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7 / 0133 ----------------------------------------------
Episode 9. Prologue
도시에 어둠이 완전히 깔렸을 즈음, 거리를 비추는 것은 요란하게 빛나는 인공조명 뿐. 그래도 번화한 도시에서는 이 시간까지도 거리를 질주하는 차들이 있었으나, 이 마을에는 그런 것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나 사람의 인적조차 드문 골목길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오늘도 골목길은 그저 취객들과 노숙자들이 지배하는 곳이었으며, 한 취객이 혼자서 벽에 구토를 하고 있었다. 50대 쯤 되어 보이는 남성은 술에 질펀하게 취한 채 먹었던 것을 끊임없이 토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구역질나는 냄새에 코를 찡긋 거리고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흐릿한 시야에 무언가 보이는 것을 느꼈다. 제대로 살펴 보지 않았지만 체구를 보면 작은 여자아이 같았다. 이런 늦은 시간에 여자아이가 이런 으슥한 골목길에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자신의 눈을 더러운 손으로 비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아저씨, 뭐해?」
긴 흑발에 동양적인 색깔의 피부. 진회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자아이는 이 초봄이라는 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순간 남자는 자신의 안쪽에서 덜컥하고 검은 욕망이 피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런 밤 중에 나온 저 아이 쪽이 잘못이다. 이미 남자의 머릿속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해버렸다. 남자는 여자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여자아이의 어깨에 남자의 손이 닿는 순간, 여자아이의 깜찍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런 밤중에는 자야 하잖아?」
순수하고도 순수한 목소리. 남자가 여자아이를 밀어 넘어뜨리려고 하는 순간. 남자는 자신이 지면에 발을 딛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남자는 자신이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공포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몸을 바둥거렸으나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남자의 몸이 서서히 양쪽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언가가 뜯기는 듯한 끔찍한 소리와 함께 지면과 벽에 후두둑 새빨간 선혈이 튀었다.
「굿 나잇!」
여자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 작품 후기 ============================
에피소드 9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리자면, 에피소드 9를 연재하는 동안에는 코멘트 답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귀찮다는 것이 절대 아니라, 아마 에전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되는 이 에피9에 대한 독자 여러분과 저의 몰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멘트를 안 읽는 것이 아니니, 코멘트를 한번쯤 달아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가, 매일매일 코멘트 확인하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 변변치 않은 작품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완결까지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