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04화 (10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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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귀신 퇴치에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서... 마구잡이로 이런 방식을 취하게 됬다고 생각해요. 이런식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유라씨가 이런 집에 질려서, 이사를 가게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하지만 바보같은 생각이었네요. 설사 유라씨가 이사를 가게 된다고 해도, 그 놈이 따라올지 안올지 모르는 건데..」

    그렇게 말하시면서 백호씨는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저는 백호씨에게 위로의 말씀을 건넸습니다.

    「바보같지 않아요, 백호씨. 결국 백호씨께서는 유라씨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신 거니까.. 굉장히 멋진 분이라고 생각해요.」

    제 말을 듣고 백호씨는 슬픈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백호씨의 공허한 목소리에도 슬픔의 감정이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유라씨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저는 백호씨를 바라보면서 안쓰러움과 동정심을 느꼈습니다. 백호씨는 정말 억울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유라씨를 원망하거나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지금까지 유라씨를 걱정하는 마음에 의존해서 행동해 오셨던게 분명했으니까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 마음이 유라씨에게 전해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저는 옷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방금 보았던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물가물했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한번 더 볼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인 짓이니까 말이에요. 저는 박스를 치우고 천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서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습니다. 저는 뒤까지 들리도록 말했습니다.

    「백호씨, 그럼 결국 유라씨를 쫓아다니고 백호씨를 살해한 범인은..」

    뒤에서 백호씨께서 네글자로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굳었습니다. 백호씨의 대답에 굳은 것이 아니였습니다. 전혀 다른,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

    천이 걷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쪽으로 걷어진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천의 너머에 있던 하얀 벽은 없고, 사람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유라씨 레인씨도 제인씨도 아닌, 모르는 사람의 얼굴. 모르는 사람의 시선. 그 사람은 검은 머리에, 안경을 쓴, 살짝 통통한-

    아, 그때서야 레인씨의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온갖 생각들이 다 제 머릿속을 헤집으며 지나가고, 몸이 굳어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때, 우악스런 손길이 저를 끌어 당겼습니다.

    옷장의 너머로, 끌어 당겨졌습니다. 저는 그대로 옆집의 방으로 넘어지듯 끌려갔습니다.

    「윽..!」

    비명이 나오기 직전 큰 손이 제 입을 틀어 막았습니다. 저는 몸을 바둥거리면서 손아귀에서 빠져 나갈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빠져 나갈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무섭고,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저는 능력조차 쓸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꼬마 아가씨, 넌 누구야?」

    저를 잡고 있는 손아귀의 힘과는 정반대로 매우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 앉았습니다. 저는 소름끼쳐 하면서 그대로 멈췄습니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저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너가 어째서 유라의 방에 있는거야? 유라 사촌이야? 아닌데, 유라에게 이런 나이의 친척이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는 동생? 근데 너는 왜 혼자 있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저의 몸이 공포로 부들부들 떨려왔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말했습니다.

    「너도 혹시 '나 같은 부류'야?」

    제가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저를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있는 곳의 풍경은 조금 볼 수 있었습니다. 눈길을 애써 옆으로 향하자,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여자의 옷이었습니다. 유라씨의 옷이었습니다.

    「큰일났네, 어떻게 하지. 설마 이쪽을 쳐다보고 있을 줄은 몰라서 당황해서 그냥 데려와 버렸네.」

    하지만 당황했다는 말과는 다르게, 매우 평탄한 어조였습니다. 마치 무언가의 해설을 하고 있는 듯한 어조와 상냥한 말투. 저는 평정을 되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 Diara에 납치를 당했을 때 레일이라는 남자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 남자는 '공포'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실험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레일이 얻고자 했던 결과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포에 감정이 휩싸여지자 전혀 능력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몸에 힘 조차 들어가지가 않았습니다. 평정, 평정을 되찾아야 했습니다. 이 곳에서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어디선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들키는 건 시간 문제겠네. 저 박스들 다시 쌓아놔야 되는데. 아 어떡하지. 너한테 잘못이 없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옷장 속에 이런게 있는 걸 안거야? 함부로 남의 옷장을 만지면 안되지. 그게 잘못인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은 '옆집 남자분'이 맞았습니다. 레인씨가 말했던 그 사람. 1년전에 이사해온 사람. 아까 범인이라고 확정지었던 사람.

    「그냥 죽여버리고 튈까?」

    「...!!」

    그 때 들려온 몸을 더 얼어붙게 만드는 오싹한 말에, 저는 몸서리쳤습니다. 저는 가파르게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왜냐면 이 사람의 말이 한 치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은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들킨건데.」

    사람의 평탄한 어조가 이렇게나 무서운 건지 몰랐습니다. 저는 부들부들 떨면서 그저 잡혀 있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능력만, 능력만 쓸 수 있었다면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시 한번 쿵.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소음이 자꾸 들린단 말이야, 짜증나게.」

    옆집 남자는 저에게 말한 것이 아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남자는 저를 잡고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모르겠지만 남자는 이 자리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방안을 생각 해 냈습니다.

    바꾸자, 지금 이 감정을. 이 공포라는 극적인 감정을 무슨 감정이라도 좋으니까 바꿔 버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제 머릿속에서 찰나의 순간, 지금까지의 일들이 필름처럼 보여졌습니다.

    유라씨의 무서움, 유라씨가 당했던 일들, 유라씨의 고통.

    백호씨의 억울함, 백호씨의 슬픔, 살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순간 제 능력이 폭발하듯 펼쳐졌습니다.

    ============================ 작품 후기 ============================

    에피소드 8도 끝나가는 군요. 원래 짤막한 에피소드로 계획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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