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93화 (9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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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는 사장입니다

형의 부름에 답하기 위해 나는 사장실로 향했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앉아 있던 형이 종이봉지를 벗고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입에 쯧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형은, 딱히 신경을 안 쓰는 듯 했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형의 앞에 정자세로 서서 묻자, 형은 일단 내 얼굴부터 바라보더니 놀래서는 말했다.

「마이렌! 너 잠은 제대로 자는거야?」

내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잘 리가 없잖습니까.」

이렇게 언제 호출이 올 지도 모르고, 또 일이 많으니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운 것인데. 그러자 형은 나무라듯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서는 나에게 말했다.

「그러면 안돼! 적어도 한번쯤은 제대로 자 두지 않으면... 휴, 미안해. 나 때문이지?」

형의 눈꼬리가 쳐지고는, 웃음기마저 사라져서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저 눈을 감아 형의 모습을 시야에서 지워버리고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이제와서 그래봤자 소용 없으니, 왜 부르셨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그런데 이상하게 형의 대답이 들려오질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나는 한쪽 눈을 살짝 떠서 형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나는 움찔 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형은 나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형의 본 적 없는 진지한 눈빛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형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이렌.」

나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혀 꼬이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아, 네.」

불편하다. 나는 고개를 홱 돌리고 싶은, 이 곳을 얼른 빠져나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물론 형이랑 있으면 항상 그랬지만 지금 이 순간은 더더욱 그랬다. 왜 저렇게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거지? 항상 바보같이 웃고만 있던 인간이? 나는 뒷짐지고 있는 내 손을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갑자기 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형을 바라보았다. 분명 형의 웃음 소리였지만, 평소의 웃음소리가 아니였다. 형의 눈은 게슴츠레하게 떠져서는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있잖아, 우리 둘 다 겁쟁이인게 틀림없어.」

「네?」

내가 얼빠진 소리를 내며 의아해했지만 형은 그저 그치? 하고 물어올 뿐이었다.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로 걸어왔다. 걸어오는 중에도 형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내 쪽이 훨씬 더 겁쟁이야. 옛날부터 둔하고 바보같고, 늘 민폐만 끼치기 바빴어. 그리고, 지금도 그건 변하지가 않았어.」

그렇게 말하는 형의 눈은 슬퍼 보였다. 형은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움찔하며 몸을 빼려고 하기도 전에, 형은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면서 말했다.

「마이렌, 부탁이 있어.」

형은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다시 말했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야. 하지만 마이렌, 너가 아니면 해 줄 수가 없어.」

「.. 무슨 부탁을..」

형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웃음소리를 냈다.

「그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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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난 아침에 되자마자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린나와 지크 일로 바쁘지만, 일단은 이 것이 먼저였다. 나는 전화번호부 아이콘을 터치해서 화면에 띄웠다. 스크롤을 맨 마지막까지 내리니 눈에 띄는 글자들이 있었다.

'아버지'

나는 심호흡을 했다. 별로 기분 좋지는 않은 공기 청정기로 유지되는 공기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슴 가득히 공기를 채우고, 내쉬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간결한 연결음이 귀를 통과해서 뇌 속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조금 지났을까, 역시 아버지는 깨어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용건은 되도록이면 눈에 안 띄게 메세지로 전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무서웠다. 막상 전화를 걸고 나니 실감이 드는 것 같았다. 내 목소리는 참으로 바보 같았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만나뵈고 싶습니다. 」

전화 너머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난 다시 한번 말했다.

「지금 즉시입니다. 제가 그 쪽으로 가겠습니다.」

「뭐라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나는 그말까지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참았던 숨을 얼른 내뱉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하고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저질러 버렸다. 이건 전부 형 때문이야.

나는 양복을 갖춰 입으면서 마리에게 전화해서 오늘의 지시를 몇가지 내려 두고, 몸 정리를 끝내자마자 지상으로 올라가서 회사 입구에 걸어 나갔다. 앞에서 평범한 중형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굳이 요란하게 찾아갈 필요는 없었으니까. 나는 그 차의 문을 열고 탑승했다.

미리 목적지를 알려준 탓에 운전사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즉시 출발했다.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도착했습니다.」

운전사가 한 말은 이 한 마디 뿐이었다. 나는 간단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차에서 내렸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저택을 바라보고 소리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곳은 일단 집이다. 아버지와 형의 집. 나는 미리 가지고 있던 카드로 보안장치를 해제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나를 맞았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드디어 최종보스의 스테이지인가,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나는 고갯짓으로 답하고,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책없이 행동 한 적은 없었는데, 이게 다 형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기는 커녕 매우 깨끗했다. '막무가내'상태라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음이 다시 새어 나왔다. 오늘 두번이나 웃었다. 이런 적도 없었는데.

그래, 될대로 되라지.

아버지의 방 앞에 당도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였다.

지금 쯤 형은 어떻게 됬으려나?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문을 여니, 정말로 내가 상상했던 것 처럼 아버지가 최종보스로서의 위엄을 뽐내며 앉아서 서류에 둘러싸여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가 아버지를 닮았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

나는 문을 소리 안나게 닫고, 조용히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나를 향해 고개도 들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무슨 일이냐.」

과연, 빨리 이야기하고 나가라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버지는 정말..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아버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자세로 멈춰서, 아버지를 향해 강경하게 말했다.

「한가지 여쭤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서류를 든 상태로 멈춰서, 그저 눈동자만 위로 올려 나를 바라 보았다. 그 눈빛의 차가움에 숨이 막힐 뻔 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께서는 형님의 대타로 저를 선택하셨습니다. 분명 저 말고도 쓸 만한 사람은 꽤나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어째서 저 같은 빈민촌 자식을 교육시키면서 까지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아버지 앞에서 이렇게 길게 말을 한 적이 있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이제 완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도, 화난 표정도 아닌 무표정으로 말이다. 나는 너무나도 아버지스러운 반응에 미소를 지을 뻔 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음정 변화가 거의 없는 무게있는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왜 지금와서 그걸 묻는 거지?」

「왜냐면 지금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입 근육이 실룩거리는 것이 보였다. 당연했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까지 건방지게 행동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내가 같잖을 것이다.

「실용적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굳어 버렸다.

「네?」

내가 되묻자 아버지는 계속해서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일회용이었지. 네놈이 실험에서 죽든 살든 일단은 신뢰를 얻어낼 작정이었으니까. 하지만 네놈은 살아 났고.」

아버지는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 놓았다.

「그 때 쓸 만한 사람이 있었냐고? 어림 없는 소리. 모두 다 폴이 사장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닫자 마자 바로 내 자리를 노리기 시작했지. 알량거리면서, 아부를 떨면서 말이야.」

...

「네놈을 폴의 대신으로 사용하자는 건 좋은 아이디어였어. 폴은 동생을 가지고 싶어 했었고, 그리고 네놈은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빈민촌 아이였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처리하기도 쉬웠거든.」

이 사람은 자신하고 있다.

내가 이 사람 앞에서는 다리가 얼어붙고, 말을 섣불리 하지 못하겠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틀렸다.

내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버지가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의 그런 표정은 처음이라서, 나는 살짝 놀랐다.

「네놈, 눈이..」

그제서야 나는 내 눈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능력자로서.

============================ 작품 후기 ============================

<코멘트 답>

비공사님- 지크의 능력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언급 된 적이 없습니다! 둘의 공통점이란 둘 다 B타입이라는 것입니다

외로운사신님- 허..허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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