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92화 (9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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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나는 사장입니다

    나는 그대로 밀라나에게 향한다. 언제나 공간이동을 시켜주느라고 어둡고 전자기기의 불빛만이 환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밀라나는 어느새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듯 했다.

    「밀라나, 언제나 수고한다네.」

    「아, 사장님.」

    밀라나는 햄버거를 우물우물먹고 있더니 날 보고 바로 입을 슥 닦고는 미소를 지었다.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고?」

    「네, 지상에서도 에드워드씨 쪽에서도 ~ 그리고 저도 힘냈죠! 뭐, 그런데 딱히 좋은 결과는 아니에요.」

    밀라나가 햄버거를 어질러져서 펜이 굴러다니는 책상 위에 던져놓은 뒤, 구석에 박혀져있던 콜라를 잡고는 쭙 하고 빨아들여 마셨다. 그러게 식당에 나와서 좀 먹으라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 뭐, 내가 일을 많이 시키는 것도 맞긴 하지만.

    「딱히 좋은 결과가 아니라니, 무슨 뜻이지?」

    「글쎄요~ 맞춰 보세요?」

    나는 끙 하는 소리를 내며 밀라나를 나무랐다.

    「밀라나, 이래뵈도 나는 지금 매우 진지한 상황이라네?」

    그러자 밀라나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곧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알고 있어요, 어쩌면 사장님이라면 예상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게 꽤나~ 복잡한 인물이더라구요. 일단 한번 사장님도 보시면 제 말 뜻을 아실테니!」

    밀라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를 잡고는 왼쪽으로 확 돌려서 나에게 보이도록 했다.

    「꽤나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 방면에서는 지지 않죠! 여기 보시면 지크와 린나의 데이터는 이메일로 보내졌어요. 각기 다른 이메일이요. 그리고 이 이메일의 주인을 분석해봤는데요~」

    밀라나가 키보드의 자판을 탁, 탁 하고 몇번 두드리자 새로운 화면이 띄워진다. 수많은 글자들 사이에서 유독 낯익은 영어 이름이 눈에 띈다.

    「이분 아시죠, 사장님?」

    「... 설마, 이 사람인가.」

    「정답. 67%의 확률이지만 저는 거의 이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밀라나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다시 햄버거를 집어서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나는 종이봉지를 쓴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밀라나 말 대로 이건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 적어도 다른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 캐물을 수도 있을 텐데.」

    내가 탄식하듯 말하자 밀라나는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은 뒤, 또 다른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이것도 알려드려야지 참. 사장님, 린나랑 지크의 데이터가 보내진 시각이 각기 달라요.」

    「뭐라고?」

    「자, 여기 보세요. 지크의 데이터가 거의 10년도 전에 보내졌는데, 린나는 2~3년 전일까요. 와우, 이것도 꽤나 유물스러운 정보네요~ 찾은게 용하다구요, 칭찬해 주세요 사장님.」

    「.. 음, 수고했네 밀라나. 역시 자네는 매우 믿음직스러워.」

    그러자 밀라나는 만족스러운 듯 후후 웃고는 다시 모니터 화면을 돌렸다.

    「뭔가 있는 거죠 사장님? 뭔가 꿍꿍이요.」

    「.. 그렇지, 안 그러면 그런 연구소에 데이터를 보낼리가 없겠지. 」

    「애초에 무슨 목적일까.. 린나와 지크는 이 곳에 있는데.」

    왜 린나와 지크일까.. 이것은 이미 답이 나왔다. '두 사람만이 가진 능력에 대한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이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군.

    「.. 일단 이 정보는 보존해두고,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

    「괜찮아요 , 제 일이니까.」

    밀라나는 그리 말하면서, 어느새 햄버거를 다 먹고는 손을 털고 있었다.

    「.. 식사는 가급적이면 식당에 나와서 하라네.」

    「에이, 귀찮은데.」

    나와 밀라나는 그 말을 끝으로 헤어졌다. 나는 oraTio에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린나와 지크에게 관심을 가질 줄이야... 아니,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린나와 지크는 실험이 아닌데도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같은 케이스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 두 사람의 정보로 뭘 하려고 했을까..

    나는 계속 고민했다. 방문을 열고, 종이봉지를 벗고, 침대에 쓰러질때까지.

    그 '데이터'에는 능력자들의 능력과 인적사항, 심지어는 과거의 행적까지 모두 적혀져 있다. 물론 나도 능력자에 속하므로, 내 것도 있다. 내 것은 매우 깊은 곳에 숨겨져 있긴 하지만.. 린나와 지크도 그만큼 철저하게 숨겼었다. 린나의 것은 살짝 위조를 하긴 했었지만, 그것은 결국 들통났고..

    그러다가 나는 떠올렸다. 데이터에는 글자로만 된 문서들이 있는게 아니라고. 그걸 생각하자마자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래, 글자로만 된 문서로만 이루어진 게 아냐..! 다른 물질적인 것도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었어. 그래, 예를 들면, 예를 들면..

    혈액, 머리카락, 피부조직 등..

    ..순간, 머릿속으로 불온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로, 이것이 그저 내 생각으로 그쳤으면 좋겠다고 바랄 정도의 불온한 생각이였다. 하지만, 어쩐지 매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냐면 그 사람은 충분히, 이런 짓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아까 밀라나의 모니터 화면에서 보았던 그 이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되새겼다. 그리고 입으로도 중얼거렸다.

    「.. 윌리엄, 어드마이스.」

    그 사람의 이름은 왠지 모르게 부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의 압박감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아마도, 나 말고 거의 모든 능력자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아, 린나와 지크는 제외려나? 어쨌든 윌리엄은.. 그 사람은.. 난 지금까지 만난 적은 없지만, 아버지는 만나셨을 것이다.

    .. '능력'의 창조자.

    바꿔 말하면, '능력자로 개조하는 실험'의 창조자. 세간에서 신성시 여기며 떠받들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혹독한 비평을 들으면서 매드 사이언티스트 취급을 받았던 사람.

    그 사람은 그 '창조자'의 권한으로, 모든 능력자의 데이터를 자기 것을 보듯이 볼 수 있고,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만의 특권이다. 비밀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고도 들었다.

    「..역시 뒷조사를 해서라도 알아내야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생각해 버린 이상,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마음이 불편해서 못 견디겠으니까... 조용히 밀라나에게 연락하려는 그 때, 형에게서 연락이 먼저 왔다.

    들여다보는데, 호출 신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젠장, 쉬지를 못하겠네..」

    ============================ 작품 후기 ============================

    본격 떡밥 대폭발 늦게..와서..죄송ㅎ합니다...(ㅜ쿨럭

    <코멘트 답>

    외로운사신님-음?

    비공사님-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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