는 듯 린나를 맞이 했다. 언제나 그렇듯 밀라나의 책상은 인스턴트 음식의 봉지와 빨대, 페트병들로 더럽혀져 있었고 오로지 깨끗한 것은 밀라나가 애지중지 하는 노트북 뿐이었다.

    「혹시 나와 함께 차나 한잔 하려고 왔나요-?」

    밀라나는 꼭 누군가가 찾아 오면 차를 권하고는 했다. 혼자서는 절대로 차를 마시지 않았다. 린나는 밀라나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임무를 나가는 중이라서, 미안한 듯이 말했다.

    「너무나도 아쉽지만 소녀, 임무를 위해 왔답니다.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면 같이 차를 마시도록 해요 밀라나씨.」

    그러자 밀라나는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임무를 끝내고 와서 꼭 나랑 차 한잔 하는 거에요~?」

    「네!」

    린나는 밝게 대답하면서 밀라나가 손목에 장치를 채워 주는 것을 지켜 보았다. 밀라나는 린나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 주면서 「잘 다녀와요.」라고 인사해 주었고, 린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 것으로 답했다.

    그리고 린나는 밀라나의 능력에 의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옮겨 졌다.

    린나의 능력은 염동력이기 때문에, 주로 무언가 쏟아져서 도로를 막았다던가 무언가를 들어 올려야 한다던가 하는 급한 일에 쓰였다. 하지만 대부분 지크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소문에 의하면 린나의 일을 지크가 몇 개 맡는다는 듯 했다.

    오늘 린나가 해야하는 일도 위에 나열 되어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린나는 되도록 신속하고 빨리 끝내기 위해서 열심히 능력을 사용했다.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임무라고 해도 되도록 눈에 띄지 않고,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밀라나와의 약속도 있었고.

    열심히 한 덕인지 예상시간보다 임무는 빨리 끝나게 되었다. 임무를 끝냈다는 확인 사진을 몇장 찍은 뒤에 린나는 힘을 써서 찌뿌둥해진 몸을 쭈욱 기지개를 하며 풀었다.

    「휴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네요.」

    린나는 혼잣말로 중얼 거리면서 자신이 정리한 것들을 다시 한번 흝어 보았다.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린나는 소매를 걸어서 손목에 있는, oraTio로 바로 옮겨주는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어라?」

    린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나 몇 초 안걸려서 바로 신호가 왔는데, 어째서인지 1분이 지나서도 장치에서는 감감 무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린나는 혹시 고장이 났나 싶어서 불안해 하면서 다시 한번 버튼을 눌러 보았다. 눌렀을 때 나오는 소리와 빛은 멀쩡해서, 린나는 더 불안해 졌다.

    「밀라나씨에게 혹시 무슨 일이..」

    린나의 중얼거림이 끝날 때 쯔음,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장치가 작동하더니 린나를 그대로 oraTio로 옮겨 버렸다. 갑작스럽게 옮겨져서 그런지 살짝 현기증을 느끼는 린나를 누군가가 강하게 잡았다.

    「꺅!?」

    린나가 놀라며 그 누군가를 본능적으로 뿌리치려고 할 때, 밀라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린나! 나야!」

    「미..밀라나씨.」

    갑작스럽게 린나를 잡은 건 다름아닌 밀라나였다. 린나는 안심했다.

    「밀라나씨, 반응이 오랫동안 없어서 걱정했..」

    「그것보다, 어디론가 도망가야 해..!」

    밀라나의 뜬금없는 말에 린나는 멍하니 밀라나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밀라나의 표정과 상태가 심상치가 않아서, 린나는 직감적으로 지금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밀라나씨,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죠..?」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일단..」

    밀라나가 린나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이끌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 왔다.

    기억에 없는 모르는 사람. 린나는 그저 멍하니 있었으나 밀라나가 린나의 손을 꽉 잡으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남자는 검은 정장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남자의 뒤에는 모르는 남자들이 대략 4명정도 더 있었고, 모두들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린나가 말을 걸려고 한 순간, 갑작스럽게 남자가 권총을 꺼내더니 총구를 린나에게 향했다.

    「...에..」

    밀라나는 경악했고, 린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그대로 굳고 말았다. 손을 드는 것도 잊은 채. 밀라나가 거칠게 항의하는 것을 무시하며 제일 선두에 있는 남자는 근엄하고 절도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근래 일어난 5명의 사람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용의자로 Type-B, 랭크 2 능력자인 유 린나를 검거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