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94화 (9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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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나는 사장입니다

    미국에서는 총기소유가 합법이다. 당연하지만, oraTio에도 내 개인금고에도 총기 종류는 물론이고 여러가지 것들이 존재한다.

    그 '위치'를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하나. 권총 하나가 내 바로 옆 공중에서 갑작스럽게 생겨나더니 곧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점점 더 많은 것들이 갑작스럽게 공중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총기류뿐만이 아니라 펜, 책, 전등, 의자, 식기류, 칼까지.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조금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 뿐. 지금까지 사장으로서의, 쓸모없는 인간으로서의 나는 몰라도 능력자로서 아버지의 앞에 서 있던 적은 없었다. 그것이 아버지가 놀란 이유일 것이다.

    내가 그렇듯, 아버지도 내가 능력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던 것이 확실했다. 아니면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알고 있었던 것 뿐.

    그걸 깨닫자마자 몸이 욱신욱신 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왠지 모를 쾌감까지도 느껴졌다. 그래, 그런 것이었다.

    저 사람은, 내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것 뿐이었던 것이다.

    「그만 두지 못하겠나..!!」

    아버지의 외침이 들려왔다. 매우 당황한 목소리. 내가 대답했다.

    「그만 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

    순식간의 아버지의 표정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놀라움으로 굳어져갔다. 그와 동시에 내 입꼬리는 올라갔다. 웃음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아버지, 나는 지금 굉장히 불쾌해서 말입니다-!!」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 방 안에 울려퍼졌다. 나는 아핫 하고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원래는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본론으로 빨리 넘어가서 빨리 사라져드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만. 이렇게 된 이상 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과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난 네놈에게 사과할 일 따위 없다!」

    여전히 꽉 막히신 분이다. 하지만 미리 예상하고 있던 만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자기가 언제나 옳다고 믿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나는 묘하게 안심하고는 했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를 싫어할 이유'가 여전히 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저 아버지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다시 한번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눈이 빛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혈액을 타고 흐르는 능력의 전류같은 힘. 아버지는 그저 흔들리는 동공으로 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아버지에게 나는 절대로 반역같은 것 일으키지 않는 충실한 장기말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서 소리를 지르면서 지금까지 했던 언행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니, 아버지 입장에서는 참으로 이상하고도 당황스럽고 분노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난 아버지의 장기말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오늘, 깨달았다.

    마이렌 크라우스 30세. 현 사장인 폴 크라우스의 대리이자 심부름꾼. 그리고 능력자.

    나는 슬쩍 뒤에 떨어져있는 온갖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내 능력이다. '위치를 바꾸는 능력' 언뜻 듣기에는 그저 그런 능력일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내 능력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적어도 이 세상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치를 바꾼다'라는 것은 어느 두 존재의 위치만 파악하고 있다면, 두 존재를 공간을 뛰어넘어 서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밀라나의 좌표이동과 제이슨의 순간이동과는 다른, 그저 바꾼다는 개념의 내 능력은 한계 측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사장의 대리를 뛰는 생활 덕분에 시간이 촉박한 이유도 있기야 있지만, 애초에 내 능력은 두 물질의 무게나 모양이 엄청나게 다르더라도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파리에 있는 '에펠탑'과 방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 하나가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내 능력의 한계는 알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눈앞에 있는 아버지도 잘 알고 있을 터 -. 그러니까 저렇게 익숙하지 않게 겁먹어 계시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은 결국 이렇게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미안, 하다.」

    짧은 아버지의 한마디.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방에 떨어져 있는 몇몇 큰 물건들만 다시 제 자리로 교환시켜 놓았다. 아버지의 표정은 영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하긴 그렇지 뭐, 아버지의 자존심은 지금쯤 많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슬슬 볼일을 말하고 나가라!」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깃들어 있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아버지의 자존심을 건드릴 여지가 많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원하시는 대로 그럼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오늘부로 현 사장 자리는 형님이 아닌 제가 맡게 됩니다.」

    순간, 아버지가 살짝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는 것이 보였다. 와우, 지금까지 봤었던 아버지 표정중에서 제일(특히 오늘 봤었던 표정들) 충격적인 표정이었다.

    「네놈...!」

    '무슨 말을 하는 거냐'라고 말할 작정이였던 건지 아버지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지만, 도중에 내가 파고들어서 끊은 다음, 태연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딱히 제 의도는 아닌 형님의 의도입니다. 」

    「폴...!」

    아버지가 형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외쳤다.

    「아버지도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형님께서 대기업 oraTio의 사장따위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형이 나에게 부탁해왔을 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형이란 사람은 사장의 자리따위 마음에 이미 담아두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정곡을 찔린 것인지, 입을 꾹 다물고는 주먹을 꽉 쥐고 바르르 떨었다. 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전날, 형님께서 저에게 부탁을 해 오셨습니다. 형님께서는 사장의 자리같은 거 하고 싶지 않으셔했고, 여행을 떠나시고 싶어하셨으니까요. 그러므로 형님께서는 사장 자리를 완전히 저에게 넘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떠났습니다. 어제 전날 밤에요. 연락같은 거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제 의도가 아닌, 형님의 의도입니다.」

    아버지는 마지막 한마디를 듣고 몸을 강하게 움찔 하고 떨었다.그렇다, 아버지는 결코 형한테도 좋은 아버지가 아니였던 것이다.  아버지가 강하게 나를 째려보았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쳐다봐주시는 건 처음이라 살짝 움찔했다.

    「그렇게 뜻대로 흘러 갈 것 같으냐..」

    여전히 무서운 목소리다.

    하지만.

    「하지만 아버지.」

    나는 아버지와 똑바로, 정면에서 눈을 마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 oraTio의 사장은 아버지가 아닌 형님이지 않습니까.」

    내 승리라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제가 사장자리를 받은 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니, 형과 나의 승리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저는 oraTio를 성공시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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