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91화 (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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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나는 사장입니다

    그렇다, 그 일을 경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벌써 20년은 가까이 된 이야기라,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눈을 계속 감고 떠올리려고 애쓴다. 그러자 그때 당시의 상황이 마치 물 속에 잠겨있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듯 기억나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냉기로 가득 차 있는 집의 문이 열리고, 엄마가 뛰쳐들어와서 나를 껴안고, 엄마의 뒤로 나타난 수상한 두 검은 그림자. 두 남자는 무어라고 말을 하더니 그 중 한명이 다가와서 엄마에게서 나를 떼어갔고 나는 발버둥쳤지만 어린 몸으로는 속수무책으로 남자들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울고불고 난리가 난 내 입을 틀어막고 차에 태운 뒤 어디론가 이동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그저 공포에 떨면서 입을 틀어막힌 채 울던 그때를 회상하니 아직까지도 몸이 오싹하고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 차는 도착하고, 도착한 곳이 어딘지도 파악하지 못한채 나는 여전히 잡힌 채로 끌려갔고, 결국에는 아무 불도 없는 깜깜한 곳에 던져졌다.

    문이 닫히고, 잠기고, 말소리가 들리고, 춥고 떨던 나는 그토록 무서웠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자 그자리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모르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이 날 보고는 뭔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채로 던진 한마디는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사장님, 정말로 이렇게 어린애로 실험을 하실 생각이세요..?」

    그 사람의 뒤에서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람은 나를 들어 올렸다. 내가 발버둥 치자 그 사람은 나를 안고 토닥여주면서 최대한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물론,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에는 마취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이때 oraTio에 있던 능력자들은 전부 지금의 세대에서 한 세대 위, 즉 지금 있는 자들의 부모세대라고 보면 된다. 나를 실험한 사람은 아마 밀라나의 아버지였을 것이다.

    뭐, 그 뒤에는 잘 알다시피 실험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 찾아온, 두명의 남자 중 하나는 나의 아버지. 즉 전 사장이였다.

    커서 알게 된 사실이긴 하다만 어머니가 우연과 우연의 일치로 일하는 업소에서 나의 존재를 들키고 말았고,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oraTio의 간부 중 한명이 아버지에게 전달해서, 아버지는 그 바쁜 몸을 이끌고 몸소 행차하셨다는 말씀이다.

    원래는 혼란을 일으키기에 딱 좋은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하신 모양이다만, 마침 그 때의 oraTio의 내부 상황은 이제 막 실험자들을 회사의 지하에 끌어들이려고 하던 상황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실험체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고, 그 신임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

    안주머니에 담배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꺼내니 담뱃갑에는 딱 하나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뭐, 괜찮겠지. 안주머니를 더 뒤적거려서 라이터를 찾아 꺼낸 뒤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들이마쉬고, 내뿜자 담배 연기가 공중에 흩어 뿌려졌다. 담배는 언제부터 피우기 시작한거더라, 생각이 나질 않자 그냥 다시 옛날 회상에나 빠져들었다.

    아버지는 실험체들에게 나를 자기 자식이라면서 선보이고, 그리고 나에게 실험을 행했다.

    결과는? 대 성공이였다.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는 신임을 얻게 되고, 나는 적어도 목숨은 부지한채 oraTio 지하중에서도 제일 깊숙한 곳에 다시 쳐박혀지게 된다.

    뭐, 그런 셈이다. 지금 생각하니 에이미가 생각난다. 그렇다, 에이미가 있기 전에는 에이미가 있던 그 방에 .. 내가 있었다. 유령처럼, 비밀스러운 감금을 당하며 그때도 나는 아버지에게 이용당했다. 아마도, 아버지가 나를 oraTio에 놔두기로 결정한 이유도 내 능력이 쓸모가 있어서가 아닐까. 옥상 한구석에 놓여져있는 쓰레기통에 피고있던 담배를 버린다.

    그러다가 내가 14살이 됬을 쯔음, 나는 다시 잡혀서는 어디론가 이동하게 된다. 떨구어진 곳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방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넓고 화려하고 깨끗한 방이였다. 그저 멍하게 서있기만 했을 때, 내 뒤에서 처음 듣는 생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마이렌이야?」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처음 보는 소년이 서있었다. 나랑 나이차는 별로 나 보이지 않고, 깨끗한 옷과 단정한 남색빛깔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소년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바라보면서 생긋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손을 내밀었다.

    「신기한 눈이네~ 난 폴 크라우스야! 아버지께 들었어, 네가 내 동생이라며?」

    나는 당황해서 그저 소년이 내민 손만 뜷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나의 반응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응? 왜그래? 라며 천진하게 물어보았고,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저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있던, 그 어두운 방으로.

    「아버지, 마이렌이 날 피해요.」

    자신을 '형'이라고 지칭한 폴이라는 소년은, 갑자기 뒤를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꽤나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oraTio에서 봤던 얼굴이 거기에 서있었다. 은발의 중년 남성. 아버지였다.

    「.. 듣도록.」

    아버지는 그 한마디로 나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더니,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폴은 내 아들이다. 하지만 폴은 사장의 자리에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나는 폴을 사장으로 키울 생각이다.」

    내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덧붙였다.

    「.. 정확히 말하자면, oraTio의 사장이 폴 크라우스라는 사실만 있으면 된다.」

    「저, 저기..」

    도대체 이해서 안되서 끼어들려고 하던 나의 말을 아버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단칼에 잘라버리곤, 다음 한마디로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네가 폴의 대리를 해 줘야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곧 올 선생에게 듣도록.」

    그렇다, 그것이 아버지의 설명의 전부였다. 그 이야기를 끝으로 아버지는 몸을 돌려서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그저 멍하게 서있었다. 멍하게, 아버지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어쨌든 마이렌이 날 도와준다는 거네? 응, 친하게 지내자!」

    형은 아까 뻗었던 손이 무시당하자, 다시 한번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손을 다시 한번 본 순간, 아까 아버지가 형을 바라볼때의, 살짝 누그러진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매우 불쾌해져서 형의 손을 내쳤다.

    그러자 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을 내칠거라고는 전혀 상상해본적 없다는 듯한 표정이였다. 나는 그대로 형이 포기하고, 나에게서 멀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형은 전혀 예상밖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러지 말고, 자!」

    형은 내 손을 붙잡더니, 강제로 크게 위아래로 흔들며 악수했다. 손을 빼려고해도 놔주질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삐비빅, 갑자기 휴대폰의 알람이 울려서 나는 깜짝 놀라 버둥거리다가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너무 깊게 생각에 빠져들어 버렸던 걸까. 머리를 긁적이면서 휴대폰에 온 메세지를 확인한다.

    「... 아.」

    그 연구소에 있었던, 지크와 린나의 데이터. 그것을 조사한 결과가 나온 모양이다. 서둘러서 종이봉지를 쓰고, 지하에 향한다. 형은 지상에 있을 테니까..

    ============================ 작품 후기 ============================

    다음 화 바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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