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03화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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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귀신 퇴치에요!

    저는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유라씨에게 이걸 말해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이 상황으로도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유라씨께서 이 사실을 전해 들으신다면 얼마나 놀라실 지, 상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용히 유라씨의 말을 듣고 서랍을 바라 보았습니다. 역시, 귀신씨는 옆집의 전 주인이셨던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런 통로를 만들 정도로 유라씨의 스토커이시고, 그런게 한이 되어서... 어라?

    저는 곰곰히 제 생각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방금 생각했던 건 전체적인 이야기에 맞지 않아.. 저는 그러다가 귀신씨의 생김새를 떠올렸습니다.

    「유라씨, 혹시 돌아가신 옆집 주인분의 생김새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옆집의 돌아가신 분이라면...」

    유라씨는 서랍의 문을 닫으시면서 조용히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생각이 나신건지, 저를 바라보면서 설명하셨습니다.

    「안경을 썼고, 키가 큰 분이셨어요. 나이는 40에서 50사이신 것 같았고..」

    저는 그 말을 듣고 유라씨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유라씨는 그런 저와 눈을 마주치며 왜 그러세요? 하고 물어 오셨고, 저는 그저 가만히 유라씨를 바라보고 있다가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었습니다.

    「...유라씨, 죄송하지만 잠시만 이 방에 소녀 혼자 있게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혼자요?」

    유라씨의 눈이 놀람에서 살짝 의심스러움, 그리고 걱정스러움의 감정을 담은 눈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말로 유라씨를 설득했습니다.

    「부탁이에요 유라씨, 귀신씨와 관련된 문제니까요. 레인씨와 제이슨씨가 있는 곳에 계셔주실 수 있다면 감사드리겠어요.」

    제 간곡한 부탁에, 유라씨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셨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방문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유라씨께서는 방문을 닫기 전에, 말하셨습니다.

    「저기, 무슨 일을 하시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요. 바로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저는 그런 유라씨의 말을 듣고, 미소를 힘껏 지어 보였습니다.

    「감사해요!」

    유라씨는 저의 감사의 말을 들으시고 나가주셨습니다. 저는 심호흡을 했습니다. 방금 유라씨의 말에 한가지 확실하게 판명 난 것이 있습니다.

    「귀신씨는 옆집 전 주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말은 옷장에 저런 걸 만든 분이 아니시라는 것..」

    저는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제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저는 외쳤습니다.

    「당신을 퇴치하려는 게 아니에요 이름모를 귀신씨,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와주세요, 왜 여기에 있으신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말하고는 왠지 모르게 숨이 참을 느껴서, 살짝 헉헉댔습니다. 하지만 흐르는 것은 적막 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등 뒤에 오싹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안녕하세요, 귀신씨.」

    저는 제 등 뒤에 어느샌가 나타나 서 있던 귀신씨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귀신씨는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아까 제가 시치미를 뗀 것이 연기라는 것을 이제 눈치채신 모양이셨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유린나라고 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의 물음에 귀신씨는 굉장히 망설이셨습니다. 귀신씨의 창백한 형상이 살짝 흔들리는 가 싶더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차갑지만 공허한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장백호.」

    저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귀신씨, 백호씨는 제 의미 모를 미소를 보고 심히 움찔하셨습니다. 저는 백호씨에게 말했습니다.

    「백호씨는 혹시 옷장 뒤에 숨겨져 있던 이 통로를 유라씨에게 알리기 위해서 지금까지 영적 현상을 일으키신 거죠? 혹시 부엌에서 물을 쏟거나 하신 것도, 이 방까지 유도하기 위해서였나요?」

    그러자 잠시 백호씨는 멍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러더니 한쪽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짝 감싸시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셨습니다.

    「설마, 다시 살아있는 사람하고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백호씨의 반응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백호씨는 귀신으로서 죽은 사람이셨으니까요. 그리고 유라씨는 영적 능력이 없으셨으므로 백호씨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셨으니까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소녀의 어머니께서 무당이셔서, 그것이 유전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영향으로 소녀도 이렇게 귀신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소녀는 유라씨에게 의뢰를 받아서 백호씨를 퇴치할 목적으로 이 집에 왔지만..」

    저는 힐끔 옷장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해서 이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그래서 백호씨, 방금 소녀의 질문에 대답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잠시 침묵.

    조금 있으니, 백호씨께서 입을 여셨습니다.

    「아니, 원래 목적은 유라씨를 이 집에서 나가게 하고 싶었어요..」

    「이유가.. 뭐죠?」

    백호씨께서 살짝 미간을 찌푸리셨습니다. 불쾌해서가 아닌, 마치 오랫동안 떠올려 본 적 없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듯하셨습니다.

    「위험하니까, 이 집은 위험하니까.」

    백호씨는 그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확실히 옷장에 뜷려있는 저건.. 범죄네요. 그것도 무척 무섭고 저질적인.. 저는 백호씨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했습니다.

    「그럼 이제 백호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당신은 무슨 이유로 죽으셨고, 또 유라씨와는 무슨 관계셨는지.」

    그러자 백호씨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저에게 부탁하시고는 골똘히, 정말 골똘히 생각하셨습니다. 백호씨의 몸이 흔들흔들 흔들리며 약간의 잡음을 일으키는 듯 했습니다. 백호씨께서 드디어 입을 여실 즈음에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였습니다.

    「유라씨와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어요.」

    백호씨는 이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유라씨는.. 아마 저를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교내에서 한번 마주쳤던 게 다니까. 그러니까.. 1년전 쯤의 일인데,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언제나 혼자 있었던 저에게 한번, 유라씨께서 작은 성의를 보여주신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래서..」

    백호씨의 눈이 슬픔으로 가늘어 졌습니다.

    「아마, 첫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해요.」

    유라씨는 정말로 착하신 분이셨구나,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백호씨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번 기억을 떠올리니, 계속해서 기억이 떠올라 지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 가는 방향도 비슷해서, 그러니까 보답도 못했고 말조차 걸지 못했지만 언제나 나와서 저보다 수업이 늦게 끝나던 유라씨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다시 제 집에 들어가고는 했어요. 그런데...」

    그 때 백호씨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습니다. 백호씨께서는 말에 분노를 힘껏 담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날 유라씨를 따라다니는 이상한 남자가 있는 걸, 발견해서.」

    여기까지 말하시고 백호씨는 살짝 힘겨우신지 멈칫멈칫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기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그 남자는 매일같이 유라씨를 따라 다녔어요. 하지만 유라씨는 모르는 듯 했어요. 유라씨는 길을 다닐 때는 언제나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다니셨고, 앞만 보고 다니시던 스타일이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

    백호씨가 무언가를 떠올리신 듯 했습니다. 백호씨의 동공이 충격을 받았는지 이리저리 흔들렸습니다. 백호씨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긴장한 채로 백호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을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바보같았어요. 그 때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야 하는 건데..」

    「바로 신고하지 않으셨나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면서, 혹시나 잘못 봤을까 하는 마음에 말을 걸었었어요.」

    백호씨께서 그때를 회상하시는 건지, 오묘한 표정이셨습니다.

    「저기요, 실례하지만 혹시 저 분을 쫓아다니시는 거 아닌가요?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범죄에요.」

    백호씨의 어조는 마치 저도 그 자리에 존재했었던 것 처럼 자연스러운 어조였습니다. 백호씨께서 이야기를 이으셨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저를 바라보았어요. 너무.. 너무나도 무서운, 감정 없는 눈빛이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저에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저는..」

    백호씨의 얼굴은 굉장히 슬퍼 보이셨습니다. 백호씨의 목소리도, 굉장히 가라앉았습니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아요. 어쨌든 무언가가 일어났어요. 그리고 눈을 떠보니까 그 장소에 서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걸 깨닫자마자 유라씨에게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저는 살해당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백호씨의 이야기는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웠지만, 백호씨의 표정은 확실하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표정이셨습니다. 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채로 중얼거렸습니다.

    「세상에..」

    ============================ 작품 후기 ============================

    1월 2일. 오늘은 설정상으로 린나의 생일입니다. 지크때처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린나야.

    <코멘트 답>

    비공사님- 네 요즘 불꽃같은 연재를 하고 있죠.. 시간이 날 때 한번 연참을 주르륵 할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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